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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일부조항 위헌결정 파문? 과장을 삼가라. 글ㆍ녹색자동차문화교실/녹색교통정책연구소장 정강
- 헌재판결의 의의는 처벌강화가 아닌 피해자의 권리회복과 교통의식 제고 - 운전면허취득 제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교통관련법규 등의 재정비 필요
지난 달 26일,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제1항 본문에 대한 위헌결정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여론의 향배에 따라 춤을 추듯 온갖 추측과 저울질이 난무하고 있어 운전자들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말들을 종합ㆍ요약해 보면, 『피해자가 크게 다치게 한 교통사고 야기운전자 처벌』을 전제하고 처벌의 기준이 되는 형법 제258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중상해’라는 게 어느 정도의 부상을 말하는 것인지, 보험공급자와 보험소비자 중 누구에게 손해이고 이익일 것인지에 대한 저울질과 함께, “금번 판결로 인해 5,000억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 보험사기가 늘 것이다.” “2만명의 전과자가 양산될 것이다.” “종합보험 가입자가 10%(520만명)가량 줄어 들 것이다.”라는 등등의 과장된 추측과 편견이 선악(善惡)의 구분과 정도(正道)를 무시한 채, 보험소비자의 권리보호라는 허울을 쓰고 난무하고 있어 우려됨이 없지 않다.
헌재의 결정이 있었던 당일(26일)과 28일 두 차례, 예상되는 논란과 파장 그리고 향후의 정책적ㆍ사법적ㆍ사회적 과제에 대하여 이미 언급한 바가 있듯이, 금번 헌재의 위헌판결에 대한 오늘의 논점은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사실이 명백한 사람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 정하는 책임보험(의무보험) 외, 종합보험(임의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적 책임을 면해 주고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 본문 부문이 피해자의 권리보호와 공공의 안녕,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여부이다.
그런데 정작, 헌재 위헌결정의 계기이자 문제의 본질인 삶의 질에 대한 헌법적 가치판단의 오류에 의한 피해 즉,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과 인명이 경시되고 있는 세태에 대한 우려와 논의는 간데없고, 새삼스럽게 공소제기의 기준이 되는 '중상해'를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가와 집단적 이해득실에 관심과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데에는 필시, 우리 모두는 운전자 또는 예비운전자이기 전에 보행자이며 그 보행자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전체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운전자라는 생각이 먼저 작용한 탓으로 여겨진다.
돌이켜 보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금전적 손실(배상금)을 보장받기 위한 *손해보험(자동차종합보험)가입만으로 “예견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을 다치게 한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면하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제1항(본문)은 차의 운전자로 하여금 주의의무를 소홀케 한 나머지, 그 소중함에 있어서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인적 손실과 국민 모두의 재산적 손실에 해당하는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킨 점이 없지 않다.
*손해보험(損害保險, property insurance): 보험자가 우연한 사고(보험사고: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원인이 된 사고)로 생기는 손해를 전보(塡補)할 것을 약정하고, 보험계약자가 이에 보험료를 지불할 것을 약정하는 보험(상법 665조)
차의 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위험성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현행 도로교통 관계 법령은 차의 운전자에게 그 위험을 예견하고 주의해야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차의 운전자라면 예외 없이 거쳐야할 운전면허 취득시험 관련 법령은 법률상의 주의의무를 이해하고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명백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다치게 한 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운전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게 부당하다거나 지나치다는 주장은 도로교통법상의 ‘운전자의 주의의무’와 형법상의 ‘업무상과실 또는 업무상중과실 치상죄’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車의 운전으로 인한 과실과 일반적인 과실에 대한 차별은 부당
문제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오너드라이버 시대 즉, 특권층과 부유층을 비롯한 공무원의 마이카 시대 도래에 따른 그들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제정된 법률(1981 제정. 1982.1.1.시행)이며, 세계적 기준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게 사실이고 특히, 금번에 헌재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은 제4조제1항은 미처 용서할 준비가 안 된 피해자를 대신해서 국가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법률이라는 점에서 일찍이 폐지되었어야할 법률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고 용서할 여유조차 법이라는 이름으로 가로 막는 행위를 어찌 인간적이고 이성적인 국가의 제도라 말할 수 있겠는가.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지에 대한 의사를 물어 처벌여부를 결정하는 ‘반의사불벌죄’조차 불필요하다는 생각은 비정상임이 분명하다.
작금의 우리사회는 배상할 돈이 준비돼 있다면 사람을 해쳐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교통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당해 법률은 인명경시와 국민상호 간 불신풍조를 몰고 온 법률이라는 점에서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주적인 법률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점에서 금번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였음에도 병문안은 차치하고 사과의 말 한마디조차 불필요한 것으로 조장하고 여기고 있는 비이성적인 세태와 교통사고가 유난히도 많이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양심과 책임통감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흡하고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세태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기성세대의 반성이라 점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금번 헌재의 판결에 뜻 모를 비판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들과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편익을 쫓다 타인을 다치게 하였을 경우, 그 죄질의 크고 작음에 대한 판단은 형사소추기관 또는 사법부에 맡겨 두고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당연하다. 그것이 과실이든 고의이든 교통사고이든 사이코패스의 난동에 의한 피해이든 피해를 당한 입장에서 보면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이 황당하고 억울한 봉변임이 분명하므로 가해 운전자에게 사과와 합의를 요구하는 것 또한 당연하고 정당하다.
상대방의 과실에 대한 피해자의 사과(합의) 요구는 정당
중상해! ‘형법상 중상해’는 금번 헌재판결에 의하여 새롭게 등장한 용어도 개념도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죄질의 크고 작음과 형량의 판단기준으로 작용해 오던 형법 제258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중상해’에 대한 논란은 금번 헌재의 결정에 불만을 가진 집단의 문제제기의 빌미로 작용할 것을 예상한 바 없지 않으나, 문제의 본질이 아닌 그저 눈앞의 이불리에 집착하는 세간의 관심사에 불과하다.
금번 헌재의 위헌결정에 의하여 이전과 달라지는 점은 자신의 부주의와 위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교통사고에 의하여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한 운전자는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정상적인 사고와 상식을 지닌 운전자라면 하등에 우려할 이유가 없다. 연간 발생하는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율이 우리나라의 20분의1 수준에 불과한 나라들의 국민성과 교통여건이 우리의 그것에 비추어 특별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크게 다치는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중요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비교적 통행량이 적은 도로에서 발생한다는 사실관계가 “좀 더 세심한 주의는 필요하되, 새삼 우려할 이유가 없음”을 반증하고 있다.
나아가서, 과거와 오늘 그리고 앞으로도 명백한 과실이 없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치상죄란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향후에도 명백한 과실이 입증됨은 물론이고 형법 제258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중상해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힌 가해자에 한정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또한 피해자 측과 합의가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는 여전히 유효하고, '피해자 측의 과도한 합의금 요구' 에 대한 일각의 공연한 우려 역시 '공탁금 제도'와 형사소추기관 및 법관의 판단력으로 능히 견제할 수 있으므로 이 또한 부질없는 기우에 불과하다.
과도한 합의금 요구는 공탁금 제도와 법관의 판단력으로 견제 가능
판결문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듯이 금번 헌재의 위헌판결은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중 90%가량이 가입하고 있는 종합보험이 자신의 이익을 쫓다 타인을 살상한 잘못을 상쇄시켜주는 수단으로 오용되거나 오인되고 있는 세태로 인하여 인명이 경시되고 있음에 통탄하는 양심세력의 목소리에 담긴 의미를 뒤늦게나마 알아차린 결과물이다.
따라서 더 나은 방법과 별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법률적 판단 즉, 합의의 필요성 여부를 가름하는 형법상 중상해에 대한 판단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형사소추기관과 법원의 판단에 맡겨두고, 연간 90만 건(2008년 통계)의 인사사고 중 70만 여건이 경찰조사가 생략된 채 보험사 직원의 조사결과에 따른 배상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등의 구조적 관행적 운영적 미비점과 모순점을 여하히 해소할 것인가에 논의와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또, 보험사기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관심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 1990년 헌재판결에 의하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교통사고 야기운전자 등의 경찰 신고의무’가 법적 구속력을 잃어 유명무실해진 이후, 인적피해가 포함된 교통사고 경찰신고율이 급감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기화로 운전자의 준법의식과 교통사고에 대한 경계심이 약화된 반면에 경찰신고를 꺼려하는 운전자의 약점을 파고 든 ‘교통사고 위장 보험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된 동기인 점에 비추어 보면, 보험사기 급증에 대한 뒤늦은 우려와 주장 역시 이율배반적이긴 매일반이다.
교통사고 경찰신고 및 조사율 높아지면 보험사기 감소
금번 판결에 의하여 불요불급한 자가운전을 가급적 자제함으로써 얻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로 ‘차량별 운행거리 감소’가 예상되고 안전운전에 대한 관심이 다소나마 높아져 ‘교통사고 증가율 둔화’가 예상되는 게 사실이나, 반성과 각성이 필요한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의 태도와 국민적 관심도 그리고 여론의 향배에 따라 결정될 후속조치가 그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증대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뜻 모를 비판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들과 빚나간 예측과 전망에 당황한 나머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사람들에게 사고의 전환과 자제를 촉구하는 바이다.
나아가서, 운전면허취득에 관한 법규를 비롯한 전반적인 교통관련법규의 정비, 운전자와 일반국민에 대한 지속적인 계몽과 교육, 교통안전에 관한 시설의 유지 및 확충,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제도 등, 여러 사전적·사후적 조치에 철저를 기함으로써 이행 가능한 도로교통에 관한 국가(정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전면적인 점검을 즉각 실행할 것을 촉구함과 동시에,
금번의 결정에 의하여 불가피하게 된 인적피해 교통사고에 대한 경찰조사 즉, 그동안 인력부족을 이유로 기피해 오던 미신고 인사사고 70여만 건에 대한 경찰조사를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 실행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그리고 형사처벌 여부의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의사의 진단서 발급에 관한 투명성 확보방안 모색, 미흡하고 편중된 교통정책에 대한 교통문제전문가 및 양심세력의 수정ㆍ보완요구 수용을 거듭 촉구하면서 사람을 살리고 이웃을 구하는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하여 국민적 국가적 역량과 관심을 한데 모을 것을 다시금 제안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