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목수의 좌충우돌
벌써 차 앞 유리를 긁어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습니다.
다섯시 좀 넘어 일어나 아직 밝아오지 않는 새벽
물안개 어둡게 피어나는 물길을 달려 일터로 갑니다.
농사꾼이 농사만 지어서 먹고 살수 있다면...
참 어렵나 봅니다.
얼떨결에 따라 나간 도로공사 공사판에서 농부임이 완연한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개중엔 어느 농민교육에선지 만난 낯익은 얼굴들도 있습니다.
안타까움........
공사현장의 일이 생판 처음은 아니지만
거의 초보나 마찬가지이니 낯선 것들이 꽤나 많습니다.
쓰는 용어도 모르겠고 일하는 방식도 감을 잡는데 한참이나 걸립니다.
뭘 찾아오라는데 뭔지 알아야 찾아주지...
고참 목수는 혼자 매달려 끙끙대면서 주문을 하지만 초보는 영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일본어와 영어가 잡탕된 것들이고 발음도 콩글리쉬로 변형한 것들이라 눈치로 때려잡기도 어렵더라구요.
오비끼, 헌치, 초리판, 요꼬, 야기리판, 삿보도...
두 번 세 번 발품을 팔고 고참이 속이 터져 나갈 때쯤
겨우 찾아다 주는 일이 몇 번 되풀이 되니,
이제는 시키지도 않고 제가 찾아다 합니다.
진작 그럴 것이지.
대신 파이프 나르고 거푸집 나르고 목재 나르고 무지허게 합니다.
아주 큰 것이야 크레인 부르지만 사람 손으로 날라야 할 것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못주머니, 망치, 신호 등 몸에 매달고 다녀야 하는 것만 해도 몇 킬로는 나가나 봅니다.
거기다 안전화는 왜 그리 무거운지...
혹 위에서 물건이 떨어져 머리라도 다칠까봐 안전모까지 쓰고
추워서 점퍼라도 껴입으면 몸에 붙은 것만도 한 짐이나 됩니다.
새참 먹느라 모자 벗고 못주머니 떼어 놓으면 온몸이 날아갈 듯 가볍지요.
밥 때는 되게 기다려집니다.
참 시간이나 점심시간은 이제 배가 먼저 알고 신호를 보내지요.
점심 빨리 먹고 아무 그늘에나 누워 잠시 눈을 붙이면 불과 십분 내외의 꿀맛 같은 단잠.
워낙 자투리 잠을 즐기는지라 그 십분 여가 너무나 행복하지요.
가끔 고참이 직원들 몰래 숨겨온 소주라도 새참 때 한잔 하면 꿀맛이 따로 없답니다.
일 나간지 열흘이 되어갑니다.
이젠 고참 목수들이 여러가지 가르쳐주려고 애를 씁니다.
모른다고 버티고 서있으면 자기들만 답답하니.
거푸집 연결하는 것, 철사(반생이라고 하는데 왜 반생이 인지는 모르지요) 묶는 법
등등
농사짓고 집안 일 할 때 도움 될 것도 많아 열심히 배우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