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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투알 개선문(Arc de Triomphe)
튈르리 정원에서부터 샹제리제거리까지 쭉 걸어 마침내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에투알 개선문이 있는 곳까지 왔다.
짧은 일정에서 많은 것을 보고가겠다는 욕심이 파리 여행 첫날을 행군으로 만들어버렸는데,
개선문이 마치 골인 지점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로마의 타투스 개선문
로마의 티투스 개선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에투알 개선문은
1806년 나폴레옹이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만들게 했다.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프랑스 군대는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군대를 크게 무찔렀고,
오스트리아에 평화조약을 승인하게하고 러시아 군대는 고국으로 되돌려보내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튼 이 에투알 개선문은 끝까지 고생을 시킨다.
원형 도로 중앙에 위치해있어서 바로 가로질러가는 횡단보도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개선문과 연결되어있는 지하로 다시 또 가야만했다....
한편 위 사진을 언뜻보면 개선문 꼭대기를 너무 대충 만든거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렬되지 못한 느낌을 받는데...
이것 때문이다.
확대해보면 위에서 사람들이 사진찍거나 구경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진 찍어 놓고 보니 미관이 몹시 좋지 않다. ㅋㅋㅋ물론 나역시 그중의 하나가 되었었겠지만
개선문 역시 내부 관광에 돈을 받는데, 뮤지엄패스 소지자는 무료다.
뮤지엄패스 확인 시에는 패스를 최초 개시한 날짜를 확인한다.
지하로 개선문에 도착한 후에는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또 빙글빙글 걸어올라가야 했다.
위로 올라가면 위 사진처럼 개선문에 얽힌 역사 안내자료가 준비되어 있다. 간단한 팜플랫도 있지만 국문 버전은 없었다.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선문 밑부분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도록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
이렇게 옥상으로 나와서 사방으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데,
서양인들 키를 기준으로 삼아 그런지 높은 안전바가 좀 유감이었다.
어린 학생들 혹은 키가 작은 사람은 쇠창살을 통해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는...
아무튼 그렇게 화창한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상쾌했다. 저 멀리 또 다른 개선문, 그랑다르슈 개선문이 보인다.
그랑다르슈 개선문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주욱 걸어왔던 길에서 멈추지 않았다면 당도했을 위치에 있다.
그랑다르슈 개선문(출처: http://noeul.wordpress.com/)
다른 블로거의 사진을 보니 설명해주지 않아도 가장 최근에 지은 것이라는 것을 알겠다..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개선문이라는 것을 몰랐을 이 건물 근처의 도로는 모두 지하로 빠져 있다고 한다.
개선문 사이에 둥둥 떠있는 천쪼가리는 구름을 형상화 한 것이라 들었다.
또 다른 방향에서는 에펠탑이 보인다. 이제 좀 파리에 온 것만 같다.
이 주먹만한 파리 관광을 하다보면 마주쳤던 사람들을 빈번히 보게된다.
우리 역시 최초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잠시 합류했던 한국인 누님을 우연히 다시 보게되었다.
썬글라스를 쓰고 있으셔봤자...ㅋㅋㅋ
아무튼 개선문을 찍고 목표의식을 잃고 있던 우리는 그 분의 다음 행선지인 바토무슈로 졸졸 따라갔다.
바토무슈(Bateaux Mouches)
Alma-Marceau라는 역에서 내려 세느 강가로 내려가면 바토무슈를 타는 곳이 있다.
세느강가에서 가깝게 보이는 에펠탑을 잠시 구경하다가 바토무슈를 타러갔는데,
우리가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이 배 출발 시각 5분 전이어서 서둘러야했다.
사전에 바토무슈를 관광 계획에 넣어두고, 한국에서부터 표를 준비해오셨던 누님과 달리
우리 일행은 현장 예매를 했다. 12유로 정도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전에 예매해가면 여러 할인혜택이 있다고한다.
에펠탑 인근 세느강가에서부터 출발해서
우리가 최초 관광했던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 섬까지 빙 돌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바토무슈의 루트이다.
즉, 같은 경치를 두번 보게 되는 격이긴 하지만 한번은 아래쪽 강가에, 돌아올때는 위쪽 강가 가까이로 붙어서 운행한다.
왕복 총 1시간 소요하는데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리 길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대체로 탑승객들의 연령은 높은 편
허름한 강둑에 앉아있는 사람들. 뭔가 느낌있다.
계단에 테트리스마냥 ㄴ 자로 박혀있는 청년이 눈에 확 들어온다.
서둘러 관광할 때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노트르담 성당 위의 조각들이 보인다.
이런 담쟁이 덩굴은 누가 심은건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지져분해보이기도 우아해보이기도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여유가 생길때마다 건물에 삐죽이 나온 난간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간간히 나와서 한숨돌리며 담배피기 좋은 집구조에 부럽다가, 우리네 아파트는 어떤지에 생각이 미친다.
나름 적당한 크기의 테라스를 가지고 있지만 오래되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쟁여두는 창고정도로만 쓰이고 있다.
후에 혼자 나가 살게되면 이런 틈을 만들어주는 공간을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국립 박물관만 같아 보이는 국회 건물. NATIONAL ASSEMBLY라 큼직하게 적혀있다.
알렉산드리아 3세 다리
예정에 없던 바토무슈를 타고나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 본격적인 파리 여행 첫날이 끝났다.
멍하니 사진을 찍어대며 배를 쳐다보며 손을 흔드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는 것이 거의 전부였지만,
파리 관광 계획에서 꽤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싶었다.
박물관에서건 야외에서건 볼 것이 많아 종일 돌아 다녀야만하는 관광객들에게 숨돌리는 강제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바토무슈를 타지않았더라면 우리 역시 다리를 건너 에펠탑을 보러가고,
그 다음 목적지를 찾느라 늦은 밤까지 거리를 서성이는 강행군을 했을지도 모를일이다.
덕분에 욕심을 듬뿍 덜어내고 곧장 숙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