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공상과학소설]
서기 2037년
- 은유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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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미래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 것이고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미래는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우주전쟁의 액션과 스릴이 판을 칠 것인가?
그리고 인간이 과연 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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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의 숫자를 삽입한 괄호는 밑에 별도의 '註'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제5화
우주(Space Travel:미지 세계로의 탐험)
철저한 1인 독거주의시대를 맞은 인류의 여가선용은 대개 신체적인 동적활동에서 정신적인 정적활동으로 바뀌었다. 독거주의는 극심한 이기주의와 인간관계에서의 신뢰가 점차 사라짐에 따라, 특히 결혼을 거부하는 독신주의와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의식들이 기존의 가족제도를 와해시킴으로써 더욱 팽배해졌다. 여기에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외부 위험요소들의 증가로 집밖으로 나다니지 않는 대신, 실제상황과 전혀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현실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위험하고 박진감 있는 스릴을 현실감 있게 가상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프로그램의 개발로 인류 대다수가 안전한 가르치 안에 처박힌 채 밖에는 웬만해서는 나오려하지 않았다.
시뮬레이션프로그램들은 유사 이래 인류가 즐겨온 그 어떤 게임이나 경기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사용자가 직접 펠레나 호나우드 같은 프로축구의 슈퍼스타가 되어 메인스타디움에 모인 수만 군중의 열광 속에 경기를 이끌고 가게 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의 찌는 열기 속에서 치러지는 장장 2,20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트레일어드벤처레이스(Trail Adventure Race)’(40)에 참가하여 목숨을 건 레이스를 벌일 수도 있다. 또한 미지의 행성으로 우주선을 몰고 가서 행성을 개척하거나, 우주의 괴생물체와의 혈전도 불사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게임 운용 중에 다치거나 죽음을 당하더라도 게임을 벗어나면 실제론 아무 위험도 없다. 그런 위험이나 사고는 현실과 똑같은 느낌으로 체험할 수 있게 고안된 가상현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오프라인 현실에서는 수만 명의 군중이 운집하여 즐기던 경기들도 사라졌고, 대규모 이벤트나 집회 등도 사라졌다. 따라서 대량생산라인을 갖춘 공장의 작업현장이나 아이들 교육기관인 오벨리움을 제외하고는 백 명 남짓만 모여도 대단한 집회인 것이다.
“우리, 괜한 모험에 뛰어드는 거 아냐?”
“괜한 모험이라니? 그렇게 나약한 심성으로 기집애처럼 방콕(방에만 처박혀있는)만 하고 있음 그게 어디 남아대장부라 할 수 있나?”
“그래도… 시뮬레이션으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걸 뭐 하러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떠나냐 이거지.”
“이봐, 시뮬레이션은 정해진 각본에 따라 배우 노릇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우린 벽 속에 갇힌 그림 같은 존재가 아니다 이거야. 인간이라면 특히 남아라면 뭔가 남달라야 하지 않겠어? 때론 목숨까지 담보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새로운 세상을 탐구하고 개척하는 그런 도전정신이 살아있어야 그게 살아있는 거지 안 그런가?”
“그래도 막상 떠나려하니 괜히 으스스하다 이거야.”
“난 말야, 남들이 차려 준 밥상만 받아먹고는 살 수가 없어. 그건 만족한 돼지들에게나 해당되는 거지. 그런 만족한 돼지인간들이 너무 많아. 어쩜 인간들 거의 모두가 만족한 돼지들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러니 인간들이 점점 더 나약해져가고… 아마 머잖아 인간들은 머릿속이 텅 빈 그런 골 빈 고깃덩이로 퇴화해 버릴게 확실하지.”
“그건 비약이 좀… 심한데?”
“너 두고 봐라. 머잖아 골 빈 인간들을 한꺼번에 도살시켜 버릴 포악한 독재자가 반드시 나타날 테니… 인간이란 한없이 편해지면 그만큼 머리가 단순해지고 겁이 많아지는 거야. 성격도 수동적으로 변하고… 그리고 인간 세상에도 약육강식의 원칙은 철저히 지켜지지. 지배를 받으려는 인간군들 앞엔 히틀러나 징기스칸 같은 지배욕이 강한 자가 나타나게 마련이지. 나약한 인간들일 수록 성정이 포악하고 강한 자에게 쉽사리 제압되는 거지.”
“니 말이 뭔 말인지 통…”
“두고 봐라, 내 말이 사실로 드러날 때까진 그리 멀지 않을 거야.”
중년을 맞은 남자 한국계 ‘킴영삼(Kr. 1KnGj-Kim, Youngsam)’은 2001년 4월 미국의 무인화성탐사선 ‘오디세이(Odyssey)’의 발사장면을 지켜본 이래 화성(41)에 대한 관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특히 2004년 1월경 미국의 화성탐사로봇 ‘스피리트(Spirit)’가 화성표면에 안착한 후, 지구로 전송한 화성표면 영상을 봤을 땐, 그의 인생의 최대 목표는 화성탐사로 굳혔다. 2005년에 발사된 미국 탐사선 ‘마르스 서베이어 2005(Mars Surveyor 2005)’에 의해 화성과 관련된 많은 신비가 벗겨지고, 또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밝혀줄 뚜렷한 증거들도 많이 드러났다. 여러모로 보아 화성은 달과 함께 인간이 개척해야할 가장 우선적인 대상인 것이다.
킴영삼은 유니타스우주국(USL)의 화성이민프로그램에 처음부터 적극 참여했다. 2034년경부터 유에스엘은 지구 대기권 16만 2천 킬로미터 지점에 화성 전초기지 우주스테이션 ‘마르스포세이돈(Mars Poseidon)’의 건립을 추진해 왔으며, 3년여 만인 지난 2037년 4월경에 완성되었다. 마르스포세이돈의 건설을 위해 사용된 자재의 무게만 12억 3천 6백만 톤으로 몸체 길이 432미터, 폭 127미터, 높이 43미터에 이르고, 6천 2백 명을 동시에 수용, 4년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자원을 갖추고 있다.
마르스포세이돈의 주요목적은 화성 지하 120미터 지점에 3만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주거단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마르스포세이돈이 건설인력을 싣고 화성을 향해 항진할 때 함께 끌고 갈 초대형 우주창고가 별도로 12개가 제작되었는데, 그들 창고 하나에는 약 8억 4천만 톤의 자재와 특수건설 장비들이 실려 있다. 그 창고들 역시 각기 원자핵융합원료와 열병합추진엔진이 설치되어 있고, 모든 조정은 마르스포세이돈의 주조정실에서 원격으로 조정된다.
유에스엘은 2035년 초부터 화성개척단을 공개모집했는데,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의외로 호응도가 낮아 2037년 5월 말까지 마감을 두 차례나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5천 4백여 명만 모였을 뿐이다. 킴영삼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고향친구 ‘캉수동(Kr. 1KnGj-Kang, Sudong)’을 겨우 설득시켜 막판에 어렵사리 화성개척단의 일원으로 합류시킨 것이다. 킴영삼은 자동제어굴착기 프로그래머로, 캉수동은 공기순환제어시스템 엔지니어로 참여하며, 2개월여의 속성 현지적응훈련을 마쳤다.
화성개척단의 여정은 3년 2개월 정도 소요된다. 화성까지 가는 데만 6개월이 걸리고 화성에 도착해서도 당장 건설현장에 투입될 수 없다. 주거단지는 화성의 ‘메리디아니 고원(Meridiani Planum)’ 지하에 건설하기로 설계되었는데, 지층이 두껍고 적철광이 밀집되어 안정된 데에다 지표가 비교적 평활하여 풍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먼저 이 지역에 직경 432미터에 이르는 초대형의 반원형 돔을 설치하고, 돔 속에 건설현장본부를 조립하는 공사만 8개월이 소요된다. 이 현장본부 건설공사가 본 공사보다 더 까다롭고 위험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게임에서 흔히 등장하는, 그리고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가리처럼 생긴 괴물이 화성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괴물은커녕 쥐새끼만한 동물도 바퀴벌레만한 버러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 화성개척단에 합류하고자 할 때엔 화성에서 맞게 될 진기한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었다. 그러나 사방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생명체가 살만한 구석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그저 눈에 띠는 것이라고는 황량한 벌판과 괴이쩍게 생긴 암석, 그리고 아스라하게 펼쳐진 험악해 뵈는 골짜기와 움푹 파인 구덩이들뿐이었다.
“거참 신기하제, 지구보담 수십 배 더 크다는 화성엔 어찌 동물들이 안보일까? 물이 없어서 그런감?”
캉수동이 궁금증을 털어놨다. 킴영삼 또한 그게 괴이쩍은 생각이 들었다.
“지구보다 수십 배 큰 게 아니라 오히려 지구보담 훨씬 작지. 아마 지름이 지구의 절반밖엔 안 된다 카드라. 또 화성공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졌다 카드라. 나무나 많이 심으면 그 나무라는 게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머금고 산소를 내 뿜는다 캤으니…”
“그럼, 이산화탄소로 숨 쉬는 동물이라도 있어야할 거 아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 반드시 있을낀데 말이다.”
“그러게… 제기럴, 모함하러 왔지 일하러 왔나.”
“나야 애초부터 올 맘 없었고, 자네가 자꾸 오자캐서 온 거 아닌가. 이게 뭔가? 구경거리도 통 없고…”
“우리 도로 지구로 귀환할까?”
“여기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갈 생각이냐? 쫌 더 두고 보자.”
“화성엔 물도 있다카이 아마 땅속 깊숙한 곳에는 뭔가가 있을끼구먼.”
“뭔가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능을 갖춘 괴물이 살 가능성은 없을끼다. 이렇게 척박해가지고서야 쥐새끼인들 살아갈 수 있겠나.”
“……!”
결국 말이 좋아 우주개척이지 목숨을 건 도박일지언정 여행으로서의 흥미진진한 모험이나 낭만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 註 -
(40) Trail Adventure Race: 2026년까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매년 벌어졌던 일종의 자동차레이스. 6일분의 정해진 식량과 물만 가지고 2,200킬로미터에 걸친 사막을 트레일러로 횡단하는데, 빠르면 6일에서 늦으면 10일이 넘게 소요된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사막횡단이다.
(41) 화성(Mars)은 태양에서 네 번째에 속하는 행성으로 지구와의 거리는 2억 2천 8백만 킬로미터이다. 크기는 지구에 비해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으나 태양계의 행성 중 지구와 가장 유사하다. 화성엔 지구와 흡사하게 산맥과 협곡이 있고 북극과 남극이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대부분의 표면은 적철광을 다수 함유한 암반으로 덮여있다. 화성의 대기는 약 95퍼센트의 이산화탄소와 그 외 질소, 아르곤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뚜렷한 계절의 구분과 바람, 먼지폭풍이 일고 비록 말라버리긴 했으나 옛적 강물이 흘렀던 흔적도 남아있다. 다른 모든 행성과 비교해서 화성은 적도 지방에서의 여름기온이 지구 남극의 겨울온도와 비슷할 정도로 지구와 가장 비슷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화성까지 이르는 태양열은 지구의 경우에 비해 반에 못 미칠 정도로 약하며 기압과 밀도도 지구의 일백 분의 일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영하 118도로 내려가는 대단히 추운 곳이다.
200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