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의 :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하기로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제598조). 차주(돈을 빌려받는 사람)가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사용대차, 임대차와 다르다. 흔히 일상용어에서는 '돈을 빌린다'라고 표현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사용권만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 자체가 이전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금전 기타 대체물에 대해서는 소유권의 주체를 공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의 목적은 물건의 사용 및 수익에 있다는 점에서 사용대차, 임대차와 공통점을 갖는다.
2. 법적 성질 : 구민법은 소비대차를 요물계약으로 규정하였으나 현행민법은 낙성, 불요식계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무상을 원칙으로 하며 대가적 급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무계약이나, 당사자 사이에 이자지급의 약정이 체결될 경우에는 유상, 쌍무계약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자부소비대차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관한 규정과 매매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는 견해가 있다(제567조). 그러나 사견을 말하자면 차주의 반환의무나 이자지급의무는 대주의 선이행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담보가 제공되지 않는 이상 편무계약으로 보는 것이 정당하다. 따라서 대주의 동시이행항변은 인정되지 않는다.
3. 연혁 : 고전기 로마법에서는 단지 매매와 같은 몇몇 전형계약만이 낙성계약으로 파악되었는데, 소비대차는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예외적 낙성계약의 유형에 포함되지 않고 요물계약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독일민법은 이러한 로마법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제305조의 일반규정에 따라 소비대차를 낙성계약으로 파악하였으며, 현행민법은 이러한 독일민법의 태도를 따르고 있다.
4. 소비대차와 담보의 관계 : 소비대차는 금전 기타 대체물의 교부를 목적으로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대차는 금전소비대차라고 볼 수 있다. 금전소비대차는 추상적인 교환가치만 오고 가는 거래이기 때문에, 돈을 빌려받는 사람이 채무를 불이행하더라도 심리적으로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돈을 빌려주는 사람(대주)은 당장 상대방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위험의 부담이 크다. 따라서 친구관계, 이웃관계 사이에서 흔히 행해지는 무이자소비대차가 아닌 한 연대보증, 근저당을 통한 담보를 수반하는 것이 통례이다. 담보를 수반하지 않는 소비대차는 아무리 이자부소비대차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신용, 신뢰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며 위험성도 크기 때문에, 계약체결단계에서 차주가 조금이라도 신용, 신뢰를 위반할 때에는 대주의 주의의무, 보호의무도 그만큼 감경된다고 할 것이다.
5. 사회적 기능 : 소비대차는 은행, 신용기금, 종합금융, 증권회사, 투자신탁회사 등의 금융기관을 통해 금융자본가 및 중산계급의 자산증식수단으로 기능해왔으며, 산업자본가들에게는 사업자금의 유치수단으로 기능해왔다. 경제가 팽창할 때는 산업자본가들의 투자유치욕구와 금융자본가들의 자본증식욕구가 모두 팽창하기 때문에 소비대차가 활발해지나, 이로 인해 과잉투자가 이루어져 상품이 더이상 팔리지 않게 되면, 이제 소비대차는 거꾸로 자본가들을 파산시키는 도구로서 기능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국내산업자본에 대한 해외금융자본의 투자는 국가기관의 지급보증을 수반하므로, 자본의 연쇄파산은 국가의 재정파탄 및 부도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의 혈세(공적 자금)로 자본의 파산을 저지하게 되며, 이로써 소비대차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볼 때 공정한 소득분배를 왜곡하게 된다. 한편 서민금융의 차원에서 보면 소비대차는 자녀의 학비나 가족의 치료비 기타 서민계급의 궁박한 생활수요를 위해 주로 이용되는데, 차주의 궁박을 이용한 폭리행위가 심심찮게 행해지고 있다. 한편으로 소비대차는 경제적 무능력자의 낭비를 용이하게 만드는 제도로서의 폐해도 크게 갖고 있다.
6. 요건
1) 계약성립의 일반적 요건 : 당사자간의 의사합치 등 계약성립의 일반적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차주가 대주에 대하여 일정기간 금전, 어음, 증권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자기에게 이전하여주면 자기가 이를 사용한 후 일정시점에 이를 대주에게 다시 반환하겠다고 청약하고, 대주는 이를 승락해야 한다. 소비대차는 요물계약이 아닌 낙성계약이므로 차주가 금전 기타 대체물을 대주로부터 수취하지 않아도 합의만으로써 계약은 성립한다. 따라서 합의만 갖고서도 차주는 대주에 대하여 법적으로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2) 이율의 적정성 : 당사자간에 이자에 관한 약정이 있는 경우 그 이율은 이자제한법의 제한을 받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금리가 크게 상승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해외 금융자본의 자본거래 자유화 요구가 거세어지면서 1999년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었으나, 앞으로 이자제한법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3) 무이자소비대차의 경우 당사자의 해제권 : 무이자소비대차의 경우는 시혜적 성격이 강하므로 당사자에 대한 법적 구속력도 약하다. 따라서 차주는 물론이고 대주 역시도 금전 기타 목적물을 인도하기 전에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601조 본문). 물론 이때 차주에게 발생한 신뢰손해를 대주는 배상하여야 하나(제601조 단서), 이 경우 후속적으로 발생한 신뢰손해는 대부분 특별손해이므로 대주에게 예견가능성이 없었던 한 차주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제393조 2항).
4) 파산선고로 인한 실효 : 소비대차에서 대주는 항상 목적물반환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부담하기 때문에, 차주의 자력여부나 신용여부는 대주에게 있어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자기 재산상태가 악화되었을 경우에도 대주 입장에서 금전대여는 극히 어려워진다. 따라서 대주가 목적물을 차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당사자 일방이 파산선고를 받으면 소비대차는 효력을 잃는다고 해야 한다(제599조). 반드시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대주나 차주의 재산상태가 아주 악화되었을 경우에는 제599조의 입법취지에 따라 청약 또는 승락의 철회권이나 이행의 거절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다수설).
7. 효과
1) 대주의 목적물이전의무 : 대주는 차주가 금전 기타 대체물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목적물의 소유권을 차주에게 이전하여야 한다. 대주가 이전하기로 합의만 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이전하지 않을 시에는 차주가 대주에게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하고 자기 담보의 반환을 청구하거나 신뢰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이자약정의 유무를 불문함). 그러나 이 경우 차주에게 후속적으로 발생한 신뢰손해는 대부분 특별손해이므로 대주에게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차주는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제393조 2항).
2) 대주의 담보책임
a. 원칙 : 소비대차는 무상계약이 원칙이므로 대체로 증여의 하자담보책임(제559조)에 준한 책임만이 대주에게 인정된다. 따라서 대주가 차주에게 이전한 금전이 위조지폐이거나 유가증권이 하자 있는 것이라는 데 대해 대주가 악의로 침묵한 것이 아닌 한 대주는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제602조 2항 단서). 물론 차주는 반환시기에 하자있는 물건의 가액만을 반환하는 방법으로 목적물의 하자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제602조 2항 본문).
b. 이자부소비대차인 경우 : 만약 이자의 약정이 있었다면 대주가 선의이건 악의이건 간에 하자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데 대해 담보책임을 부담한다(제602조 1항). 따라서 이 경우 차주는 계약을 해제하고 대주에게 담보반환을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580조, 제581조). 다만 이러한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권리의 행사기간은 6개월에 한하므로 지극히 짧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제582조).
3) 차주의 목적물반환의무
a. 내용 : 차주는 대주로부터 받은 것과 동종, 동질, 동량의 물건을 반환하여야 한다(제598조). 만약 반환하지 못하면 채무자의 담보범위 내에서 이행이익 전체를 배상하여야 하며, 담보가 없을 경우 소위 '빚잔치'가 벌어져 채무자의 전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이 실시된다. 대개의 경우 차주는 잠적을 하거나 중요재산을 빼돌리기 때문에 대주는 해결사를 고용하여 차주에게 잔혹한 고문을 가하거나 물리적으로 복수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b. 반환시기 : 반환시기는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의 약정에 따르며(제603조 1항), 반환시기가 도래하기 전에는 대주가 임의로 차주에게 금전 기타 목적물의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차주가 담보를 손상,감소 또는 멸실하게 한 때, 차주가 담보제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 차주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 기한의 이익은 소멸하여 차주는 대주에게 금전 기타 대체물을 즉각 반환하여야 한다(제388조, 파산법 제16조). 더 이자가 싼 금전대차조건을 발견한 경우 차주는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려 할 수도 있으나, 대주가 이자를 통한 자산증식을 원하고 있었다면 차주는 약정된 반환기간까지의 이자를 다 붙여서 목적물을 대주에게 반환해야 한다(제153조 2항).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는 때 대주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차주에게 반환을 최고하여야 한다(제603조 2항 본문). 그러나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다면 차주는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다(제603조 2항 단서).
c. 반환불능 : 매우 드문 일이긴 하지만 통화개혁 등으로 동종, 동질, 동량의 물건을 반환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차주는 대주에게 불능으로 된 때의 차용물 시가로 반환하여야 한다(제604조 본문). 목적물이 특수한 통화이거나 다른 나라의 통화인데, 그 통화가 유러화도입 등의 이유로 반환기에 강제통용력을 잃은 때에는 다른 통화 또는 바뀐 통화로 반환하여야 한다(제604조 단서, 제376조, 제377조 2항).
d. 대물대차의 특칙 : 차주의 명시적 동의가 있어 대주가 현금 대신에 약속어음, 국채, 예금통장과 인장 등 유가증권 기타의 물건을 인도하는 경우(소위 대물대차), 현금차용액보다 훨씬 적은 가치의 유가증권을 대주가 차주에게 인도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다. 따라서 우리민법은 제606조에서 이 경우 차용액은 유가증권 기타 물건의 '인도할 당시 가액'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차주는 약정한 금액과 상관없이 대주에게서 목적물을 인도할 당시의 목적물 가액만 반환하면 된다. 이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이에 위반한 당사자의 특약은 환매 기타 어떠한 명목이라도 일정범위에서만 효력을 갖는다(제608조).
e. 대물반환의 예약에 관한 특칙 : 대주에게 차용물에 갈음한 대용물을 반환하기로 약정했다 하더라도 대용물의 가액이 예약당시 이미 차용액 및 이에 붙인 이자의 합산액을 넘고 있었다면, 차주는 대주에게 차용액 및 이에 붙인 이자의 합산액만을 반환하면 된다(제607조). 이 규정에 위반한 당사자의 약정으로서 차주에게 불리한 것은 어떠한 명목이라도 일정범위에서만 효력을 갖는다(제608조).
4) 차주의 이자지급의무
a. 내용 : 당사자가 이자의 약정을 한 경우 차주는 대주에게 약정한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돈을 빌려준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대주에게 금전대여의 대가로서 상당한 가치를 지불한다는 것이 정의롭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자는 금융자본의 입장에서 자기 투자의 대가인 동시에 자기 존립의 기반이고, 사회적으로는 침체된 경기의 활성화 내지 과잉투자 억제의 조절기능을 하게 된다. 따라서 차주의 이자지급의무는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와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경제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b. 이율 : 당사자가 약정한 이율이 있으면 이자제한법의 제한이율의 범위에서 그 약정이율에 따라 이자를 지급한다. 이율이 약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연 5%의 법정이율에 의한다(제379조). 물론 상사소비대차의 법정이율은 연 6%로서 그보다 약간 더 높다(상법 제54조).
c. 계산 : 이자는 원칙상 차주가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로부터 계산된다. 그러나 차주가 자신의 책임있는 사유로 수령을 지체한 때에는 대주의 이행제공이 있었던 때로부터 계산이 시작된다(제600조). 나중에 차주가 목적물을 반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주가 수령을 지체하였다면 차주는 채권자지체기간 동안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제402조).
d. 이자지급약정의 예외성 : 금전소비대차에 있어서 이자의 약정은 법률상 그 소비대차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자지급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추정되지 않는다(판례).
5) 차주의 담보제공의무 : 원본과 이자의 반환을 확보하기 위해 차주가 대주에게 연대보증이나 근저당 등의 담보를 제공하기로 약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담보제공약정은 소비대차의 약정에 부종하여 소비대차계약이 실효하면 함께 실효하게 된다. 간혹 대주는 차용액 이상의 가치를 갖는 담보를 차주로부터 확보하고서 차주의 채무불이행시 담보 전체의 소유권이 대주에게 자동적으로 취득된다는 약정을 체결하기도 하는데(유질계약), 이에 대해서는 제607조, 제608조의 제한이 가해진다. 따라서 대주는 담보를 정산하고서 차용액을 초과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이를 차주에게 반환해야 한다.
8. 준소비대차
1) 의의 : 당사자 쌍방이 소비대차에 의하지 않고 금전 기타의 대체물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경우 당사자가 채무자의 그러한 지급의무를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금전 기타 목적물의 반환의무인 것처럼 다루기로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제605조). 예를 들어 어느 시멘트회사가 건설회사에 시멘트를 납품했는데, 그 건설회사가 시멘트대금을 장기간 지불하지 않은 경우, 위 시멘트회사는 계산을 복잡하게 하지 않기 위해, 일정시점에서 시멘트대금 및 지연이자액을 합한 금액 1,000만원을 위 건설회사에 융자해준 것으로 한 다음, 일정기간까지 그 금액을 건설회사로부터 소비대차계약에 따라 돌려받기로 약정하는 것이다.
2) 법적 성질 : 소비대차계약의 성립 및 차용물의 내용이 기존의 계약관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기존채무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킨다는 점에서 경개와 공통점이 있으나, 소멸하는 기존채무와 새롭게 성립하는 신채무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경개와 차이점이 있다.
3) 효과 : 일반적으로 소비대차에 따른 법률효과가 발생하나(제605조) 기존채무에 붙어있던 담보나 보증 등은 새로운 채무에 그대로 존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