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봉산행기

(다른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놓았습니다)   일상의 권태로움을 벗기 위해, 약간의 설레임으로 일어나 새벽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노을빛을 곳곳에 뿌려놓은 듯 했습니다. 아니 노을빛이 있는 하늘에 구름이 잔뜩 있다는 표현이 훨씬 잘 어울리는 새벽 하늘이었습니다. 상서로운 조짐 같기도 하면서 아무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런 아침에 산행을 한다는 사실에 약간 흥분했지요. 단체모임에서 내가 5분 늦으면, 40명 전체의 5분을 뺏앗는것같아 항상 서둘러 나가야 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모임장소로 나가고 있는데, 혹시나 늦잠이나 자지않을까 하는 염려로 건설회사 박소장님의 morning call은 충분한 감격이었습니다. 어떤 모임이든 적극적인 사람과 소극적인 사람, 그리고 일찍 나오는 사람과 늦게 나오는 사람이 있는걸 보면 시간이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앞사람이 빠져나가야 뒷사람이 가는 그런 수직이나 수평의 질서같은 그런 개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침 여섯시가 되자 거의다라고할 만큼의 인원이 모였습니다. 마치 산앤들이라는 강력한 자석 끝에 달라붙은 쇠붙이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말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기사의 방송멘트에 잠이 깼습니다. 순간 창가로 비친 금강 휴게소 풍경은 온전한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그런 분위기에 바람까지 불었습니다. 하지만 8월 12일이면 한여름의 정점이고, 더위의 한 복판에 있는 날이기에 어쩜 이런 날이 간단한 산행은 훨씬 즐거우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근히 속으로 약간의 비만 뿌려주면 금상첨화겠는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맑고 깨끗한 물이 끝없이 흐른다’ 하여 물한勿閑 계곡이라고 했다는 이름과 무지막골이라는 또 다른 이름에, 나는 참 재미있는 지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비를 입을 때 참 재미있을거라는 느낌과 어렸을 때는 많은 비를 맞기도 하고, 비를 피해갈 수 있는데도 일부러 비를 맞으면서 길을 걸었던 추억에 은근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시대에 소설가인 공초 오상순과 수주 변영로는 종로에서 비오는 날 옷을 홀라당 벗고 지금의 부천까지 걸어왔던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실제 몇 년 전 부안에 있는 도예하는 제 친구도 비오는 날(그는 “척척한 날”이라고 꼭 표현한다)에 술을 마시면 꼭 옷을 벗는 습관 때문에 황당했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였지요.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는통에 옷을 들고 뒤따르는 나는 가끔 팬티가 빠져나가는 것도 모르고 옷을 건네준적도 있었습니다. 노팬티바람으로 집에 간 그 친구는 아내로부터 팬티를 잊어먹은것에 대하여 심한 추궁을 받고 갖가지 변명을 늘어 놓지만, 그의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비는 계속 내림니다. 하염없이 내리지만, 아주 곱게 내립니다. 빰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오히려 비장한 각오를 하게 합니다. 산행에 앞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는데 마치 무슨 스키부대차림도 아니고, 아무튼 가관이었습니다. 배낭을 메고 우비를 입어서인지 모양새는 매우 우스꽝스럽고, 엉거추춤에,  근심어린 표정에, 정말 갖가지 표정이었습니다. 항상 등산로 입구는 하나같이 볼품없는 풍경입니다. 대부분 국립공원 또는 상수도 보호지역이라고 이름을 붙여놓고, 개발을 규제합니다. 조잡한 건물에 거의가 중국제나 베트남산 기념품을 모아놓고 파는 가게나 전국 어디나 똑같은 풍경의 식당. 주차장에 있는 그리고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화장실. 주류회사에서 제공하는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 (언제부터인지 운치있는 평상이 사라져가고 있다). 거기에 어김없이 나오는 파전에 맛대가리없는 동동주. 주인은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고스톱을 치는 풍경도 어김없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었던 것은 우스꽝스러운 장승에 남자의 거시기(?)를 박아놓은 것이 그나마 일탈된 풍경이었습니다. 그런 식당 주인이 멋져보입니다. 제가 등산 지팡이로 두드리니까, “부러지면 어떻할려고 그래요?” 뒤에 따라오는 뚱한 아줌마가 위트를 던집니다. 꼬리를 물고가는 일행의 모습이 마치 무슨 피난행렬이나 아니면 패잔병의 퇴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이라 할 수 있을만큼 하얀 우의를 입고, 거기다가 산중은 이미 어두워질대로 어두어진 상태라 흰옷의 긴 행렬은 정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합니다. 작은 폭포수에서 나는 물소리가  산행의 시끄러움을 삼킵니다. 가끔 수풀의 움직임속을 유심히 관찰하면 산두꺼비가 느리게 움직입니다. ‘살아있어 정말 다행이군아’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보신용으로 포획된 동물들이 씨가 말라가는 세상에 아무 보잘것없다는 이유로 그래도 목숨을 보존해가는 것이 여간 다행입니다. 환경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때는 여름에 산에 가면 그래도 뱀 한 마리라도 보고오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 징그럽다는 뱀도 그리운 시절이니. 사람들만 사는 지구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종이 때문에 1초에 축구장크기의 숲 하나가 없어진다고 하니 언제가는 이런 나무숲도 볼 수 없는 날이 오겠지요. 저는 선두와 뒤에 따라오는  일행과의 거리를 유지해가면서 혼자 산행합니다.    비가 옵니다. 하염없이 내립니다. 저는 아이포드를 커내 이어폰을 귀에 꽂습니다. 비는 계속 내립니다. 쉽사리 멈출 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후덥지근함을 씻겨주는 그런 기분을 들게 합니다. 슈만의 12개의 시 中 ‘남모르는 눈물’과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흘러 나옵니다. 빗줄기는 더 굵어 갑니다. 정말 음악이란 ‘이런 맛에 듣는구나’할 정도로 분위기와 음악이 어우러져 산행의 발걸음이 신비함마져 느껴집니다. 두 번의 산행이지만 나름대로 터득한것이 있다면 먼저 산을 올라갈때는 묵언으로 가능한 한 일행에서 약간 떨어져 혼자걷는것이 최상의 방법이고, 내려갈때의 발걸음은 정말 한 발 한 발 내딛을때 여기를 밣을까 저기를 밣을까  걸음마다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을 내려갈때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정상에 마치 고지를 탈환한것처럼 깃발을 꽂고 싶어, 봉우리 아래에 있는 운무를 내려다 보면서 세차게 내리치는 빗줄기를 맞으며 뽐을 재고 있는데, “여기가 정상이 아닌데요.” 라는 말에 마치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수박 화채를 그 정상아닌 정상에서 먹는 그 즐거움을 주신 그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삼도봉!!! 용을 조각한 조잡한 형상물이 만행처럼 보입니다. 도대체 조그만 푯말하나면 족하지 이렇게 정상을 깔아뭉게고, 그 위에 삼도의 인접된 군수와 문화원장의 서명을 적어 넣고 마는 행위야말로 한 줌 되 안되는 명예를 이 조국의 운명과 함께하겠다고 나서는 꼴이 심사를 뒤틀어놓았습니다. 지구의 0.01%도 차지 못하는 적고 아주 작은 이 나라에 3개도가 관계하고 있다고 그것을 기념하고, 다시 중국산 대리석으로 조잡하게 조각하여 세워놓은 가증스러운 꼴이라니. 정상을 정복한 기념으로 산악대장님은 참외와 사과가 나오고, 인어공주(아이디)님은 밤이 들어 고구마를 가지고 오고, 얌치(?)님과  산앤들 사모님은 맛있는 김밥을 가져오고, 소장님은 커다란 빵을 가져오시고, 또 어떤 분은 삶은 계란을 가져 오시고, 너무 많은걸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쳐 순간 춥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추위가 마치 지난 여름에 맛있게 먹었던 시원한 아이스크림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려가는데 비바람에 나무가 거세게 흔들렸습니다. “소장님!, 마치 길가에서 꽃을 들고 환영해주는 인파같이 않아요?” 소장님은 박장대소합니다. 인어공주님과  박소장님. 이번 등산에서 자연스럽게 한 조가 되어 내내 웃을 수 있었다는 사실. 마음 깊은곳에 자리합니다. 산을 내려갈 때,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항상 선택의 순간이었습니다. 어디에 발을 내려 놓을까. 잘못 밣아 발이라도 삐끗하면. 지금까지 살아온 하루 하루를, 한 발 한 발에 대비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생의 나날도 이 산을 오르고 내릴때의 발걸음보다 많았을텐데, 잘못된 결정으로 헛점많은 중국산 제품처럼 되버린 인생. 이제부터라도 하산할때처럼 신중한 발걸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A name="[문서의 처음]"></A>  왜 산을 오르는 걸까요? 저는 산을 내려오면서 정상아닌 정상에서 수박화채를 주신 분과 선문선답을 했지요. “참 이상한것 같아요.” “......” “밤새 마신 술 때문에 다음날 술을 마시면 성을 갈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해도 퇴근시간만 되면 술 생각이 나니 말이예요. 그런 의미에서 술마시는 것이 꼭 산행하는 것과 같은것 같아요.“ “......” “산도 올라갈 때 너무 고통스러워 다시는 산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내려올때 언제 그런 생각을 해냐는 듯 깡그리 잊는단 말이예요.“ “올라갈 때 30분만 고통스럽지요.” “아무리 힘들어도 다리 근육이 풀릴때쯤이면 산이 그리워질것 같아요.” “그래서 주말이면 산을 찾겠지요.”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불어난 물 때문에 물떨어지는 소리가 커져갔습니다. 두꺼비도 한 마리, 또 한 마리, 벌써 3마리째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폭포까지 가려면 얼마나 가야 하나요?”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폭포를 물었습니다. 올라가면서 내려오면서 보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곤고(困苦)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대답한다는 것이 “물 떨어지면 다 폭포지요.” “......”  갑자기 환해졌습니다. 굵은 빗줄기는 어느새 가늘어져 있었습니다. 입구에 있는 가게는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이 파전에 동동주를 마시고 있고, 올라갈 때 보았던 고스톱치는 주인 아저씨는  계속 고(go)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산에 오르면 내 성을 갈겠다는 굳은 각오와 의지를 노인봉 봉우리에서 그리고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다짐했건만, 이렇게 또 속없이 삼도봉까지 따라와서 0.9km가 남았다는 표식에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라는 표현처럼 만만한 산은 이 세상에 눈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깨달음을 얻었을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습니다. 0.9km. 900m가 남았다는 이야기인데,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나무로 된 계단을 하나 하나 세면서 걸어갔습니다. 하나에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하나’, 둘에 듀오 훼밀리인 ‘뚱과 뚱의 그림자인 또 다른 뚱’, 셋에 마치 트리오같은 ‘산앤들 사장님,어쭈구리님, 摩斧爲針님’. 넷에 네자로 끝나는 ‘인어공주’님, 다섯에 항상 상대편을 기분좋게 하시는 ‘성실한 사람’님 이런 식으로 계단 하나 하나에 일물일어(一物一語)식으로 의미를 부여 해갔습니다. 그런데 끝이 없었습니다. 열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생각하고, 열넷에서는 철학적인 말로 마무리 했습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난다’ 는 열 네자인가요. 백하나에서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미친 거지를 생각했습니다. 부역번호가 101번인 번호를 '백한번'으로 불리다가 다시 '백한방'이라는 말로 바꿔치기 당하고, 그것이 죽을때까지 그의 이름이 돼버린 슬픈 그의 이력. 제기랄! 그냥 생각없이 계단을 올라가기만 하면 정상이 나오는데, 이게 뭐야. 아니 지식의 한계가 저를 절망스럽게 했습니다. 책과 산 인생이 얼마이고, 하얀 밤을 맞이한게 은하수의 별만큼이나 많은 무량의 나날들인데, 읽고 모은 책이 조그만한 서점을 차리고도 남는데, 그 동안 책을 사들인게 일억원도 넘는데, 숫자 156에 끝나다니, 저는 156의 숫자에 1982년 11월 10일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 숫자는 제가 군에 입대한 날이기도 하지요. 분명 0.9km가 남았다는 표식에서 시작된 계단의 숫자가 156개였습니다. 그 숫자는 제 전투경찰 기수와 똑 같았습니다. 무슨 우연이람, 아니면 기연인가? 그런데 길이 약간 꺾이자 또 다시 계단이 나와 다시는 계단을 세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시 결심합니다. 헉헉거리면서 가니까  S라인의 여자가 누워있을때 그려지는 움푹패인 잘룩한 허리부분에 산악대장님이 해산의 고통으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왠 해산의 고통이냐구요? ‘쥐’가 났습니다. 산앤들 산악대장님이 그것도 어쭈구리님이 쥐를 낳는다? 아무튼 산앤들 회원들만 아는 대외비로 해야겠지요. 지난 밤에 사모님과 찐한 로맨스(?)가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이니까요. 쥐가 나는 원인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평상시 산행을 하지 않았거나, 무리하게 힘을 써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나갈때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요. 뭐 잘 아시겠지만 산악대장님이야 산행이라면 타고난 그야말로 등산가 아닙니까. 그런데 쥐가 났다는 것은 분명 전날 밤 에로틱한 꿈을 꾸었거나 그 에로틱한 방법을 실행했거나, 그쵸?  저는 산을 정말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기좋은 아니 조망권이 확보된 곳에서 사물이 잘 배치된 정물처럼 아침에는 운무가 중턱에 걸려있고, 오후가 되면 태양을 약간 비켜선듯한 위치에서 산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 그런 산을 바라보는것을 좋아합니다. 숭고하고 성스러운 히말리야산을 가장 가까이 보려면 웨스턴 벵골의 다르질링(해발2,134m) 에서 11km떨어진 타이거 힐에서 보아야 하고, 에도명소도회의 찻집에서 후지산을 보아야 가장 아름답게 보듯이 저에게 있어 자연은 산수화가 걸려있는 거대한 화랑입니다. 저희 고향집에서 바라보는 변산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변산의  두리 변(邊)처럼 태백산맥이나 노령산맥의 줄기도 아닌 변방에 뚝 떨어진 그런 산이지만  백제 무왕때 창건 되어진 개암사의 산변을 타고 줄포쪽으로 산줄기가 이어지면서  다시 산줄기는 곰소(내소사)쪽으로 뻗어 갑니다. 겨울에는 북서풍의 매서운 바람을 막아주어 평화로움을 더해주는 산이지요. 아침이면 산 중턱에 걸린 운무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케하지요. 거기다가 붉게 물든 석양을 보노라면 남태평양의 섬에서 보았던 노을 보다도 훨씬 아름답지요. 아마 그런데서 산은 등산보다는 그림을 감상하듯이 대하는 사물이라는 인식이 저도 모르게 박혀는가 싶습니다. 김건모의 ‘빗속의 여인’ 처럼  강한 비트의 빗줄기는 이제 흐느적거리는 스윙으로 바뀝니다. 벌써 산행을 마친 일행들은 임시 천막속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야단법석, 왁짜지껄스러운 풍경속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방금 내린 시원한 물이 내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한 팀은 정자밑에 평상에 자리잡고, 다른 한팀은 남산관광버스 옆에 챠양을 해서 옹말 졸망한 돌을 의자삼아 앉아 먹는 삼겹살.   음식은 시장이 반찬이고, 분위기가 식욕인데, 여기서 소주 달라, 저기에서 밥 달라면서 아우성입니다.  냇가는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며 물에 빠뜨리고, 물에 집어넣고, 양동이로 물을 퍼서 물바가지 세례를 주고는 도망가고, 다시 뒤쫓아 물에 빠뜨리고, 나이 드신 분들이 정말 유치(幼稚)하게 놉니다.   어린시절이 그립습니다. 오늘 같은 날 , 비때문에 잔뜩 울상이 되어버린 태양은 작열하는 햇빛으로 복수하는날, 냇가로 갑니다. 여자애도 따라옵니다. 뒤로 가서 물가로 밀어넣으면 물에 빠진 애쁜 생쥐가 됩니다. 물 때문에 봉끗하게 드러난 가슴때문에 청춘은 기긴밤을 괴로워하면서 보낸 날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어느새 비는 멈추었습니다. 분위기는 한 껏 고조되어 가고, 얼큰하게 취한 분들도 있고, 우리 분위기가 너무나 좋아 대전에서 산행왔다는 한 분이 술 한잔 달라고 해서 드리고 다시 고맙다고 쥬스를 4개(?)를 가져와 다시 술을 주고 받고.   불가사의하고, 한국인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되는 관광버스에서의 노래와 춤. 지금은 독일에 갔지만 파키스탄 출생이면서 독일 국적을 가지고 독일에서 피시방을 하고 있는 제 친구 '다키'를 결혼 식장에 데리고 간적이 있었지요. 우리야 일상의 풍경이라 자연스럽지만 이방인들이 가장 불가사의하게 느끼는 것중 하나가 고속도로에서 주행중인 버스안에서 춤추고, 술마시고, 노래하는 풍경이지요. 제 친구 다키가 처음에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다가 맥주 한 잔에 맛이 간 아줌마들의 육탄공세에 드디어 무너지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우리 문화중에 하나이지요. 저 역시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관광버스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미친짓'이라고 열변을 토했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로마에 사는 사람은 로마풍습을 따라야 된다'는 속지주의처럼 저 역시 한국인이니까 어쩔 수 없었죠.아니 버스안에서 노래부르는 것같이 짜릿한 즐거움도 없을 것입니다.   벌써 취했는지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인삿말을 하는 한맥 전통주의 이석희 사장님의 멘트가  차내에 울려 퍼집니다. "아,아!, 오늘도 산악회를 찾아 주신 여러분들에게...아, 아, ... 깊은 감사를 드리겠습니다......아,아 ..... ......... 그럼 제가 먼저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 그럼... 제목은..." 마이크를 잡았으면 소개를 하던지 그러는게 기본인데, 자기가 먼저하겠다는 말에 모두 박장대소합니다. 7회 산행때도 약간 취해서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았는데, 오늘도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습니다.   우리 노래 문화의 특징은 노래를 못하겠다고 성질까지 내면서 정작 노래를 부르면 노래는 안듣고, 노래를 찾는 사람, 옆사람과 이야기 하는 사람, 그래도 해찰하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끝나면 어김없이 박수가 나오고, 앙코르가 나오고, 아무튼 기가 막힙니다. 정말 노래들은 잘합니다. 처음에는 모두들 시쿵등하다가 어느 정도 흥이 오르자 노래들을 부르겠다고 난리가 아닙니다. 노래반주가 나오자 맨발로 나가면서 엉덩이를 흔듭니다. 노래는 거침없이 나옵니다. 김신우의 귀거래사도 나옵니다. 우리 훼밀리의 뚱이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합니다.   좋은 분들과 등산을 함께 가고,  함께 한 시간들은 흘러 갔지만, 그 아름다운 추억들은 인생이란 주춧돌에 뚜렷하게 각인되었습니다. 모두가 어떻게 각인할지는 모르겠지만, 지나 온 일상속에서 그래도 비오는 날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마음에 그려져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함께 한 시간들,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