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이 거북으로 변한 사연
아득한 옛날, 어느 깊은 산중의 작은 암자에 한 스님이 살고 있었다. 스님은 늘 새벽녘에 일어나 불상 앞에 촛불을 켜놓고 성심껏 염불공양을 하였다. 맑은 목탁소리가 똑 딱 똑 딱 울릴 때면 새벽의 고요가 더욱 고요해졌다.
어느 날 새벽, 도마뱀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들어와 방바닥과 벽을 타고 다니다가 촛대를 넘어뜨려 촛불을 꺼트렸다. 스님이 다시 촛대를 세워놓고 촛불을 켜놓았으나 도마뱀은 또다시 촛대를 넘어뜨려 불을 꺼트렸다.
그날 이후, 도마뱀은 새벽마다 찾아와 스님에게 애를 먹였다. 스님을 곯려주는 일에 도마뱀은 큰 재미를 느꼈던 것이다.
도마뱀은 자신의 걸음이 워낙 빠른데다 벽이나 기둥을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마음대로 기어다닐 수 있기 때문에 스님에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불가에서는 살생을 금하기 때문에 설사 잡힌다 해도 죽임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스님은 성질이 느긋하고 마음씨가 너그러웠지만 번번이 도마뱀이 애를 먹이자 이윽고 화가 났다. 그래서 도마뱀을 잡아 단단히 혼내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녀석의 발걸음과 몸동작이 워낙 빨라 맨손으로는 잡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새벽, 스님은 방안에 큰 이불을 펴놓고, 옆에는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하나를 준비해두었다. 그러고는 여느 때처럼 목탁을 두드리며 경을 읊고 있었다.
그때, 어김없이 그 도마뱀이 나타났다. 도마뱀이 이리저리 기어다니다가 이불 위를 기어가자, 스님은 날쌔게 그 바가지로 녀석을 덮쳤다. 그로 인해 도마뱀은 바가지 속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스님은 한 손으로는 바가지를 누른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이불 홑청을 도려내어 바가지를 감싸 그대로 실로 꿰매버렸다.
도마뱀의 생각대로 살생을 금해야 하는 불가의 스님으로서 녀석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살려주기는 해야겠는데 그대로 풀어주면 또 찾아와 애를 먹일 것이 뻔했다.
"그래, 살려주기는 하되 녀석의 걸음을 최대한 느리게 만들어 놓자. 다시 찾아와 애를 먹이면 금방이라도 잡을 수 있게."
스님은 납작한 나무접시를 하나 구해 바가지에 대고 딱 붙여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 접시에 여섯 개의 구멍을 뚫었다.
"도마뱀아, 너는 지금껏 수십 차례에 걸쳐 부처님께 바치는 내 염불공양을 방해했다. 죄를 지으면 그 죄값을 받아야 마땅하느니라. 너는 자신의 빠른 걸음만 믿고 내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이제 너는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걷는 느림보가 되어 살아가야 하느니라.
접시에 뚫어놓은 여섯 개의 구멍 밖으로 너의 네 다리와 머리, 꼬리를 내놓고 기어가거라. 너보다 힘센 동물이 너를 잡아먹으려고 접근해오면, 빠른 걸음으로 도망쳐 갈 수 없으니 머리와 꼬리, 네 다리를 바가지 속으로 끌어들이거라. 어서 가거라."
도마뱀은 더없이 슬프고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마뱀은 여섯 개의 구멍 밖으로 네 다리와 머리, 꼬리를 내밀고 발길 닿는대로 느릿느릿 기어갔다. 바가지와 접시가 무겁고 또 불편하여 그 재빨랐던 걸음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느림보 걸음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갔다. 바가지 속의 도마뱀이 크게 자라나 등은 바가지에 딱 붙어버리고 배는 접시에 딱 붙어 버려, 오늘날과 같은 거북이 된 것이었다.
오늘날까지도 거북 등의 무늬는 그때 스님이 바가지를 감싼 이불홑청의 무늬 그대로이지요. 그리고 거북의 배는 왜 하얀 색깔일까요? 그때 스님이 바가지에 붙인 그 나무접시가 하얀 나무접시였기 때문이지요.
첫댓글 그럴듯하네요.
참 재미있네요. 말썽꾸러기 아이들도 좋아하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