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알프스를 다녀와서
LG전자 PDP사업담당
기획팀 김 정애
북알프스의 공식명칭은 "중부산악국립공원"이며 가장 인기있는 지역은 호다카
연봉으로 최고봉인 오쿠호 다카다케(3190M)를 중심으로 한 마에호다카다케(3090),
니시 호다카다케(2909), 가라사와다케(3103M), 기다 호다카다케(3106M) 등 5개의
연봉으로 이루어진 대암봉군이다. 북알프스의 등산기점으로 많이 알려진
가미고지는 우리나라의 설악동쯤으로 남쪽으로 다이쇼이케호수가 있고 주변에는
나무숲으로 이루어진 길이있어 산책하기에는 아주 좋은곳이다. 가미고지에는
산행기점으로 유명한 갓바바시와 우체국, 버스테미널, 켐프장 및 숙박시설이
자리잡고 있고 매년 4월경에 열리는 개산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가미고지는 매년 4월초순부터 11월 초순까지만 운영되며 동계시즌에는 많은
적설량으로 거의 폐쇄된다.
8/4(금) 밤 무더움
그동안 몇개월여간의 준비끝에 드디어 내일이면 북알프스행 비행기를 탄다.
해외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국내산행 준비할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다른날보다
일찍퇴근후 조금은 긴장된 발걸음으로 우리들의 요새(?)인 등산학교로 향했다.
어제까지 준비해놓은 장비며 식량·의약품 등을 다시한번 꼼꼼히 챙겨봐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짠짜르 짠 ∼ 등산학교에 도착하니 벌써 여러 선배님들이 나와계셨다.
그것만해도 더 바랄것이 없을것을. 푸짐한 다과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등산학교가 더 좁아지고 날씨도 찜통더위였다. 간단회 축하의 잔을
돌린후 더위를 벗어나고자 고심하던 우리는 구미역앞으로 가기로 의견을
일치시켰다. 역앞을 조금비켜서 옆모퉁이에 각자 신문지를 한장씩 펼치고
둥그렇게 원을 그리듯 앉았다.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서 선배님들의 충고와
애정어린 말씀을 들었다. 마치 부모가 길떠나는 자식에게 이야기 하듯이
조금의 걱정어린 한마디 한마디가 새어나왔다.
밤은 자꾸만 깊어가고 이제 서울행기차를 탈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
22:50분 선배님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시작한다.
"건강하게 잘 다녀와야해"라고 격려해주시면서....
1:20분이 되려면 아직 좀더 기다려야한다. 이럭저럭 이바구를 나누는동안
기차시간이 다가왔다. 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기차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기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8월 5일 토요일
서울에 도착하니 4:44분
우선 고픈배를 추스리기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뚝배기를 한그릇씩 해치우고
난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김포국제공항으로 향했다.
6:40분 김포공항 도착
한참동안 환전등을 끝내고나니 우리와 함께 가기로한 가이드분이 나타났다.
서로 인사를 나눈후 곧바로 병무신고, 공항이용료 티겟팅, 티겟팅까지 끝마쳤다.
이제 정말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짐검색에서는 무사히 통과되었다.
짐을 부치고 나서 조금의 여유를 면세점에서 물건구입으로 보냈다.
9:55분 비행기를 타기위해 다시 분주히 움직였다. 천천히 활주로를 벗어나는
기분을 만끽하면서 무사산행을 다시한번 기원해본다.
도야마 공항에 도착하니 11:45분이었다. 한국인관광객을 위하여 아시아나항공사의
직원한명이 공항에서 안내를 하고있었다. 한국사람을 보니 왜 그리 반가운지
덕분에 별문제없이 입국절차를 쉽게 마칠 수 있었다.
도야마의 풍경은 일본식 간판을 빼놓고 나면 우리나라의 그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이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속초쯤 된다. 해산물로 유명하다고 들었다.
12:10분 미리 예약해둔 미니버스를 타고 가미고지로 향했다. 가미고지로 향하는
동안 거리의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었다.
깨끗한 거리, 자연환경, 특히 좁은 1차선 도로를 잘도 비껴가는 넉넉한 마음.
그 좁은 도로를 하나의 불편함 없이 이용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현실이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도야마와 가미고지의 중간지점인 히라이온천에서 점심으로 우동을 먹었다.
우동이 원래 일본음식이라고 들었는데 우리의 입맛에는 맞지 않앗다.
기름이 무척 많이 들어있는 듯 보였다.
가미고지에 도착하니 17:25분이었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식사준비를 했다.
"먹어야 산행하제-."
가미고지에는 텐트가 빡빡하게 쳐져있었다. 거의가 학생들과 가족모임등으로
보였다. 내일부터의 실질적인 산행을 위해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8월 6일 일요일 맑음
부시럭 부시럭 텐트안에서는 벌써부터 깼는지 짐챙기는 소리가 가득하다.
그때가 새벽4시였다. 식사를 마치고 배낭패킹까지 마치니 5:50분이었다.
6:00시에 출발할 예정으로 모두들 담담한 표정이다. 일본인들은 대체로
정말 친절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적대감정만
가지고 있을게 아니라 더좋은 점을 본받아야할 것 같았다.
비교적 평탄한 길을 3시간정도 걷고 조금 경사진 길을 2시간정도 워킹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일본인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했다. 우리나라도
등산할 때 인사를 하긴하지만, 일본만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나의입에도 오전내 "오하이유 고자이마쓰"가 항상 붙어다녔다.
국적을 불문하고 역시 산다니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울
느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 산행을 하는동안 도꾸사와야영장을 지나
8:40분 요꼬산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여러가지를
이야기했다. 가이드 강철원씨의 "히야 맛잇나"하는 특유의 말소리와 함께
일어나기싫은 휴식의 자리를 겨우 일어서서 오늘의 목표를 향해 걸어갔다.
산노래 한곡 부르고 싶었지만 이곳이 이국땅이라는 생각과 주위의 조용함
때문에 결국 혼자 흥얼거리면서 터벅터벅 올라갔다.
11:10분 야리사와롯지의 시원한 냇가에서 일본에서 산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보고있어도 별로 군침이 돌지않는 도시락을 보면서 고추장과 참기름을
찾았다. 국내를 떠나올때 어떤 선배분이 얘기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일본에 가면 고추장하고 참기름은 필수델... 그것만 있으면 밥걱정 없다구."
하시던 말이... 지금 생각하니 정말 그말이 맞았는 것 같다.
저마다 "고추장. 고추장"하는 소리가 들리니 말이다.
일본의 냇물은 그냥 먹을수 있을만큼 깨끗했다. 시원한 것도 얼마나
시원한지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먹는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12시경부터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멀리 남아있는 잔설을 바라보면서 문득문득
여러가지 생각을 하였다.
등산의 좋은점중 하나가 산행을 하면서 자기자신을 되돌아 볼수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는 것일게다. 나만해도 그러니까
평상시의 바쁜생활속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스쳐지나간 나의 짧지만 소중했던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 헤치고 나아갈 미래의 시간을 설계하는 등산인의
하루는 푸근하며 더더둑 좋은 시간이다. 다시 일행의 껄껄거리는 웃음소리를
듣노라면 다시 악동이 된 기분이다. 지금시간은 1:45 겨울에 온 눈이 아직
덜녹은 덕분에 한여름에 눈도 밟아보게 되었다. 이 묘한 기분!
직접 경험하지 못한사람은 모를 것이다. 지쳐서 앉아있는 사람들 눈에도
흰눈(비록 잔설이지만)은 하나의 활력소가 되는듯 보였다.
설원위에서 폼 잰답시고 고글까지 낀 일행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배우처럼
보였다. 나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으로 덮인 얼음밑으로 흐르는 물로 갈증을 해소했다. 물이 얼마나
시원한지 가슴속에 썩어있던 찌꺼기가 모두 깨끗이 씻겨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한발한발 힘겨운 산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단체산행에서는 한명이 쳐지면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된다는 생각때문이었는지 저마다 자신의 힘든것을
모두를 생각하며 견디어냈다. 완전한 정신력과의 싸움이었다. 산행을
하기위해서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꼭 오르고야말겠다는 의지.
즉 정신력의 중요함을 다시한번 느꼈다.
조금 힘겨웠던 오후의 산행도 끝나가는듯 저멀리 야리가다케산장이 보인다.
야호! 신난다. 오늘밤의 보금자리. 야리가다케산장에 도착하니 15:40분이었다.
좀 쉬다가 17:00시에 저녁식사를 하였다. 이때 강철원씨의 일본인 친구가
주인인 덕분에 아주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제일먼저 먹을 수
있었다. 일본은 녹차를 우리나라의 물처럼 마셨다. 다행히 산장의 밥은
우리의 입맛에 맞아서 고추장 찾는소리가 덜 들렸다. 우리의 된장국과
비슷한 국이 나왔고 밥과 함께 특별메뉴 스파게티가 자주 나왔다.
국내산행에 비해서 일찍 산행을 시작해서 일찍 끝마치는 일본의 등산방식을
따른 덕분에 긴 밤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우리나라 산행은 어떤가! 일찍 산행을 시작한는건 같지만 지치도록
낑낑거리면서 땡칠이가 될 바로 직전에 가서야 한번쉬고 다시 걸음을
옮기고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자기자신과의 싸움.
인내심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등산방식도 좀 바뀌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 7일 월요일 흐림
5시 기상. 산장에서는 물이 귀해서인지 세수조차 금지시켰다. 결국은
수건에 물을 묻혀 고양이세수로 만족해야했다.
아침을 산장에서 먹고 6:15분 출발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오늘산행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워킹과 사지를 다써야하는 릿지로 정말 재미있다고 한다.
그말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다. 앞 10m가 겨우 보일듯 말듯한
운해속에서 완전무장한 우리일행은 정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운해로 뒤덮인 사방은 묘한 기분을 낳게 해주었다.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8:15분 남악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의 담벽에 기대어서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동행들의 모습을 보았다. 조금은 지쳐있었지만 웃음띤 얼굴은
나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었다.
남악산장에서부터는 더욱 힘든 릿지가 계속되었다. 바위가 대부분인
이 릿지에는 나무 한그루 없고 암벽만이 어우러진 그 위에 코스를
나타내는 노란색과 흰색의 페인트와 릿지 좌우로 나있는 절벽만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절벽밑을 바라보니 아득한 생각이 들엇다.
릿지에서 떨어지면 모두 즉사가 될 것 같았다. 무사하게 다 잘해주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사실 나자신이 제일 걱정되엇지만 11:45분
북수고악(3106m)이라는 나무로 된 표지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점심식사로 산장에서 사온 우리나라의 약밥 비슷한 도시락을 꺼내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일본우유가 무척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밥비슷한 밥은
해산물, 땅콩, 잣 등이 들어있어 영양가가 무척 많아보였다. 맛은 없었지만...
다시 릿지가 계속되었다. 바위를 타면서 서로를 걱정해주는 인간애가
더없이 따뜨하게 느껴졌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옮겨가는 릿지...
마치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압축시켜 놓은듯 했다.
삶을 살면서 때론 목표를 달성한 기쁨에 환호성을 치기도 하고 때론
힘들고 지쳐 눈물도 흘리면서 엮어나가는 삶의 이야기랑 너무나 흡사하게
느껴졌다. 저멀이 높은곳도 결국 자기자신이 가야하는 것이 바로 인생인
것이다.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몫인셈이다. 힘겹지만
한발짝 한발짝 하지만 신중하게 걸음을 옮기는 우리의 이마엔 어느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이길 수 있노라는
자신감과 함께 환하게 웃을 정상에서의 모습을 생각하며 또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호다카다케산장이 저멀리 보였다.
이제까지의 산행은 산행하기전에 세운 계획과 거의 일치했다. 이제까지는
별다른 문제없이 산행이 진행된셈이다. 모두 건강하게 이렇게 산행이
이어지니 무척 흐뭇하다.
호다카다케산장은 일본의 다른 산장들이 빨간색으로 지어져있는데 비하여
결이좋은 나무로 지어져 있었다. 산장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궁전같았다. 산장의 주위에는 한채의 텐트도 쳐져있지 않았다.
등산객들은 모두 산장안에서 밤을 보내는 셈이다. 옆에는 내일 오를
오쿠호다카다케 정상이 보였다. 햇빛이 내리비쳐 세상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산밑의 정경은 정상못지않게 새로운 무언가를 가슴에
안겨주었다. 산장앞의 조금 높게 만들어진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산장에서 일본인들은 말한마디도 없이 조용히 하였다. 우리 일행이
말하는 소리가 부끄러웠을 정도였으니까...
국제인이 되려면 이점부터 고쳐야할 것 같았다. 저녁 식사후 산장앞에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국내에서 올때 커피, 홍차를 빠뜨리고 와서
강철원씨의 커피맛을 보았는데 조금만 실수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둥그런 원을 그리며 앉은 모습은 무척 인간미가 넘쳐 보였다.
하지만 왠일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밤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8월 8일 화요일
새벽 4:30분 누군가가 "일출보러 가자!"하면서 나를 깨웠다.
"일출"이라는 한마디에 잠을 멀리 쫓아버리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는지 어둑어둑하였다. 어떤책에 보니까
오늘 일출시간은 5시 7분이라고 그랬는데 그러면 아직 많이 기다려야
하잖아! -5도나 되는 추위에 몸을 오돌오돌 떨면서도 떠오른는 해를
애타게 기다렸다. 여기저기서 사진셔트 누르는 소리는 들렸지만
5시가 되어도 해는 보지 못했다. 떠오르려고 하는듯 가장자리가
붉게 물든 광경만을 보는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아쉬움을 남기면서
아침식사를 하고 완전무장을 하고 6시 출발했다.
이곳이 마지막 산장이라고 생각하니 산장을 다시한번 눈여겨보게 만들었다.
정상을 오르는 길목에서 좀 더 일찍 출발할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을 서서 밀리는 모습을 보니 아까 일출볼 때 산행시작하던 사람들이
뭘 알긴 알고 올라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상을 오른다는 기쁨에 힘든줄도 모르고 발걸음을 옮겼다.
땀으로 젖은 옷과 얼굴을 바라보면서 정상이 멀지 않았다며 격려해주는
일행들과 함께 바로 저기 오쿠호다카다케(3190m) 정상이 보였다.
가슴은 벅찬 감격으로 가득찼다. 정상에 도착한 우리는 기념으로 회사기와
태극기를 차례로 꺼내 사진촬영에 들어갔다.
뿌듯한 이기분! '내가 결국은 해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은은한 미소를 띄운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어쩌면 올라올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았다.
조심조심 내딧는 발걸음은 마에호다카다케로 향하고 있었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는 봉이 있는데 이봉이 바로 마에호다카다케인 것이다.
배낭을 벗어놓고 올라갔다. 30분이면 올라갔다가 내려온다는 말을 듣고 기운을
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에호다카다케는 또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경사진 비탈을 오르면서 다시 주위의 경치를 구경했다. 내려가는 길은 무척
지루하게 느껴졌다. 다리도 뻐근해져 옴을 느꼈다. 가미고지에 도착후
온천할 생각을 하니 조금의 기운이 나는 듯 했지만 몹시 지쳐있었다.
14:20분 가미고지에 도착했다. 첫날에 하나 남겨두고 간 텐트가 그대로
있었다. 물건들도 그대로 있었다. 일본의 이런점이 부러웠다.
옷을 챙겨 기분좋게 온천욕을 하러갔다. 온천욕을 하면서 몸을 보니
온통 멍으로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어휴! 좀 조심해서 산행하지 이게 뭐야. 치마는 다 입겠다.
14:45분 씻어놓으니 모두들 이제 사람처럼 보인다. 씻기전 그게 사람의
몰골이었는가? 시꺼멓게 해가지고 땀냄새를 풍기던 몰골...껄껄껄
그때 모습을 생가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쇼핑센터에서 선물을 산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엔고가 정말 실감났다.
우리나라의 몇배가 되는 물건값은 선듯 물건을 사기엔 조금 손이 떨렸다.
원화와 비교하면 물건을 하나도 못살 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일본특유의 "쿵"맥주를 사왔다. 자판기에서 뽑을 때 쿵하고 떨어진다고해서
우리가 붙인 이름이다.
장작을 사와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캠프파이어기분을 냈다. 너무 좋았다.
우리나라에선 이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가운데 불을 놓고
빙 둘러앉은 우리는 기분좋게 한잔씩 마셨다.
우리 산악회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까?하는 문제와 함께 이번 산행의
준비를 하느라 수고하신 신장원씨의 노고에 박수도 보내면서......
밤은 깊어만 갔다. 조금 남은 불씨를 바라보면서 조금은 아쉬웠던
일정이 "좌르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이번 산행이 가이드와 함께 왔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걸렸다.
물론 덕분에 고생도 덜하면서 쉽게 지냈지만 가이드없이 우리 순수의
힘으로 등반했더라면 더 좋았을걸...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8월 9일 수요일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6:20분 가미고지를 출발 7시에 오기로 한
셔틀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정류장으로 갔다.
셔틀버스를 타고 도야마로 가면서 창밖을 내다보면서 이제까지의 산행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다. 결국은 무사히 끝낸데 대하여 뿌듯했지만
무언가 모를 아쉬움이 자꾸만 나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도야마에 도착하니 10시였다. 비행기시간이 되려면 2시간이나 남았다.
쇼핑도 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구경했다. 이윽고 출국수속이 끝나고,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여정이
조금 아쉽기도 하고 그곳에서 이야기할 꺼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설레인다. 파란하늘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웃음이 나왔다.
오기전 그렇게 걱정하고 준비했던 산행을 이렇게 끝마치고 간다고
생각해서일까?
처음에 갈까말까 망설였던 나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북알프스원정은
나에게 무척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물론 다른사람도 그렇겠지만)
매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4:20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의 냄새를 맡으니 좋긴 좋았다.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 정들었던 강철원씨와 여고선생님 한분과
헤어져야 했다. 비록 며칠간의 동행이었지만 강한 인간애를 느꼈다.
언제다시한번 볼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다시 대구행 국내선 비행기에 몸을 싣으며 정말로 뿌듯함에 눈물이
나올뻔 했다.
이번 산행은 나에게 있어서 실로 엄청난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언의 많은 것들을 배웠는 것 같다. 아마 내가 아줌마가 되고
늙어 할머니가 되더라도 이때의 소중한 추억꺼리를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마음의 키가 한뼘 더 자란 느낌이다.
'산처럼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하면서 산행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
카페 게시글
산행 계획 & 산행 후기
일본 북알프스 산행기(김정애)
류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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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3.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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