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정화 시킨 제주 비자숲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2002년 건설교통부는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도로 ' 12곳을 선정했는데 1112번 지방도로 즉 비자림로가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왕복 2차로의 아스팔트길 양편에는 수령 40년의 울창한 삼나무숲이
도열하고 있고 오름, 목장지대 등이 넓게 펼쳐져 있어 가장
제주도다운 도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안개란 놈이 살며시 드리워졌을 때 삼나무는
하얀 가운을 살며시 걸쳐 입는다. 그 신비한 삼나무 길을 뚫고 가는 기분을
무엇에 비할까?

빠른 속도와 쭉뻗은 직선에만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도로의 곡선은 고향만큼이나 포근하다.


비자림
지천에 바다를 접할 수
있는 제주에 원시림까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걸 증명하듯
태초의 역사를 그린 단적비연수에서 '비'와 '적'이 산으로 달려가는
장면의 배경이 되는 곳이 비자림이다. 그래서 비자림에 들어갈때마다
미지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매표소에서 조금 거닐면
두 갈레길이 나온다. 한쪽은 좁은 숲길이며 다른 한쪽은 예쁜
돌담장으로 이어진 길이다. 숲속을 돌아보고 돌담장길로 나오면
좋다.

말 그대로 녹색터널이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상쾌한 내음이 콧등에 머물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야는 초록으로 가득차고 비자나무에서 발산한
피톤치드는 머리를 맑아지게 한다.. '웰빙'이란 접두어만 붙이면
상품이 날개 돗친듯 팔리지만 이 곳만은 그런 돈은 무용지물이다.
그저 양팔을 걷고 쉬엄쉬엄 걷기만 해도 기분 좋은 곳...바로
비자림이다.
길게 숨을 내쉬었다.
서울서 가져온 탁한 공기를 내뱉었지만 숲은 그것마져 용서해준다.
어쩌면 더 깊숙한 곳에 사로 잡은 나쁜 마음까지 정화되길 바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좋은 곳을 놔두고
중문단지나 성산일출봉에만 사람이 몰리는지 잘 모르겠다. 인간의 손길이
덜 닿을 수록 아름다운 곳인데.......

비자숲은 무려
13만 5천평에 달한다. 대부분이 비자나무다.수령이 300년에서 800년
된 고목이 무려 2천8백여그루나 자라고 있다. 단일 수종으로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 있는 곳도 세계적으로 드문일이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비자림은 1년에 고작
1.5센티미터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10여미터가 넘는 비자나무는
도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키를 늘려 나갔단 말인가?

새천년 비자나무
비자나무중에서도 서열이
있는 모양이다. 비자숲에서 왕의 역할을 하고 있는 나무가 바로 새천년비자나무다.
나이가 무려 813살이라고 한다. 고려시대에 태어났다고 하지 기가막힐
노릇이다. 선대의 얼마나 많은 제주의 사람들이 이 나무에 허리를 숙이며
기도 했을까? 오늘날에도 북제주의 수호목이기도 하다. 왕관처럼 보이는
철재난간을 두르고 비자숲을 호령하고 있다.

높이가 무려 14미터,
폭이 6미터로 어른 서너명이 양팔을 벌려야 손을 닿을 수 있다.
청록의 이끼만이 그 세월을 말해준다.

8백년의 세월을 살고
있는 비자나무는 건강과 행운을 빌어주는 당산나무의 역할도 하고
있다. 민초들은 제주의 검은 현무암으로 돌탑을 쌓고 안녕을
기원한다.

비자림은 제주의 맑은
공기를 분출하는 허파일지도 모른다. 그 고목사이로 사쁜히 걸어본다.
그 자체만으로 경건함이 느껴진다. 푹신한 잡초가 침대시트만큼이나
부드럽다.
바둑을 하는 사람은
비자로 만든 바둑판을 꼭 갖고 싶어 한다. 비자나무판에서 바둑돌을
놓으면 거침없이 이길 것만 같다. 이 숲길을 거닐면서 왜 그들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 할 만하다.

산감정
숲길 한편에 산감정(山監亭)이란
곳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산감이란 감독이 있어 있어
비자나무를 베지 못하고 경작까지 금하게 했다. 그만큼 비자나무를
중요시 여겼던 것이다. 산감이 머물면서 마셨던 물통자리에 오늘날
정자를 세워 놓았다.
나무턱에 걸쳐 앉아 목을
축였다. 온통 비자나무만 있는 곳에서 외롭게 살면서 숲을 지킨
산감이 되어 본다. 하긴 그 분 덕에 내가 비자숲을 거닐 수 있는 기쁨을
얻고 있지 않는가?

나갈 때는 돌담길을 걸어나갔다.
우악스런 화산재지만 쌓아올린 돌담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 없다.
거기다 세월에 무게까지 얹혀져 더욱 숭고하게 보인다.

이 예쁜 길을 서둘러
갈 수 없었다. 이름모를 꽃잎이 흩날리며 바닥을 장식하고 있는데 어찌
그냥 지나갈 수 있단 말인가?

사뿐히 즈려밟고
가 버릴까? 말까?
얼토당토하지 않는 고민을
핑계대고 나는 여지껏 낙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비자숲 ...참 좋다.
비자림
여행정보
제주시-16번국도-1112번
지방도-비자림
(16번 국도에서
좌회전하면 1112번 지방도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비자림까지 도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다.)
입장료:어른
1천5백원/학생,군인,어린이 8백원
비자림 관리사무소
064-783-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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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좋은데요, 한번 가 봐야겠습니다.
오~~ 올 여름 휴가 제주에 올인할까요??? 갈까 말까...아~~~
거대한 천년의 비자숲은 고목들의 향연입니다. 숲은 알수 없는 신비스러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그들 각자의 숲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곳에서 몇일씩 성찰의 시간을 갖는답니다. 각박해진 삶을 사는 우리들도 법적으로라도 그리했으면 할때도 있습니다.다시 가서 그 길을 그 숲속을 걷고 싶습니다.
꼭 가보세요. 비가 오면 노란, 커다란 우산도 빌려 준답니다. 비에 젖은 비자림...... 음, 좋~~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제주도를 가야될것같네여........비자림보러.. 늘좋은정보감사합니다.^^*..
비자림은 간섭림 입니다. 전에는 사람이 간섭을 해서 키워낸 숲이라는 뜻 입니다. 비자림 내에 당산목은 없습니다. 비자림에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비자나무들이 상해가고 있습니다. 혹 가시드래도 비자나무를 만져보지 마셨으면 합니다.
달려 가고 싶군요 제가 워낙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눈에 선합니다 마음이 충동질을 하군요 봄이오기만 기다리고 잇습니다 감사합니다.....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