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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05
1. # 은채방
화면 밝아지면 드러나는 은채의 입술....빨간 립스틱이 칠해지고 있다.
립스틱을 칠하던 손, 은채의 감은 눈두덩 위에 아이섀도우를 칠한다.
카메라 빠지면 드러나는 은채 방.
은채는 잠들어 있고,
숙채, 혜숙의 코치를 받아가며 은채 얼굴에 볼터치도 하고 조심조심 화장을 하고 있다.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던 민채, 쯧쯧 한심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숙채, 다 됐다고 혜숙에게 눈짓 보내는데.
은채, 얼굴이 가려운지 얼굴을 실룩거리다가 손등으로 입술을 문지르고, 눈도 비빈다. 화장이 은채의 얼굴에 엉망으로 번진다.
혜숙과 숙채, 기함해서 보고.
은채, 꾸무럭 꾸무럭하다가 결국 천천히 눈을 뜬다.
‘망했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혜숙, 숙채와 눈을 마주치는 은채.
은채 : (잠이 덜 깼다) ....누구...세요?
숙채 : 엄마랑 언니두 몰라 보냐?
은채 : (다시 눈을 비비고 크게 뜨며) 으응...왜 단체루 사람을 뚫어지게 보고 있어?...내 얼굴에 뭐라두 묻었어?
민채 : 묻었어. 장난 아니게 묻었어.
혜숙 : (김샌 한숨)
은채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장대 거울앞으로 간다..거울속의 자신의 모습을 어벙한 표정으로 보는..아직도 내가 꿈속에 있나?)
숙채 : (혜숙을 쿡 찌른다. 말하라고)
혜숙 : (잠깐 은채 눈치 보다가 이판사판이다) 배 째! 배 째!!
은채 : (어벙한 표정으로 혜숙 보는)
혜숙 : (다다다 쏘아붙이는) 이미 약속 다 해버렸어!! 오늘 오후 다섯시 **호텔 1층 커피숍!
이남 일녀 중 차남! 동성물산 대리! 강남에 24평짜리 아파트도 한 채 있구, 갖구 있는 통장두.. (하는데)
은채 : (O.L.) 누가?
숙채 : 너 선 볼 남자!
은채 : (벙한 표정) 나 선봐, 엄마?
혜숙 : (얼른 잽싸게 다시) 배째! 배째!! 오늘 약속 또 빵구내면 니 에미 그날루 땅 파구 관속으루 들어갈 거니까...
이판 사판이야! 배째!!
숙채 : 협박 아냐...좀 전에 관 보구 오셨어, 엄마.
혜숙 : 오동나무 관으로 보구 왔다, 기집애야!
민채 : (공부 하며) 포기하셔요, 엄마. 바랄걸 바래야지....송 은채양이 선 보러 나가면 나 바루 서울대 간다.
숙채 : (가망이 없는 일이다) 하긴 뭐...은채가 선 보러 나가면 이 침대 엄마 주께.
혜숙 :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 그래. 저 년이 선보러 나가면.. (숙채 보며) 니가 내 엄마해라.
은채 : (세 사람이 하는 양을 벙하게 보고 있다가) ....선보러 나가께.
혜숙, 숙채, 민채, 일제히 놀란 눈을 뜨고 은채를 본다.
은채 : 그런 껀수가 있었음 진작 얘길 하지.. (거울 보고 화장을 고치며) 만약에 딱 보구 괜찮으면 내가 먼저 청혼해두 돼, 엄마?
예상치 못했던 은채의 행동에 일동, 벙찐 채 할 말을 잃었다.
은채, 거울 앞에서 머리띠도 해 보고 핀도 이것저것 찔러 보는.
2. # 호텔 커피숍
은채, 나름대로 화사하게 차려입고 앉아 있다. 머리도 손질해서 악세사리도 예쁘게 꽂았다.
은채 : (상대남을 보며) 제가 맘에 안 드세요?
상대남 : (가수 김C 스타일로 생긴. 심하게 도도하고 자뻑) 맘에 안 드는 게 아니구, 제 타입이 아니라는 거죠.
은채 : (순하게) 선생님 타입은 어떤 타입인데요?
상대남 : 말루 하기가 좀 그런데....
은채 : (순진하게) 그림으루 그려 보실래요, 그럼?
상대남 : (은채의 답답함에 약간 짜증나서) 아, 참 이거.
은채 : 10분도 안 보구 내 타입인지 니 타입인지 어떻게 알아요?...잘 뜯어보면 의외루 제가 선생님 타입일수도 있잖아요.
상대남 : (약간 짜증이 묻어) 1분만 봐두 알아요, 난.
은채 : (지지 않고 항의하는) 어떻게 1분을 보구 알아요, 사람을?! 말두 안돼!
상대남 : 난 안다니까요!
은채 : 말두 안돼.
상대남 : (열 받은) 말이 왜 안돼요?!!
은채 : 안돼요, 말.
상대남 : (화가 나서) 말 돼!!
은채 : (당황하는)
상대남 : 하 참... (하며 물을 벌컥 벌컥 마시는)
은채 : 딱 까놓구 말해서, (자존심이 상했다. 애써 냉정하려 애쓰며) 제 뭐가 마음에 안 드시는데요?
상대남 : 그걸 어떻게....내 입으루 말해요?
은채 : 말하세요. 말해두 돼요.
상대남 : 하 참.... (난감한 표정 짓다가) 뭐...굳이 말하라니까...난 언니 생긴게 맘에 안 들어.
은채 : 제가 어떻게 생겼는데요?
상대남 : 하 참...거울 봐요. (벌떡 일어나며) 차 값은 더치 페이루 합시다. (하고 휙 돌아서 나가 버린다)
은채 : (황당하고 착잡하게 보다가...식은 커피를 마시며 쓸쓸해지는)
3. # 호텔 로비
은채, 기가 죽고 기운이 쑥 빠져 고개 숙이고 털레털레 걸어가는데,
다른 문으로 윤과 민주, (수영 마치고, 젖은 머리다. “너 많이 늘었더라.”“내년엔 대한해협도 건너보자, 우리”하고 수영얘기하며)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나가고 있다.
은채도 두 사람을 못 보고, 두 사람도 은채를 못 봤다.
4. # 주차장 (4회 마지막씬 연결된)
민주, 윤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나온다.
윤 : (시계 보며) 나 빨리 방송국 들어가야 돼서 너 못 바래다 주겠다.
민주 : 괜찮아. 그래서 차 가져 왔잖아, 나두.
윤 : 전화하께.... (하고 뺨에 입맞춤하고 자기 차쪽으로 간다)
민주 :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들어주고)
민주, 자기 차에 오른다. 윤의 차가 먼저 손을 흔들며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민주, 차 시동을 켜는데...똑똑....누군가 차 문을 두드린다.
민주, 갸웃하며 차문을 내리고 고개를 빼고 보는데.....무혁이 서 있다.
(지금까지의 무혁의 모습이 아니다. 안경을 끼고, 머리도 차분하게 빗어 넘기고, 럭셔리한 정장을 입었다.
럭셔리한 수염도 있다. 전혀 딴 사람이다)
민주 : 무슨 일이시죠?
무혁 : (갑자기 사정없이 민주의 차를 뻥 차버린다)
민주 : (당황하며) 이봐요!!
무혁 : (무섭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아줌마!...내려!!
민주 : (어이없어 차에서 내려서며 무혁을 노려본다) 아줌마아?
무혁 : 너, 눈을 엇다 두구 운전해?
민주 : (점점 더 어이가 없고 당황하는) 이봐, 아저씨!
무혁 : (O.L.) 아줌마 차에....우리 아이가 깔렸어.
민주 : (그 말에 흠칫 놀라 차 바퀴를 돌아본다. 바퀴 밑으로 강아지 한 마리가 깔려 있다) 아악!
(비명 지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무혁 : (서늘하게 보며) 빨리 차 빼!!
민주 :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다)
무혁 : (버럭) 차 빼라는 말, 안 들려!!
민주 : (당황해서 손을 떼고 무혁 보며) 몰랐어요...몰랐어요....아무...아무 느낌두.....
주차 할 때 아무 느낌두....없었다구요....몰랐어요....
무혁 : (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낮게) 차, 빼라구!!
민주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변상, 하겠습니다.
무혁 : (서늘하게 보고 있는)
민주 : (운전석에 있는 지갑을 가져와 지갑 속에 있는 십만원권 수표 10장을 꺼내서 무혁에게 준다)
무혁 : (피식...어이없다는 듯 웃는)
민주 : (모자라서 그러나..지갑속에서 닥치는대로 모든 돈을 다꺼내 무혁에게 내밀며) 이걸루두 모자라시면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저, 누군지 아시죠? 저 강민(주...하려는데)
무혁 : (어느새 얼굴을 민주 가까이에 대고 있다.)
민주 : (당황하다가...날 꼬시자는 수작인가?....잠시 생각하고는 대담해지며) 뭐예요? 뭐하자는 거야?
무혁 : (빨아들일 듯 보며 피식 웃는...마치 유혹하듯)
민주 : (비웃듯 보며) 나한테 수작거는 거예요, 지금?...근데, 상대를 잘못 골랐어, 아저씨...
나, 강 민주야! 댁이 함부루 이렇게...(하는데)
무혁 : (O.L. 웃던 표정 금새 차가와져서) 닥치구 차나 빼!
민주 : (무안한...당황한 표정으로 무혁을 보는)
무혁 : (도도하게 차가운 표정으로) 1분안에 내 눈앞에서 꺼져! 아줌마!!
민주, 표정이 굳어 시동을 건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운전석 옆자리엔 지갑에서 꺼낸 수표와 지폐가 그대로 널려 있다.
차 밖에 선 무혁, 팔짱을 낀 채 표정없이 서 있다.
민주,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를 출발시켜 가버린다.
무혁, 서늘하게 서 있다가 강아지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5. # 무혁 차안 / 주차장에서 호텔 일각 거리까지 (노을녘)
무혁, 껌을 씹으며 운전해서 가고 있다.
안경을 벗고, 워터 스프레이를 머리에 뿌려서 지저분하게 흐트려 버린다.
파마 머릿결이 살아나며 본래 무혁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물 묻힌 손바닥으로 스윽 수염이 있던 입주위를 만지면 그렸던 수염도 지워진다.
운전을 하며 윗옷도 능숙하게 갈아 입는다. 동시에 스피커폰으로 핸드폰 통화까지 하고 있다.
무혁 : 최 윤!
윤(F) : (반가와서) 어, 형!!....어딨었어? 전화 여러 번 했었는데.
무혁 : 어디야?
윤(F) : 방송국....이리루 올래?
무혁 : 오늘부터 정식으루 내가 니 매니전가?
윤(F) : 어!...공식 일정은 내일부터구.
무혁 : (피식 웃고) 10분만 기다려. 택시 탔으니까 금방 갈께. (핸드폰 끊고 모자도 쓴다)
그 사이 무혁의 차, 주차장을 빠져 나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조수석에 납작해진 강아지(피가 묻은)가 있다.
이때, 무혁이 운전해가는 찻길 옆 인도로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는 은채의 뒷모습이 보인다.
무혁, 조수석 유리를 내리더니, 강아지를 길 밖 인도 쪽으로 던져버린다. (은채를 못 봤다)
순간, 무혁의 차가 은채를 스쳐 지나고...강아지는 은채 바로 앞 가까이로 던져진다.
6. # 거리
시체같은 강아지가 인도로 떨어지자 지나가던 사람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털레털레 걸어오던 은채, 이게 뭔가하고 다가가 강아지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좀 겁도 나지만,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뻗어 강아지를 만져보던 은채, 뭔가 이상한 느낌에 강아지를 들어서 자세히 살펴본다.
실물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난감 강아지다. 피처럼 만드느라 빨간 물감을 발랐다.
은채 : 아유, 불쌍해라, 멍멍이....언니가 깨끗이 목욕 시켜주께. (가슴에 따뜻하게 안는다)
7. # 도로 / 무혁 차안
무혁의 차, 횡단 보도앞에서 신호를 받고 정지해 있다.
이때, 무혁의 시선에 강아지를 품안에 꼭 안고 횡단보도앞에 선 은채의 모습이 들어온다.
사람들, 길을 건너고 있지만, 은채, 어딘가를 넋나간 듯 쓸쓸하게 응시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분명히 은채다.
무혁, 은채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 돌려 본다. 윤과 민주가 함께 찍은 핸드폰 광고(1회에 나왔던)가 붙어 있다.
무혁, 다시 은채를 본다. 은채의 눈빛이 참 애잔하다.
은채(E) : 너, 앞으루 한번만 더 내 눈앞에 나타나! 그땐 정말 죽어, 너!!
무혁, 저도 모르게 웃음을 씨익 흘리며 핸들에 턱을 괴고 엎드려 유심히 강아지를 안은 은채를 지켜본다.
껌으로 풍선을 푸 불어 터뜨린다.
신호등 바뀌고 뒷차들 빵빵대지만, 무혁, 그렇게 꿈쩍도 않고 호감어린 미소로 은채를 바라본다.
거리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다.
F.O.
8. # 민주 아파트 일각 산책로 (새벽)
푸른 여명의 새벽.
맨 얼굴에 운동복 차림의 민주, 자전거 타고 가고 있다.
민주 바로 앞으로 한 남자가 조깅하고 있다.
민주, 남자의 곁을 지나치며 곁눈질로 남자를 스윽 본다. 무혁(박인우의 모습을 한)이다.
민주, 당황하며 자세히 보려고 고개를 돌리다가 어어하며 그대로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다. 비명 지르며 인상을 찌푸리는.
무혁, 그런 민주를 표정없이 흘끗 보고는 그대로 무심한 표정으로 조깅해서 간다.
민주, 내가 엎어졌는데 일으켜주지도 않고 아는 체도 않고 그냥 가? 자존심이 단단히 상한다.
9. # 민주 아파트 엘리베이터앞
민주, 아픈 곳을 문지르며 오다가 멈칫 멈춰선다.
엘리베이터 앞에 무혁이 영자 신문을 보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민주, 이를 가볍게 앙다물고 무혁의 옆으로 온다.
민주 : (어? 영자 신문을 보네? 제법이네?...애써 명랑하게) 여기 사세요?
무혁 : (들은 체도 않고 신문만 본다)
민주 : (어쭈...그래도 명랑하게) 우리...구면이죠?
이때,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무혁, 아무 대꾸없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민주, 어이없어 하다가 얼른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10. # 엘리베이터안
무혁, 층수 버튼을 누르고(민주보다 1층 아래에 산다), 다시 신문을 본다.
민주도 층수 버튼을 누르고, 몹시 자존심 상했지만, 애써 감정 드러내지 않고.
민주 : ...아래층에 새로 이사 온 분이시구나...세상이 참 좁네요, 그쵸?
무혁 : (그대로 신문만 보는)
민주 : (그래도 굴하지 않고) ..마침 잘됐네요. 그땐 워낙 경황이 없었구..괜찮으시다면...제가 애완견을 새루 사드리구 싶은데..
무혁 : (신문만 보는)
민주 :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지? 확 뻗쳐서 무혁이 든 신문을 뺏으려는데)
무혁 : (그런 민주의 손목을 잽싸게 탁 채서 잡으며 그제야 민주와 무표정한 시선을 마주 친다)
민주 : (어이없다는 듯 보는데)
무혁 : (냉정한 말투) 뭐하자는 거야? 나한테 수작 거는 건가, 지금?
민주 : (기가 막히는)
이때, 무혁이 사는 층에 엘리베이터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무혁 : 근데.....사람을 잘못 골랐어, 아줌마! (잡고 있던 민주의 손목을 조용히 놓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민주, 어이없고, 기도 막히고 어쩔 줄 몰라한다.
무혁, 자기 집 앞에서 버튼 키를 누르고, 민주가 탄 엘리베이터 문, 스르르 닫힌다.
엘리베이터안의 민주, 뻗쳐오르는 화를 못 이겨 엘리베이터를 쾅 차 버린다. 감히 이 강민주를...두고 보자, 너...
11. # 무혁 거실
모던한 분위기로 깔끔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는 거실.
무혁, 들어서며 안경과 추리닝 윗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려다
시계(6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를 보고 갈치 방쪽으로 시선을 준다.
12. # 갈치방
침대와 책상도 있고, 부잣집 아이방처럼 제법 부티나게 잘 꾸며진 방이다.
갈치, 침대에서 떨어져서 바닥에서(그것도 구석에서) 새우처럼 웅크리고 자고 있다.
무혁, 문 열고 들어와 갈치를 안아서 침대에 눕혀놓고 이불도 덮어준다.
13. # 서경방
무혁, 문 열고 들어서며 어이없는 표정 짓는다.
커텐은 내려져 있고, 고급스런 침대와 화장대가 놓인 제법 잘 꾸며진 방.
서경, 역시 갈치처럼 바닥 구석에서 새우처럼 오므리고 잠들어 있다.
무혁 : (속이 상한다. 서경을 흔들며) 누나아, 왜 여기서 자?....침대 놔두구 왜 바닥에서 자?....누나...
서경 : (얼굴에 잠이 잔뜩 묻어 눈을 천천히 뜬다...)
무혁 : 침대서 편안하게 자라구....(서경을 안아 침대에 눕히고 이불도 덮어주고 돌아 서려는데)
서경 : (잠이 묻어서 어벙한 표정으로 다시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 구석에 쪼그리고 잔다)
무혁 : (돌겠다, 자기도 모르게 버럭) 침대에서 자라 그랬잖아!!
서경 :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깨며 우와앙 아이처럼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아... 엄마아.....엄마아....
무혁 : 언제까지 그러구 살래? 죽을때까지! 평생을! 차가운 구석에서! 그렇게 쪼그리구 살래?!! 이제 제대루 살란 말야!
좋은 침대에서 좋은 옷 입구, 좋은 거 먹구...내가! 니 동생이 그렇게 살게 해준다는데, 왜 이렇게 사람 미치게 만들어!! 엉?!!
서경 : (더 큰 소리로 울고) 엄마아...엄마아....엄마아...
무혁 : (버럭) 시끄러! 조용히 해!! 엄마가 너한테 뭘 해줬다구 엄말 불러! 엄마가 어딨어, 너한테!!
우리한테 엄마가 어딨어!! (서경이 더 큰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울자) 시끄러! 조용히 하라구, 이 바보야!!
갈치(E) : 우리 엄마 바보 아녜요!!!
갈치, 서경의 울음소리에 놀라서 방문 열고 들어오고 있다.
갈치 : (무혁을 찢어지게 노려 보는)
무혁 : (감정을 삭이려고...얼굴을 한손으로 거칠게 부빈다)
갈치 : 엄마!
서경 : 갈치야...갈치야....(하며 엉엉 울고)
갈치 : (무혁을 째려보며) 우리 엄마두 때렸어요?
무혁 : (...정말....환장하겠다)
갈치 : (찢어지게 노려보다 서경을 안아주며 옷 소매로 눈물을 닦아준다) 울지마...울지마, 엄마...왜 그래?
...저 아저씨가 엄마 때렸어?
서경 : 갈치야...우리 집 가아...우리 집 가아아, 갈치야아아.....
무혁 : .......
갈치 : (무혁을 노려보며) 알았어...알았어....우리 집에 가자...우리 집에 가자, 엄마.
갈치, 서경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서경과 갈치, 함께 무혁을 노려보다가...
갈치, 도저히 분이 안 풀리는지 갑자기 무혁의 손등을 꽉 물어버린다.
무혁, 아픈 내색도 못하고....그저 기가 막히고....
갈치, 다시 무혁을 째려보고 서경과 함께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밖으로 나가는 서경과 갈치의 발걸음 소리 들리고.
무혁, 미쳐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부빈다.
무혁의 손등에 갈치의 이빨 자국이 벌겋게 남아 있다.
14. # 오들희방
오들희와 윤, 다정하게 함께 잠들어 있다.
이때, 멀리서 “일어나라! 아침이다! 잠꾸러기야! 일어나라!” 하는 자명종음 들린다. (은채집에서 들리는 소리다)
오들희, 그 소리에 찡그리며 잠을 깬다. 윤은 곤히 잠들어 있다.
오들희 : 아우, 미쳐, 미쳐...저 놈에 자명종 소린 왜 우리집까지 들리구 난리야?.....(귀를 막으며) 삼채야! 인나라, 좀....
일어나서 자명종 좀 꺼....(하다가 눈을 번쩍 뜨며) 아, 오늘 화보 촬영 있는 날이지..
오들희, 벌떡 일어나서 윤을 깨운다.
오들희 : 아들! 아들!! 일어나!....어서 씻구 화보 촬영 가야지....일어나, 윤아!!
윤 : 어어엉....(고개 저으며 어리광 부리며 이불 속으로 푹 파 묻혀 버린다)
오들희 :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가서 윤에게 간지럼 태우는) 아들! 안 일어날래, 진짜...안 일어날 거야, 응?
15. # 은채방
자명종이 요란하게 울어대고 있지만, 세 자매, 끄떡도 않고 뻔뻔하게 잘 자고 있다.
은채, 강아지(무혁이 버린, 깨끗이 세탁한)를 안고 자고 있는데, 이마에 식은 땀이 맺혀 끙끙 앓고 있다. 몸이 아프다.
이때, 벌컥 문 열리며 혜숙, 들어와 자명종 끈다.
혜숙 : 으이그, 징그러 징그러.....단체루 귓구멍에다 전봇댈 박아 넣었나, 이것들이....내 속으루 낳은 것들이지만,
참...언 놈이 데려갈지 그 놈 인생이 안됐네....(하다가 오들 희집이 있는 천정쪽을 보며) 오들희! 본명 조 말복!
너 요즘 내 앞에서 잘난 아들 뒀다고 부쩍 유세 떠는데, 수틀리면 우리 은채보구 확 윤이 꼬셔버리라 그런다?
...이 애물단지 니 집 며느리로 줘 버리는 수가 있다, 뚜껑 열리면!.... (하다가 삼채 깨우는) 불이야! 불이야!!
송 삼채!! 불 났다, 불!(하는데)
은채 : (눈 감은채) 뻥 까지마, 엄마.
혜숙 : ?....인났냐?
은채 : ....아까부터 깨 있었어.
혜숙 : 근데 왜 자는 척 해?
은채 : ...그냥...눈을 뜨구 싶지가 않어서.... (눈을 뜬다) 개기구 있었지. (힘겹게 일어나 앉는다)
혜숙 : 윤이랑 그에 에미, 오늘 화보 찍으러 지방 간다며?
은채 : ....(힘들다...) 어.
혜숙 : (문득 은채 얼굴을 본다) 너 아프니?....어머, 이 식은 땀 좀 봐.... (머리에 손을 얹고) 어, 열두 나네.
은채 : 몸살이 좀 났나봐...
혜숙 : 이 몸으루 지방에 가겠어?...무쇠같은 애가 웬일이래?
은채 : 괜찮아...낫겠지 뭐... (강아지를 들어서 보며) 안녕, 멍멍아....잘 잤니?
16. # 오들희 정원
핼슥한 은채, 이마에 식은 땀을 훔치며 윤 집 현관쪽으로 온다.
은채 : 윤아! 아줌마아!!
17. # 오들희 거실
은채, 들어서면, 오들희, 얼굴에 마사지 시트 붙이고 요가 비디오 틀어놓고 따라하고 있다.
은채 :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줌마?
오들희 : 굿모닝...니가 윤이 좀 깨워라, 은채야....무슨 짓을 해두 못 깨우겠다, 난.
은채 : 윤이 아직 자요?
오들희 : 새벽에 잠들었어...귀신 꿈 꿨대. 새벽에 내 방에 와서 나랑 같이 잤어.
은채 : ....예. (오들희 방으로 가려는데)
오들희 : 은채야.
은채 : 예.
오들희 : 우리 윤이 저러는 거 민주한테 말하지 마라.
은채 : 뭐요?
오들희 : 무서운 꿈 꾸면 혼자 잘 못 자는 거....저 나이에 아직두 귀신 무서워하는 거.
은채 : (고개 끄덕이는) 말 안해요, 아줌마.
18. # 오들희방
은채, 들어서면 윤, 이불을 칭칭 감고 잠에 빠져 있다.
은채, 그런 윤을 잠깐 설레이는 표정으로 보다가...이럼 안되지...고개 젓고 윤에게 다가가 윤을 흔들어 깨운다.
은채 : 윤아...일어나...화보 촬영 가야지....일어나...늦었어.
윤 :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어리광) 어엉..어어엉...
은채 : 사람들 기다리는데에....촬영 빵구 낼거야?
윤 : ...(잠에 취한 채) 으응...빵구 내...빵구 내....
은채 : 일어나자, 최윤....아우, 우리 윤이 착하다... (하며 윤을 일으키려 하는데)
윤 : 아, 나 안 착해..안 착해...안 착해...어어엉엉.... (애기처럼 어깨 흔들며 어리광 부리다 이불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버린다)
은채 : (암담하게 보다가...방법을 생각해 낸다. 침대옆에 쪼그리고 앉으며 이불을 걷고 윤의 귀 가까이에 대고
무서운 목소리 톤으로 얘기하는) 너 콩콩 귀신 알지? 교실 3층에서 거꾸로 떨어져서 죽은 귀신.
머리루 콩콩콩 걸어다니는 귀신.
윤 : (그대로 꿈쩍도 않는)
은채 : 콩콩 귀신이 저를 밀어서 떨어뜨린 사람을 찾으러 다닌대....이름은 최윤....콩콩콩... 어, 방금 막 대문을 열고 들어왔어.
윤 : .......
은채 : 콩콩콩....방금 막 거실로 들어왔네.
윤 : ......(눈감고 있지만, 표정이 얼핏 흔들린다)
은채 : 콩콩콩....이층 계단을 올라가서 윤이 방으루 갔다, 지금?
윤 : ......
은채 : 여기는 없군...그러구....다시 콩콩콩 이층을 내려와서....콩콩콩 두리번거리다가....
윤이가 지 엄마 방에 있는 걸 드디어 알아냈어.
윤 : ......(점점 표정이 굳어진다)
은채 : 콩콩콩.....콩콩콩.....윤아! 콩콩 귀신이 지금 니 옆에 누워 있어.
윤 : .......(눈을 감고 있지만, 표정이 거의 얼었다)
은채 : (일어나며) 콩콩 귀신이랑 잘자라....난 간다....안녕... (방문 쪽으로 가는데)
윤 : 으악! (하며 벌떡 눈뜨고 일어난다)
은채 : (그럴줄 알았다....씨익 웃는...얼굴엔 아픈 기색이 역력하다)
19. # 오들희 정원
은채, 식은 땀 훔치며 현관문 열고 나오고, 윤, “아, 졸려어” 하며 잠이 그대로 묻어 눈 거의 감고 은채를 뒤따라 나오다가
은채 뒤로가 팔로 은채 허리를 감고, 머리를 은채의 어깨에 댄다. 마치 엄마에게 잠투정하며 어리광 부리는 애기같다.
은채, 늘 있어 왔던 일이라 별 생각 없이 그렇게 계단쪽으로 가다가 이건 아니지...문득 표정이 굳어 걸음을 딱 멈춘다.
은채 : 윤아.
윤 : (그대로 눈 감은채)....응
은채 : 이거 쫌 놓구 가지?
윤 : 어어엉...(눈 감은 채 고개 흔들며 어리광)
은채 : 이거 놓으라구, 쫌!!
윤 : (눈 감은채) 싫어.
은채 : (자기 허리를 감은 윤의 깍지 낀 손을 힘껏 떼내는데)
윤 : (고집스럽게 얼른 다시 깍지 낀다)
은채 : (정색하고) 내가 니 마누라야? 니 엄마야, 내가?....징그럽게 왜 이래, 진짜!!
윤 : (그 소리에 번쩍 잠이 깨 눈을 뜨며 그제서야 은채에게서 떨어진다) ...뭐?
은채 : (질책하듯 보다가 휙 돌아서 가는데)
윤 : (얼른 은채 앞 가로 막고 서며) 뭐라 그랬어, 지금? 징그러, 내가?
은채 : 그래, 징그러!... (윤을 밀어내고 가는데)
윤 : 나, 삐졌다! 송 은채!
은채 : ......(그대로 가는)
윤 : 진짜 삐졌다!
은채 : ......
윤 : 확 오늘 화보 촬영 안 간다!!
은채 : (뒤도 안 돌아보고) 안 가든지 말든지!! (대문쪽으로 가 대문을 열고 나간다)
윤 : (기가 막힌다) .....약 먹었나, 저 기집애?
20. # 오들희 대문앞
은채, 대문을 쾅 닫고 나와 대문에 기대서며 열 나는 머리 만져보고.
은채 : (중얼거리는) ....이민 가야겠다...가서 10년만 살다가 와야지....
은채, 대문턱을 내려서다가 흠칫 놀라는 표정이 된다.
모자를 쓴 무혁, 눈을 감은 채 껌 씹으며 담벼락에 기대서 워크맨 듣고 있다. (2회 은채가 처음 봤던 그 자세로)
무혁의 뒤로 밴이 서 있다.
은채 : (당연히 헛걸 봤다고 생각한다) 내가 많이 아프나, 진짜?.. (이마 만지고 눈 비비며) 정신 차려! 정신! 송은채! 정신 차려!!
(하며 자신의 뺨을 톡톡 때리고 다시 담벼락 쪽을 보며) 어어?
담벼락에는 여전히 무혁이 그 자세로 서 있다.
은채, 갸웃하다가 조심스럽게 무혁쪽으로 다가가더니 확인하려고 무혁을 손가락으로 툭 찔러본다.
무혁, 천천히 눈을 뜨고 은채를 본다.
은채,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난다.
무혁 : 왜 찔러?
은채 : (당황) 아저씨....맞구나?
무혁 : 왜 찔러어?!!
은채 : (무혁의 고함소리에 순간적으로 앞의 상황-무혁이 자기에게 키스하고 자기가 몹시 화를 냈던-다 잊어버린다. 쩔쩔매며)
아니...그러니까....그게....제가 헛 걸 봤나 싶어 가지구....확인할라구...
무혁 : (이어폰 빼며, O.L.) 너두 나 좋아하냐? (은채를 갖고 노는 게 재밌다)
은채 : (눈이 동그래지며) 아니요.
무혁 : 근데, 왜 찔러? 가만 있는 사람을?
은채 : (할 말이 없다...)
무혁 : (계속 다그치는) 좋아하는 거 맞지? 좋으니까 찔렀지?
은채 : (기가 막혀) 아니요오.
무혁 : (피식 웃더니) 얼굴이 안 좋네? 어디 아퍼?
은채 : 아니요!
무혁 : (풍선을 푸 불어 터뜨리고) 아픈 거 같은데?
은채 : 아니요!
무혁 : 얼굴이 창백한데?
은채 : (약간 짜증나서) 아니요!
무혁 : 넌 아니요! 밖에 못하냐?
은채 : 아니요!
무혁 : 너, 나 싫지?
은채 : 아니....(하다가 흠칫)
무혁 : (흐흐흐....귀엽다는 듯 웃다가 다시 담벼락에 기대서 이어폰 꽂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다)
은채 : (얄밉다는 듯 무혁을 노려보다가 가만...내가 저 자식이랑 악연이 있는데...문득 섬광처럼 떠오르는 기억)
21. # 플래시백 (4회 #35 포장마차)
무혁이 은채에게 거칠게 키스하던.
22. # 플래시백 (4회 #58 오들희 정원)
무혁을 북어로 때리고, 화를 내며 소리쳤던 은채.
은채 :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디? 그렇게 만만해 보여?!!
은채 : 너, 앞으루 한번만 더 내 눈앞에 나타나!
은채 : 그땐 정말 죽어, 너!!
23. # 오들희 대문앞
은채, 무혁의 다그침 때문에 순간적으로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그제서야 살아난다.
은채, 아, 이 돌딩이...하다가 금방 식식거리며 무혁을 매섭게 째려 본다. 아픈 게 확 다 달아나는 것 같다.
은채 : (버럭) 야!!
무혁 : (눈 감은채 껌 씹으며 음악만 듣고 있는)
은채 : (무혁의 이어폰을 탁 빼며) 야아!!!
무혁 : (그제야 은채를 보는)
은채 : 너...내가 경고했지?
무혁 : (피식 웃는)
은채 : 내 앞에 다시 나타나면 죽여버릴거라구 경고했지!!
무혁 : (빙글거리고 웃으며 풍선을 부는)
은채 : (점점 기가 막힌다) 난 한다면 한다? 죽인다면 죽인다, 진짜?!!
무혁 : (계속 빙글거리고 귀엽다는 듯 웃고) 죽여.
은채 : (기가 막혀) 야!
무혁 : 죽여!!
은채 : (어이가 없다) ...너, 미친 놈이지?
무혁 : ...야. (YES)
은채 : ....너.....변태니?
무혁 : ....야. (YES)
은채 : (말도 섞기 싫다. 무혁을 두 손으로 탁탁 밀며) 가! 어서 가! 니네 나라 가!! 니네 나라루 가!! 호주에 가!! 호주루 가!!!
무혁 : (끄떡도 않고 있다)
은채 : (계속 밀며) 어서 가란 말야! 가!!....나 너 싫어! 너 진짜 내 타입 아니거든!!
너 같은 자식, 끔찍하게 싫으니까, 가! 어서 가!! 가아, 제발!! (하는데)
윤(E) : (버럭) 너, 뭐야? 송 은채!
은채, 돌아보면 단단하게 삐진 윤이 대문 열고 나와 있다.
윤 : (심통난 아이처럼 퉁퉁 부어서) 니가 몬데 우리 형을 가라 마라야?!
은채 : (기가 막힌..우리 형?...무혁을 보는데)
무혁 : (윤을 보고 환하게 웃는) 잘 잤어?
은채 : (어리둥절)
윤 : (은채 보란 듯이 무혁을 향해 웃으며) 형두 잘 잤어?.. (은채에게 째려보며 삐죽하고, 무혁 향해 웃으며) 언제부터 와 있었어?
무혁 : 한 시간전부터.
은채 : (기가 막히고)
윤 : 오늘 엄마랑 같이 하는 촬영이거든...좀 있다 엄마 나오시면 같이 가야 돼, 형.
무혁 : (엄마란 말에 잠깐 표정 긴장됐다가 환하게 웃으며) 응.
은채 : ....이 아이씨...(마른 침 꼴깍 삼키고) 새로온 매니저가...이 아저씨야?
윤 : (퉁명스럽게) 그래, 왜?!!
은채 : (환장하겠다) 너, 돌았니? 미쳤어? 어떻게 이딴 자식을....
윤 : (O.L. ) 넌 뭔 말을 그따우루 해? 이딴 자식이라니?....이 형 너보다 나이두 많구, 너보다....너야말루 약 먹었냐, 오늘?
무혁 : (불량스럽게 껌 씹으며 두 사람의 하는 양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은채 : 나, 지금부터 니 코디네이터 안해! 다른 사람 구해! (휙 돌아서 대문쪽으로 가는데)
오들희 : (대문 열고 나오다 은채와 마주친다) 미안...미안....나 때문에 많이 늦었지, 은채야?
은채 : (오들희가 나오자 막상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난감한 표정 짓는)
무혁 : (오들희를 보고 순간적으로 표정 경직되지만... 얼른 표정 정리하고)
윤 : 엄마! 은채가 내 코디네이터 안한대!
은채 : (미치겠다)
오들희 : (무혁을 미처 자세히 못 봤다) 왜?
윤 : (심통 잔뜩 났다) 몰라...다른 사람 구하래. 씨이...
오들희 : 왜? 은채, 왜?...윤이가 또 너한테 뭐 잘못했어?
은채 : (난처해 미치겠다)
오들희 : 다른 사람을 어떻게 구해? 너 말구 윤이 저 땡깡쟁이 비위 맞출 사람, 이 지구엔 없어. 다른 별에 가서 구해 와야 돼.
은채 : (눈물이 핑 돌아) 그게...아니구요, 아줌마아...
오들희 : (은채를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아줌마가 나중에 윤이 혼내주께...일단 가자...늦었다..
오들희, 죽을 상을 한 은채를 다독여 안아 밴쪽으로 오다가 무혁과 딱 마주친다.
(윤과 은채, 서로 밉게 째려본다. 윤은 집에서부터 은채에게 단단히 삐졌다)
무혁, 미소띤 얼굴로 꾸벅 오들희를 향해 인사한다.
오들희 : (당황하는) ...너.....
윤 : 어제부터 내 매니저로 들어왔어, 엄마....우리 무혁이형 알지?
은채 : (표정)
무혁 : (미소 띤 표정으로 밴 문을 열어준다)
오들희 : (당혹스럽게 보는)
24. # 거리
윤의 밴, 거리를 달리고 있다.
25. # 밴안
무혁(표정을 가리려고 선글라스 썼다. 경쾌하게 껌 씹는), 운전하고 있고,
은채(거의 죽을 상을 하고 식식거리며...곁눈질로 무혁을 간간히 노려보고), 조수석에 타고 있고,
윤(은채의 뒷통수를 노려보고)과 오들희(못마땅한 표정으로 무혁의 뒷통수를 보는)는 뒷좌석에 타고 있다.
윤 : 엄마! 은채 오늘 그 날인가봐.
은채 : (저 자식이...)
오들희 : (무혁을 여전히 찜찜하게 보며, 윤을 나무라는) ...윤아.
윤 : 이상해, 기집애가 오늘....나보구 징그럽대! 그리구, 무혁이 형보구 저딴 자식이라구 욕두 했다?
오늘 완전히 막 간다, 저 기집애?
은채 : (저걸 그냥....이를 앙무는)
오들희 : 다 큰 숙녀보구 기집애가 뭐야....저 사람은...은채 니 빽으루 들어왔니?
은채 : 아니요...아니예요, 아줌마.
오들희 : 은채...남자 친구 아냐?
은채 : (억울하다) 아...아니예요, 그런 거 아녜요. 아줌마.
윤 : 송 은채! 만약에 있잖아. 나보구 무혁이 형을 택할래? 너를 택할래? 물으면 난 무조건 무혁이 형을 택해!...됐냐?
은채 : (표정)
무혁 : (빙긋 웃는)
오들희 : (얼떨떨한)
윤 : 왜!....무혁이 형은 멋지거든! 너처럼 밴댕이 소갈딱진 아니거든!
오들희 : (꾸짖는) 윤아!
은채 : (속에서 치밀지만...간신히 참는)
무혁 : (여유롭게 껌 씹고 있다)
윤 : 앞으루 내 앞에서 무혁이 형 씹으면...누구든 가만 안둬!....됐냐?!!
은채 : (이를 앙물고 있는)
오들희 : (난처한 표정으로 말도 못하고)
무혁 : (풍선을 푸 불어 터뜨린다...그러다 차선 바꾸려고 백밀러 보는데...서늘한 미소)
26. # 경기도 외곽 도로
가로수들이 갖가지 색으로 물들어 가는 도로.....윤의 밴이 달리고 있다.
27. # 화보 촬영장 일각 (목장이나 혹은 시골의 정취가 있는 풍광 좋은 곳)
무혁, 팔짱을 낀 채 밴에 기대어(껌은 계속 씹으며) 오들희쪽을 보고 있다. (오들희들쪽과 거리가 좀 있다)
은채, 윤의 옷을 매만져 주며 모자도 씌워준다. 윤의 옆에선 오들희, 분장사에게 메이크업 받고 있다.
윤은 여전히 심통난 아이같고, 은채는 싸늘하게 굳어 있다.
오들희, 무혁쪽을 흘끗거리며 본다. 내심 못마땅하다. (한쪽에선 카메라 작가와 촬영팀들, 카메라 점검하고 있다)
윤 : (퉁명스럽게) 치사하지?
은채 : ......(꾹 입다문 채 일만하는)
윤 : (은채를 갈구는) 지가 스타면 스타지....아니꼽구, 드럽구, 메시껍구, 치사하구, (강조) 징그럽지?
은채 : ......
윤 : 뭐라구 대꾸를 좀 해보시지?
은채 : ....(아프고, 힘들다) 윤아.
윤 : (퉁명) 뭐?
은채 : (분장하며) 우리 멋지게 작별하자.
윤 : (당황) ....뭐?
은채 : 마지막인데 웃으면서 끝내구 싶어.
윤 : (당혹) ...너, 정말 그만 둘거야?
은채 : 응. (단호하다)
윤 : 야!
은채 : 그만 둘거야! 오늘이 마지막이야!
분장을 마친 오들희, 윤 옆으로 온다.
오들희 : 은채 니가 마무리 좀 해줘.
은채 : 예.... (앞치마에서 메이크업 도구 꺼내 오들희에게 발라준다)
윤 : 엄마! 은채가 진짜 그만 둘거래! (식식거리며 얄밉게 은채를 보는데)
오들희 : 아들! 만약에 있잖아. 나보구 은채를 택할래? 무혁인가 뭔가 하는 놈을 택할래 하면 엄만 무조건 은채야.
은채 : (오들희가 고맙다...)
윤 : 아, 증말...왜 이러냐, 다들!!
오들희 : 엄마두 싫어, 쟤.
윤 : 왜? 뭐가 맘에 안 드는데?
오들희 : 그냥.....뭔지 모르게 맘에 안 들어....니가 고집 꺽어, 윤아!
윤 : 아, 씨...저 형이 얼마나 괜찮은데...잘 알지두 못하면서....
오들희 : 은채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두 쟤 자를 테니까, 넌 우리 윤이 옆에 있어, 알았지?
윤 : (못마땅해 식식거리고)
은채 : .......(막상 또 미안한 마음도 들어....문득 무혁을 돌아본다)
무혁,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셔 한쪽 눈을 감은 채 넓게 펼쳐진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28. # 화보 촬영장
오들희와 윤, 다정한 모자의 모습으로 촬영하고 있다.
카메라 작가, 갖가지 다양한 표정과 모습 주문하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은채, 스텝들 사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몸이 점점 으슬으슬 아프다.
윤, 사진을 찍을때는 활짝 웃고 있다가 잠깐 쉬는 동안은 표정에 심통이 나서 은채를 얄밉게 쏘아본다.
다시 카메라 촬영 시작되고.
은채, 문득 무혁이 있던 밴쪽을 돌아본다. 무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29. # 밴 근처
은채, 와서 밴 주위를 둘러보고, 문을 열어 차 안도 보지만, 무혁이 없다.
30. # 일각
은채, 두리번거리며 무혁을 찾고 있다. 무혁의 모습,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딜 갔지?....가버렸나?.....점점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은채.
31. # 다른 곳 갈대밭 정도
은채, 찾으러 다니다 보니 갈대밭까지 왔다...두리번거리며 무혁을 찾는 은채.
은채 : ......아저씨....아저씨.....
무혁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은채 : 아저씨이......변태 아저씨이.....
은채, 걸어가다가 흠칫 발걸음을 멈춘다. 무혁이 갈대밭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하늘을 보고 있다.
은채, 보다가...괜히 무안해져 돌아서서 가려는데.
무혁 : 하늘이 별루다.
은채 : (흠칫하며 돌아보는)
무혁 : 호주 하늘은 참 이쁜데.
은채 : ...우리나라 하늘두 이뻐요.
무혁 : 호주 하늘이 더 이뻐.
은채 : (도대체 이뻐할 수가 없다) 가라, 그럼! 호주!!
무혁 : (그제야 은채를 보는)
은채 : 그렇게 이뻐하는 니네 나라 가서 잘 먹구 잘 살라구, 그니까!....매국노 아저씨!
무혁 : (픽 웃고) 저 위에 가보면 어떨까? 여기서 보는 거 보다 훨씬 근사하구 멋질까?
은채 : 궁금하면 직접 가봐라.
무혁 : (하늘을 보며) 갈거다...곧.
은채 : ......(피이)
무혁 : ...얼마 안 있음...갈거다....곧.
은채 : (어이없다는 듯 보는데)
이때, 은채의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은채 : (발신자 보고 핸드폰 받는) 예, 아줌마....다 끝나셨어요?....네....근처에 있어요. 금방 갈게요.
무혁 : (하늘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은채 : (핸드폰 끊고 무혁 보며) ...촬영 끝나구 밥 먹는대... (하다가) 요.
무혁 : ......
은채 : 밥! 밥!!
무혁 : ......(하늘만 보고 있다)
은채 : 밥 안 먹을 거예요?
무혁 : (표정이 몹시 쓸쓸하고 애잔하다....얼핏 눈물도 맺힌 것 같다)
은채 : (괜히 마음이 쿵 한다)
32. # 갈대밭
무혁, 호주머니에 손을 푹 찌른 채 갈대밭 속을 걸어가고 있다.
종종 걸음으로 무혁의 뒤를 뒤따르는 은채.
은채 : .....비행기표 살 돈은....있어?...요?
무혁 : (앞만 보고 걸어가는)
은채 : 내가 사 주까요? 비행기표?
무혁 : (앞만 보고 걸어가는)
은채 : ....(미안하다) 윤이가 아저씨 짜를 거예요. 그러기루 했어요.
무혁 : .....(갈대를 하나 툭 꺽어 질겅질겅 씹으며 가는)
은채 : 잘 된 거지 뭐, 차라리...괜히 애쓰지 말구, 오르지 못할 나무는 첨부터 안 쳐다보는게 나아요.
무혁 : .......
은채 : (말하고 보니까 좀 그렇다...자기도 괜히 갈대를 꺽으며) 아니, 그러니까...내가 오르지 못할 나무라는 게 아니구요....
(갈대, 쉽게 꺽이지 않는다. 다른 갈대를 꺽지만...그것도 쉽지 않다. 횡설수설) 내 경험상요 그러니까....
자꾸 정 들어서 더 마음 깊어지기 전에 빨리 끝내는 게 훨씬 마음두 덜 아프구...잊기도 쉽구...(무혁쪽을 본다)
무혁,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서 걷고 있다.
은채, “같이 가요, 같이 가요, 아저씨...”하며 부지런히 쫓아간다.
33. # 국밥집
촬영장 근처의 허름하고 조악하고 몹시 지저분한 국밥집이다.
오들희와 윤, 뭐 이런 집이 다 있어?....인상 일그러뜨리고 잔뜩 찜찜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일곱명 정도의 스텝, 식당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거칠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거구의 주인 아줌마(50대 중반 정도된), 곱창을 뚝뚝 썰고 있다.
그 모습에 오들희, 비위가 확 상했다.
국밥집 유리창 밖에 윤의 팬으로 보이는 중고생들, 다닥다닥 붙어서 윤을 보고 있다.
스텝 : 근처에 문 연 집이 여기 밖에 없네요, 선생님. ...일단 요기만 하기구요, 서울 가서 맛있는 거 대접하겠습니다.
오들희 : (떨떠름하게) ....네.
스텝 : (인사하고 자기 자리로 간다)
이때, 식당 안으로 무혁과 은채, 들어선다.
윤 : 여기야, 형!! (무혁을 향해 밝게 웃고, 은채를 향해선 여전히 퉁명스런 시선 주고)
오들희 : (찜찜하게 보는)
무혁 :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인사하며 윤의 테이블로 와 앉는다)
은채 : (윤의 눈치를 받아내며 무혁을 따라와서 앉는다)
주인여 : (거친 경상도 사투리, 사람들에게) 머 무끼고?
오들희 : 난 갈비탕 줘요.
윤 : 난 곰국이요!
주인여 : 우리집은 해장국뿌기 엄따! 열 한그릇 주모 되나?
스텝 : 예, 그렇게 주십시오.
오들희 : (궁시렁) 묻기는 왜 물어, 그럼?
윤 : 아우, 갑자기 왜 배가 아프냐?.... (일어나며)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무혁 : (유리창에 붙어 있는 제법 많은 중고생들을 보고 따라 일어선다)
윤 : (주인여자 가까이로 가) 아줌마!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주인여 : (식칼을 휘두르며 위치 설명하는) 요쭈로 쭉 가다가 저짜로 쭉 가서 그쭈로 확 돌아서 이쭈로 쭉 가몬 댄다.
윤 : (무섭게 식칼을 보다가) ....네....
34. # 국밥집앞
윤, 무혁의 호위를 받으며 달려드는 중고생 무리를 헤치며 나온다.
윤 : 형, 아줌마가 뭐라 그런거야?
무혁 : (피식 웃으며 고개 젓는) 몰라.
윤 : 차암... (고개 절래절래 저으며 어이없는 듯 웃고)
무혁 : (같이 웃는)
35. # 국밥집
오들희와 은채앞으로 탁탁 놓여지는 국밥 그릇.
오들희 : (기함하며 호들갑) 어머, 아줌마! 손가락이 국밥 그릇에 들어 갔어!
주인여 : (대꾸도 않고 다른 사람들 앞으로 국밥 놓아주고...다리를 절룩인다)
오들희 : (어이없다는 듯 주인여를 노려보는)
은채 : (오들희 달래는) 그냥...드세요, 아줌마.... (국밥 한 술 뜨고) 어우...캡 맛있어요.
오들희 : (숟가락으로 국밥 그릇 휘휘 저으며) 어우, 드러..어우, 지저분해...이게 뭐야....이거 소피지? 이런 걸 어떻게 먹어?....
나 이런 거 못 먹어...
주인여 : (오들희를 휙 노려보는)
은채 : (눈치보며) 그냥 확 드셔 보세요...선지가 얼마나 맛있는데.....
오들희 : (주인여자가 노려 본다는 거 눈치 못 채고) 싫어, 싫어...안 먹어, 나....어우, 비위 상해.
이런 건 얘, 야만인이나 먹는 거지...저리 치워. 너 다 먹어. (하며 은채쪽으로 국밥 그릇 미는데)
주인여 : (어느새 와서 국밥 그릇을 확 채더니 오들희의 얼굴에 확 부어버린다)
오들희 :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에 악! 비명 지르고)
은채 : (주인여자에게 소리치는) 아줌마!!
스텝들 : (놀라서 벌떡 일어나고...당황해서 보는)
주인여 : 그래, 이거는 사람 묵는 기 아이고, 몸에다 들이 부우라꼬 만든기다...니 오늘 국밥 갖고 목욕 한번 해바라....
(하더니 끓고 있는 커다란 들통에서 바가지에 국밥을 가득 떠서 오들희에게 오는데)
오들희 : 엄마야.... (얼른 일어나 쪼그리고 숨는)
은채 : (오들희를 가리고 서며, 주인 여자에게 항의하는) 아줌마! 진정하세요! 왜 이러세요! 진정하세요!
남자 스텝 둘, “진정하세요! 아주머니!” 하며 주인 여자를 잡아 말리고.
주인여자, “놔라! 이거 몬 놓나!!” 하며 소리치고.
오들희 : (은채 뒤에 숨어서 소리치는) 윤아...윤아...누구 우리 윤이한테 전화 좀 해요! 전화해서 어서 오라 그래!! 어서어어!!
은채 : (주인 여자는 계속 고함 질러 대고...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36. # 화장실 밖
무혁, 화장실 밖에서 윤을 기다리고 있다. 주위로 중고생들 사인지와 핸드폰 들고 모여들어 있다.
무혁, 이름표 달고 있는 학생들의 이름을 큰소리로 읽어본다...틀리는 글자가 반이다.
이때, 핸드폰(윤의) 벨 울린다.
37. # 화장실 안 (시골의 지저분한 화장실)
윤, 코를 막고 변기에 앉아 핸드폰 받고 있다.
윤 : 에? 울 엄마가 뭐 어떻게 됐다구요?
38. # 국밥집
오들희(얼굴에 콩나물과 시래기, 파 그대로 남아 있다), 분하고 자존심 상해 부르르 떨고 있고,
은채, 물수건으로 오들희를 닦아주려는데.
오들희 : (은채 손 쳐내며) 하지마, 은채야....윤이 오면 이거 다 보여줘야 돼.
은채 : 아줌마...참으세요...아줌마가 참으세요.
오들희 : 싫어! 못 참어!!.... (주인 여자 보며) 당신! 오늘 사람 잘못 건드렸어!....국밥 장사, 오늘로써 끝인 줄 알어, 아줌마!
우리 아들보구 이 집 확 밀어버리구, 여기다 빌딩 올리라 그럴거야, 내가!!
주인여 : (스텝들한테 붙잡힌 채) 머라꼬 씨부리쌌노, 저기....놔라, 이거 몬 놓나, 진짜!!!
이때, 윤, 허겁지겁 뛰어오고, 뒤따라 무혁, 들어온다.
윤 : 엄마!!
오들희 : 윤아아.....(울음이 터질듯한 표정)
윤 : 왜? 무슨 일이야?...얼굴에 뭐야, 그게?
오들희 : (울먹거리며) 저 여자가....엄마한테 펄펄 끓는 국밥 부었다, 윤아?... 엄마 얼굴 디었어어어....
무혁 : (무표정하게 보는)
윤 : (푸후 한숨 뱉고, 주인여자 보고 오들희 보며) 왜애? 엄마가 어떻게 했는데?
오들희 : 어떡하긴 뭘 어떡해? 취향이 안 맞아서 선지국 못 먹는다 그랬다구...사람을 이꼴로 만들었단 말야!
아우, 분해! 아우, 아우, 분해...저거 봐, 저거...저 뜨건 국물을 또 나한테 부을려구 지금 저러구 있는거야, 지그음....
무혁 : .......
주인여 : 암 짓도 안하께...놔라...이거 쫌 놔라.
스텝들 : (그제야 주인 여자를 놓는다)
오들희 : (울컥 울음 터뜨리며) 살다 살다 이런 모욕은 첨이야....엄마 너무 너무 분해서 딱 죽구 싶다, 윤아...
주인여 : 저 문디가 저....안죽도 입이 살아서 쫑쫑거리고 있네, 저기...(바가지에 든 해장국을 오들희에게 퍼부으려 하는데)
이때, 갑자기 무혁, 불위에서 끓고 있는 국밥 들통을 발로 걷어 차 버린다. 국밥, 그대로 바닥으로 쏟아지고.
은채와 오들희, 윤을 비롯한 사람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놀라서 무혁을 본다.
표정이 전혀 없는 무혁, 당황해서 서 있는 주인여자에게서 바가지를 확 채서 뺏으며 벽을 향해 휙 던져 버린다.
윤 : 형!!
주인여 : 야, 이 놈아...니 지금 머하는 짓이고, 이기!! (하며 무혁의 멱살을 잡는데)
무혁 : (주인 여자를 한 손으로 확 거칠게 밀어 버린다)
주인여 : (의자에 부딪히며 비명 지르며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은채 : 아줌마아... (하며 주인여자에게 달려 가 부축한다)
오들희 : (놀라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 눈이 동그래져서 보는)
무혁 :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선반 위에 엎어놓은 국밥 그릇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그릇들 바닥으로 와장창 깨지고...발 아래 걸리는 것들 발로 차 버린다)
은채 : (버럭) 아저씨!
주인여 : (허리를 다쳤는지 괴로워하는...기가 막혀 할 말을 잃는)
윤 : 형!
오들희 : (그저 눈이 동그래져서 보고 있는)
당황하고 놀란 스텝들, 누구 하나 말릴 생각을 못한다.
무혁 : (주방에 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밖으로 집어 던져버리고, 깨버린다)
은채 : (벌떡 일어나더니 가서 무혁의 몸을 꽉 안는다) 미쳤어요, 아저씨! 왜 이래요, 왜 이래!!....돌았어, 아저씨!!
그만 해요! 그만 해애!!!
무혁 : (그제서야 식식 가픈 숨 몰아쉬며 부수는 걸 멈춘다)
오들희 : (그런 무혁의 모습이....머리 속 깊숙이 각인된다)
39. # 밴 앞 / 화보 촬영장 근처 (노을녘)
무혁, 밴에 기대어 선 채 껌 껍질 까서 껌을 씹는다.
윤, 오들희(국밥 흔적을 깨끗히 씻었다)를 부축하다시피 껴안고 밴 쪽으로 온다. 그 뒤로 은채가 따라온다.
무혁, 밴 문을 열어준다.
오들희, 그런 무혁을 보다가(무혁을 보는 눈빛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윤의 부축을 받아 밴에 오른다.
윤, 무혁을 당혹스럽게 보고 밴에 오른다.
무혁, 껌을 씹으며 표정이 없다.
잠시후, 은채 와서 서더니...자신을 보는 무혁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들희와 윤을 본다.
은채 : 먼저 올라 가세요, 아줌마.
오들희 : 왜? 넌?
은채 : 전 좀 들를 데가 있어요.
윤 : 어딜 들러? 니가 여기 아는 데가 어딨어?
은채 : 친구 집이 있어, 여기...먼저 올라 가.
윤 : 무슨 친구? 내가 모르는 니 친구가 어딨냐?
은채 : 있어....서울에 가서 봬요, 아줌마...안녕히 올라가세요. (하고는 윤이 “은채야” 부르지만, 차 문을 닫아버린다)
무혁 : (은채를 보는데)
은채 : (눈길도 주지 않는다)
40. # 밴안 (달리는)
무혁, 운전하고 있다.
윤 : (당혹스런 표정으로 무혁 보며) 그렇게까지 안해두 됐잖아, 형.
무혁 : .....(대답 않는)
윤 : 형이 심했어...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구.
무혁 : .....(대답 않는)
오들희 : ....충분히 보상하구 왔잖아, 그래서.
윤 : 돈이 단가 뭐.
무혁 : (표정이 없이 운전해 가는)
윤 : (잠깐 생각하다가) 알았다. 은채가 왜 남았는지.
오들희 : 왜?
윤 : 그 국밥집 아줌마한테 갔을거야.
오들희 : 엉?
무혁 : ......
윤 : 거기 갔을 거야...틀림없어.
무혁 : ......(눈빛이 짧게 흔들린다)
오들희 : (그런 무혁을 유심히 보는)
41. # 국밥집앞
은채, 국밥집 앞으로 걸어온다.
엉망이 된 국밥집 안, 주인 여자, 청소를 하다 허리가 아픈 듯 고통스런 표정 짓는다.
테이블 위엔 10만원권 수표 10장 정도 놓여 있다.
은채, 몹시 미안하게 보다가 어디론가 간다.
42. # 국밥집안
주인여자, 깨진 그릇들을 담고 청소하고 있는데, 누군가 주인여자를 부축한다...은채다.
은채 : 앉아 계세요...제가 깨끗이 다 치울테니까 쉬구 계세요.
주인여 : (은채를 보는...적의와 의아함이 뒤섞인)
은채 : (주머니에서 파스 꺼내며) 엎드려 보세요. 아까 허리 다치신 거 같던데, 파스 붙여 드릴께요....
아니다, 저랑 아예 병원으루 가실래요?
43. # 밴안 (달리는)
무혁, 표정없이 운전하고 있다.
윤 : (푸 한숨 쉬고) 아, 피곤하다... (오들희의 무릎 위에 눕는다) 나 잘래, 엄마....자장가 불러 줘.
오들희 : 그래, 자....많이 놀랬겠다, 우리 아들....미안해, 괜히 엄마 땜에...
윤 : 괜찮아....(오들희의 손을 꼭 잡는다)
오들희 : (자장가를 불러준다)
무혁 :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
윤 : (눈을 떴다 감았다하며 스르르 잠이 든다)
무혁 : (오들희의 자장가를 들으며.....뼈가 시리다)
44. # 오들희집 대문앞 (밤)
민주, 차 세워 놓고 핸드폰 하고 있다.
민주 : 예, 어머니....전 집 앞에 와 있어요, 지금.
45. # 밴안 / 오들희 집 근처길
윤은 여전히 오들희의 무릎에서 잠들어 있고, 오들희가 윤의 핸드폰을 받는다.
오들희 : 우리두 금방 도착해....윤인 피곤한지 자네?
무혁 : (운전하며 통화 내용을 유심히 듣는)
오들희 : 그래, 좀 있다 보자... (핸드폰 끊고 윤을 깨우는) 윤아...일어나...다 왔어....아들!
무혁 : (모자를 더 푹 눌러 쓴다)
46. # 오들희 집앞
민주, 서성거리고 있는데, 저 앞으로 라이트 켜고 윤의 밴이 오고 있다.
민주, 밴을 향해 손을 흔든다.
밴, 민주 가까이로 와서 멎고, 운전석 문 열리고, 무혁, 내린다.
무혁, 민주를 보더니 꾸벅 인사한다. 민주도 무혁을 향해 인사하고. (어둡기도 하고 차마 박인우와 동일인물이라곤 생각 못한다)
무혁, 밴 문을 열어주면...오들희와 윤(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며), 내린다.
민주 : (인사하는)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윤 : 민주야.... (하며 민주를 안는다) 보구 싶어 죽는 줄 알았어.
민주 : (웃으며 윤의 등을 다독여주며) 나두....잘 갔다 왔어?
오들희 : (두 사람 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무혁을 보며) 그만 퇴근해요. 수고 했어요.
무혁 : (꾸벅 인사하는)
윤 : (민주에게서 떨어지며, 약간 표정 굳어) 전화하께, 형...들어가자...들어가, 엄마...
윤, 양팔로 오들희와 민주를 감싸고 집으로 들어간다.
오들희, 가다가 무혁을 흘끗 돌아본다. 무혁, 꾸벅 인사한다.
47. # 오들희 정원
오들희, 윤, 민주, 세 사람, 다정하게 걸어온다.
민주 : 새루 온 매니저야?
윤 : (고개 끄덕이고) 근데, 낼부터 그만 두라 그럴라구.
오들희 : ....안 그래두 되겠다, 윤아.
윤 : 엉? (오들희 보는)
오들희 : 조금만 더 두구 보자..니 말대루 괜찮은 녀석일지두 모르잖아...은채는 내가 설득할께.
윤 : (의아한)
오들희 : 아, 배고프다...맛있는 거 해줘, 아들.
48. # 거리
무혁,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문득 윤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윤(E) : 그 국밥집 아줌마한테 갔을거야. 거기 갔을 거야...틀림없어.
무혁, 걸음을 멈추고, 잠깐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결심한 듯 택시를 잡는다.
무혁 : 택시! 택시!!
49. # 국밥집
아수라장이 되었던 국밥집이 제법 깨끗해졌다.
은채(병색이 완전하다), 소매 걷고 열심히 걸레질하고 있다. 이마엔 식은 땀이 송송 맺혔다..끓어오르는 열 때문에 한기가 난다..
은채, 아픈 걸 떨치려고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물에다 열심히 걸레를 빨아 다시 바닥을 힘껏 닦는다.
50. # 국밥집 앞
무혁, 걸어와 선다. 창 밖에 몸을 숨긴 채 은채를 지켜본다.
송은채....점점 묘하고 진한 느낌으로 그에게 다가온다.
51. # 국밥집
원래의 모습보다 훨씬 윤이 나고 깨끗해진 국밥집 안.
은채, 병색이 훨씬 더 뚜렷해졌다.....은채, 시계를 본다.
52. # 시외 버스 정류장 (손님도 없고 한산한)
은채, 매표구 앞에 서 있다.
은채 : 서울행 마지막 버스 떠났어요?
53. # 시외버스 정류장앞
은채, 안색이 완전히 창백해져 간신히 걸어 나온다. 온 몸에 힘이 쫙 빠졌다.
은채, 암담한 표정으로 쪼그리고 앉는다.
무혁, 한쪽에서 그런 은채를 지켜보고 있다.
54. # 일각 거리
은채, 어떻게 해야 하나....이마에선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막막한 표정으로 간신히 걸음을 떼고 있다....
무혁, 은채의 뒤를 쫓는다.
저 앞으로 허름한 여인숙 간판이 보인다.
55. # 여인숙안
은채, 할머니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기다시피 힘겹게 들어간다.
잠시후 할머니, 마당쪽으로 오는데, 무혁이 들어선다.
무혁 : (대뜸 묻는) 내 와이프, 어느 방으루 갔어?
56. # 여인숙방
불도 켜지 않은 방...조악한 창문으로 바깥의 불빛만 흘러 들어온다.
은채,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진 채 열에 들떠 끙끙 앓고 있다.
잠시후, 무혁, 안으로 들어와 그런 은채를 안쓰럽게 본다.
시간 경과.
은채, 요 위에서 이불 덮고 누워 있다.
무혁, 물수건을 만들어 은채의 머리에 올려준다.
은채, 계속 열에 들떠 앓는 소리 내고.
무혁, 안타깝게 본다.
57. # 약국 (동네의)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 동네의 약국앞. 늦은 시간이라 이미 문은 잠겨 있다.
무혁, 주먹으로 힘껏 약국 문을 두드린다.
무혁 : 문 열어!....문 열어!....문 열어!!
58. # 윤방
윤, 잠도 못 들고 뒤척거리고 있다. 시계, 새벽1시 30분을 넘어서고 있다.
윤, 핸드폰 1번을 꾹 눌러 본다. “송은채” 뜨고 신호가 가나 싶더니
핸드폰이 꺼져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멘트가 들린다.
윤 : 아, 씨....어떻게 된거야, 이 기집애.... (벌떡 일어나 앉으며 걱정스런 표정 되는)
59. # 여인숙방
은채 머리 위로 약봉지 놓여 있다.
무혁, 캡슐약을 가루만 빼내 숟가락에 담아 물로 희석시켜 의식이 없는 은채의 입에 천천히 넣어준다.
(은채가 깰까봐 불은 켜지 않았다)
은채, 힘겹게 눈을 떴다가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시간경과.
무혁, 은채의 머리에 새 수건을 갈아 얹어준다.
앓고 있던 은채의 호흡 소리가 훨씬 순해지고, 깊은 잠에 빠진 것 같다.
무혁, 앉은 자세로 벽에 머리를 툭 기댄다.
조악한 여인숙 창문으로 새벽의 푸른 빛이 스며들고 있다.
물수건을 얹은 채 곤히 잠든 은채, 벽에 기대어 잠든 무혁의 풍경...
새벽이 다가오며 서서히 무혁의 모습만 없어진다.
60. # 일각 시골 거리 (아침)
무혁, 걸어가고 있다.
61. # 여인숙방
아침의 눈부신 햇살이 은채의 얼굴 위로 쏟아진다.
훨씬 안색이 좋아진 은채, 천천히 눈을 뜨더니...주위를 휘 둘러보고는...일어나 앉는다.
뜯어진 약봉지와 숟가락, 생수병, 세수대야, 젖은 물수건이 놓여 있다.
누가 밤새 나를 간호했나?....의아한 표정 짓는.
62. # 유료 주차장안 (서울)
주차된 여러 차들 사이로 무혁(박인우)의 차가 보인다.
63. # 무혁 차안
어느새, 럭셔리한 옷으로 갈아입고 수염까지 완벽하게 그린 무혁, 룸미러 보며 휴대용 드라이어로 머리를 만지고 있다.
머리 정돈이 끝나자 안경을 꺼내 쓰는 무혁.
64. # 민주 아파트 주차장
무혁, 차를 몰아와 주차시키고, 내린다. 바게트빵이 든 봉지를 차에서 꺼내 든다.
저 앞으로 외출복 차림의 민주가 차에 오르기 위해 걸어온다.
민주, 무혁을 보고는 멈칫 선다. 무혁, 민주를 본체만체 철저히 무시하고 민주를 스쳐가 버린다.
민주, 뭐 저 딴 자식이 다 있지?...자존심 상해서 노려 보는.
65. # 무혁집 거실
무혁, 거실로 들어선다....잠깐 생각하다가 갈치방쪽으로 간다.
66. # 갈치방
무혁, 문을 열고 들어 선다.
텅 비어 있는 갈치방, 아무도 없다.
67. # 서경방
무혁, 문을 열고 들어선다.
텅 비어 있는 서경방...역시, 아무도 없다.
무혁, 허탈해진다.
68. # 보육원 벤치
무혁과 서경의 사진(아기때 찍은 사진)이 붙은 파일을 보고 있는 대천. 대천의 눈동자에 심한 격랑이 인다.
대천, 회한에 젖은 그렁한 눈으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69. # 서경집 마당
민현석, 수돗가에서 고등어를 도막내 자르고 있다.
대천(E) : 실례합니다.
민현석, 돌아보면 대천이 서 있다.
민현석, 대천을 알아보고, 잠깐 멈칫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민현석 : 무슨 일이십니까?
대천 : (꾸벅 정중하게 인사하고)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어르신....여기 혹시 윤 서경이라는 아가씨 살고 있나요?
민현석 : 윤 서경?
대천 : 네, 윤 서경.
민현석 : ...아, 그 처녀....몇달 전까지 여기 살았는데, 이사 갔어요.
대천 : (맥이 풀린) 이사요?
민현석 : ...왜 무슨 일루 찾으시는지?
대천 : .....아닙니다...실례했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나간다)
대천이 나가자 마자, 서경방 문 열리며 서경이 갈치와 장난치며 나온다.
서경 : 할아버지! 짱구하구요, 오징어하구요 뭐가 다르게요?
민현석 : (태연한) 짱구하구, 오징어하구 글쎄...뭐가 다르나?...수수께끼야, 서경아?
서경 : 네. 음...짱구는요...음...짱구는요...(생각이 안 난다)
갈치 : 짱구는 못 말리구요, 오징어는 말려요, 할아버지.
민현석 : (허허 웃으며) 그래, 그러네, 정말...그러네.....허허.....
70. # 서경집 일각 길
대천, 심난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오는데, 저 앞으로 무혁(박인우 모습을 한)이 오고 있다.
대천과 무혁, 서로 스쳐 지나는데....이때, 대천이 들고 있던 서류 봉투가 툭 떨어진다.
무혁, 몸을 굽혀 서류 봉투를 집어 대천에게 준다.
대천 : 고마워요.
무혁 : (씨익 웃는데)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