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비우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듯이 카메라의 대중화는 물론 이미지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디지털 시대에서 이와 일맥상통하는 말이 있다. 바로 “찍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뽑는 것”이란 말이다. 어디에선가 한번쯤은 들어봄 직한 말이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수긍력을 갖는 것도 분명한 사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귀차니즘과 미니홈피, 블로깅의 중독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카메라나 메모리를 PC에 연결한다. '추억거리' 가 될 수도 있는 아날로그적 출력물의 중요성을 잊은 채로 말이다.
하지만 아날로그적 출력물의 중요성과 가치를 외면하는 소비자들에게 언제나 한결 같은 정성으로
전도를 시도하는 디지털 기기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포토프린터.
우스게 소리로 열성만 놓고 보면 신도림역에 수많은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신자들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 그 중에서도 보급형 포토프린터의 기술력과 편의성은 극에 달했고 안 써주기엔
너무 아까운 기능성과 디자인적 매력까지 갖췄다.
물론 거저먹을 수 있을 정도의 착한 가격은 아니지만 요즘의 보급형 포토프린터에 눈길을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충분히 높아졌다. 그리고 침체된 포토프린터 시장에서 언제나 든든한 길잡이 역할에
해왔던 엡손이 새로운 길을 안내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잉크젯 방식의 보급형 포토프린터 신제품 '픽쳐메이트 PM210(이하 PM210)'을 살펴보고, 엡손이
제시한 ‘출력의 길’을 조명해보자.
혁신적인 디자인PM210은 전작 PM과 PM100과 전혀 다른 '디자인적 혁신'을 일궈낸 제품이다. 마치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캐릭터인 '프리터'의 3단 변신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전작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엡손 포토프린터의 상징적인 손잡이는 그대로지만, 두리뭉실한 느낌의 카세트 오디오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가을시즌 피크닉에 어울릴법한 도시락통 느낌의 사각 디자인으로 말쑥한 청년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다소 차가운 느낌의 메탈릭한 컬러 대신 소프트한 하늘색 컬러 윗면 커버가 채용돼 밝으면서도 한층 세련된 인상을 심어준다.
PM210은 보관시 215x152x145mm, 인쇄를 위해 커버와 출력 트레이를 펼칠 경우 15x339x261mm의
크기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한 디카 친구'의 컨셉다운 컴팩트한 크기를 갖췄다. 또 웬만한 노트북 정도의 무게(2.3kg)와 손잡이 덕분에 휴대성을 극대화시켰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전작 PM100에서 제공했던 배터리 팩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전원 케이블을 연결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PM210의 휴대성과 캠팩트한 크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만약 전기를 구경할 수 조차 없는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준비물 리스트에서 PM210을 과감히 빼야 할 것이다.
꼼꼼한 인터페이스PM210은 보급형 포토프린터임에도 불구하고 인터페이스만큼은 여타의 포토프린터보다 훨씬 꼼꼼한 편.
CF와 SD메모리는 물론 xD, MS/pro, MMC까지 지원하는 훌륭한 멀티정신과 여백의 유무 및 증명사진, 포토스티커 출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레이아웃 버튼, 그 밖의 전원 및 메뉴, 프린터 버튼 등은
높은 직관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지면과 출력 트레이의 간격을 약 20도 정도로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오픈 버튼에서는 PM210만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특징이자 장점이다.
뒷면에서 A/C 전원 케이블, USB 등을 연결할 수 있는 각종 단자와 함께 4색 통합형 잉크 카트리지
수납부를 볼 수 있다. 레버의 릴리즈(Relese)와 락(Lock) 선택으로 손쉽게 카트리지를 연결할 수 있는데, 처음 사용시 전원을 먼저 켜고 카트리지를 장착해야 인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교환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순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인식을 못하거나 오랫동안 멈춰있는 PM210을 원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욕심을 덧붙이자면 저렴한 개별 잉크 교환식의 카트리지를 채택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PM210은 2인치의 컬러 LCD가 채용됐다. 사용자는 이 적당한 LCD를 통해 PC없이 자동으로 색상을
보정하고 화질을 향상시켜주는 PhotoEnhance 기능을 비롯해 날짜, 언어, LCD패널의 명암 등 프린터와 인쇄에 관련된 각종 설정 메뉴를 직접 조작할 수 있다.
복잡하지 않은 단출한 메뉴 덕분에 단지 '예', '아니오'의 선택 능력만 가진 사용자라면 사용설명서를 출력을 기다리는 잠깐 동안 끓여먹는 라면 받침대로 활용해도 좋을 정도. 다만 시야각은 좋으나 빛 반사율이 다소 심한 편이라 야외에서 사용 시 메뉴 선택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뚝심과 능력은 그대로엡손은 본래 인쇄 방식에 있어서 염료승화방식이 아닌 잉크젯 방식만을 고수하는 뚝심을 보여주며 HP와의 2강 체제를 그려 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엡손의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다.
보통 잉크젯 방식은 염료승화방식에 비해 소모품 비용 등의 유지비는 좋지만, 화질이 떨어지고, 출력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PM210은 잉크젯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이 단점을 불필요한 선입견으로 전락시켜 버릴 정도의 화질(해상도 5760dpi)과 속도를 보여준다.
물론 PC 등의 구동 환경과 사양에 따라 결과값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PC에서 직접 출력시 약 55초 정도, 메모리 연결 출력시 약 62초, 픽트브릿지 출력시 약 80초 정도의 출력 속도는 잉크젯 방식으로써는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염료승화방식의 카트리지 리본 순서로 4회 이상 왔다갔다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단 한번의 이동으로 완벽한 결과물을 뽑아주는 잉크젯 방식만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걱정했던 코팅 문제 역시 결과물에 물방울을 떨어뜨려도 번지지 않을 정도로 만족할 만한 수준(최소잉크방울크기 3pl). 하지만 번짐은 없어도 얼룩 현상과 흠집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물이 묻었을 때, 휴지나 옷깃으로 닦을 경우 환상적인 잔기스를 경험할 수도 있으니 융이나 초극세사 등과 같은 깨끗한 천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카메라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픽트브릿지 기능은 이제 포토프린터의 기본이 됐지만, 블루투스 기능은 아직 포토프린터의 기본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때문에 PM210이 지원하는 블루투스 기능이 더욱 돋보인다.
비록 가격적인 문제 때문에 어댑터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경제적 여건을 떠나 블루투스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찍은 사진을 바로 인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보급형의 컨셉트를 가진 PM210에서 말이다.
잉크젯 방식의 영웅과거 잉크젯 방식 포토프린터의 대표격 브랜드 엡손과 HP의 두 제품으로 출력물 검증 테스트를 진행한 기억이 있다. 비록 현 시점의 기술과 제품에서는 결과가 다르겠지만, 그때 당시 물방울 번짐 현상에 힘없이 고개를 숙였던 HP 제품에 비해 보란 듯이 물방울을 움켜쥔 엡손의 포토프린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비록 엡손의 최신 버전 포토프린터 PM210이 얼룩과 흠집 현상까지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잉크젯 방식으로써는 최고의 출력 품질과 속도를 보여줬기 때문에 충분히 선택하고 만족할 만하다.
여기에 덧붙여 배터리 팩이나 개별 카트리지 채용, 그리고 더욱 컴팩트한 크기를 기대한다면 욕심일까? 아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엡손의 퍼포먼스라면 차후 제품에서는 충분히 이 모든 것이 가능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