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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삼림 파괴에 대하여
삼림은 생물의 서식처가 될 뿐 아니라, 홍수시에는 빗물을 흡수하였다가 조금씩 하천으로 흘려 보내어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아 줍니다. 그리고 물이 부족할 때에는 저장된 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개발 도상국 농부의 약 40%는 관개나 축산업에 필요한 물을 삼림에서 흘러나오는 물에서 얻습니다. 또 삼림은 토양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는 등 아주 중요한 기능을 도맡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삼림이 과거 30년 동안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열대지방에서 약 40%가 벌채되거나 불에 타서 동식물의 서식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얼마전 뉴스에 보도되었습니다. 다음의 예를 보고 토론하기로 했습니다.
경찰 : 어서 들어가세요. 아! 그만 싸우시고… 진정하세요. 어서요. 어?(싸우는 두 사람을 말리며 경찰서 안으로 데려온다)
묘지관리자 : 아. 글쎄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억울. 분통한 목소리로)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타이핑맨 : 우선 앉으세요. 자, 이름은? 나이는?
골프장관계자 : 아… 정말 이러면 전 억울하죠? 우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난 잘못한 게 없다니까요? 난 S건설업체 대표인데 분명히 구청에서 이렇게 토지 허가가 났는데 공사를 왜 못하게 하는 겁니까?
묘지관리자 : 당신 같으면 영친왕 묘가 골프장 건설 토지 안에 들어가게 되는데 가만히 있겠습니까? 요즘 세상엔 한 나라의 왕이었던 사람의 묘지도 골프장이니 뭐니 해서 반이나 잘라 먹어도 좋단 말입니까?
골프장관계자 : 난 그런 건 몰랐습니다. 우린 우리 계획대로 토지 허가 신청을 했고 이렇게 토지 허가가 났는데요. 우린 이것만 믿고 벌써 공사를 착수했는걸요. 인부들도 고용했고 또 기자재도 준비되어 있는 데다가 산 저쪽을 깎아 내리기 시작했는데 이제와서 공사를 중단시키면 손해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타이핑맨 : 토지 허가가 났다구요? 어디… 보여 주세요.
골프장관계자 : 여기요.(토지 허가 증명서를 보여 준다)
타이핑맨 : 이거.. 이거 안되겠네. 이거 발급한 사람 불러와요.
경찰 : 네.
(잠시 뒤 토지 허가 공무원 경찰과 나타난다)
토지관리자 : 무슨 일입니까? 오면서 대충 얘긴 들었는데
묘지관리자 : 당신, 일을 어떻게 하는거야? 이렇게 해도 돼? 당신이 일을 제대로 했어야지.
토지관리자 : 아니? 이 토지 계획서 안에 영친왕묘가 들어간다고요? 난 몰랐습니다. 난 상관없는 일입니다.
묘지관리자 : 상관없다구? 왕묘가 당신 때문에 반이나 잘리게 됐는데도?
토지관리자 : 모르겠습니다. 난 몰라요.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안납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제시하고 토론을 시도(토론의 예시문)
사회자 : 자~ 어떻게 보셨습니까? 위의 상황은 토지 허가 공무원의 실수로 인해 공사를 착수시킬 수도 없고 중단시킬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서 토론하겠습니다.
사람 1 : 저는 골프장 공사에 반대합니다. 영친왕묘는 문화적 가치도 있고 주위 환경이 울창한 나무숲에 위치하기 때문에 골프장을 건설하면 문화적 가치와 자연 환경을 훼손시키게 됩니다.
사람 2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골프장 건설로 인하여 관광. 레저 스포츠 사업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고 여가 생활을 즐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3 : 전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골프를 여가활동의 하나로 여기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 중의 일부가 아닙니까? 그 일부 사람들의 여가 활동을 위해 문화적 가치가 큰 영친왕묘를 없애고 울창한 삼림을 없애는 데 저는 반대합니다.
사람 4 : 저는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친왕묘는 문화적 가치는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고 울창한 나뭇속에 가려져 오히려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기회에 영친왕묘를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고 골프장을 건설했으면 합니다. 그게 서로를 위해 좋지 않을까요?
사람 5 : 저는 반대입니다. 우리 나라는 울창한 나무숲이 많은 나라가 아닙니다. 만일 인류가 삼림의 파괴를 막는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는다면 2050년경엔 브라질과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만 삼림이 남고, 2100년경에는 대부분의 삼림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얼마 있지도 않은 삼림을 깍아내고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니 말도 안됩니다.
사람 2 : 하지만 골프장 건설 토지안에 들어가는 삼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삼림을 그대로 두어 땅을 늘리기보단 그 땅을 잘 개발하여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 1 : 그 땅을 골프장으로 만들어 봤자 돈이 얼마나 모이겠습니까? 이 땅이 골프장으로 만들어지면 틀림없이 이 주변 마을에도 유흥업소와 숙박시설이 늘어남으로 인해 교통체증이 생기고 자연환경이 훼손될 것이 뻔합니다. 그런 일을 왜 시행하려고 합니까?
사람 4 : 잠깐만요…전 다른 생각입니다. 골프장이 생겨난다고 해서 꼭 자연환경과 삼림이 훼손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골프장은 삼림만 없어질 뿐이지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한 스포츠 시설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오면 마을 사람들이 장사도 할 수 있고 집을 숙박시설로 개조해 돈도 벌 수 있고 모두 다 좋은 것 아닙니까?
사람 3 : 그렇다면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삼림이 있으면 홍수와 산사태 등을 막을 수도 있으나 골프장이 생긴다면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저는 골프장 건설에 반대합니다.
사람 5 : 저도 그 의견에 찬성입니다. 산사태, 홍수 뿐만 아니라 삼림은 벌채되어 목재는 주로 종이와 건축재, 가구 등의 원료로 이용되고 있는데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목재량은 1950년에 비해 2배이상 증가하였고 합니다. 이렇게 목재 소비량은 늘어만 가는데 삼림을 없애는 데 저는 반대합니다.
사회자 : 네,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골프장 건설과 영친왕묘, 삼림파괴… 이 문제는 지금 저희 힘으로썬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저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삼림 그 자체만을 지키기보단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아끼고 사랑하며 자원을 아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골프장 등 여가를 즐기기보단 환경 보호 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골프장보단 삼림이 여러모로 유용하니까요.
단원 : (3) 허생전
수업 목표 : 1. 작품에 드러난 주인공의 성격을 말할 수 있다.
2. 모의 재판을 통해 허생이 한 행위의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있다.
<수업 전개>
◎ 도입
- 인사
- 주의 환기
- 전시학습 상기
- 본시 수업 안내 및 수업 목표 제시
◎ 전개
♧ 인물의 성격 파악
◆ 먼저 주인공 허생에 대해 알아봅시다. 여러분들이 구체적으로 찾아보아야 할 부분을 나누어 주겠습니다. 두 가지 정도로 인물의 성격을 요약해 봅시다.(조별로 토론할 때는 다른 조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고, 조장은 토론 내용을 정리하도록 지도 )
◆ 이제 정리을 하세요. 조별로 토론한 것을 발표해 봅시다. 발표할 때는 ○○○대목을 보아 △△한 것을 알 수 있다.'의 형태로 해 주세요. 다른 조원들은 발표조의 발표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세 조 정도 발표를 시키고, 발표 내용은 판서하여 정리한다. 모자라는 부분은 다른 조의 발표로 보충한다.)
◇ -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 당당
-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 대범
-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 : 선비정신
-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 : 선비정신
- 이완과의 대화 : 현실비판적, 급진적
♧ 모의 재판
◆ 지금까지 우리는 주인공 허생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면 이런 인물과 지난 시간에 공부한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서 허생의 행위에 대한 모의재판을 해 봅시다.
◆ 작품 결말에서 허생은 어떻게 되었나요?
◇ 사라져요.
◆ 사라진 허생은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 섬으로 다시 돌아간다. 신선이 된다. 다른 곳에 가서 돈을 번다. 등
◆ 예,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들의 그런 생각을 다음 시간까지 좀더 구체적으로 적어 오도록 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국가 정책을 비판하고 정승 이완을 죽이려 한 죄로 허생이 의금부에 잡혀왔다고 생각하고 재판을 해 봅시다. 지난 시간에 배역을 정했지요?
그럼 '허생'을 맡은 사람은 앞으로 나오세요.
'변씨, 아내, 도둑, 이완'은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증인 요청시 자리에서 일어나 답해 주십시오. (검사, 변호사를 조별로 나눈다.)
지금부터 저는 사회자가 되겠습니다. 검사와 변호사가 의견을 제시할 때는 '검사 ○○○, 변호사 ○○○'로 소개하고, 증인이 필요하면 저에게 요청하십시오.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 검사 여러분, 허생이 한 일들을 생각해 볼 때 허생이 지은 죄는 무엇입니까? (판서한다.)
◇ 검사 : 매점매석, 도둑들과 어울림, 국가 정책 비판 ….
◆ 그러면 이러한 것들이 왜 죄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 때문에 죄가 있다'의 형식으로 말하면 되겠습니다.
◇ 예상되는 검사 쪽 의견
- 매점매석을 하여 국가 경제를 혼란시켰기 때문에 허생은 죄가 있다.
- 무엇이든지 독점하는 행위는 나쁜 것이다. 경제를 혼란시켜 나라에 피해를 준다.
- 생활 필수품을 매점매석하여 나라 백성에게(특히 선비에게) 피해를 준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
- 나라에서 수배중인 것을 알면서 어떻게 그 무리들을 이끌어 빈 섬에 숨길 수 있는가?
- 빈 섬에 독립하여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 반역이다.
- 우리가 오랑캐에게 당한 치욕이 있는데 어찌 오랑캐의 옷을 입고 변발을 할 수 있는가?
- 우리의 옷을 오랑캐의 옷이라 하고, 상투를 송곳이라 말하는 것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우리 예법을 능욕하는 것이다.
◆ 변호인측 반론하실 분 있으면 하십시오.
◇ 예상되는 변호사 쪽 의견
- 매점매석은 나쁘지만 번 돈으로 자기 배를 불린 것이 아니라, 나라가 구제하지 못한 군도들에게 살 길을 마련해 주었다.
- 경제 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을 밝히려는 조그만 시험이었지, 악의로 저지른 것이 아니다.
- 섬을 만든 것은 군도를 잘 살게 해 준 것과 동시에 외화 획득으로 경제력을 부강시킨 것이다.
- 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백성들이 생활고에 찌들리는데 관리라고 하는 이들이 체면과 허례허식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은 망국의 길이다.
- 앞선 청나라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이다. 위정자라면 좀더 멀리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 여러분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피고의 마지막 진술이 있겠습니다. 피고는 진술하십시오.
◇ (허생역을 맡은 학생이 진술한다.)
◆ 지금까지 여러분은 검사와 변호사의 입장에서 허생의 행위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검사, 변호사의 입장에서 벗어나 재판관이 되십시오. 그리고 조별로 판결문을 작성하기 바랍니다.
◇ ( 두 조 정도 OHP를 이용하여 발표시킨다. - 나와서 발표 )
◎ 정리
♧ 학습 내용 정리 및 형성 평가
◆ 지금까지 여러분은 허생의 성격을 알아보았습니다. 또 직접 변호사나 검사의 입장이 되어 허생의 행위에 대한 의견을 발표한 후 판결을 내려 보았습니다. 그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봅시다.
♧ 차시 예고 및 과제 제시
◆ 다음 시간에는 '허생전'의 주제, 그리고 결말 상상하기를 공부하겠습니다. 결말 상상하기 과제를 잊지 말고 해 오기 바랍니다.
▶ 모의 재판 수업 대본 예시
<통일신라에 대한 모의 재판 대본>
때: 1993년 4월 29일
곳: 제 19호 법정
등장인물: 재판장, 검사, 변호사, 피고, 김춘추, 최치원, 김부식, 대발해, 왕고려, 신라관리, 신라농민 그 외 다수 배심원
(방청객과 배심원이 자리하면 서기가 무대 중앙으로 나오며)
서기: 일동 기립!
(재판장, 검사, 변호사 등장)
그 뒤에 안 일어나는 사람은 뭡니까? 일동 착석! (서기 자리에 앉는다.)
재판장: 지금부터 피고 김신라 씨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검사, 논고하시오
검사: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만장하신 신사숙녀 여러분! 본 검사는 오늘 이 자리에서 피고 김신라 씨를 재판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 오랜 세월 동안 죄값을 치르지 않고 버젓이 교과서에 나와 있던 피고를 역사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것 또한 뜻 깊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피고: 김신라는 기원전 57년 모월 모일 경북 경주에서 출생한 자로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형뻘인 고구려 씨, 부여백제 씨와 힘을 겨루다 두 형을 쓰러뜨린 후, 이당나라 씨와 또 다시 싸움을 벌이는 등, 동네 평화와는 관계 없이 무수한 싸움 끝에 이른바, 삼국통일을 이룩하였습니다. 후에 통일신라로 이름을 바꾸어 삼국 시대의 영광을 독차지했을 뿐 아니라, 흥청망청대면서 동네 문화 유산을 써 버렸음은 물론, 이당나라 씨의 싸움에서 할아버지 고조선 씨가 잠들어 계신 만주 벌판과 한반도 북부까지 포기하였고, 그 땅을 되찾았던 대발해 씨를 후방에서 공격하는, 그야말로 반동네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더구나 피고가 엉망진창으로 살았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의 반발이 일어나 다시금 후삼국으로 분열하여 싸움을 벌였던 바, 민족 정기를 흐트러뜨린 장본인으로서 그 죄상을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에 본 검사는 재판장님의 서릿발 같은 판단을 부탁드리면서 이상으로 논고를 마치겠습니다.
재판장: 그럼 순서에 따라 검사측부터 증인 신문하시오.
검사: 최치원 씨를 요청합니다.(최치원 등장)
서기: (증인에게 책을 한 권 주면서) 선서하시오.
최치원: (선서한다.) 증인 최치원은 부처님께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합니다.
판장: 검사, 신문하시오.
검사: 에, 증인께서는 피고하고 처음에는 무척 친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중에 사이가 멀어진 이유는 뭡니까?
최치원: 예, 저는 어릴 적에 이당나라 씨네 동네에 가서 글공부를 했습니다. 거기서 과거 시험에 합격해서 관리 노릇도 했죠. 꽤 출세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 동네로 와서 제 실력을 펴보이는 게 낫겠다 싶어 피고를 만났죠. 한동안은 제 말을 듣는 듯하고, 제게 벼슬길도 열어 주어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제 출신이 문제였습니다. 제가 6두품이니까 장관의 자리는 못 준다는 거였죠. 그래서 제가 항의를 했더니 진공이나 성공이 아니면 장관은 어림도 없다는 겁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당나라 씨는 다른 동네 사람한테도 벼슬을 준다고 했더니 그러면 저보고 이씨네 동네에 가서 살라는 겁니다.
검사: 그게 바로 골품제도의 모순이라는 거죠?
최치원: 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능력있는 사람들이 그놈의 골품제도 때문에 사이가 멀어졌고, 나중에는 대놓고 욕하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검사: 그래서 피고가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인 고집에 빠져 스스로 동네 문화 발전을 방해했다는 뜻이겠군요? 이상입니다.
변호사: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검사는 지금 증인을 유도 심문하고 있습니다.
재판장: 받아들입니다. 변호인측 증인 요청합니다.
변호사: 김춘추 씨 나와 주십시오.(김춘추 등장)
서기: (책을 한 권 주면서) 증인 선서 하시오.
김춘추: 본인은 부처님 앞에서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합니다.
재판장: 변호사, 증인 신문하시오.
변호사: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어째 길은 막하지 않았습니까?
김춘추: 뭘요. 마침 KBS 대하 드라마 삼국기 촬영을 끝나고 바로 오는 길입니다.
변호사: 증인께서는 오늘날의 피고를 있게 한 은인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어떻게 해서 피고로 하여금 동네 통일을 서두르게 하셨습니까?
김춘추: 당시에 '백제는 보름달이요. 신라는 초승달'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잘못 생각하여 백제가 최고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피고가 엄청나게 성장하여 동네의 주인공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로 피고는 법흥권, 진흥권을 익히며 체력과 무술 단련에 힘썼을 뿐 아니라, 화랑도라는 보검을 갖고 난 뒤부터는 다부지고 우람한 체구와 싸움에 물어나지 않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고씨와 부여씨가 어제 동맹을 맺어 피고를 구석에 몰아놓고 계속해서 협공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동네 통일의 필요성과 자신감을 갖고, 서둘러 일을 추진하게 된 거죠.
변호사: 그 당시 세력으로 보아 고구려 씨가 동네 통일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지닌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춘추: 아,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고 실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구려와 부여 백제 씨는 당시에 이미 노년기에 접어들어 뭔가 새로운 몸가짐을 했어야 했는데 이를 게을리했고, 피고는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인데다 나름대로 야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동네간에 싸움을 없애고 평화롭게 살아보자는 뜻에서 과감히 통일을 추진했던 겁니다. 오히려 피고가 이 일을 서두르지 않았다면, 고구려 씨가 힘이 약해진 마당에 동네 정체가 이당나라 씨에게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시대적 상황이었습니다.
변호사: 그러니까 고구려 씨가 동네 통일을 하기에는 너무 늙고 병들어 있었다는 얘기로군요? 훌륭하신 말씀 고맙습니다. 이상입니다.(김춘추 퇴장)
재판장: 다음 검사측 증인 또 있죠? 신청하시오.
검사: 예. 대발해 씨 나와 주십시오.(대발해 등장)
변호사: 뭐 대발이?
대발해: 여보쇼. 나는 대발이가 아니고 대발햅니다. 흥!
서기: (책을 한 권 주면서) 증인 선서하시오.
재판장: 검사, 증인 신문해요.
검사: 증인께서는 피고가 이당나라 씨를 끌어들여 동네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막대한 영토 상의 손실을 보게 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발해: 한 마디로 분통터뜨릴 일입니다. 저 드넓은 만주 벌판을 상상해 보십시오. 고조선 할아버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나 지금은 갈 수 없는 땅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끄럽게도 제가 마지막으로 만주에 살았던 대발해올시다. 그나마도 억울하게 돌아가신 고구려 형님의 뒤를 잇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한 결과죠. 피고는 옛정을 생각해서 속병을 앓고 있는 우리 형님을 부축하기커녕, 배은망덕하게도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공격 앞으로'였습니다. 이당나라 씨를 등에 업고 말이죠. 그런데도 김춘추 씨가 시대적 상황이라고 핑계를 대는 것은 동네 자존심상 도저히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김춘추: (객석에서) 뭐라고? 말이 안되다니!
재판장: 아, 증인 조용히 하시오. 여기는 신성한 법정입니다. 다시 한 번 그러면 퇴장시키겠소!
검사: 그러면 피고와는 어땠습니까?
대발해: 예. 얄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핏줄인데 싶어 싸움을 걸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싸움은 피고가 먼저 걸었죠. 제가 막 만주 땅에 집을 짓고 문패를 달 무렵, 이당나라 씨가 저를 쓰러뜨릴 음모를 꾸몄죠. 그래서 제가 먼저 이당나라 씨네 동네로 들어가 한참 공격하고 있는데 별안간 피고가 제 등을 후려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씨의 부탁을 받고 저를 공격한 거죠. 결국 이씨를 혼내 주려던 생각을 포기하게 되었고 피고와는 더욱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한참 뒤 감정을 좀 풀려고 서로 악수를 했는데, 글쎄 200년이 넘도록 딱 두 번밖에 악수를 못 했습니다. 아울러 저를 쏙 빼놓고 통일신라시대라고 부르는 것도 못마땅하고요.
검사: 당연히 남북국시대라고 불러야죠. 수고하셨습니다. 이상입니다.
재판장: 다음, 변호인측, 신청한 증인 있죠?
변호사: 예, 김부식 씨입니다. 나오십시오.(김부식 등장)
서기: (책 한 권을 주면서) 증인은 선서하시오.
김부식: 증인 김부식은 공자 앞에서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합니다.
재판장: 변호사, 신문하시오.
변호사: 증인께서는 삼국사기라는 책을 써 아주 유명하신 분인데, 간혹 너무 신라 편을 든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부식: 그거야 당연하죠. 솔직히 피고 편을 많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피고가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태어난 걸로 기록했다든지, 또 피고에 대한 설명이 고구려 씨나 백제씨보다 훨씬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김춘추 씨 말마따나 피고의 동네 통일은 시대적 상황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였고, 우리 왕고려 씨가 바로 피고의 찬란한 업적을 계승하신 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음이 피고한테 쏠린 것 같습니다.
변호사: 피고의 찬란한 업적이라는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김부식: 슬라이드를 보면서 말씀드리도록 하죠. 이봐, 조수!(슬라이드에 불국사, 석굴암 등 화면이 10컷 정도 비춰진다.)보세요! 예술의 극치입니다. 거의 환상적이죠? 이런 건축물들은 철저한 수학적 계산 없인 불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만큼 피고가 문화 발전에 온갖 정성을 다 쏟았다는 얘기죠.
변호사: 그러니까 피고 편을 드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죠?
김부식: 참고로 한 말씀 더 드리면, 역사에는 'if'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가정이 있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피고가 동네 통일을 하기까지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원인과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역사는 냉엄한 것이오. 항상 '이긴 자'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겁니다.
대발해: 김부식 씨, 당신 왜 우리 대발해는 삼국사기에서 뺀 거요? 그리고 고조선 할아버지는 왜 뺀 거요. 응?
김부식: 재판장님, 이런 험악한 분위기에서는 증언을 못 하겠습니다. 그만 가겠습니다.
변호사: 재판장님, 재판장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대발해 씨에 대해 엄중한 조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신문 마칩니다.
재판장: 대발해 씨, 조용히 하세요! 한 번 더 불쑥 떠들면 법정 소란죄를 적용하겠습니다.
대발해: (법정 밖으러 튀어나가면서) 거짓이 판치는 법정, 까짓것 나가면 될 것 아냐.
재판장: 검사측 증인 또 있죠? 오늘은 웬놈의 증인이 이렇게 많아. 누굽니까?
검사: 왕고려 씨입니다. 왕고려 씨? (왕고려 등장)
서기: 에이 참, 또 야? (책을 툭 던지면서) 선서해요.
왕고려: 증인 왕고려는 부처님과 공자님 앞에서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합니다.
검사: 어서 오십시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죠?
왕고려: 예, 개성에서 서울로 오는데 철조망이 155마일이나 깔려 있어 할 수 없이 돌아서 오느라고 좀 늦었습니다.
검사: 증인께서는 견훤 씨, 궁예 씨와 함께 후삼국 시대의 주역이었고 다시금 동네 통일을 이룩하셨는데, 당시 피고의 상황을 좀 말씀해 주시죠.
왕고려: 무엇보다도 피고는 사치와 퇴폐적인 행동을 일삼았으며, 백성들의 생활보다는 자기 권력을 유지하는 데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급기야는 골품이라는 병에 걸려 각 뼈마다 따로 노는 상황이었습니다. 잠깐 화면 좀 보실까요?
(극중극) 두 사람이 서로 역할을 바꾸며 대사
귀족: 이 봐, 모레 포석정에서 임금님 생신 축하연이 있으니 잘 준비하도록!
관리: 그럼 준비 자금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귀족: 이 봐, 하루 이틀 이 짓 해 봤나?
(서로 한 바퀴 돌면서 역할이 바뀐다)
관리: 여기 봐, 뭘 하나? 내일 모레가 임금님 생신인데 여태 뭘 꾸물대는거야? 빨리 서둘럿!
부하: 쳇, 서로 왕 되려고 귀족끼리 싸워서 나라꼴 엉망인데 무슨 얼어죽을 잔치야? 이거 봐, 각 고을 군주들한테 빨리 연락해!(극중극의 두 사람이 관객을 향해 동시에 소리친다.)여봐라, 빨리 세금 내랍신다! (이 때 객석에서 구호) 세금 징수 줄여서 같이 먹고 같이 살자! (같이 살자, 같이 살자) 김신라를 타도하고 봉건 체제 완성하자!(완성하자, 완성하자)
(무대 중앙에 농민, 6두품, 호족을 상징하는 인간 조각)
검사: 아, 이렇게 해서 후삼국시대가 시작되는 거군요. 증인께서도 이 때 나타나신 겁니까?
왕고려: 아닙니다. 저보다는 견훤 씨, 궁예 씨가 호족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 지방을 다스리고 있었고, 저는 조금 뒤였죠. 그 땐 이미 피고가 반미치광이처럼 헤매면서 스스로 목숨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검사: 예, 수고하셨습니다. 이상입니다.
재판장: 이상으로 증인 신문을 마칩니다. 검사 구형하시오.
검사: 피고 김신라 씨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로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동네 평화를 송두리째 망쳐 놓았습니다. 이웃 악당을 끌어들여 두 형님을 죽이고 사촌동생 발해를 끝끝내 무시하는 천인공노할 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런 짓거리 때문에 우리 동네의 역사는 처음부터 거꾸로 만들어져 정통성을 깡그리 없애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뉘우치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그 때의 삼국통일과 같은 행위를 자주적이고 주체적이었다고 교과서와 텔레비전 등에서 뻔뻔스럽게 나불대고 있습니다. 이런 죄인을 그냥 두었다가는 '문민정부'도 있을 수 없고 개혁도 있을 수 없으며 더욱이 정의도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피고를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뉘우칠 때까지 교과서를 비롯한 책과 텔레비전에 등장하지 못하게 하는 종신금고형을 구형합니다.
재판장: 피고 마지막으로 할 말 있습니까?
(피고가 변호사에게 고개짓을 한다)
변호사: 피고의 최후 변론과 나의 변론을 뭉뚱그려 한꺼번에 하겠습니다. 에……여러분, 저 푸른 하늘을 한 번 보십시오. 일찍이 이 땅에 살았던 영웅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영웅은 어느 시대에나 최후를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습니다. 자, 여기에 앉아 있는 피고를 보십시오. 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영웅입니다. 하지만 피고는 역사와 민족 앞에 당당합니다. 피고 김신라 씨는 어릴 때부터 그 총명함이 중국에까지 알려졌으며 불교와 글공부에 심취하였고 체력 단련 또한 열심히 노력하여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네간에 잦은 충동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동네 통일을 꿈꾸게 되었고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서 이당나라 씨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 점에서 여러 사람의 오해가 많은데, 사실 이 때 고구려 씨와 부여백제 씨와 여제동맹을 맺어 피고의 목을 조여 왔기 때문에 피고로서는 살아남기 위해 이씨의 도움을 빌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피고로서는 정당방위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통일신라로 이름을 바꾼 이후, 불국사·석굴암·세계 최고의 인쇄물 다라니경을 비롯해 과학기술과 예술혼이 한데 어우러진 찬란한 동네 문화를 이룩하였으며, 갈라져 있던 동네 문화를 하나의 터전 위에 굳건히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왕고려, 이조선 씨의 예술 활동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우리 동네의 자존심을 한층 드높였기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피고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왕고려 씨가 죽을 때의 추악한 모습, 이조선 씨가 죽을 때의 무기력한 모습에 비한다면 피고의 죽음은 차라지 장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재판장님께서는 이 점을 심사숙고하시어 피고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재판장: 잠시 휴정한 후, 판결에 들어가겠습니다. 배심원 여러분께서는 각각 피고의 유죄, 무죄를 판단하여 나름대로 이유를 써서 서기에게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휴정을 선언합니다. 땅 땅 땅! (선생님 우리 연극해요, 김용심,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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