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남해의 지리산, 사량도 지리산

[酩酊]

또 다른 남해의 지리산, 사량도 지리산.(산행기)

또 다른 남해의 智異山, 사량도 池里山.

6월 중랑지부의 산행지는 賞春 山行의 代名詞, 사량도 지리산. 몇 년전부터 산행코스로 잡아놓고도 거리와 시간상 무리가 많아 주저하다가 黃金같은 초여름 연휴를 맞아 비록 철늦은 감이 있겠지만 초여름 남해바다의 코발트색 바다도 보고싶어 추진하기로 하였다.

사량도는 통영시의 한 섬으로서 지리산이라는 이름은 처음엔 '智異山이 바라 보이는 山'이란 뜻으로 智異望山이라 불리다가 현재의 지리산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한다. 사량도란 섬도 뱀이 많아 蛇梁島라 했다는데 산행 내내 뱀 한 마리 보지 못했다. 연휴라서 가족들한테는 좀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사실 이 핑계로 닐리리 정태종 동지 등이 불참) 이왕지사 벌려놓은 일, 막판에 끝내리 마용성 동지가 5월 체육대회때 강화도에서 足球시 허리 다친 곳이 도져 약속시간 1시간 전에 유선으로 불참을 통보해왔다.(진실은 노총각이라 얼마 전 집에서 빨래하다 허리를 삐끗했다는 說이 더 유력하다)

6.5일 일과를 끝내고 저녁 9:30분경 약속장소인 묵동 삼거리(1번 삼거리 유희삼)에 2번 떠드리 조유환 동지가 렌트카에 3번 삐리리 임용주 동지와 4번 리틀똥(의미는 중랑지부의 1월 선자령 산행시에 이미 언급이 되어 생략)과 함께 나타났다. 일용할 양식과 酒類를 싣고 화랑대역으로 가서 5번 회장 빠구리 김시중 동지와 6번 노원의 찌그리 원범묵 동지와 7번 리틀 원(원치현)을 태우고 광주지사 앞에서 8번 용팔이파 박용수와 9번 성남북부의 이영일 동지를 태우고 다시 경안에서 중부를 타고 회장과 등반대장인 떠드리 동지가 번갈아 운전하며 사천시의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하니 6일 새벽 3시경. 일반 배편을 알아보고 눈을 붙이기로 하고 안내판을 보니 사량도 行이 없다.

새벽이라 물어 볼 곳도 없어 이리저리 머리통을 굴려보니 커다란 안내판 한 귀퉁이에 導船 船着場과 함께 行先地 가운데 사량도란 이름이 들어 있어 차를 돌려 그 곳으로 가 보니 하루에 두 번(아침은 06:30분) 운행하는 사실 그대로 섬 주민들의 연락선이었다. 벌써 부둣가 시장에는 하루를 시작하는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들이 발걸음이 분주하다. 주차할 곳이 없어 다시 선착장으로 와 보니 그 사이에 관광버스가 세 대나 와있다. 모두 사량도 지리산으로 가는 사람들인데, 알고 보니 이 곳에서도 遊覽船이 운행하는데 단체로 예약을 해야 가능함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배는 기적소리를 울리고 있었지만 어차피 우리에게는 3배의 배 값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해야만 했다.

차에서 새우잠을 자고 아침을 먹을 양으로 5시에 起床, 걸어 導船 船着場으로 가다 허름한 해장국 집으로 들어가니 주인보다 파리떼들의 群舞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이곳의 이야기는 이 山行記 내내 식사 때만 되면 등장하곤 하는데, 아 잠시 빠진 부분이 있다.

이 곳에서 자라 우리 조직의 생리상 전산직이라는 죄명으로 경인본부로 마른 낙엽이 되어 날라왔다가 원대 복귀된 10번 장쌍성 동지가 동행하기로 해 합류되었는데 대뜸 음식이 짤 거란다. 그러저럭 매운탕이 나왔는데 소태국에 밥은 설익고 그 위에 파리들의 曲藝飛行이라니..... 배시간이 다되어 울며 겨자먹기로 때려먹고 부둣가로 달려가니 벌써 승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름과 연락처(핸드폰 번호는 안된다. 이유는 다 아시겠지)를 적고 이층 배 위로 오르니 여러 팀이 이미 승선해 있는데 하나같이 섬 주민들은 일층 외지인들은 이층. 바다에는 雲霧가 자욱해 오늘 산행도 전망 없는 山行이 될까 초조함에 새벽 바다 바람이 차가운 줄 모르다 파카(?)를 꺼내입는다. 떠드리 동지와 회장은 추워 죽겠단다. 어느새 찌그리 동지와 리틀 원은 일층으로 내려가 조는지 조용하다. 조금 지나니 다행이 雲霧도 걷히어가고 멀리 커다란 섬에 웅장한 바위산이 보이니 저 산이 필경 지리산이렷다. 그런데 이 배가 우리가 내릴 예정이던 돈지 浦口를 저멀리 두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사량도에는 上島와 下島가 있는데 우리의 寄着地는 上島인데 下島에 배를 대더니 우리보고 갈아타란다. 옆 배에 올라타니 우리를 싣고 왔던 배는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금평항 쪽으로 가고 탄 배는 다시 上島를 거쳐 下島의 남쪽 부위를 거쳐 지그재그로 운행하더니 1시간 30분이나 되어 돈지 浦口에 내려놓는다. 3.40분에 올 거리를 3배 가량 걸렸으니, 다음에 오실 분들은 필히 도산의 사량호 부두로 가셔서 우리와 같은 낭패를 보지마시길.....

드디어 산행길, 多島海의 검푸른 바다를 보며 임도를 따라 10여분 오르니 오른쪽으로 시작길이 보이는데 처음부터 된비알길이다.

조금 오르다 보니 처음 나타나는 景觀處는 바윗덩어리인데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바위가 아니라 처음부터 산행 끝까지 節理같이 발달되어 뾰족하고 건조해 자세히 보면 책을 차곡차곡하게 쌓아 옆으로 비스듬하게 설치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시루떡을 가로 세로 짤라 옆으로 쌓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변산의 채석강을 옆으로 비스듬이 뉘어놓은 것과도 흡사하다. 몇 개의 眺望處를 지나 지리산 정상에 오르니 경관에 압도당한다.

남쪽의 돈지항 浦口와 下島의 또 다른 바위산, 북쪽으로는 閑麗水道 多島海의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과 배들, 그 사이의 하얀 양식장 부조물들, 그리고 올록볼록 들어앉아 있는 어촌마을의 고즈넉한 風景들. 智異望山이라는 이름처럼 옅은 雲霧에 內陸의 智異山은 보이지 않지만 眺望만은 壯快하다.

지금까지는 岩峰의 연속이었지만 지금부터 불모산이라 불리는 달바위봉까지는 陸山이다. 잠시 뒤 돈지 포구쪽으로부터 하얀 海霧가 올라가 갑자기 몇 m앞이 안보여 불안하더니 어느새 금 방 없어진다. 바다 옆의 산이란.... 오다보면 岩峰 중간중간 염소 똥과 움푹 패인 고인 물에는 까만 올챙이들이 있어 신기한데, 도대체 저 놈들이 어떻게 이곳까지 올라와 알을 깠을까 싶다. 개구리 혹은 도룡뇽의 올챙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물이 말라버리는 不祥事만은 없었으면 좋으련만.....

이곳 달바위봉은 반올림해서 400m, 지리산보다 1m 정도 높지만 주된 산에서 지리산의 岩陵에 밀려 버렸다. 여기에도 生存競爭의 世態가..... 어쩐지 씁쓰름하다. 잠시 가다보니 리틀 원이 아빠가 안 보인다고 다시 뒤로 돌아가더니 한참 반에 다시 합류하였는데 이유인즉 아무리 찌그리 동지가 스쿼시로 몸을 단련했다고 하지만, 미시 族들과 즐기는 시간이 더 많다고 들었기에 우리는 뒤쳐지는 緣由를 거기에다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시작되는 岩陵길. 사량도 지리산의 岩陵을 이야기할 때는 지금부터를 말함인데 가마봉을 거쳐 옥녀봉에 이르기까지 20여m정도의 2개의 철사다리, 동아밧줄 타고 오르기와 내리기, 수직로프 사다리 등 모두가 거의 직각으로 된 岩峰에 설치된 것으로 군대 시절의 유격코스 같은 것들이어서 한층 재미를 더해 준다.(이 곳에서 우리들은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또는 암봉이 나올 때마다 떠들었는데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익명처리하기로 하였다. 누가 리필로 공개하라면 회장 동지의 이름으로 거명하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한 개의 봉우리를 힘겹게 올라 정상에 서면 또다시 깎아지른 내리막 길, 다시 건너편의 岩峰을 오르고 있는 다른 무리의 사람들. 세일 수 없이 깎아지른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하다 보니 옥녀봉 직전에 한 부부가 막걸리를 팔고있

어 탁배기 한 사발씩 걸치니 五臟六腑가 시원해지며 찌르르해진다.(사실 나와 회장, 떠드리는 2잔씩 먹었지만) 드디어 마지막 난코스인 옥녀봉에 올라 下山時 수직로프 사다리가 나오는데 이것이 흔들흔들거리기에 리틀들한테는 좀 무리다 싶어 우리는 주문을 외우기로 했다.

즉 진정한 남자가 되려면 이런 곳도 혼자서 내려가야 한다고.... 사실 이 '진정한 남자'라는 단어는 우리들의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가장 중요한 話頭가 되었는데 실례로 리틀들이 밥을 잘 안 먹을 때나, 돌아오는 차 안에서 떠드리 동지와 고래 잡는 이야기중 그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둥, 찌그리 동지의 표현대로 마무리 세레모니시 맥주를 먹을 줄 알아야 한다는 둥, 리틀들끼리 집에 먼저 가려고 할 때 혼자서도 전철이나 버스 타고 집에 갈 줄 알아야한다는 둥 하여간 '진정한 남자'라는 단어는 우리의 산행 내내 우리들의 입에서 수없이 膾炙되곤 하였다.

다섯 시간여의 山行 끝에 우리는 금평항 浦口에 도착, 해삼과 멍게에 소주 한 잔하며 시원한 수돗가에 머리를 씻고 나니 어느 새 삐리리 동지가 삐리리 해졌는데 리틀 똥의 염려 덕분에 금평항 浦口에서 우여곡절 끝에 배에 올라 사천항에 도착하니 여기서부터 옥신각신, 새로 생긴 삼천포 대교를 타고 南海로 들어가 자자파와, 南海大橋나 여수를 거쳐 돌산의 향일암 근처에서 쉬자파와, 지금부터 차를 달려 서울로를 외치는(소리없이) 가자파와, 아무튼 정리하고 사천의 장쌍성 동지를 이별하고 밀리는 삼천대교를 건너 남해의 끝 상주해수욕장의 민박집에 旅裝을 풀었다. 저녁 식사후 간단한 샤워와 맥주 한 캔씩 들고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운치를 더하려는데 여기저기의 폭죽소리에 일찍 들어와 자 버렸다.

다음날 김치찌개에 햇반 넣고 거기에 라면 넣고, 하여간 짬뽕인데 임똥만 빼고 다 맛있단다. 할 수 없는지 나중에는 임똥도 달려들어 먹어보니 괜찮단다. 주인에게 인사후 금산의 보리암을 안 보고 갈 수는 없다는 용팔이의 제의에 차를 돌려 올라가는데 입장료가 너무 비싸 다시 돌려 남해읍내를 거쳐 이 곳에서 龍이 된 사람 이야기를 하다 南海大橋를 거쳐 섬진강을 따라 하동을 거쳐 구례로 와 화엄사 길로 들어서서 한 한식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반찬이 山海珍味다. 어제의 아침과 비교하자니 어이가 없어 어디에 음식 맛은 어떻고 어디는 어떻다는 둥 음식 자랑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배불리 먹고 다시 차를 달려 남원에서 88고속도를 타고 함양에서 다시 대전 통영고속도로 타 경부와 합쳐지니 유량표시기에 불이 들어온다. 만 원어치만 넣으면 충분하다고 나와 회장이 우겨 주유하고 다시 달려 중부를 타고 곤지암에서 빠져 광주지사에 둘을 내려놓고 경안에서 다시 타고 동서울을 빠져 나오는데 또 다시 불이 들어온다. 운전자 회장 曰, 충분하다며 달려 구리를 지나 신내동 입구를 오니 갑자기 시동이 꺼지며 차가 서버린다. 고속도로가 아닌 곳이어서 다행이다 싶어 떠드리 동지와 경유를 사러 가는데 그 흔하던 주유소가 이럴 때는 안보이니 한참을 달려 간신히 아까운 석유통과 함께 만원을 주고 사자니 떠드리 동지가 만 오천어치 넣자고 할 때 말을 들었으면 하는 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렌트카를 반납하고 시원한 생맥주에 마무리 세레모니는 언제봐도 상쾌하다.

힘들었던 1박 3일의 긴 旅程을 운행했던 회장과 떠드리 조유환 동지, 定足數를 간신히 채워준 성남북부의 두 동지 그리고 동지가 멀리서 사천에 왔다고 새벽같이 달려나와 우리를 반겨준 장쌍성 동지 모두들 고마웠습니다, 고마웠고요. 다음 산행시에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