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청량산 청량사
가파른 시멘트길이지만, 육모정에서 절까지 1㎞ 숲길은 물소리로 청량하다. 찻집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과 범종각을 지나 유리보전 앞에 서면 문득 산봉우리들 숲에 갇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금탑봉·충융봉·연화봉 들이 멀리 가까이 도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청량산엔 크고 작은 36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중 큰 것만 12봉우리다. 청량산을 지극히 사랑했던 퇴계가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로다…’ 라고 노래했던 이른바 육육(6·6)봉이 바로 그것이다. 하늘에서 보면 봉우리들이 연꽃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꽃술의 자리에 유리보전이 놓여 있다고 한다.
유리보전은 청량사의 본전. 동방유리광세계를 다스리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전각이다. 종이를 다져 만든 ‘지불’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전쟁으로 불탄 문수전의 문수보살과 명부전의 지장보살을 옮겨 약사여래불 좌·우에 모셨다. 현판은 공민왕의 글씨라고 알려진다.
유리보전 앞엔 가지가 셋으로 갈라진 굵직한 소나무가 있다. 그 이름이 ‘삼각우총’(뿔 셋 달린 소의 무덤)이다. 중창불사할 때 남면에 사는 남씨가 기르던 뿔 셋 달린, 말을 안듣는 골칫거리 소를 보시받았는데, 소가 스님을 도와 기와·나무 등을 져올리며 불사를 마치고 죽었다고 한다. 법당 앞에 묻었더니 이 소나무가 자라났다고 한다.
왼쪽 3층의 탑처럼 보이는 봉우리가 금탑봉이다. 단풍이 든 가을 해질녘이면 봉우리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봉우리 1층에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응진전이 있다. 20분 거리. 고려말엔 노나라 공주가 16나한상을 모셔두고 기도했던 곳이라고 한다.
청량사는 마을로 내려가 출장법회를 하기로 이름난 지현 스님이 지키고 있다. 사진을 찍어대자, 절 사무를 보는 진여화 ‘보살’이 “비 올 때 다시 오라”고 권한다. “비 오는 아침, 환상적인 물안개의 호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다.
청량사 가기=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을 나가 영주 거쳐 봉화로 간다. 봉화에서 태백쪽으로 가다 주유소 앞에서 영양·봉성쪽으로 우회전, 봉성읍·명호 지나 낙동강 물길 따라 안동쪽으로 가다 왼쪽으로 다리 건너 청량사 들머리가 나타난다. 매표소에서 1.8㎞ 차로 올라 육모정에 차 대고 20~30분(1㎞) 걸어 오르면 청량사(054-672-1446)다. 봉성의 숯불돼지구이가 이름 있다. 암퇘지고기를 솔잎에 얹어 소나무숯으로 굽는다. 봉성숯불식당(054-672-9130), 오시오식당(054-672-9012) 등. (업체소개는 전재로 인함을 양해바람)
이하 옮긴이가 덧붙입니다.
** 참고로 위에 나온 한시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퇴계 이황(李滉)-청구영언(靑丘永言)
청량산(淸凉山) 육육봉(六六峰)을 아나니 나와 백구(白鷗)
백구(白鷗)ㅣ야 헌사하랴 못 미들슨 도화(桃花)ㅣ로다
도화(桃花)ㅣ야 떠나지 마라 어주자(魚舟子)ㅣ 알가 하노라
청량산(淸凉山) :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산
육육봉 : 서른 여섯 봉우리 또는 열두 봉우리
백구 : 갈매기
헌사하랴 : 야단스러우랴. 떠들어 소문내랴
미들슨 : 믿을 것은
도화(桃花) : 복숭아꽃
어주자(魚舟子) : 배 타고 고기 잡는 사람. 어부
전문풀이
청량산 서른 여섯 봉우리를 아는 이는 나와 갈매기뿐
갈매기야 소문내었느냐 못 믿을 것은 복숭아꽃이로다.
복숭아꽃아 떠나지 말아라 어부가 알까 염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