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정복규 칼럼 2007.9.7.금
슬픈 노래는 슬픈 인생을 만든다
어떤 사이좋은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결혼 후 1년쯤 지나자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헤어지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그 이유를 나름대로 찾아보았다.
결국 남편이 노래를 좋아해서 퇴근 후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부르는 습관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제는 그 노래가 모두 < 이별 >을 예고하는 노래였다는 사실이다.
이별의 노래가 모두 13개가 되었다. 그것을 차례로 부르면서 젊은 부부는 그 노랫말에 늘 심취했다. < 이별 >이라는 주제에 푹 빠져 들었던 셈이다.
결국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 헤어지자 >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 부부는 스스로 ‘이별’이라는 씨앗을 마음속에 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즐겨 부르던 노래를 그만 두었다. 그 후 사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헤어지자는 말이 싹 없어졌다.
노래에도 기가 흐른다. 노래는 사람들의 감정을 희로애락으로 만든다. 그 노래의 기가 자신의 기와 일치하는 현상이다. 노래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기쁜 노래는 기쁜 사람을 만들고, 슬픈 노래는 슬픈 사람을 만든다.
평소에 자주 부르는 노래를 18번이라고 부른다. 18번 노래에는 그 사람의 정서가 깃들여 있다. 그 노래의 말이 상념으로서 마음에 작용한다. 그것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난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언어가 담긴 노래는 인생을 밝고 기쁨이 있게 한다. 그러나 부정적이고 퇴폐적인 언어의 노래는 인생을 어둡게 하고, 힘들게 한다.
운명도 노래처럼 변한다. 가수 인생도 노래에 따라 달라진다. 노래의 기가 자신의 기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어느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노래와 파장이 맞다는 말이다. 파장이 맞는 노래를 자꾸 부르다보면 그 노래의 말이 마음에 작용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은 현실로 나타나는 법이다.
가수들은 수많은 시간을 반복하여 자기 곡을 부른다. 그 사이에 스스로 노랫말에 동화된다. 그런 후 가사의 내용에 따라 행동이 변화되는 것이다.
‘해뜰 날’을 불렀던 가수 송대관은 무명의 설움을 딛고 일어서서 승승장구했다. 지금은 인기 정상의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그는 밝은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른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로 시작하는 「만남」을 불렀던 노사연은 그 후 네 살 연하의 이무송과 결혼하여 노처녀 신세를 면했다.
반면 부정적이고 슬픈 노랫말이 담긴 곡을 불렀던 가수들을 보면 대부분 슬픈 인생을 살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 '누가 울어’등 항상 슬픈 노래 말이 담긴 곡을 불렀던 배호는 노래 말처럼 운명을 같이 했다.
“때가 되면 오시겠지. 서러워 말아요.”가사의 「하얀나비」와 “간다 간다 정든 님이 떠나간다. 간다 간다 나를 두고 정든 님이 떠나 간다.”의 ‘님’을 불렀던 김정호는 33세의 젊은 나이로 자신의 지병인 폐병으로 요절했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의 「사의 찬미」를 불렀던 한국 최초의 여가수 윤심덕은 이 노래를 일본에서 취입했다. 그러나 귀국길에 애인인 극작가 김우진과 현해탄에 몸을 던져 진짜 사(死)를 찬미했다.
가수 김정호는 34세(1985년)에 폐결핵으로 숨졌다. 가수 유재하는 25세(1987년)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1990년대에는 김현식(1990년)과 김광석(1996년)이 모두 33세에 요절했다.
이들 요절음악가들은 모두 슬픈 노래만을 부르다가 일찍 우리 곁을 떠났다. 물론 그를 사랑했던 대중들의 열광은 요절을 계기로 오히려 폭발하기도 했다.
다음과 같은 노래는 절대 불러서는 안 된다.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나 떠나면 울지마/ 뒷산에다 묻지 말고 앞산에다 묻어주/ 눈이 오면 쓸어주고 비가 오면 덮어주/ 옛 친구가 찾아오면 나 본 듯이 반겨주/ 엄마 엄마 우리엄마 나 떠나면 설워마/ 음지에다 묻지 말고 양지에다 묻어주/ 봄이 오면 꽃잎 따서 가을 오면 단풍따/ 무덤가에 뿌려주고 내 손 한번 잡아주/ 아가 아가 우리 아가 부디부디 잘 가라/ 고통 없는 세상으로 훨훨 날아 가거라/ 가도 가도 끝 없는 길 어디에서 머물꼬 / 좋은 세상 만나거든 다시 태어 나거라/ 좋은 세상 만나거든 훨훨 날아 다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