늑대개님의 리플 잘 봤습니다. 지금은 예전의 10년동안 일어났던 변화가 1년 안에 일어난다고 할 정도로 정답이 계속 바뀌는 세상입니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연비와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춘 시티 커뮤터에나 어울리는 엔진이라는 말씀, 맞는 말이었습니다. 5년 전에는 말이지요… 그러나 기술은 계속 진보합니다. 일례로 혼다의 어코드 하이브리드 버전은 3리터 휘발유 하이브리드 엔진인데 제로백 가속이 본격 스포츠카와 맞먹으면서도 연비는 소형차 수준(10km/L대 초반)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2년쯤 전인가…한 미국의 벤쳐기업에서 비록 양산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하이브리드 스포츠바이크를 포로토타입까지 만든 적이 있는데, 그 사양을 기억나는대로 써보면
엔진형식: 200cc디젤 단기통 (인젝션)
모터: 몇와트급인지는 기억 안나고…하여튼 발전기로 전환가능한 브러쉬리스 모터
(브러쉬리스모터는 전동기의 최신 형태로 코일이 고정되어 있고 영구자석이 로터에 달려서 회전하는 모터입니다. 소모품인 브러쉬가 없어 베어링 윤활만 잘 해주면 거의 반영구적인 전동기입니다)
프레임: 알루미늄 트윈 스파
변속기: 상시치합식 6단
타이어: 전륜) 100mm -17인치 / 후륜) 110mm -17인치
장비중량 : 배터리 포함해서 대략 140kg쯤? (이중에 순전히 20kg 정도가 배터리 무게입니다)
현가 : 올린즈
최고속도 : 130km/h
0-60mph(제로백): 7초대 후반
연비 : 약 45~50km/L
가속은 주로 모터가 담당하고, 정속주행은 디젤연료로, 크루징 혹은 감속시에는 모터가 발전기 역할로 전환되어(발전기와 모터는 전류의 흐름만 바뀐 원리죠) 대용량 배터리를 충전하는 원리입니다. 정지하면 시동이 꺼지는 기술까지 응용하여 신호대기시 공회전으로 인한 연료 낭비도 근본적으로 막은 획기적인 구조였지요. 성능은 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존 4스트록 250cc급 스포츠바이크 수준은 됩니다. 다만 디젤엔진이라 최고속은 약간 낮네요. 연비는 시티백을 잔인하게 짓밟는 경지구요. 연료가 디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유지비가 거의 군것질거리 수준이라는 거 파악되지요!! 만약 이걸 미들급으로 만든다면 아마 국산 125cc 정도의 연비에 스포츠카 수준의 제로백을 달성하는 엄청난 놈이 나올 겁니다.
사이트까지 개설하고 홍보했지만 결국은 충분한 투자자가 모이지 않았는지 시판은 되지 않았습니다. 이 유닛으로 리터급까지 기획했었다는데 저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듣도보도 못한 미국의 중소기업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테고 아직 이륜차계는 무조건 힘과 핸들링, 뽀대 경쟁일 뿐 연비는 아직 구매자들의 절박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이 컸던 것 같습니다.
“성능을 논할 때 연비는 필요없다”??….더 큰 힘을 내려면 기름을 당연히 더 먹는다는 진리는 절대불변의 법칙이지만 최신의 기술로 만드는 이 새로운 형태의 유닛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바이크 연비와 유지비에 대한 지금까지의 보편적인 잣대에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능을 논할 때 연비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같은 파워플랜트를 쓰는 기종들을 두고 볼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대등한 성능을 내면서 더 효율적인 파워플랜트가 나와있는데도 저 원론적인 개념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앞으로 몇 년이 더 흐르면, 사람들이 흔히 타고 다닐 디젤 승용차보다 유류비 더 들어가는 고배기량 스포츠바이크는 매력이 갈수록 떨어질 것입니다...아무튼..저에게 위와 같은 하이브리드 바이크가 나오면 살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1.전통적인 휘발유 엔진만큼의 신뢰성이 충분히 다져진다면(바이크 특성상 코너링중 엔진 이상은 전도로 이어지므로..)
2.스로틀 ON/OFF시의 반응과 중립상태에서 스내칭의 느낌에 큰 이질감이 없다면(자동차와 달리 스로틀워크가 더 예민해야 하고 레이시한 쉬프트다운 기술이 필요하므로)
3.신차가격이 동급 휘발유 엔진 모델의 1.5배 이내로 출시된다면(초기구입비용을 우수한 연비로 만회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 되면)
아마 휘발유 엔진 모델은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이런 바이크가 나오기 전까진 뭐...그냥 부담없는 250cc 바이크를 몇만킬로건 몰고 다닐 것 같군요.
첫댓글 지금은 문 닫았지만...그때 사이트 전문을 받아놓은 기술자료가 있는데 원하시면 찾아 올리겠습니다..
참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번거로우시겠지만, 그 사이트 자료를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