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태권도신문회장기 전국태권도대회 품새부문에서는 품새 전문팀인 청지회, 고수회를 제치고 일반 도장이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주인공은 고양시 주공태권도장.
주공태권도장은 원래 품새선수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도장도 아니다. 아이들의 성취감과 목표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3년 전부터 도장에서 꾸준히 운동을 해온 아이들로 시범단을 구성했고 시범단이 발전하여 지금의 품새 선수부가 결성된 것이다. 하지만 시작된 배경에 비해 실력은 상당히 높아서 현재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떨치고 있다.
사실 품새 실력은 주공태권도장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20년 동안 한 지역에서 같은 이름으로 도장을 지켜오고 있는 박기상(44) 관장은 그저 체육관에 푹 빠져서 지내온 평범한 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직접 도장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입을 다물 수 없다. 그 규모나 시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에 자리잡은 1관은 4층과 5층, 건물 두 개를 연결해 놓은 형태로 체육관만 4개에 수영장과 유아놀이시설, 전용 식당, 사범 숙소까지 없는 것이 없다.
체육관이 많아 학년 담임제 등의 방식으로 구분지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수영장에는 수영강사도 있어서 수련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수영을 배울 수 있다. 수련생의 형제자매는 모두 도장 급식을 이용할 수 있으며, 각종 편이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인근 풍동에 위치한 2관도 300평이 넘는 규모에 깨끗한 인테리어까지 일반적으로 구경하기 힘든 도장 모습이다.
‘돈 많은 사람이 목돈을 투자해서 차린 도장인가 보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20년 전 20평 남짓한 허름한 건물 2층에서 전 재산을 털어 오픈한 것이 지금의 주공태권도장의 시작이었다.
“도장에서 얻어지는 수입을 계속 도장에 재투자하게 됐습니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지도하고 싶다는 생각에 허리띠 졸라매고 1~2년에 한 번씩 도장을 늘리게 됐고, 그렇게 20년을 하다 보니 지금의 주공태권도장이 만들어진 겁니다.”
도장규모가 크고 관원이 800명이 넘다보니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도장 구경도 오고 조언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젊은 지도자들도 많다. 박 관장은 그들이 올 때마다 마다않고 모든 걸 말해준다. 직접 만든 프로그램도 모두 공개한다.
어렵게 만든 프로그램을 왜 그냥 넘겨 주냐는 사범들의 불만이 나올 때도 있지만 한번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이미 내 것이 아니라는 게 박 관장의 생각이다. 그래야 또 새로운 것이 나올 테고 서로 나누고 또 개발하고 하는 작업들이 반복되어야만 태권도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20년 동안 같이 출퇴근하며 도장을 운영해온 부인 박선옥(42)씨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이고 뭐고 무조건 공유해야 태권도가 살아납니다. 저출산에 방과후 수업까지... 태권도장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데 서로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협조적인 관계가 되어 태권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 관장은 항상 좋은 남편이지만 그래도 부인은 불만이 있다. “관장님은 참 따뜻한 사람이라 좋아요. 그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욕심이 너무 없어요. 체육관 이외에는 어떤 것도 관심이 없거든요. 언제나 그냥 주공태권도장 관장님일 뿐입니다.”
이 말에 박 관장은 그저 웃을 뿐이다. “난 양력에 쓸 게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우리 관원들에게 인정만 받으면 됩니다. 내 위치는 관원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요.”
체육관 관장이 천직인 사람 박기상 관장의 꿈은 소박하지만 아주 이루기 어렵게 들린다. “내게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을 겁니다. 최대한 오랫동안 체육관 지도자로 남는 것이 내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죠.”
<신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