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2007.9. 라디오 여성시대 방송)
"김 사장님! 오늘 본사에서 뻥 사장단 회의가 있습니다. 꼭 참석해 주십시오!"
"예,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뻥" 사장단 회의라 함은 무슨 국제적인 규모의 회의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용어의 편리 상 나는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올해 들어 처음 개최되는 회의였기에 내심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차를 몰았다.
수없이 퍼부어 내리는 빗물을 윈도 솔이 다 막아내기엔 역부족인 듯 빗물은 유리창 사이 비좁은 틈을 마구 헤집고 들어와 차량 실내를 뿌옇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간을 정확하게 맞춘 나는 근처에서 같은 사업을 하시는 매형을 모시고 본사에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김 사장님. 박 사장님.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번창하십시오. 사장님"
벌써 본사 뻥튀기 저장창고에는 각 지역 사장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사모님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하셨고, 각 지역 사장님들은 저마다 가지고 온 뻥튀기 차를 주차하고 끊임없는 담소에 여념이 없으셨다.
약 오십여 명의 각 지역 사장님들이 모두 모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맛있게 삶아진 요리를 즐기며 소주잔을 비웠다. 저마다 오가는 담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곳 사장단에서 나는 두 번째로 나이가 젊었고 대부분 사장님은 사십 대 중반을 넘기고 계셨다. 몇몇 사장님들께서 나의 주위에 앉으셨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김 사장님! 김 사장님은 참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나는 겸연쩍어하며 넌지시 반문을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김 사장님께서는 아무도 실행하지 않은 뻥튀기 노점을 가게창업으로 승화시키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하고 있잖습니까? 바로 살아있는 교훈이지요!"
"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나는 쑥스러워하며 말꼬리를 내렸다.
내가 '뻥'사업에 자신감을 느끼게 된 계기는 지난 2월에 일어났다.
나보다 젊은 노 사장이란 분을 내가 알게 된 것은 영통지구 모 아파트 알뜰 장에서였다.
뻥튀기 사업에 대한 기술을 전수받고자 찾아간 그날 나는 깜짝 놀랄 일을 경험하고 말았다. 노 사장은 그야말로 물 찬 제비처럼 장사수완이 좋았다.
어떤 사람이건 뻥튀기를 튀기는 기계 앞에만 서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뻥튀기를 꼭 사고야 마는 것이었다. 꼭 팔려고 한 게 아닌데 고객들은 알아서 척척 사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최대의 서비스와 최대의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노 사장님의 경영 기술 덕분이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 체험은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한, 같은 장면을 목격하고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내 것으로 만드는 역량은 반드시 틀릴 것이다.
나는 그날의 체험을 발판삼아 그 먼 울산 땅에서 종횡무진 거리를 누비며 한 달간 사업을 하였다. 내가 가는 길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쳤고 내가 내미는 뻥튀기에 사람들의 미각이 바뀌었다.
처음에 사람들이 웃었다.
'노점에서 하는 뻥튀기 장사를 가게를 얻어서 그 비싼 가게 세를 주면서 해? 도대체 저놈은 정신이 있는 놈이야?'
아무도 가게를 뻥튀기 가게로는 임대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발한 논리가 뻥튀기 장사가 아니라 "웰빙 뻥 즉석 제조 백화점"이었다.
부동산에서조차 이 생소한 단어 앞에서는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 후, 한 달여가 지난 오늘, 세상은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더니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달라지고 있었다.
뻥튀기 사장님들도 나의 사업 기술을 배우고자 몰려들었다.
이제는 뻥튀기 사업을 노점이 아닌 가게로 끌어들여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시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뻥튀기를 사가던 분들도 이제는 노점이 아니라 뻥튀기 전문 백화점에서 사겠다며 일부러 가게를 찾아오시곤 한다. '발상의 전환'이란 단어가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본 적이 있던가?
나는 지금 내가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착실히 밟아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발 디뎌 걸어온 날이 추억이 되듯 내가 시작한 사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한 이미 내 사업은 본 괘도에 올랐다고 감히 자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