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밤 10시40분. 요즘 가장 잘나간다는 드라마 '추노'를 뒤로한 채 집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부산 연제구 연산3동 대로변에 위치한 어느 조그만 식당. '지금 시각이면 맛을 볼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차를 몰았습니다. 식당 규모에 비해 유난히 큰 간판이 보이자 설레기도 했습니다.
오 마이 갓! 도착하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10여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입구에도 5명이 더 보였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포장만을 위해 번호표를 받고 별도로 기다리는 사람도 7명이나 되었습니다. 일부는 식당 근처에 주차한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20분 정도 지나자 기다리다 지친 아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며 파장할 팀을 관찰했지만 전혀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당을 나오면서 아내가 던진 말은 이렇습니다. "이런 이상한 세계는 처음인 것 같아요. 꼭 한 번 먹어야 되겠다는 오기가 생기네."
결국 11시20분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때도 처음 왔을 때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취재를 떠나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는 그 다음 날 오후 5시께 다시 찾아 맛을 보았습니다. 네 번째 만이었습니다.
이틀 전 입소문만 듣고 무작정 오후 7시30분에 이 집을 찾아 취재를 요청했지만 문전박대당하고, 그 다음 날 같은 시각에 또 찾았지만 30분 기다리다 희망이 안 보여 발길을 돌렸습니다. '닭발의 천국'이라는 집입니다.
맛은 어땠느냐고요. 괜찮았지만 이토록 줄을 서가며 먹을 만큼 '환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우리 부부만의 사견이지만. 하여튼 불가사의한 시추에이션이었습니다.
부산에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식당 이야기입니다. 취재 중 여러 식당에서 줄을 서 먹어본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이 있더군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푸짐한 양'과 '착한 가격 그리고 '빼어난 맛'이 정답이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거의 단일 메뉴를 갖고 있더군요.
약간의 거품도 있었습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맛이었지만 왜 그렇게 손님이 줄을 서는지 다소 의아한 구석도 있었습니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진리를 망각하고 불친절함이 하늘을 찌르는 식당도 있었습니다. 판단은 모두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집만이 부산을 대표하는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이 아니라는 겁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이보다 더 많은 집이 안테나에 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줄 서는 집'을 소개하는 기회를 다시 마련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술집에도 줄을 서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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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라'의 카레우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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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동 KNN방송국 인근 골목에 위치한 칠보락(051-865-7732)은 중국집이지만 술 손님을 위주로 오후 2시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41년 요리 경력인 화교 출신의 주인장 왕입경(57) 씨의 숨은 솜씨가 서서히 입소문을 타 이제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굳이 초량으로 갈 필요가 없게 된 셈. 신문에 소개되면 단골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도 마음에 든다. 유산슬, 깐쇼새우 등이 일품이다. 4~5인용 코스 요리(10만 원)는 술 안주로 인기다.
서면 복개천 대로변에 위치한 키라라(051-808-5338). 일본서 유학하고 직장생활를 한 황위현 대표와 일본인 주방장 야마사키 히로키 씨가 일본 정통요리뿐 아니라 퓨전요리를 개발해 젊은이들을 줄 세우고 있다. 광어를 육회 양념으로 만든 광어육회와 독특한 맛의 키라라 순두부가 대표적인 메뉴다. 수제 오뎅전골과 타르타르소스를 일식으로 변형한 소스가 독특한 굴튀김도 인기 메뉴다. 금, 토요일 자리가 없을 경우 메모를 남기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세련된 카페 분위기여서 여성들이 절반 가까이 차지 한다.
동래구청 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뚱이네양곱창(051-558-0697)은 아주 '착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맛으로 인기몰이를 한 케이스. 소 양곱창이 8000원. 이 가격은 다른 집에선 1만8000원을 받아도 될 정도. 너무 가격이 저렴해 '모 기관'에서 조사를 나와 냉장고를 뒤졌다는 일화도 있다. 직접 구워주면서 굽는 노하우와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줘 밤마다 줄을 선다. 기다리다 지쳐 연락처를 남기면 주인이 연락을 해준다.
■주말 가족손님 터져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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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빠진 고기'의 대나무 불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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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명지동 서낙동강변 녹산수문 인근에 위치한 빼꼽 빠진 고기(051-941-4233)는 한우를 식당 이름 그대로 거품을 뺀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식육식당. 등심 600g을 5만4000원~6만6000원에 판매하는 등 한우 각 부위를 1인분에 1만2000원 안팎으로 먹을 수 있다. 단 무한 리필 가능한 야채값으로 3000원을 내야 한다. 이 집은 불판을 대나무로 만들어 대나무가 육즙을 오랫동안 머금고 있다. 밑반찬인 치자백김치나 강화도 순무도 별미다. 가게 바로 옆에는 갈대숲이 흐드러진 서낙동강의 둑길이 2㎞ 펼쳐져 산책도 가능하다.
지하철 2호선 대티역 4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사하구 괴정동 대티물꽁(051-208-7379)은 부산시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된 아구찜 전문점. 주말엔 가족 손님이 워낙 많아 예약을 받지 않는다. 빼어난 맛에 양도 아주 많다. 직접 담근 동동주와 살얼음을 띄운 동치미가 아주 일품이다.
남천동 해변시장에 위치한 영남식육식당(051-624-2228)도 쇠고기의 모든 특수부위까지 갖추고 있어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목~일요일 저녁시간엔 줄을 서야 할 정도. 식사로 나오는 된장라면과 누룽지가 아주 맛있다.
■평일 직장인들이 줄 서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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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중앙동 '겐짱 카레'(위쪽), '겐짱카레'의 돈까스카레. |
첫댓글 닭발집 맛 없음에 1표나는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