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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은 제3시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족이었다.
먼 옛날, 안개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이주해온 호빗들은 농사를 짓고 잔치를 벌이면서 평화로운 삶을 지속해왔다.
난쟁이보다 크고 인간보다 작기 때문에 ‘하플링’(halflings)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하루에 여섯끼를 먹어도 배부른 줄 모르는 종족. 연초와 맥주를 좋아하고, 대부분 유쾌하며,
활쏘기와 돌팔매질에 능숙하다.
가죽처럼 질긴 털투성이 발바닥을 갖고 있어 신발 신을 필요도 없지만, 모험이나 여행과는 절대 인연을 맺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배긴스 집안의 빌보와 프로도는 환영받지 못하는 별종이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호빗 특유의 둥근 창문을 가진, 땅에 바짝 붙은 굴집을 두고두고 그리워했다.
빌보 배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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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는 51살 되던 해 참나무방패 소린과 열두명의 난쟁이들의 모험에 동참하게 됐다.
(호빗은 인간보다 오래 살아서 33살을 성년으로 친다). 간달프가 그를 제몫을 해낼
인물이라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너무 호들갑스럽고 겁이 많아서 그 당시엔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들은 늙은 용 스마우그가 훔쳐간 난쟁이들의 보물을 되찾기 위해 떠났고,
스마우그가 죽은 뒤에는 보물을 둘러싸고 벌어진 다섯군대 전투에 휘말렸다.
그 와중에 빌보는 우연히 절대반지를 손에 넣었다.
반지 덕분에 이상한 젊음을 유지하던 빌보는 111살 생일에 반지와 모든 재산을
조카 프로도에게 넘기고 요정의 땅 리벤델로 떠났다.
호빗의 역사와 두 배긴스의 모험을 기록한 ‘레드북’은 빌보가 쓰기 시작한 책.
그는 자신의 글재주를 과신한 나머지 끝날 줄 모르는 연설과 노래로
샤이어 주민들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다.
프로도 배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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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사자. 부모가 물에 빠져 죽은 뒤 외가에서 자라다가 삼촌 빌보에게
입양됐다. 가끔 먼땅을 동경하는 것말고 특별한데가 없는 호빗이었지만,
절대반지를 떠맡으면서 중간대륙의 희망을 짊어진 존재가 됐다.
그는 “길은 잘 모르지만, 제가 반지를 갖고 떠나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정말 길을 몰라서 호시탐탐 반지를 노리는 괴물 골룸을 길잡이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무기는 난쟁이들이 버린 은철 갑옷 미스릴과 오크가 다가오면
푸른빛을 뿜는 요정의 검 스팅, 빌보가 예전에 쓰다 물려준 무기들로 여러 번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럼에도 프로도는 두 번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한번은 나즈굴 군주가 검으로 찔렀을 때고,
다른 한번은 거미 쉴롭이 독침을 놓았을때. 이 두번의 부상은 반지를 파괴하고 샤이어로 돌아온 뒤까지도
매년 같은 아픔으로 되살아나 프로도를 괴롭히곤 한다. 전쟁이 끝나고 2년 뒤, 그는 요정들과 간달프와 빌보와 함께
바다 건너 서쪽 불멸의 땅으로 떠났다.
샘와이즈 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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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긴스 집안에서 일하는 정원사. 언젠가 요정을 만나는 게
꿈이었는데, 프로도를 따라 나서면서 수없이 많은 요정을 만나게 됐다.
샘은 운명의 산으로 향하는 프로도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다.
낙천적이고 먹을 걸 좋아해서 운명의 산 직전까지도 프라이팬과 냄비를 달고
가지만, 결국 모두 버리고 대신 프로도를 매단채 분화구로 향한다.
반지를 대신 들고갈 수 없다면 프로도라도 짊어지겠다면서.
샘은 이런 애정이나 프로도의 손을 잡고 자는 장면 때문에 의혹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와선 로지와 결혼하고 시장이 된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샘 역시 바다를 건너 간달프와 프로도와 함께 살게 된다.
메리아독 브랜디벅, 페레그린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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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을 정보원으로 심어놓았다가, 프로도를 강제로 따라나선, 명랑한 젊은 호빗들.
보통 메리와 피핀으로 불린다. 이들은 어리고 호기심이 많아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모리아 광산 오크들을 몽땅 깨우고, 팔란티르 신석을 건드렸다 사우론의
눈을 보게 되는것. 그러나 나무수염들에게 사루만의 악행을 알려주어서
아이센가드를 붕괴시키기도 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메리와 피핀은 나무수염들의 음료를 마시고선
키가 쑥쑥 자라 역사상 가장 키가 큰 호빗들이 됐다.
골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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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름이 스미골이었던 골룸은 명망있는 여족장의 손자였지만, 절대반지를 빼앗기 위해
친구이자 사촌인 디골을 살해하면서 타락했다. 그는 반지의 노예가 되어 안개산맥으로
들어가 어둠 속에서 물고기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동굴에서 만난 빌보에게 반지를 빼앗긴 것이 그의 불행. 골룸은 반지를 되찾고자
세상으로 나오고, 간달프의 예감대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인간의 왕국 중에서도 곤도르와 로한만을 언급한다.
곤도르는 사우론의 손가락을 베고 절대반지를 빼앗은 이실두르가 건설한 왕국이다.
수도 미나스 티리스의 성벽과 백색탑, 하얀 성수로 상징되는 곤도르에는 로한의 ‘황혼의 인간’들과 달리
서역 요정의 고귀한 핏줄이 섞여 있다. 그러나 에아르노르 왕이 마술사왕에게 도전했다가 실종된 뒤
곤도르 왕가의 혈통은 끊겼고, 섭정이 곤도르를 통치해왔다.
숨겨진 왕가의 장손들은 대대로 리벤델에서 자라나고 있었으며, 아라곤에 이르러 왕위를 되찾는다.
로한은 곤도르의 동맹국이다. 청년왕 에오를은 곤도르가 야생인들의 침입을 받았을 때 기병을 이끌고 곤도르를 도왔다.
섭정 키리온은 그 보답으로 칼레나르돈 평원을 선물했는데, 그곳이 지금의 로한 왕국이다.
로한은 노란 머리를 가진 기병들의 왕국이며, 용맹한 기사들로 이름이 높다.
아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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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딜의 장자 이실두르의 후손. 두살 때 아버지가 죽은 뒤 어머니와 리벤델에
정착했다.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 아라곤은 숲속에서 요정왕 엘론드의 딸 아웬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그는 스스로를 단련하기 위해 리벤델을 떠나 북쪽 황야를 순찰했고,
몇십년이 지나 돌처럼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아웬의 마음을 얻게 되었다.
그의 별칭 ‘스트라이더’는 순찰자 시절에 얻은 이름.
아라곤은 엘렌딜이 사우론을 베는 순간 부러진 검 안두릴을 다시 벼려 들고
반지원정대를 이끌었지만, 반지의 사자와 헤어진 뒤에는 자신의 왕국 곤도르를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가 곤도르로 돌아갔기때문에, 이 세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왕의 귀환>이 된 것이다. 아라곤은 강인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따스한 치유력을 가진 군주. 그러나 금빛나는 작은 꽃
엘라노르를 바라보면서 그 꽃이 피어 있는 숲에서 처음 만난 아웬의 이름을 부르는 로맨틱한 면도 있다.
그는 곤도르의 왕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지만, 불멸의 생명을 포기하고 그의 아내가 된 아웬보다는 먼저 죽었다.
보로미르와 파라미르
세오덴과 로한의 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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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만의 마법에 걸려 나약해졌다가 간달프 덕분에 다시 깨어난 로한의 국왕이다.
헬름 협곡의 전투 며칠 전에 그의 외아들 세오드레드가 전사했기 때문에,
세오덴은 로한 제2왕가의 마지막 왕이 되었다. “위엄있는 노인”이라는 것이
그를 평가하는 여론. 로한의 기병대를 이끌고 펠레노르 평원에서 모르도르 군대와
맞서 싸우다가 나즈굴의 군주의 칼에 쓰러졌다. 그는 가장 사랑했던
막내 여동생의 아들 에오메르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눈을 감았다.
에오메르는 그를 이어 제3왕가의 시대를 열었다. “여린 봄날 아침처럼 차갑고도
아름다운” 그의 여동생 에오윈은 아라곤의 마음은 얻지 못했지만,
파라미르와 사랑에 빠져 곤도르 섭정의 아내가 되었다.
살해당하거나 슬픔에 사무쳐야만 죽는 불멸의 존재다. 거주하는 지역과 혈통에 따라 여러 종족으로 나뉘는데,
<반지의 제왕>에 주로 등장하는 지역은 리벤델과 로스로리엔이다.
요정왕 엘론드가 지배하는 리벤델은 먼 옛날부터 내려오는 은신처. 인간보다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지혜로운 요정들은
이곳에서 제3시대를 견뎌왔지만, 절대반지가 파괴되고 요정의 세 반지가 힘을 잃으면서 모두 서쪽으로 떠난다.
황금의 숲 로스로리엔은 켈레보른과 갈라드리엘이 다스리는 땅이다.
갈라드리엘은 서쪽 나라를 기억하는, 보석 ‘실마릴’을 둘러싼 전쟁 때문에 중간대륙으로 건너온 오래된 요정.
그녀는 누구보다 뛰어난 요정이며, 새벽별 루디엔과 저녁별 아웬과 비교해 아침의 여인이라 칭해진다.
그들마저 떠난 뒤 로스로리엔은 쓸쓸하게 버려진다.
아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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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드의 딸로 가장 아름다운 요정이다. 저녁별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았던 그녀는 리벤델 숲속에서 자신보다 2960년 뒤에 태어난 청년 아라곤을 만나 영원한 생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아라곤이 지나치게 노쇠하기 이전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후, 그녀는 요정들이 떠나간 로스로리엔으로 홀로 들어가 남은 세월을 보낸다.
레골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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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와 깊은 우정을 쌓은, 매우 보기드문 요정. 활쏘기에 능하고
시력이 날카로운 레골라스는 반지원정대에서 정찰꾼의 역할을 했다.
원정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뒤, 레골라스는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김리와 가까운 지역에 정착해 변함없는 우정을 지속했다.
아라곤이 죽고 요정들이 중간대륙을 떠나던 날,
레골라스는 김리와 함께 서쪽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 마법사
황무지로 쫓겨난 사우론이 힘을 되찾을 무렵, 서쪽에서 이스타리라 불리는 다섯 마법사가 나타났다.
그들은 사우론을 견제하기 위해 서쪽 나라 영주들이 보내온 전령.
노인의 모습을 한 이들은 지혜와 마력을 지녔고 동물과도 대화할 수 있었다.
누구도 그들의 진정한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인간은 그중 가장 뛰어난 두 마법사를 간달프와 사루만이라고 불렀다.
간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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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는 심연의 괴물 발록과 싸우면서 죽음과 부활을 거쳐 흰색의 마법사로
다시 태어났다. 빌보의 모험에도 동참했던 그는 빌보가 소유한 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 정체를 캐내 신성회의를 소집한다. 발록을 만나기 전까지는 원정대를 지휘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반지의 악령 나즈굴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
호빗들처럼 연초 피우기를 좋아하고 독창적인 불꽃놀이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평생 방랑한 그는 훗날 오랜 친구 빌보와 프로도와 함께 서쪽으로 돌아간다.
사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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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보다도 뛰어났던 백색의 마법사. 지나치게 강력했기 때문에 오히려
절대반지의 힘과 사우론의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는 로한의 영토 아이센가드에 무너지지 않는 탑 오르상크를 건설하고,
오크 변종인 우르크하이 군대를 양성했다.
사우론을 이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사우론의 충복이 되어버렸고,
숲을 불태우는 데 분노한 나무수염 무리 앞에 쓰러지고 말았다.
■ 난쟁이
난쟁이들은 땅속을 좋아한다. 광산을 파고, 금속을 제련하고, 무기와 장신구를 만들어내는 건 난쟁이들이 좋아하는 일.
가끔은 탐욕이 지나쳐서, 이름 높은 요정왕 딩골이 보석을 탐낸 난쟁이들에게 살해당하기도 했다.
매우 오래 살지만, 영생하는 존재는 아니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에 등장하는 모리아 광산은
태초부터 존재해온 심연 위에 난쟁이들이 굴을 파고 통로를 뚫어 건설한 지하도시.
여자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좀처럼 인구는 늘지 않는다.
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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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인의 아들 김리’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난쟁이.
도끼를 능숙하게 휘두르는 김리는 레골라스와 특별한 우정을 쌓았다.
나무를 사랑하는 요정과 도끼를 다루고 불을 피우는 난쟁이는 원래 앙숙일 수밖에 없는데도.
김리는 전쟁이 끝난 뒤 은철 미스릴을 사용해 곤도르의 수도 미나스 티리스의
성문을 재건하는 공로를 세웠다.
갈라드리엘에게 무한한 경의를 바치는 김리는 ‘요정의 친구’라고 불렸다.
■ 사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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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론은 원래 암흑을 지배한 발라 모르고스를 따르는 자였다. 마이아족인 사우론은
모르고스의 부하 중에서 가장 강했고, 모르고스가 패한 뒤에도 살아남았다.
제2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는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는 인간과 요정, 난쟁이를 유혹해
반지들을 만들었고, 마침내 모든 힘을 봉인한 절대반지를 완성했다.
사우론은 모르도르로 돌아가 새로운 암흑의 군주로 군림했다. 인간과 요정의 연합군에게
다시한번 패배한 그는 육체를 잃고 동쪽 황야로 쫓겨갔지만, 그 뒤에는 반지가 남아 있었다.
반지는 이실두르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골룸을 더럽히고, 호빗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사우론은 반지의 힘을 감지하고선 모르도르로 돌아와 반지에 영혼을 빼앗긴
인간의 아홉 군주 나즈굴을 불러모은다.
3부에서 강화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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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영화사상 최고의 전쟁 스펙터클”을 예고했던 <왕의 귀환>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과 에너지와 스피드로
펠렌노르 전투를 연출해냈다. 중간계 최후의 보루 미나스티리스와 사우론의 검은 요새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전투에선
20만의 오르크와 6천의 로한 군사가 격돌한다.
2부 헬름 전투에 동원됐던 오르크 군대는 1만에 불과(?)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중요한 것이 ‘사이즈’는 아니다.
피터 잭슨과 웨타 워크숍 팀은 1부와 2부에서 ‘맛보기’로 등장한 사우론의 괴물들을 단체로 펠렌노르에 소환해냈다.
8층 빌딩 크기의 코끼리괴물(호빗들은 이들을 올리펀트라고 불렀다)이 조심성없는 발을 쳐들어 닥치는대로 밟아 뭉개고
뱀의 머리와 박쥐의 날개를 가진 나즈굴의 검은 익룡이 병사와 말을 낚아채 공중에 내던지는 광경에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아군쪽에도 히든 카드가 있으니, 바로 아라곤이 깨워낸 망자들의 군대다.
이실두르와의 맹약을 저버린 그들의 혼령은 그 죄과로 저승과 이승 사이에 갇혔지만,
이실두르의 후예인 아라곤의 지원 요청을 수락하면서 펠렌노르로 날아가 사우론의 군대를 기습한다.
그리곤 험악한 변종 괴물들과 발없이 떠도는 녹색 유령들이 뒤엉키는 장관이 이어진다.
<매트릭스3 레볼루션>의 로봇 액션을 의식했음직한 이 전쟁 스펙터클 때문에라도 이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
원작대로라면 <두개의 탑>에 등장했어야 할 거미 괴물 쉴롭 역시 팬들이 기다렸던 캐릭터.
야비하고 간악해진 골룸이 프로도를 대신 처치해주길 기대하며 안내하는 곳이 쉴롭의 어둡고 끈적대는 동굴이다.
호빗 하나쯤은 디저트로도 미진할 것 같은 거구의 거미 쉴롭이 프로도와 샘을 차례로 공격하는 장면은
거미 공포증이 있다는 피터 잭슨의 ‘사감’이 반영된 탓에 무척이나 실감이 난다.
또 이미 디지털 캐릭터의 위상을 드높인 골룸은 <왕의 귀환>에서 자신의 과거사를 드러낸다.
순하고 착한 호빗 스미골이 어떻게 탐욕스런 골룸으로 타락해갔는지를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간 모션 캡처를 통해 골룸에게 연기 소스를 제공했던 배우 앤디 서키스의 본모습도 공개된다.
전쟁 스펙터클과 감성드라마가 씨실과 날실로 섬세하게 교차하는 <왕의 귀환>은 탄성과 비명과 눈물을 자아낸다.
그것도 여러 번. 3시간 남짓한 시간이 이렇게 짧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이야기의 흡인력도 강하다.
12월17일 전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왕의 귀환>은 벌써부터 내년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40년 넘는 세월 동안 활자에만 갇혀있던 톨킨의 중간계가 뉴질랜드의 자연과
웨타의 테크놀로지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생명을 얻었고, 그것도 매년 더 나은 만듦새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반지원정대의 여정은 끝났고, 이제 더이상의 모험은 없지만, 모든 게 예전 같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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