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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교육이야기 스크랩 우리는 숨쉬는 도서관에 간다
희망새 추천 0 조회 24 09.12.19 13:5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는 숨쉬는 도서관에 간다
 
                                                                                                            희망제작소 칼럼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장서관을 기억하는가 움베르토 에코의 원작에서 거대한 미로로 묘사된 2차원의 장서관 내부는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화가이자 건축가인 피라네시의 스케치를 재현한 듯 수많은 계단과 다리로 복잡하게 얽힌 3차원의 비밀스런 공간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그 기이한 구조를 기억하는 독자들은 예의 장서관이라는 대상에서 대단히 폐쇄적이며 종교적 신비감과 더불어 뭔지 모를 중압감에 휩싸인 그 시대의 지식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중세 이탈리아의 수도원 장서관은 기호학자의 예리한 감각을 빌려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긴장감 있는 현장으로 표현되었다. 이 공간을 통해 지식에의 자유로운 접근이 통제되고 독점됐던 시대정황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험임에 분명했다.

책 읽는 사회를 향한 나눔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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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이집트 카이로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지금부터 2천00년 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70만권의 장서를 갖춘 도서관이 세워졌다고 하지만 건축학적으로 도서관이라는 건물 형식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4세기 후반의 일로 보고 있다. 이때의 도서관, 즉 장서관은 대체로 폐가식으로 운영되어 서고와 열람실이 엄격하게 분리되었으며, 서고에는 사서만이 출입하였다. 인쇄물이 보편화되기 전 필사본에 의존했던 과거에 책의 가치와 그것을 다루는 이의 위상이 어떠했는가를 상상해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했기에 책(지식)의 감시와 통제는 당연한 것이었다. 도서관의 평면도 사서의 시선에 의한 직접적 중앙감시체제로 계획되었다. 오늘날 전자감응장치 등에 의한 간접 통제로 바뀌면서 도서관의 평면이 자유로워진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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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에서 문을 여는 어린이 전용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1호.

 

드디어 어린이 전용 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 1호(전남 순천 신도시 금당지구 상삼리·정기용 설계)가 문을 연다. ‘책 읽는 사회’의 문화 네트워크 운동의 첫 결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셈이다. 이 이벤트성 사회적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식의 창고를 짓는 일이 아니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식을 나누는 방편으로서의 건축이라는 점에서 지지하는 민심이 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도서관은 ‘나눔의 철학’이 돋보인다. 거기에 담기는 프로그램도 ‘나눔의 공간미학’으로 특별한 것이다. 언제 우리가 공간을 나눠 쓴다는 발상을 이처럼 치열하게 해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2000년 벽두, 인천 만석동의 이른바 빈촌이라 불리는 도시동네에 ‘기찻길 옆 공부방’(이일훈 설계)이라는 특별하지 않은 집이 동네 아이들의 지식공간으로 설계되어 지어진 바 있었다. 세기말 세기초의 시대적 소망을 담아내기라도 하려는 듯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던 그 공부방은 전형적인 나눔의 공간미학으로 지어진 사례였다. ‘기적의 도서관’을 구상하고 짓기 전까지 우리에겐 그같은 실천적 밑천이 있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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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만석동에 들어선 ‘기찻길 옆 공부방’

 

우리 사회에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가깝게 들려온 것은 아무래도 지자체 출범 이후 지난 10년여의 시간이 가져다준 문화적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고작 1990년대 중반부터의 일이니 우리 주변에서 공공도서관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시군구 단위의 자치단체가 우선 설립 대상으로서 도서관을 유치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근대성의 권위로 포장된 국공립 공공도서관 내지 대중과 유리된 대학도서관 등은 경직된 사회의 한 징표로 보였는데, 구립도서관이라는 하부 행정조직이 관리하는 도서관이 늘어난 것은 문화환경과 지식기반 시설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세태를 반영한다. 또한 이것의 의미가 도서관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론이 모아진 흔적들로 채워진 시설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곧 현재의 구립도서관은 기획단계에서부터 고전적 의미의 도서관에 내재된 천편일률적인 지식의 창고에서 일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다름 아닌 커뮤니티 시설로서의 성격이 강화되며 탈권위적 지식의 분배가 일어나는 공간적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더욱 다른 점은 도서관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이 이런 공공성을 ‘사적’으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공공도서관에 깃든 건축가의 시적인 공간 상상력 또는 건물 조형의 특수한 언어들이 과감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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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 들어선 공공 도서관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서울 은평구립도서관

커뮤니티 강화한 정보 마케팅 공간으로


2000년대 들어 국내에 지어진 공공도서관 중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서울 은평구립도서관(곽재환 설계)의 경우, 책의 열람과 학습이 이뤄지는 지식의 창고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빛우물로 보이는 내부 중정에 면한 세 방향의 벽을 흡사 납골당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형태언어로 설계해 도서관이야말로 책의 무덤이라는 허무주의적 장엄성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현존하는 세계의 도서관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집트 카이로에 세워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건축집단 헤스타이 설계)의 경우, 지중해를 비추는 ‘해시계’를 연상하게 만드는 우주적 세계관을 투영해 10층 높이의 원환체 빌딩을 땅에 반쯤 묻은 독특한 형상의 건축물을 지어내 영원한 바다의 지혜를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동서양 건축가들이 도서관 고유의 내부공간 프로그램의 중요성만큼이나 도서관이라는 프로젝트의 신화성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 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 도서관이 단순히 장서와 열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건축가들은 도서관의 설계에서 과감한 자기 해석에 동승한 아주 특별한 디자인의 경향을 드러낼 것이다.

새로 지어지는 국내 대학 도서관들에서 보이는 가장 큰 흐름은 대형 컨벤션센터 기능을 갖춘 다목적 복합공간 형식으로의 진입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초고속 인터넷망의 확산과 서지정보의 디지털화는 자연히 도서관으로 하여금 타율적 체제에 의존하는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정보통신망의 기반 위에 자율적으로 구동하는 지식의 매트릭스로서,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대학을 대표하는 지식기반의 하드웨어로서 도서관은 점차 대학 내의 정보서비스와 비즈니스 마케팅의 중심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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