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90% 이상이 캐즘(Chasm)에 빠졌다고 보면 맞을 것입니다. ” 제프리 A. 무어의 「토네이도 마케팅」 「벤처마케팅(케즘마케팅)」의 역자 유승삼 벤처테크 사장의 주장이다. 유사장은 한국벤처의 대부분이 수렁에 빠졌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지금 ‘잘나가는’ 벤처기업들도 머지않아 캐즘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천안 새마을금고 연수원에서 열린 대덕밸리 벤처 CEO·CFO 워크숍에서 그가 한 말이다. 유사장은 지난해까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강의를 맡은 바 있다.
캐즘 현상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의 마케팅에 적용되는 이론으로, 일반적인 제품과는 달리 벤처기업 제품이 초기에 조금 판매된 후 대중적인 판매로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현상을 지칭한다.
벤처기업들이 초기 시장에 진입하면 일정 기간 이후 반드시 캐즘에 빠지게 되며, 이 캐즘을 극복해야 완벽하게 주류 시장으로 들어설 수 있고, 이후는 돌풍현상(토네이도)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시장지배가 기다리고 있다는 이론이다.
유사장은 첨단기술 마케팅의 성공 공식은 따로 있다고 역설했다. 우선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뜻이다.
첨단기술 시장이 캐즘을 맞는 것은 불연속적인 혁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일반 기업들이 연속적인 혁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는 달리 첨단기술 제품은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 사슬을 창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첨단기술 제품은 시장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해 제품을 만들고, 유통경로를 구축하고 판매에 나서 최종 구매자까지 가는 모든 체계를 새롭게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첨단기술 시장에서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사장은 이런 불확실한 시장에서 벤처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단계별로 분할되어 있는 기술수용 주기를 이해해야 하고, 이들 단계마다 차별화된 마케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장에 맞춤 서비스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수용 주기란 첨단기술 시장이 기술 애호가라고 할 수 있는 혁신 수용자와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선각 수용자, 실수요자인 전기 다수 수용자, 보수주의자인 후기 다수 수용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의론자인 지각 수용자 등 5개 주기로 나뉘어 있다는 것.
유사장은 벤처기업이 이런 다섯개의 시장을 격파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 위치가 5개 시장 중 어디에 속해 있는가를 따지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자신이 포함된 시장에서의 마케팅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사전 준비단계다.
그렇다면 캐즘은 어떻게 뛰어넘어야 할까. 캐즘이 어떤 기업에게나 오는 위기라면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그는 제시했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에 피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극복을 위해서는 캐즘에 빠져 있는 시간을 최소한 단축하라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뭘까. 그는 우선 시장의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학교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만들었다면 막연하게 학교 시장이 아닌 대학을, 그리고 대학 중에서도 서울인지, 수도권인지, 지방인지, 2년제인지 구분하는 등 최종 시장을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즘을 뛰어넘을 때는 총력을 기울여 화력을 한 곳에만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처럼 전력을 한 곳으로 집중하고 거점을 확보하라는 것.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목표를 정하고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즘은 첨단 벤처라면 어디에나 적용되는 이론이기는 하지만 넘지 못할 장애물은 아닙니다. 비 온 다음에 땅이 굳어지듯 캐즘을 넘어서면 희망의 땅이 반드시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