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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6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916목] 결혼 이민자 취업 지원 다양하게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가 '결혼이민자 취업 지원을 위한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범 정부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결혼이민자 취업을 확대 지원하려는 취지이다. 공동협력 협약으로 전국 171곳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고용노동부 워크넷 내부망을 이용해 구직 상담과 취업 알선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개별 관리하던 결혼이민자에 대한 인력DB도 구축해 공동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근무하는 통ㆍ번역 지원사들의 진출분야를 전문화, 다양화하기 위해 경력과 실력에 따라 구분해 운영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가 6월에 발표한 외국계 주민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는 18만 명에 이른다. 2008년 3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다문화가정의 교육, 취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연간 예산이 760억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7개 부처와 자자체가 중구난방에 주먹구구식이어서 실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다문화가정 지원정책'에 대한 감사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혼이민자들도 어엿한 한국인으로 우리 이웃이라는 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2050년이면 전체 인구의 5%가 넘게 될 정도로 우리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그들을 버려두고 사회통합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들 대부분은 가난하다. 기회만 있다면 스스로 노력해 경제적으로 나아지길 원한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결혼이민자들은 우리나라 여성 못지않게 사회활동에 적극적이다. 통역요원만이 아니다. 적응과정을 거친다면 자신들의 사회ㆍ문화적 강점을 살려 얼마든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
결혼이민자들에게 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넘어, 한국인으로서의 당당한 존재가치를 심어주는 일이다. 최근 강릉의 가온누리도서관 도우미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김포시가 마련한 피부미용사 자격증반에 다니게 된 결혼이민자들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 이번 공동협력 협약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결혼이민자들의 일자리 제공에 실질적인 촉진제가 되길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916목] 불법적 고교등급제 적용, 고려대뿐인가
고려대학교가 200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교들 사이의 학력차를 반영하기 위해 수험생들의 내신등급을 보정한 행위는 사실상 고교등급제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창원지방법원은 어제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에 응시했다 떨어진 수험생 24명의 학부모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렇게 밝히고, 학교는 원고 각각에게 위자료 7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이른바 명문 사립대학들의 고교등급제 실시 의혹을 일부 확인했으며, 나아가 고교등급제의 부당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고려대가 의도적으로 일류고 출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고등학교별 학력 차이를 반영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합리성이 결여되고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 또는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부당하여 재량권을 일탈 내지 남용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입시 지원자들이 관여할 수 없는 출신학교의 학력차를 근거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고려대는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형방식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면서 등급제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특목고생 몇명을 더 뽑겠다고 고교 교육 전체를 왜곡하면서 ‘민족 고대’ 운운하니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고려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 사실상 고교등급제가 더욱 교활한 방식으로 확대돼왔다는 사실이다. 이번 소송이 제기된 이듬해인 2010학년도 고려대 신입생 중 외고 출신 비율은 18.6%에서 25.2%로 오히려 늘었다. 연세대도 19.2%에서 29.1%로 증가했다. 수시전형에서 외고 출신이 유리한 전형을 확대하고 수능성적만으로 뽑는 정시의 우선선발 비중을 늘린 탓이다. 날로 확대되는 입학사정관제 역시 사실상 등급제를 심화시킬 위험이 농후하다. 사정관제는 애초 개천에서 용을 찾아낸다는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등급제에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등 벌써부터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입시를 책임지는 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까지의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 공교육 정상화를 가로막는 일부 대학의 파행적 입시 운용을 막을 실질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916목] 고발 사건 3년 뭉개다 공소시효 넘겨버린 경찰관
경찰 중간 간부가 고발 사건을 받고도 3년이 넘게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뭉개 공소 시효가 끝나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과 소속 조사관 김모 경위(37)는 2007년 2월 경찰서 민원실을 통해 들어온 사문서 위조와 공금 횡령 관련 고발 사건을 사건 대장(臺帳)에 기록하는 정식 접수 절차를 밟지 않고 그대로 묵혔다가 2008년 7월에야 정식 접수했다. 김 경위는 그 뒤에도 수사는 하지 않으면서 고발인이 항의하자 '검찰에 송치(送致:사건 기록을 넘긴다는 뜻)했다', '(검사에게) 수사 지휘 건의(建議) 중이다'라는 가짜 공문을 각각 세 번씩 고발인에게 보내 마치 수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속였다. 김 경위가 시간을 끄는 바람에 사문서 위조 혐의는 공소시효 5년이 지나버렸다.
경찰은 고소나 고발 사건이 접수되면 그 사건에 일련번호를 매기고, 사건 대장에도 일련번호를 적으며, 각 경찰관에게 배당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중간 중간 자체 점검하게 돼 있다. 영등포경찰서가 자체 중간 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사건을 뭉개다 공소 시효를 넘겨버리는 이번과 같은 황당한 일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담당 경찰관이 혼자 사건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연유를 밝혀내야 한다.
고발인은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지난해 5월 영등포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진정을 했다. 그러나 영등포경찰서는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 담당 경찰관을 바꾸거나 징계하지 않고 김 경위에게 '진정이 들어왔으니 빨리 처리하라'고 주의 조치만 내렸다. 경찰은 1999년 고소·고발 사건 처리 과정 등에서 부당한 일을 당한 민원인이 호소하면 곧바로 처리해주겠다며 전국 경찰서에 청문감사관 제도를 도입했다. 경찰서 과장급 간부를 청문감사관으로 임명하고 감사관실도 경찰서 1층 현관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해 민원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청문감사관 제도가 헛돌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찰은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경찰이 늘 꼴찌를 하는 현실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이번처럼 경찰관 한 명 한 명의 잘못이 쌓여서 그런 결과를 빚게 된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0916목] 대입 전형료 멋대로 받아 멋대로 쓰나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학들이 전형료로 수십억원씩을 거둬 멋대로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임해규 의원이 2010학년도 대입 전형료 수입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중앙대, 고려대, 성균관대는 60억원 이상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홍보비를 제외하고는 사용처에 대해 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홍보비 지출에 대해서도 여러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용처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은 더더욱 떳떳하지 못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마나 홍보비는 전형료 수입 가운데 20~30%에 불과했다. 나머지 70~80%는 어디에 쓴 것인가. 국립대인 서울대와 경북대도 전형료 수입은 20억원에 못 미치지만, 공공요금으로 1억 2000만원과 4억 5000만원을 내고 기자재구입비와 직원 국외연수비로도 수백만원씩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료로 공공요금 등을 냈다는 것은 누구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사용처를 공개한 점은 다행스럽다.
대학들이 수십억원씩 전형료를 거둬들인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한 장사치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갑의 위치에서 어찌해 볼 수 없는 을의 처지를 악용한 것이다. 올해에는 ‘묻지마 수시지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시모집이 확대돼 전형료 부담이 더 늘어났다. 한 학생이 평균 3~4곳에 원서를 넣어 전형료만 수십만원씩 냈다.100만원을 넘게 낸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기왕에도 전형료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대학교육협의회도 여론을 의식해 2012학년도부터 원서 하나로 여러 대학에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원율이 높은 대학을 중심으로 반대가 극심해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교육과 학문 연구를 통해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더욱이 전형료 부담은 저소득층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요 차별일 수밖에 없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절감 방안을 찾지 못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됐든 공정거래위원회가 됐든 실사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여론의 공개법정에 전형료 수입과 사용처를 낱낱이 공개한 뒤 개선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916목] 한·아프리카 경협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국과 함께 떠오르는 아프리카(RISING Africa, together with Korea)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어제 오늘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 · 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에서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아프리카 지원을 향후 5년간 두 배로 확대하고, 1100만달러 규모의 '한 · 아프리카 경제협력 신탁기금'을 재원으로 한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의 중장기 개발계획 수립, 농촌지역 현대화, 산업 다각화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 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는 2006년 출범, 그동안 격년으로 치러져 왔는데 올해에는 아프리카 대륙 53개국 중 35개국에서 30명의 장관을 비롯해 총 150여명이 참석하는 등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관련 행사로는 최대규모란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종전까지 다소 소극적이고 원조에 치우쳤던 아프리카와의 경협을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관계로 전면 전환키로 한 대목은 주목된다. 우리로서는 새로운 시장과 자원 조달 라인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고, 아프리카 입장에서는 투자 유치를 통한 개발 동력은 물론 한국식 발전전략까지 동시에 얻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양측은 자원, 에너지 및 인프라, 농림수산업, IT, 중소기업, 녹색성장 등 6개 분야에서 중점적인 협력을 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아프리카 진출에서 크게 뒤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2007년 2.3%로 중국(8.7%) 등에 비해 상당히 낮은 데다 수출도 남아공,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교역액이 연평균 10% 이상 늘고 투자액도 지난해 5억7000만달러로 2년간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바람직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마침 우리 정부가 올해를 '아프리카 협력시대 원년'으로 선포한 만큼 이번 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와의 경협이 한 단계 도약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916목] 구의회 폐지합의 뒤집는 것은 정략정치
여야가 구의회 폐지 합의를 다시 뒤집은 것을 놓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전형적인 정략정치 행태라는 비난이 거세다. 여야는 지난 4월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안 가운데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의 구의회를 오는 2014년부터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만에 특별한 이유 없이 이를 백지화한 수정안을 마련해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모처럼 국민의 기대를 모은 구의회 폐지 합의를 몇 달 만에 뒤집은 것은 정치권이 국민을 위한 지방행정체제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정치적 이해관계만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여야는 지난해부터 현재 3~4단계인 지방행정체제를 단순 효율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까지 구성해 도 및 구의회 폐지방안을 논의해오다 우선 구의회부터 폐지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겨우 이끌어낸 합의를 다시 뒤집은 것은 비능률적이고 불합리한 구조로 돼 있는 지방행정체제를 바로잡기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정략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도시 구의회의 업무는 대부분 시의회와 중복되기 때문에 예산낭비와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무용론과 함께 폐지 여론이 거센 실정이다. 더구나 이권개입이나 인사청탁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리의 상당수가 구의회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구의회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야가 이 같은 현실을 잘 알면서도 구의회 폐지 합의를 번복하려는 것은 1,000여명에 달하는 구의원 자리를 지킴으로써 공천권 행사 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일부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구의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으나 해당구 출신 광역의원 등이 참여하는 구정위원회 등을 통해 기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더구나 구 단위의 이해관계가 걸려 해결이 어려운 사안의 경우 구정위원회나 광역의회에서 다뤄질 경우 도시 전반의 상황을 감안하는 균형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여야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야합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해 불합리한 행정체제를 바로잡는다는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 구의회 폐지에 대한 당초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홍권희(논설위원)-20100916목] 신한금융 넘버 1, 2, 3 그 다음은?
퀴즈 하나.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말한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쌓는데 20년이 걸렸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신이 회사 재산에 손실을 끼쳤다면 나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을 잃게 했다면 나는 참지 못할 것이다.” 추가 힌트.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이런 경영원칙을 갖고 있다. ‘우리의 밑천은 사람, 자본 그리고 그것이다. 한번 잃으면 되찾기에 가장 어려운 것이 그것이다.’
정답은 평판이다. 지난 2주간 신한금융지주의 수뇌부가 일전(一戰)을 벌일 때 신한금융의 평판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국내 금융산업을 선도하는 리딩뱅크의 유력한 후보가 추락하는 게 안타깝다.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교포들의 본국 투자를 기반으로 설립돼 10년이 안 돼 국내에서 가장 건실한 은행이란 평가를 얻었다. 당시 주인이 없는 다른 은행들의 은행장과 임원 인사는 정부 몫이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주인 있는 은행’임을 내세워 임원 인사 등에서 일반 은행들에 비해 정부에 덜 휘둘렸다. 관치(官治)를 덜 당하는 것만으로도 직원의 사기가 올라갔고 한발 빠른 영업으로 돈도 잘 벌었다.
성과관리 평가 보상시스템은 금융계 혁신의 교과서로 인정받았다. 조흥은행과 합병 후 ‘뉴뱅크’ 신한은행은 덩치를 제외하고 생산성 수익성 등 여러 면에서 1위로 평가돼 ‘한국 대표은행’에 뽑혔다. 2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도 적어 국제적 지위도 상승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과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간에 ‘결투’가 벌어졌다. 신한금융 ‘넘버 1, 2, 3’의 최고위가 벌인 싸움을 누가 말릴 겨를도 없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약점을 쥐고 있으며 양측의 후견 정치인들도 얽혀 있다는 등 소문까지 난무했다. 14일 열린 이사회는 1차전이었는데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신 사장 해임안을 상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신 사장은 결백을 주장하다가 직무정지를 당했다는 점에서 모두 패자가 되고 말았다.
넘버 1, 2, 3 모두 고소나 고발을 당해 자칫하면 전원이 법정에 설 수도 있다. 검찰은 경제에 대한 영향 등을 이유로 수사를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신한금융은 국내외에서 화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태 초기부터 금융계 일각에서는 ‘넘버 1, 2, 3가 모두 떠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이번 사태 관계자는 다 책임져야 한다”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언급 이후엔 두 L씨 등이 후임으로 거론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 임직원이 귀를 닫고 일에만 열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평판에 손상을 입은 금융회사는 또 다른 위기와 맞닥뜨리기 쉽다.
신한금융 사태를 지켜보던 전직 은행장은 감독당국의 개입을 자초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신한금융의 잘못된 관행이 드러나면 당국의 감독 소홀 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당국은 옳거니 하면서 신한금융에 손을 대고 인사에 개입하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도 싫다는 것이다. 진 위원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은행의 경영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데 정책 당국이 이를 지적하면 관치금융 소리가 나오니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개입의 예고처럼 들린다. 기업 평판 쌓기에 가장 열심이어야 할 넘버 1, 2, 3가 평판을 해치고 금융산업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평판 회복을 말하기는 이르다.
[중앙일보 칼럼-이철호의 시시각각.이철호(논설위원)-20100916목] 신한금융의 뒷모습
일본 혼다차를 세운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 그의 신화는 1973년 10월에 완성됐다. 오토바이에 집중해온 그는 공랭식(空冷式) 엔진에 집착했다. 후배들이 수랭식 자동차 개발에 성공하자 두말 없이 손을 들었다. 평생 동지인 후지사와 다케오(藤澤武夫) 부사장의 어깨를 툭 쳤다. “이제는 가야겠지. 어때?”(혼다) “그래야겠지요.”(후지사와) “돌아보면 괜찮은 인생이었어.” “저도요.” 두 사람은 말없이 일어나 나갔다. 그후 27년간 손때가 묻은 회사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절정의 시기에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퇴장했다.
정반대가 닛산(日産)자동차다. 혼다차가 세계로 뻗어나가던 1980년대 닛산은 내부 투쟁으로 밤낮이 따로 없었다. 이시하라 다카시(石原俊) 사장이 해외 공장을 추진하자 가와마타 가쓰지(川又克二) 회장의 반대에 부딪혔다. 25년간 닛산을 지배했던 가와마타는 이시하라를 배신자로 간주했다. 노조도 회장 편에 섰다. 내분의 앙금은 닛산 기업사(史)에 이시하라의 이름을 모두 지워버릴 만큼 깊게 쌓였다. ‘기술의 닛산’은 더 이상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르노자동차에 넘어갔다.
재일동포가 세운 신한금융은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안다. 신한종합연구소만큼 일본 연구에 정통한 곳은 없다. 그런 회사에서 골육상쟁(骨肉相爭)이 벌어졌다. 넘버 1~3위의 권력투쟁이 한창이다. 물고 물리는 고소·고발 끝에 신한지주 신상훈 사장이 직무정지됐다. 그렇다고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판정승도 아니다. 검찰 조사와 금융감독원의 검사라는 2차전이 남아 있다. 신한금융의 운명은 검찰과 법원, 감독당국의 손에 달린 형국이다.
신한금융의 심상치 않은 기류는 지난해 가을부터 감지됐다. 그해 9월 중순 신한금융 3인방은 일본신한은행(SBJ) 개설에 성공한 뒤 청와대를 찾았다. 일본의 복잡한 금융 규제를 뚫는 데 청와대의 도움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면담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게 탈이 났다. 퇴진이 점쳐지던 라 회장의 4연임에 갑자기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거꾸로 역풍도 거세졌다.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 자료들이 여의도 정치권에 넘어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올 봄 민주당은 “신한 사태의 배후는 영포라인”이라며 정치공세에 나섰다. 내부 갈등은 지역감정까지 얹혀져 외부로 번져 나갔다.
우리나라의 경영 승계작업은 자주 셰익스피어의 비극(悲劇)에 비유된다. 확실한 대주주가 없는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내부의 상처에 외부의 세균이 침입하면서 상처가 곪아터지기 일쑤였다. KB와 KT,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전임 경영자들이 사법처리되거나 압수수색을 받곤 했다. 이런 줄초상을 겪고 난 뒤에야 인위적인 경영 승계가 이뤄졌다. 주식 분산이 잘 된 기업일수록 외풍(外風)에 약한 것이 한국적 역설이다. 외부 야심가에겐 구미가 당길지 몰라도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하버드대 조사에 따르면 외부 경영자가 영입될 경우 내부 승계보다 경영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20%가량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미 신한금융은 치명상을 입었다. 누구보다 안정된 지배구조를 자랑해온 만큼 심각한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이사회의 결정은 무책임하다.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양측이 고소·고발을 취하하도록 압박한 뒤 내부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게 올바른 수순으로 보인다. 가장 합리적이어야 할 경영권 승계마저 외부 결정에 맡기는 건 리딩뱅크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퇴장의 전통을 가진 혼다차는 여전히 건강하다. 7대 사장으로 내려올 때까지 단 한 번도 잡음이 없었다. 끼리끼리 사장-회장-명예회장으로 돌아가며 안주(安住)하다 시들어가는 다른 일본 회사들과 다르다. 지금 신한금융에 절실한 것은 아름다운 뒷모습이 아닐까 싶다. 신한의 찬란한 신화(神話)의 완성도 퇴장의 미학에 달려 있다. 일본에 강한 신한금융. 검찰과 금감원에 신경을 쓰기보다 혼다의 기업사를 찬찬히 되새김질해 보았으면 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0926목] 덜 익은 한가위
누구나 추석이 오면 고향을 찾았다. 살찐 가을볕을 쬐며 조상 무덤을 깎았다. 잘 다듬어진 무덤을 어루만지면 불효를 용서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상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옛정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추원보본(追遠報本), 이는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출세한 사람은 낮에, 삶이 곤궁한 사람은 밤에 내렸다. 그래도 고향의 달만은 모두에게 둥글었다.
올 추석에도 사람들은 고향을 찾을 것이다. 고향에는 가장 큰 달이 떠오르고, 그 속에는 눈물과 사랑의 다른 이름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길들은 귀성객들이 점령할 것이다. 귀성의 기나긴 행렬은 어머니와 자식을 잇는, 고향과 객지를 잇는 흡사 탯줄 같은 인연의 끈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해마다 추석이 쪼그라들고 있다. 귀성객이 줄고 고향에 대한 생각들도 엷어지고 있다. 벌초를 이웃 또는 기관에 맡기고, 여행지에서 차례를 지내고, 심지어 ‘인터넷 성묘’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살아있으면, 목숨을 걸고 고향을 찾았던 일은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1974년 9월28일 용산역에서 ‘귀성객 압사사건’이 일어났다. 추석을 이틀 앞둔 용산역 광장은 귀성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개찰이 시작되자 귀성객들이 물밀듯 밀려들어갔다. 표 검사는 할 수도 없었다. 모두들 구름다리 위로 올라가 밀고 밀렸다. 순식간에 사람과 사람이 엉켜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비명을 더 큰 비명이 삼켰다. 계단에서 사람들이 쓰러져 밟혔다. 고향 열차를 타러가던 구름다리는 저승으로 가는 죽음의 다리가 되었다. 당시 언론은 4명이 사망하고 38명이 다쳤으며 ‘사상자는 거의 여공이나 가정부’라고 보도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사실이 저 먼나라 얘기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가 되어 있는,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추석은 명절 이상의 것이었다. 고향 가는 길이 힘들어도 그 속에 안기면 행복했다. 부모 품에서, 아니면 산소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눈물 이상의 것이었다.
올해는 유독 한가위가 덜 익었다. 추석이 빨리 온 데다 태풍과 호우로 물가가 치솟았다. 또 수해를 입은 사람들은 아직도 젖은 가슴을 말리지 못하고 있다. 안팎의 소식들도 우울하기만 하다. 그래도 어렵지만 고향은 찾을 일이다. 엎드려 하늘과 땅과 조상에게 감사하는 것, 그것이 나를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존 와일리(한국ING생명 사장)-20100916목] 한국의 젊은이
필자는 올해 61세다. 한국에서는 이 나이를 중시해 `환갑잔치`라는 것도 있다고 하니 새삼 세월의 빠름을 느낀다. 이런 필자에게 한국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새로운 자극이 될 만큼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질문하고 자신 있게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가 밝음을 느낀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열정이 무색할 만큼 근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최근 한국 청년층의 실업률은 8.3%라고 하니 똑똑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못 갖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기업은 높은 신입사원 퇴직률로 고민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고 한다. 기업과 젊은이 서로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래에는 많은 한국 기업이 인턴 제도를 도입해 젊은이들로 하여금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취업으로까지 연결시킨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도 금융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실전 경험과 글로벌 금융인이 갖춰야 할 소양을 쌓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이 금융인으로서 꿈을 펼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젊은이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실감한다. 짧은 기간이라도 젊은이들에게 경험을 쌓고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기업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인생 선배로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재능이나 열정을 타인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회생활은 단지 직장을 얻는 것이 아니라 꿈을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졌지만 `평생 직업`은 있다. 필자가 이전에 대형 보험사를 그만두고 작은 회사로 이직했을 때 사람들은 필자가 어리석다고 말했지만 그 회사에서 보냈던 2년은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그때의 경험들이 훗날 다른 회사에서 일할 때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회사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실을 보고, 평생 배움과 경력 개발을 위한 직업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중소기업 구인난과 청년실업이라는 한국 사회의 문제 또한 해결해줄 것이다. 한국 젊은이들의 패기와 순수한 열정이 사회 곳곳에서 꽃피우기를 기대한다.
[출처] 2010년 9월 16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작성자 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