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시 한 여자를 만나 바보짓을 안 할 나이 임을 아는 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현관에 쌓인 청첩장의 수신인이 내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현관 입구의 커다란 신발들을 보며 아 자식들이 이렇게 커버렸구나
생각을 하며 신발을 찾아 신고 밖으로 나갑니다
방금 전 받은 총무 엄원극의 전화를 받고 진주초등학교 총동문 체육대회에
격려방문차 나서는 길입니다
전날 동문회 전야제는 우리의 마당발 박석용친구가 광란의 밤을 같이 보내고
집에 귀가하던 중 카페 그안에 들리는 바람에 성황리에 전야제가 끝난걸 알았고
박석용 친구의 양말에 바짓단이 들어간걸 보고 술을 거나하게 마신 것을
알았지요 술이 취하기만 하면 양말 속에 바짓단을 구겨 넣는 친구의 모습이
이젠 익숙하게 자리를 잡았고 그 친구의 구슬픈 옛 가요는 이미 우리 모두가
경험을 해보았지요 친구들의 궂은일을 마다 않고 찾아다니는 별 같은 친구입니다
의료원 앞에서 엄원극과 만나기로 하고 가게로 들어와 쉬다가 더운 날씨에
어제 만든 고등어조림이 상할까봐 한 번 더 데워야 쓰겠다고 가스불에 올려놓고
홈피에 짠하고 들어가 봅니다 아직 홍보가 부족한지 아님 키보드 만지면
손가락이 부러지는 병을 앓는지 친구들의 발자국은 수북한데
별로 글을 남기는 친구는 없는것을 보고 혼자 피식 웃습니다
그래 우린 아직까지 순하구나 우린 아직까지 촌놈이구나 하면서요........
진주꼴래미 운동장엔 삼척사람들 모두 모여 있었고 진주의 축제가 아닌
삼척의 축제로 전통을 쌓아가고 있었고 가는곳 마다 익숙한 풍경인 후배기수의
꽹가리 징을 앞세운 기금 모음 행사도 여전하고
우리친구 진주회장인 천수는 열중쉬엇 차렷 앉아 일어서 등으로 후배들
길을 들이며 격려금을 하사 하였고 서로 웃음과 격려를 주고 받으며 시간은
흘러흘러만 갔지요
정라동문들은 참골뱅이를 거의 싹쓸이 수준으로 즐기는 걸 보고
내가 고기도 먹는놈이 더 먹는다고 놀렸고 음식과 술은 치사량으로 계속 날라왔지요
모두들 배가 빵빵해져서 인지 험한 농에도 이어지는건 웃음 밖에 없고
우리들의 오월은 그렇게 흘러 가고 있었지요
소년기 청년기를 돌아 만난 중년의 만남이 더 애뜻하구나를 느끼면서 환송을 받으며
돌아오던 길엔 역시 출마자와 시의원들의 얼콰한 얼굴들을 보면서
엄원극 총무와 나눈 얘기인즉은
“야! 원극아 저 많은 텐트 돌아다니면서 두잔 씩 만 마셔도 여기 정문까지 오려면 아마
기어 나와야겠다! 우린 시켜줘도 못해!!”
가스불에 올려 놓앗던 고등어가 타는 줄 모르고 인터넷만 들여다 보고 있다가
타는 바람에 화재 경보기가 울려대고 갑자기 매캐한 연기에 양쪽 문을 활짝 열고
계단에 선풍기를 돌리고 법석을 떤 이야기는 이글을 읽은 덤입니다
그래도 다리미질 하다가 전화벨이 울리자 다리미판을 얼굴에 대고 여보세요! 하면서
기절한 어느 예펜네 보다는 내가 덜 정신이 없다고 자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