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의 작품세계

[김영훈]

김영훈과 그의 작품세계

1. 약력(출생 및 학·경력)

*1947 충남 청양 미당 출생 *공주교대 및 동대학원졸업(교육학석사) *중부대학교대학원 졸업(아동문학전공:문학박사) *1983년 월간 ‘아동문예’에 동화『꿈을 파는가게』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대전․충남아동문학회장(1991)역임 *대전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 이사(1993)역임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2000)역임 *대전문인총연합회 이사 및 감사(2003)역임  *대전문인총연합회 부회장*한국문인협회이사*대전동광 및 대전 변동초등학교장(전) *공주교대강사 *중부대학교강사

2. 충남아동문학회 활동기간

1981년 ∼1996년(16년간)

대전아동문학회 활동기간(1996-2011년)

3. 문학활동

가. 작품집 목록

*동화집:『꿈을 파는가게』(1983),『달섬에 닻을 내린 배』(1986),『솔뫼 마을에 부는 바람』(1988),『바람과 구름과 달님』(1990),『퉁소소리』(1993),『생활속의 발명 이야기』(1994),『공해는 정말 싫어요』(1995),『아기토끼의 달님』(1996),『꿀벌이 들려 준 동화』(2003),『우리들의 산타클로스』(2003), 『밀짚모자는 비밀을 알고 있다』(2009),『별이 된 꽃상여』(2009), *아동문학평론집:『동화를 만나러 동화 숲에 가다』(2009), *학술서: 『마해송 동화의 주제 연구』(2009)

나. 문학 활동(참여 문학회 및 동인지 소개)

*푸른 메아리(대전·충남아동문학회 연간집) *써레(동인지) *한국아동문학회연간집 *아동문예작가회연간집 *대전문학(대전문인협회 작품집) *시대문학(대전문인총연합 회 작품집) *호서문학 *서구문학

다. 수상

  (문단)

  *해강아동문학상(1984), *한국아동문학작가상(1993), *공산교육대상(예술부문1996)수상, *대전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2006), *호서문학상(소설․2008), *대한아동문학상(2009), *문학시대문학대상(2009), *김영일아동문학상(2010) *천등아동문학상(2011)

  (교단)

 *통일부장관상(1988) 한글선양유공상(교육감1992) *교육부장관상관상(1993) *문화체육부장관상(1994) *모범공무원증(상)(국무총리․1997), *근정황조훈장(대통령․2009)

라.기타

*동화『달섬에 닻을 내린 배』극화 방영(KBS) *대전일보사 신춘문예 심사위원 역임(3회) *MBC창작동화대상 심사위원 *공무원문예대전심사위원 *전국시낭송대회 심사위원 *한밭도서관 외 출강 독서 및 창작 지도 강사 *대전교원연수원 및 공주교대 연수원 강사

4. 대표작(자선)

아기토끼 네의 겨울나기

겨울로 계절이 바뀌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있던 아기토끼는, 허기를 느끼며 눈을 부스스 뜨고는 오랜만에 집밖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밤새도록 쌓인 눈으로 인해 앞이 꽉 막혀 있어 답답합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립니다. 눈이 녹을 사이가 없습니다.

그 흰눈을 바라보노라니 아기토끼는 더욱 배가 고파오기 시작합니다. 칡덩굴이랑 싸리 순을 찾아봐야 할 텐데 이렇게 눈이 오다가는 어디서 먹이를 찾아야 할지 모릅니다. 굶어죽을까 싶습니다. 아기토끼는 뒤쪽에 앉아 있는 엄마토끼를 흘낏 바라봅니다. 엄마토끼 역시 말을 잃고는 넋 놓고 밖을 내다볼 뿐입니다.

어젯밤부터 내린 이 번 눈도 아직 그칠 기미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막막하기만 합니다. 나무 가지마다 에는 눈꽃이 활짝 피어 있을 뿐입니다. 아기토끼는 너무 배가 고파 그 눈꽃이 아름답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물론 바위 위에도 눈은 쌓여 있었습니다. 골짜기를 흘러가던 물도 꽁꽁 얼어붙은 지가 한참이나 됩니다. 그래서 돌돌거리든 물소리가 언제부터인가 멈춰버렸습니다.

아기토끼는 집 앞으로 나와 앞을 막은 흰눈을, 앞발로 살살 헤쳐 봅니다. 그러자 삐죽이 뚫린 구멍 사이로 새로운 하얀 세상이 보입니다. 바깥세상도 온통 눈에 갇혀 있습니다. 아기토끼 벌써 여러 날을 바깥세상 구경을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했었는데 이제는 답답함보다는 양식이 더 걱정입니다.

"엄마, 어쩌지요?"

아기토끼는 풀이 죽은 채로 엄마 토끼를 바라봅니다.

"글쎄다. 하지만 애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겠지. 너무 염려하지 말아 라."

엄마토끼도 걱정스럽기는 아기토끼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로서 아기토끼와 함께 걱정만 하면서 기죽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안을 떨쳐내려고 할뿐입니다. 그러노라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는 멍하니 흰눈만 바라보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엄마, 오늘은 아무래도 암자 쪽으로 올라가 봐야하겠어요."

아기 토끼는 말을 잃고 있는 엄마토끼에게 반짝반짝 눈빛을 빛내며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토끼도 귀가 솔깃합니다. 그래서 아기토끼 쪽으로 다가들었습니다.

"암자 쪽으로?"

"예. 그곳에 가면 먹을 것이 더러 있을 것 같아요."

"암. 그야 그렇지……"

"그 곳 스님이 계시는 암자의 뒤쪽 동굴 입구에는 칡덩굴도 있고, 싸리 순도 있어 요. 참나무 밭에는 상수리도 많이 떨어져 있을 거예요. 그 곳에 가서 눈을 헤치면 상수리 몇 개쯤은 찾아낼 수 있을 걸요."

"안다. 이 엄마도 그건 안다만……. 스님이 공부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 곳에 가서 기웃거려서는 되겠니. 다시 생각해보자꾸나."

"하지만 너무 배가 고파요."

아기토끼가 이제는 금방이라도 암자 쪽으로 떠나야겠다고 야단입니다. 엄마토끼는 그러고 있는 아기토끼를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고픈 배를 움켜잡으며 말입니다. 엄마토끼는 그 곳 암자 쪽으로 가면 배고픈 허기를 메꿀 수 있다는 걸 잘 압니다. 그곳 사정을 아기토끼보다 잘 알고 있는 엄마토끼입니다. 이 산에서 먹이를 제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스님이 계신 암자 쪽이기 때문입니다.

아기토끼의 말대로 그 곳에 가면 암자 둘레에 자연스럽게 우거진 싸리 울타리가 있습니다. 동굴 입구에도 칡덩굴이 기어 올라가 엉켜 있어서 그 걸 갉아먹으면 허기를 메울 수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더구나 암자 앞마당에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참나무 두 그루에서 떨어진 상수리를 주어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엄마 토끼는 말렸습니다.

엄마토끼는 조용히 앉은 채로 눈을 감고는 지난해 겨울을 생각합니다. 지난해 겨울, 엄마토끼는 암자 쪽을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겨울을 났습니다. 눈 덮인 암자에서 스님이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엄마토끼는 사각사각 싸리 순을 갉아먹었었습니다. 칡덩굴도 끊어서 먹었습니다. 상수리도 주워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스님이 계시지 않을 때 살금살금 다가갔지만, 나중에는 스님이 나와 암자 마당을 거닐 때도 가 기웃거렸습니다.

그 때마다 스님은 엄마토끼를 한 번도 쫓아낸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먹이를 찾아 기웃거리는 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온화한 웃음을 던져 주었었습니다. 자비로우신 스님은 부처님처럼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엄마토끼를 대해 주셨기 때문에 안심하고, 겨우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엄마, 어서 일어나세요. 그냥 이곳 집에만 있다가는 우린 배고파 죽고 말거예요."

기다리다 지친 아기 토끼는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찡그리며 앞발로 가슴을 탁탁 치고 있었습니다. 엄마 토끼가 안가면 혼자라도 가겠다는 태도였습니다. 드디어 엄마 토끼도 아기토끼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굳혔습니다.

"좋다. 가자."

망설이던 엄마토끼는 결심을 한 듯이 앞장을 섰습니다. 집밖으로 나오자 눈발이 휘몰아치며 더욱 토끼 모자에게 덤벼들었습니다. 뛰기는커녕 걷기도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엄마, 걷기가 어려워요. 발이 쑥 쑥 빠져요."

"그러니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거라. 잘못하다가는 눈에 묻혀버릴 지도 모르니."

엄마 토끼와 아기 토끼는 아주 조심스럽게 흰눈 위로 새 발자국을 내면서 암자로 향했습니다. 그나마 스님이 사는 암자는 아기토끼의 집에서 그리 머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엄마 토끼와 아기 토끼는 암자 울타리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역시 싸리 숲이 울창합니다. 엄마토끼와 아기토끼는 얼른 다가가 사각사각 싸리 순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봄에 그렇게도 보드랍던 싸리 순이 이젠 아주 딱딱하게 굳어버렸지만 배가 고파서인지 고소했습니다.

"엄마, 아무래도 동굴 쪽으로 갈까봐요?"

"동굴 쪽?"

"예. 동굴 쪽의 칡 순이 이 보다는 더 맛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아기토끼는 굳어버린 싸리 순을 조금 떼어 질겅질겅 씹으면서 앞장섰습니다. 엄마토끼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토끼도 칡 순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꾸나. 동굴 쪽으로 가자."

엄마 토끼는 지난가을까지만 해도 아주 어리기만 하다고 생각한 아기토끼를 대견하게 생각하면서 아들의 뒤를 부지런히 쫓아갑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까지만 해도 못 느꼈었는데, 흰 눈 위로 길을 새로 만들며 헤쳐나가는 일이 좀 힘에 부쳤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엄마토끼는 어느 새 훌쩍 자라난 아들에게 의지가 됨을 느낍니다.

엄마토끼는 천천히 아들의 뒤를 따라가며 동굴이 있는 바위너덜을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스님이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자주 드나드는 암자 뒤쪽의 그 동굴 벽을 타고 올라간 칡덩굴은 용하게도 눈을 맞지 않은 채로 얼기설기 엉켜 있었습니다. 참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허기를 채우려고 바지런히 동굴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앞서 가던 아기 토끼의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엄마, 저길 보세요. 저기 동굴 입구를!"

엄마 토끼는 아기 토끼의 외침에 웬일인가 하며, 저만큼 동굴 입구 쪽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순간 엄마 토끼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곳에는 무청 시래기가 서너 줄 아주 나즈막이 걸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무청 시래기는 참 맛이 있는 먹이입니다. 엄마토끼는 군침이 돌았습니다. 그러나 엄마토끼의 머릿속에는 순간 스님의 그 온화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무청 시래기를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저 무청 시래기는 스님의 겨울 양식이 분명했습니다.

"아! 얘야. 아들아, 잠깐만 걸음을 멈춰라."

엄마 토끼는 저 만큼 앞에서 바지런히 뛰어가고 있는 아기 토끼를 불러댔습니다. 엄마 토끼가 부르는 소리에 아기 토끼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바라보았습니다. 아기 토끼는 급히 달려오는 엄마 토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왜요? 어쩐 일이세요. 저는 배가 고파요. 어서 가서 저 무청 시래기를 먹고 싶어 요. 배가 고파죽겠어요"

"하지만 얘야, 저 무청 시래기는 스님의 겨울 양식인 것 같구나."

엄마 토끼는 아기 토끼를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달래듯이 말렸습니다. 아기 토기는 엄마토끼의 그 말에 멈칫했습니다. 바로 그 때입니다. 동굴 안쪽에서 스님이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앗 ! 스님."

엄마 토끼도 아기 토끼도 동시에 외쳤습니다. 물론 스님도 엄마 토끼와 아기 토끼를 바라보았습니다. 스님은 엄마 토끼와 아기 토끼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그들을 향해 따뜻한 웃음을 흘렸습니다.

"어휴! 이 가엾은 것들아. 내가 너희들이 올 줄 이미 알았느니라. 그래서 준비를 해 놓았지. 어서 이 걸 좀 먹고 기운을 차려라."

스님은 동굴 앞 벽면에 걸려 있는 무청 시래기를 엮음을 하나 얼른 떼어내어 엄마토끼와 아기토끼에게 던져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뚜벅뚜벅 걸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는 암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토끼와 아기토끼는 사라져 가는 스님의 뒷모습 향해 몇 번이고 절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무청 시래기를 아작아작 깨물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무청 시래기는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5. 작품 세계

* 작품 평설 리서트

평자 명	제목	수록책명	연도	비고
정만영	향토색 짙은 작품들	꿈을 파는 가게	1984
김문홍	서평 -「장군의말씀」	아동문예	1985
이효성	이달의 동화작가-보다 진실한 이를 밝힌 ‘달섬에 닻을 내린 배’	아동문예	1985
KBS 2TV	「달섬에 닻을 내린배」	KBS 2TV	1986	영상물
장문식	동화 계간 총평․「헤햄 훈장님이 준 복」	아동문학평론	1987
리헌석	동심의 삼중주	푸른 메아리	1992
이재철	한국의 예맥-아동문학편	한국일보	1996
이재철	韓國兒童文學의 現實과 未來	아동문학평론	1996
송명호	「주워온 아이」-한국예술진흥원-아동문학편	한국 예술지(권 20)	1996
김문홍	서평-어른들을 향한 풀냄새 향긋한 동화-「지애의 탑돌이」	아동문예	1998
엄기원	월간문학 월평-「개미들의 사냥」	월간문학	1999
이상배	월간문학월평-「아버지와 아들」	월간문학	2002
김자연	아동문예월평-「아버지와 아들」	아동문예	2002
* * *	동화 계평-「애벌레 사육장 가는 길」	아동문학평론	2003
정만영	김영훈의 작품 세계	출판기념회	2003
이효성	서평- 꿀벌이 들려 준 동화	아동문예	2003
정만영	김영훈의 작품 세계	출판기념회	2009
박성배	서평- 별이된 꽃상여	아동문예	2009

* 정만영이 본 김영훈의 작품 세계

정 만 영

1. 서언

오늘 김영훈의 창작 동화집 ‘꿀벌이 들려준 동화’와 ‘우리들의 산타클로스’ 출판을 문인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 뜻 깊은 자리에 저를 초청해 주신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김영훈과 내가 인연을 맺은 것은, 그가 1983년 아동문학전문지인 ‘월간 아동문예’ 신인상 동화부문에 추천을 받은 후 나를 찾아와서부터이다. 당시 씨는 대전 유천국민학교에 근무하고 있었고, 나는 197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알아서인지 충남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나를 찾아와서 문학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때 내 뇌리에 새겨진 기억으로 김영훈은 아주 순수하고 성실하며 동화를 쓰고자 하는 집념에 불타고 있어 반드시 크게 활동할 이로 예견되었다. 그리하여 내가 활동했던 충남아동문학회에 입회시켜 주고 창작활동을 함께 하면서, 때로는 진지한 작품 토론으로, 때로는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20여 년간을 호형호제지간으로 살아왔다.

김영훈과 얽혀진 인간적인 관계는 길고 끈끈하지만 이점에 대해서는 다른 분이 언급할 것이기에 생략하고, 나는 그의 작품세계를 언급하고자 한다. 화제를 크게 둘로 나누어 하나는 이번 전에 낸 창작동화집을 중심으로, 또 하나는 이번에 묶은 두 동화집을 중심으로 해서 간단히 언급한다.

2. 본론

가. 이전의 작품 경향

김영훈은 등단 이후 창작 동화집을 9권 낸 것으로 안다. 제1집은 ’84년에 낸 「꿈을 파는 가게」, 제2집은 ’86년에 낸 「달섬에 닻을 내린 배」, 제3집은 ’88년에 낸 「솔뫼마을에 부는 바람」, 제4집은 ’92년에 낸 「바람과 달님과 구름」이다. 제5집은 같은 해에 낸 「아기토끼의 달님」, 제6집은 ’93년에 낸 「생활 속의 발명 이야기」, 제 7집은 「퉁소소리」제8집은 ’96에 낸 「공해는 정말 싫어요.」이며 이번에 출판한 동화집은 제9-10집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영훈의 작품 경향은 제1-4집 즉, 「꿈을 파는 가게」, 「달섬에 닻을 내린 배」,「솔뫼마을에 부는 바람」, 「바람과 달님과 구름」,「아기토끼의 달님」, 「퉁소소리」제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그밖에 「유령공포 대소동」, 「생활속의 발명 이야기」,「공해는 정말 싫어요.」는 출판사의 요구에 응해서 쓴 기획물이므로 그의 문학적 성향을 담고 있다고 볼 수가 없어서 오늘 논의에서는 제외하겠다.

첫째, 김영훈의 작품 경향은 대부분이 농촌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씨는 충남 청양군 장평면 미당리라는 농촌에서 출생하여 거기서 성장한 것이 원인의 하나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화어까지도 충청도 사투리를 즐겨 사용하여 충청도의 전형적인 농촌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는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서정적인 분위기,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인간, 그리고 훈훈한 인심을 작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필연적인 장치가 아닌가 한다. 극단적인 이기주의, 돈을 가치의 최고로 아는 작금의 황금만능주의, 그에 따른 인간성 상실 등을 대표로 하는 도시 의식을 씨는 싫어한다.

둘째, 그의 작품 경향은 향토성이다. 등장인물의 사고나 행동은 그가 성장한 1960년대의 전통이나 관습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긴다. 대부분의 작품 배경은 구름과 바람, 산과 들과 강이고 그것이 서정적으로 펼쳐지며 그러한 배경에 알맞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은 순박하고 청순해서 때로는 우직함을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이 즐겨 설정한 인물을 연상하게도 한다. 현대 문명에 때 묻은 도시인과는 다른 순수한 인간을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셋째, 그의 작품 경향은 샤머니즘이다. 등장인물의 한과 소원은 이 샤머니즘에 의해 표출되고 해결된다.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은 성황당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장독대, 우물, 바위도 될 수 있다. 등장인물에게는 소망이 성취되느냐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간절하고 진실한 믿음을 토로하는 자체를 중요시하고 있다. 이 샤머니즘은 한국 사상의 큰 줄기로서 신앙은 물론 예술에서도 맥을 이어오는 우리의 얼이요 혼이다.

이상에서 저는 형식적인 면에서 김영훈의 과거 작품의 큰 경향, 즉 대부분의 작품이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향토성과 샤머니즘이 강하다는 세 가지를 지적해 보았다. 바꾸어 말해서 선생은 고독을 무릅쓰고 한국적인 작품의 광맥을 집요하게 파는 작가로 평가된다는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 이후의 작품 경향

그런데 이번의 작품은 크게 달랐다. 그리고 「꿀벌이 들려준 동화」와 「우리들의 산타클로스」가 또 각각 다르다. 「꿀벌이 들려준 동화」는 21편 전편이 환상동화로 수록되어 있다. 「우리들의 산타클로스」는 12편 전편이 생활동화인 리얼리티를 중심으로 하되 초등학교 고학년을 독자로 의식해서 창작된 작품 위주로 되어 있다. 씨는 과거에 생활동화인 리얼리티를 즐겨 쓰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상재한 「꿀벌이 들려준 동화」는 한 권의 동화집을 몽땅 판타지로 쓴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변신 가능성을 예고해 준다. 먼저 창작동화집 「꿀벌이 들려준 동화」를 중심으로 작품세계를 언급하겠다. 그리고 이어서 씨가 그간에 많이 보여준 리얼리티 수법인 동화집 「우리들의 산타클로스」에 대해서 언급하겠다.

1) 「꿀벌이 들려준 동화」

첫째로, 김영훈의의 판타지는 주로 동물을 의인화했다는 점이다. <고개 숙인 장미꽃>, <부서진 꿈>, <햇살 목걸이>, <구름나라 이야기>, <아기요정 꿈돌이의 별>, <한줌의 흙>, <솔바람>, 그리고 <소나무와의 이별>, <다박솔나무의 노래>를 제외한 13편이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동물은 토끼, 텃새, 말, 꿀벌, 개구리 등의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을 등장시켜 독자로 하여금 친밀감을 더해주고 있다.

둘째로, 내용면에서 상당수가 소망을 주제로 하고 있다. <아기토끼의 달님>이 그 예인데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달구경을 좋아하는 아기토끼는 엄마와 함께 동산에 오른다. 숲속 나라를 환히 비추는 달을 보자 갖고 싶다면서 엄마를 조른다. 그의 동심과 간절함을 이기지 못한 엄마는 아빠를 불러 장대로 달을 따 달라고 한다. 아빠는 장대를 가지고 굴참나무꼭대기까지 올라가 따려 했으나 달이 따질 리가 없다. 그 때 신령님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면서 아기토끼를 데리고 맑은 옹달샘가로 간다. 맑고 잔잔한 샘물에서는 하늘의 달님이 비춰져 벙싯벙싯 웃고 있었다. 아기토끼는 소원이 성취되어 ‘아, 달님!’하고 소리친다.

달을 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요구자가 아기토끼라는 점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아기새의 첫나들이>에도 작가의 이런 의식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아기새는 산봉우리까지 나는 게 꿈이다. 산 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도 보고 싶고, 무진장 있다고 하는 먹이도 잡아먹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미새와 할미새는 아기새의 이런 외출을 반대한다. 아직은 어려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독수리에게 채어 죽음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빠새는 달라 가족들 몰래 마침내 함께 모험의 길을 떠난다. 얼마쯤 올라가니 산이 가팔라지고 앞이 콱 가로막힌다. 있는 힘을 다해 마침내 산마루에 오른다. ‘장하다, 장해.’ 뒤따라오는 아빠새는 아기새와 함께 참으로 기뻐한다.

선생의 이런 소망은 때가 묻지 않은 소망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순수한 동심의 바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 묻지 안은 동심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 가치인 것입니다

셋째, 완만한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선생의 작품은 극적인 상황 설정이나 사건 전개에 속도감이 별로 없어 이야기 구조가 대체로 완만하다. 이는 픽션물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일반적인 모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기, 절정이 약하면 감동도 약하다는 것과, 동화가 빠른 템포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선생의 작품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생의 작품관이 생활 주변에서 벌어지는 잔잔하고 훈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오히려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야기는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이 독자에게 친밀감을 더해주는 장점이 있어 많은 작가들이 요즈음도 즐겨 사용하고 있다.

2) 「우리들의 산타클로스」

총 12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초등학교 고학년 내지 중학생을 의식해서 창작된 것인데,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작품이 사춘기의 심리이다. <14세의 외출>은 부모의 과보호로 인해서 생긴 반발심을, <선생님, 걘 아직도 그 병을 앓고 있어요.>는 남자 친구가 보내온 쪽지편지로 인해서 생긴 당황을, <소년의 설렘>은 성중이가 여학생으로부터 받은 생일초대장을 받은 것으로 연유한 설렘을, <지애의 탑돌이>는 아버지 병환이 안 좋아 탑돌이를 나선 지애와 수민이가 동행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감정을 다루고 있다. 갈수록 조숙하여 초등학교 어린이도 신체 변화와 함께 사춘기적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또래의 상황과 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년의 설렘’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겠다.

“오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어 등꽃이 만발할 즈음 성중이는 뜻밖에도 한 장의 생일초대장을 받는다. 마음속으로 꼬불쳐놓은 윤희에게서 온 초대장이므로 성중이는 마음이 설렌다. 그리고 교실에 혼자 앉아서 선물을 무얼로 할까로 고민에 빠진 성중이는 테니스를 하고 들어오시는 담임선생님과 마주친다. 선생님은 연필이나 크레파스쯤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신다. ‘아휴, 그걸 어떻게....’라고 말하니까 마음만 전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되물으신다. 성중이는 마음속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윤희라서 마음이 설렌다는 사실을 말씀드리자 선생님은 이미 알고 있었노라고 한다. 성중이는 오히려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는 사춘기가 되면 누구나 통과의례로 겪게 되는 과정으로서 일종의 성장 동화라 할 수 있다. 한 어린이가 겪게 되는 이성경험을 교실 안에서 교사와 학생이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점은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도 유년시절의 슬픔이 담긴 고향의 원형동굴을 아들 윤석이와 함께 찾아간다는 <아버지와 아들>, 어린이 축구경기에서 승승장구하여 한민족 체육대회의 축구부에 병호가 마침내 국가대표로 뽑혀간다는 <만리장성으로 보내는 축하 메시지>, 전교 어린이 회장단에 당선되기 위해 벌이는 치밀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미리미리미리로> 등의 작품은 나름대로의 특색과 문학정신으로 작품을 소화해 내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매년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불쑥 나타나 선물과 함께 어린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주는, 식사로 솔잎이나 질겅질겅 씹어 먹는,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두리벙어리와 마을 어린이가 함께 엮어나가는 「우리들의 산타클로스」는 읽어갈수록 신비로움과 흥미를 더해 주어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 맺음말

이상에서 김영훈의 작품 세계를 대충 말했지만 이것은 주어진 시간에 두서없이 말한 몇 가지 말일 뿐, 그의 작품세계를 정확히 말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문학작품은 어차피 남의 소개나 설명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독자 직접 읽어 느껴야만 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 왕림하신 문인, 직장동료, 친지들께서는 틈나는 대로 작품을 읽어 김영훈에게 용기와 격려를, 때로는 날카로운 충고를 잊지 말아서, 그의 작품세계가 더욱 넓고 깊어지도록 지도편달해 주기를 문우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이다.

끝으로 바쁜 공직생활 중에도 이렇게 소중한 동화집을 펴낸 김영훈의 노고와 열정에 경의를 표하며 문운이 더욱 크게 깃들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2003. 11. 02 김영훈 출판 기념식 ‘작가 작품세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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