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OPS
영화 장르는 그 시대의 트랜드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 거대 제작 비를 투입하는 영화는 필연적으로 그 시대 대중의 집단적 정서를 면 밀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가 판타지 영화의 문을 열었다면 2002년 개봉한 [트리플 X] [스틸] [익 스트림OPS]로 이어지는 영화는 '엑스게임'을 영화와 접목시켜 새로 운 장르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왜 엑스게임인가. 스포츠의 종류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특히 생 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 가지 묘기를 펼치는 레저 스포츠를 익스 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 혹은 X게임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 에서도 죽을 때까지 경기를 하는 아고니즈(agonize)라는 게 있었다. 엑스게임은 일부러 모험을 즐기기 때문에 모험 스포츠, 극한 스포츠 라고도 불린다.
[익스트림 OPS]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영화보다도 엑스게임의 모험 적 요소를 카메라에 붙잡는 데 성공하고 있다. 달리는 기차의 지붕 위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또 기차에 매달려 레일 위를 발판 삼 아 스노 보드를 타는 엑스게임의 고수들은 올림픽 공식경기 같은 것 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해준다.
실제 눈사태 현장에서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CF를 찍기 위해 알프스 산 속으로 모인 익스트림 스포츠의 고수들은, 깊은 산 속 아 직 완공되지 않은 리조트에 은신하고 있는 거물 테러리스트와 맞부 딪친다. 테러리스트들은 그들을 CIA로 오인하고 총을 쏘면서 실제로 산사태를 일으킨다. 이제 익스트림 고수들은 CF 때문이 아니라 생존 을 위해 스노 보드를 타고 눈사태가 덮치기 전에 먼저 산을 내려와 야만 한다.
스포츠(sports)의 어원은 라틴어의 'portre', 즉 '물건을 운반하다'는 뜻에서 발전된 것이다. 엄하고 가혹한 노동이나 작업에서 잠시 벗어 나 기분 전환을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따라서 달리고 차고 던 지는 모든 경기는 물론 도박까지도 스포츠의 한 종류로 이해되던 적 도 있었다.
엑스게임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케 이블TV 채널인 ESPN에서 [X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스케이트 보드나 롤러 스케이트 등이 프로그램 을 통해 보였지만 모험과 재미를 좇는 인라인 스케이트-BMX-웨이 크 보드 등이 엑스게임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고 1993년에는 약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세계X게임대회가 열렸다. 이제는 40만 명이 훨씬 넘는 관중이 참가할 정도로 엑스게임은 1990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엑스게임은 크게 여름 스포츠와 겨울 스포츠로 나뉜다. 여름 엑스게 임으로는 스케이트 보드-인라인 스케이팅-BMX-인공암벽등반-스카 이 서핑-윈드 서핑-래프팅-도로 썰매타기-웨이크 보드 등이 있다. 겨울 엑스게임으로는 스노 보딩-스킹-빙벽 등반-산악자전거 등을 꼽 는다.
이 중에서 국내에 가장 널리 보급된 것은 인라인 스케이트다. 영화 [친구] [품행제로]에도 등장하지만 1980년대가 추억의 롤러장세대였 다면, 지금의 X세대는 인라인세대다. 네 개의 바퀴라는 점은 같지만 롤러 스케이트가 바퀴 두 개씩 두 줄로 된 것에 비해 인라인 스케이 트는 네 개의 바퀴가 한 줄로 되어 있어서 훨씬 위험하고 역동적이 다.
[스틸]의 첫 장면은 은행을 턴 강도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도 심을 질주하며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이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이제 엑스게임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널리 보급되고 있다. 10대 나 20대의 전유물이었던 인라인을 신고 주말의 여유 시간을 즐기는 40~50대를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때로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라인을 신고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가 다른 엑스게임에 비해 널리 보급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가족 단위로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케이트 보드는 가장 전통적인 엑스게임이면서 동시에 보드를 바탕 으로 한 수많은 변종 스포츠를 양산시키고 있는 진원지이기도 하다. [익스트림 OPS]에 등장하는 전문가들도 모두 기본적으로 스케이트 보드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 산이나 높은 언덕에서 급경사를 이 용해 즐기는 마운틴 보드나 여름철의 스노 보드라고 부를 정도로 자 유자재로 회전 가능한 플로우 랩, 뱀의 머리와 꼬리처럼 앞뒤가 서로 분리되어 평지에서도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스네이크 보드 같 은 경우가 모두 스케이트 보드에서 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 테크놀로지가 인류 문명을 이끌어가면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육 체를 활용하는 원시적 방법이 부각되고 있다. 육체를 움직일 때만큼 존재에 대한 의식이 일깨워지는 순간은 없다. 특히 도전과 창조정신 을 생명력으로 하는 새로운 세대에게 엑스게임이 주목받는 것은 당 연한 일이다.
전세계의 엑스게임 전문 스턴트맨 178명이 참여해서 만든 [익스트림 OPS]는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거대 화면을 통해서 즐기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