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레길 .. 계남공원~서서울호수공원
‣ 사연 있는 두 개의 계남공원을 가다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좌측으로는 계남초등학교가 있고, 우측으로는 목동 11단지, 12단지 아파트가 있다. 아파트 지나 도로 끝에는 양천노인종합복지관이 있는데, 구로소방서와 신정네거리역 이정표와 함께 강서로가 나온다. 여기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바로 계남공원이다. 인도에 세워진 표지석이 참 재미있다. 좌측화살표는 구로구를, 우측화살표는 양천구를 가리킨다. 이 표지석을 중심으로 우측으로 2~3분 걸으면 엄밀히 말해 양천구 관할 직사각형 계남공원(제2공원) 표지석이, 좌측으로 1~2분 걸으면 구로구 관할 타원형의 계남근린공원 표지석이 각각 세워져 있다. 공원 이름이 통일되지 않은 사연이 궁금해진다. 지금부터는 편의상 계남공원으로 통일하여 표기하려고 한다.
우측으로 들어가면 일반 공원들이 갖추고 있는 다목적운동장과 배드민턴장, 농구장 같은 운동시설과 쉼터,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잘 돼 있다. 좌측으로 오르면 중간에 우측으로 테니스장이 있고, 조금만 더 오르면 신정배수지가 있고, 좌측으로는 우렁바위와 운동장, 쉼터가 또 있다. ‘우렁바위’에 대해서는 설명이 좀 필요하다. ‘계남’이란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있는 계양산(桂陽山)의 남쪽이라는 뜻이다. 등산로를 따라 가면 정랑고개를 거쳐 신정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정랑고개는 예전에 인천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고 전해진다. 신정산 정상에는 바위가 울었다 하여 ‘우렁바위’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들이 있다. 우렁바위는 ‘길마(안장)처럼 생겼다’ 하여 '길바위'라 불리우기도 한다. 1990년에 신정배수지 공사로 신정산 정상에서 현재의 자리로, 옛모습 그대로 옮겨놓았다.
우렁바위를 보고 내려와 등산로를 따라 걷는데, 태풍이 지나간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뿌리가 통째로 뽑힌 고목들, 키 큰 나무들이 두 동강이가 난 모습들, 여기저기 푹 패인 곳들, 그리고 공사가 중단된 채 물이 흥건히 고인 곳들. 그래도 이정표를 봐가며 신정산 끝길까지 갔더니, 길이 어정쩡하게 끝나고 되돌아오게 돼 있었다. 여기까지가 신정산 안에 조성된 계남2공원이고, 신정로 건너 장수산에 조성된 공원이 계남1공원이다. 계남공원은 현재 신정로를 사이에 두고 제1공원(신정3동 산115-7번지 일대)과 제2공원(신정3동 산106번지 일대)으로 단절돼 있다. 본래 하나로 연결된 산이었지만, 신정로 개설 등 개발사업의 영향으로 공원이 2개로 나눠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두 산을 다시 잇는 공사를 하고 있다. 그 동안 신정산에 서식했던 동물들은 산자락이 잘려서 서식하는 범위나 이동 거리가 줄어들어 생존에 위협을 받았고, 주민들 역시 좀 더 긴 호흡의 산행이 필요했던 것이다. 계남공원 생태통로는 금년 10월에 완공된다. 잦은 비로 완공 계획이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조감도 그 이상의 멋진 생태로가 복원되기를 바란다.
계남2공원을 둘러보고, 신목동 3단지와 4단지 방향으로 내려오면 바로 건너편에는 신트리 테크노타운 빌딩이 있는데, 바로 옆이 계남1공원으로 올라가는 입구다. 입구는 아주 평범한 오르막길이었지만, 산속에 들어가니까 전혀 도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산 정상에는 ‘장군정’이라는 팔각정이 있었는데 2002년에 서울의 우수조망명소로 지정이 됐다. 뜻밖에도 북한산,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남산, 용마산, 아차산까지도 보이는 곳이었다. 양천구 신정동과 신월동은 1914년까지 ‘장군소’라고 불렀는데, 목동에서 나라의 말을 키우면서 말타기와 전술적인 훈련을 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많은 장군을 양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팔각정 이름이 장군정인가보다. 팔각정에서 신남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오니까, 신월재개발지역이라는 것을 금방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허름한 주택과 골목들이 나왔다.
큰길로 나가면 신월지하차도가 나온다. 마침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지상 횡단보도가 설치돼서 중증장애인, 노약자 및 일반주민의 이동 불편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계남1, 2공원 둘러보기로 끝나지 않고, 신월지하차도로 나와 남부순환도로로 진입하게 된 것은 바로 신월 인터체인지에 있는 서서울호수공원을 가기 위해서였다. 마치 항구로 향하는 선장 같았다. 남부순환도로 좌측으로는 국내 최초의 노인 전용공원인 ‘오솔길 실버공원’도 눈에 띄었고, 서서울호수공원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서 공원 주변에서는 접근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여름 서서울호수공원에 처음 갈 때는 버스를 몇 차례 갈아타고 상당히 지루하게 찾아 갔었는데, 양천구청역 2번 출구로 나와 계남2와 1공원을 나와 이렇게 가깝게 연결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 공원들을 지나 산책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서서울호수공원
서서울호수공원이 자리한 신월정수장은 1959년 김포정수장으로 시작돼, 2003년 10월 1일 가동을 중단하고, 신월정수장 부지 13만6,722㎡와 임야 8만1,224㎡를 포함하여 총 21만7,946㎡(약 6만5,900평)에 인근 능골산 일부를 더해 2009년10월 26일, 50년 만에 총 22만㎡ 규모의 대형 테마공원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공원 시설로는 신월야구장과 축구장, 그리고 이름부터가 왠지 서구적이고 낯선 몬드리안 정원, 배드민턴장이 있는 다목적 운동 공간, 소리분수가 있는 호수, 백인의 식탁이 있는 열린 풀밭, 산책로 등으로 잘 조성돼 있다. 공원 전체를 산책로로 연결했기 때문에 한 군데 자리를 정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마치 공원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생기와 활기, 동적 생동감으로 야릇해진다.
이곳에서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처음에 도착하여 워낙 다양한 산책로가 많아서 어디 먼저 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거의 5분 간격, 빠르게는 2~3분 간격으로 비행기가 낮게 지나가곤 했다. 요란스런 소음, 내지는 굉음 때문에 공원에 대한 환호가 물거품이 돼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분수가 '장엄'하게 솟구쳤다. 짧은 불평을 뒤로 하고, 카메라에 담으려다 그만 실패하고 말았다. 분수가 솟는 시간대를 몰라 다시 뿜어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분수가 일정 간격으로 솟았다. 그러는 사이 항공기 소음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산책이 다 끝난 다음에야, 직원으로부터 항공기 소음이 81dB을 넘어서면 41개 분수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소리분수라는 것을 알아냈다.
공원입구 안내판에서부터 관심을 끌었던 몬드리안 정원(Mondrian Garden)은 기존 정수장 침전조를 이용해 몬드리안 구성 기법(곡선을 사용하지 않고 직선만을 사용하는 미술가의 이름을 땄다)으로 조성된 다양한 수평, 수직 구조의 특이한 정원이었다. 화려한 영상물과 음악으로 발길을 멈추게 하는 미디어벽천도 놓쳐서는 안 될 이곳의 보물이다. 정원 한 켠에 세워진 비! 공적비 비슷한 거겠지,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많은 눈요깃거리에 그냥 묻혀갈 뻔했는데, 오히려 단순한 문장에 끌려 들여다 봤다. “우리는 서서울호수공원 하나를 위해 함께 모였고, 그리고 묵묵히 인내하며 일했네. 그걸 간직하고자 이곳 작은 터에 새겨두네.”
지금까지의 들뜬 기분과는 다른, 뭉클함으로 나머지 시설들을 둘러보았다. 수생식물원과 하늘정원, 생태수로, 산책로 주변으로 직경 1m의 수도관으로 꾸민 재생정원과 큐빅 놀이터, 물놀이장, 100인의 식탁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한 호수공원은 이곳에서 끝나지 않고, 바로 뒷산 능골산으로 연결이 돼있다. 계단을 올랐더니 또다시 다목적 운동장과 등산로가 기다려주고 있었다.
계남공원 산행을 마친 사람이라면 호수공원에서 가벼운 산책과 음악, 솟구치는 분수로 여독을 풀고, 호수공원으로 먼저 달려왔다면 능골산 산행을 시도해도 좋을 것 같다. 신월1·4·7동 주민들이 서서울호수공원을 편안하게 이용하도록 경인고속도로, 남부순환로 및 신월IC를 통과하는 보행로를 정비하고 있어서, 보행로가 완료되면 이 지역이 아직은 낯선 사람들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 계남공원에서 서서울호수공원 가는 길
양천구청역 2번 출구에서 직진하면, 계남2공원~계남1공원~신월지하차도~남부순환도로 진입~신월인터체인지~서서울호수공원.
2. 서서울호수공원 가는 길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이나 5호선 화곡역에서 하차.
버스는 380, 6014, 651, 652, 653, 603, 640, 6625, 6627, 6211 등 김포공항 방면으로 가는 버스는 거의 모두 가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