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수영을 다녀오고 나서 물을 한잔 마시고 책상앞에 앉았습니다.
아! 참고로 전 지금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입니다.
이번주와 다음주는 일이 없어서 쉬고 있습니다.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 2,3주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전 요즘 그동안 밀린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낮 시간의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쉽게 결심을 할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ㅎㅎ
만약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면,
금요일 저녁에 찐하게 회식 한판-담날부터 금주에 단식이야. 함서 말이죠?-하고
굶는 건 주말이나 쉬는 날 시작했을 겁니다....ㅋㅋ
아무튼 원래 아침을 거르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점심때까지는 그나마 견딜만 했습니다.
점심때가 지나서 처남 부부-근처에 삽니다-와 우리 부부 넷이서 같이 잠깐 외출했던 것과
집 뒤의 낮은 산 중턱에 있는 도서관에 실실 마실 같다 온 것 빼고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습니다.
아내가 처남부부와 일부러 밖에서 외식을 하고 들어왔는데,
가까이 오자 몸에 묻어온 음식냄새가 확 달려듭니다.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고, 절로 침이 고입니다.
혹시 내가 늑대인간이었다면 순간적으로 늑대로 변신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 레옹에서 타락한 마약국 형사 스탠스필드(게리 올드만)가
냄새로 상대의 거짓말을 안다며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의 아버지를 세워두고
코를 킁킁거리던 대목을 떠올리며, 아내에게 킁킁대다가 한 방 먹었습니다.
배가 고프니까 냄새에 무지 예민해집니다....ㅠ.ㅠ
4시가 지나자 몸과 정신의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약간 어지럽기도 하고, 일어서면 핑~ 돌기 까지 합니다.
공복을 달래려고 물만 1.8리터짜리 두 통을 다 비웠습니다.
아 좀 쉬어야 겠다 싶어서 침대에 누웠습니다.
10%정도 더 쉬어 주라고 했었던 말이 이래서 나왔던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누워서 한 숨 눈 좀 붙일까 했는데 워낙 배가 고파서 잠도 오질 않습니다.
애매한 선잠에 악몽까지 꾸면서 헛소리함서 10분을 누워 있었습니다.
참혹하다. 헛소리에 악몽이라니..흑흑..
오늘만 버티면 된다. 오늘만.을 되뇌이며 다시 책상에 앉아서
이번엔 전공서적이 아닌 가벼운 수필집을 꺼냈습니다.
집중이 안되니 가벼운 읽을 거리로 스트레스를 줄여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워낙에 배고픔을 잘 참지 못하는데다가, 배고프면 성질부터 내기때문에
아내는 제 짜증과 투정을 받아 주는라고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7시가 지났습니다. 8시가 넘어갑니다. 저녁때가 지나고 나니 더 배가 고픕니다.
"여보야! 혹시 우유는 마셔도 된대?" 하고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아내가 "잠시만" 그러더니 인터넷으로 찾아보더니
"하루 종일 물만 먹고, 굶으라는대..." 합니다.
"물 만?!?!...음...그럼 혹시 물에다가 뭐 타먹는 건 괜찮지 않을까?..ㅋㅋ"
되도 않는 헛소리가 나옵니다. 아내는 바로 무시합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영화를 보자고 하고 내리 두 편을 곰 플레이어로 봤습니다.
요즘 무료 영화 많이 나오거든요. 중간에 광고를 많이 봐야 한다는 게
흐름이 끊겨서 조금 짜증도 나긴 하지만 무료니까 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영화 내용이 잘 들어오진 않지만 그래도 시간을 보내고,
배고픔을 잊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 하늘이 노랗고, 기운이 없습니다. 진이 다 빠진 것 같고, 힘이 듭니다.
내일 수영은 어떻게 가나? 아침에 수영장에서 빠져 죽는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물도 지겹습니다. 허나 그 밖에 먹을 수 있는 게 없으니 또 물을 마십니다.
어서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자자. 그래야 내일이 올테니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우유부터 마셔야지.ㅋㅋ
아 내일 아침이 벌써 부터 그리워 집니다.
잠도 잘 안옵니다. 배가 고프니 잠도 안 오는 군요.
그래도 억지로 누워서 불을 끄고 잠을 청해 봅니다.
어서 빨리 내일이 왔으면...
첫댓글 정말 대단했어..엽야 최고오~~^^
ㅋㅋ 완전 우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