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이제 1년 된 진돗개 한마리가 있다
어릴때 눈망울이 넘 까맣고 초롱초롱해서 초롱이라고 부른다
4마리 되던 개들을 다 정리하고 초롱이를 데려왔다
(아이들이 소원하여 한두마리 가져다 기른 것이 넘 많아졌다...한두마리가 딱 좋아요
저같은 시행착오 없으시길 ^^)
아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자란 우리 초롱이..
이젠 우리집 막둥이를 깔아 뭉갤만큼 많이 자랐다
그런데 얼마전,
이웃집에서 그냥 알아서 하라며 닭장채 10마리의 닭을 주셨다
닭을 키우는 일은 난생 처음이라 걱정반, 재미반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뭣보다 아이들이 넘 좋아했다
동물을 돌보고 먹이는 일을 통해 아이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의 돌봄의 대상이 더 많아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는 늘 닭장 안에만 있는 닭들에게 운동도 시켜주고,
밭에는 먹이가 더 다양하고 많을테니 스스로 찾아 먹는 것도 훈련시키자며
닭을 낮동안은 풀어주기로 했다
첨엔 먹이로 유인해야 겨우 나오던 닭들이
이젠 딸이 닭장 근처로만 가도 나오고 싶어서
'꼬꼬꼬꼬'거리며 재촉을 한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 두 주가 지난 것 같다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큰딸이 "엄마, 초롱이가 새를 잡았나봐요
입에 새같은 것을 물고 막 뛰고 있어요.. 엄마, 엄마!"
하며 뛰어오는 것이다
전에도 한번 그런 일이 있기에 어디서 죽은 새를 물고 왔나보다 했다
그런데 잠시 후, 큰딸의 눈물 섞인 비명소리가 들린다
"엄마! 어어어엉~~
초롱이가...초롱이가...우리 닭을 잡았어요
엄마, 어떻해요..., 어떻해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딸이 더 안쓰럽다
분명 닭장 문을 잠궜는데 어떻게 나왔지?
이상히 여기며 나가 보니 진짜 닭들이 모두 마당에 나와있다
근데 다들 평안히 놀고 있고 우리 초롱이는 보이지 않는다
"초롱아, 초롱아!"
잠시후 초롱이가 반대편에서 뛰어 나온다
난 얼른 초롱이의 목줄을 잡아 쇠기둥에 묶어놓았다
하나, 둘, 닭들을 세어보니 진짜 아홉마리 뿐이다
초롱이가 뛰어온 쪽으로 가보니 숫놈 새끼닭 한마리가 풀밭에 누워 죽어있다
넘 끔찍했다
더 자세히 볼 수가 없어서 애아빠 오기를 기다리기로 하고 흙만 덮어주고 왔다
얼마전 누군가가 진돗개가 닭을 잡으면
그 개를 묶어놓고 아주 많이 때려줘야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것이 생각났다
막둥이에게조차 꼼짝 못하는 우리 초롱이가
어떻게 저런 예쁜 닭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진짜 나무 막대를 하나 가져와서 초롱이를 호통하기 시작했다
초롱이는 뭐가 어떻냐는 식으로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반기며 내게 안기려고만 한다
이녀석이..!
지금 혼나는 걸 모르는가?
한 대 때려줬다
또 한 대 때려줬다
그런 적이 없는데 예뻐만 해주던 주인에게 매를 맞는 우리 초롱이는 이리 저리 피하다가 마루 밑으로 들어가 버린다
괜히 미안하고 안쓰러워 나도 숨어들은 초롱이를 멀뚱이 쳐다본다
금새 다시 내게로 꼬리를 흔들며 나온다
'내게 왜 그러는 거에요?' 하는 눈으로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그때 집문 앞에서 큰딸이 나오며
"엄마, 초롱이 때리지 마요
그 삼촌이 말했어도 그러지 마요
난 그래도 우리 초롱이 사랑한단 말이야...아아아앙~~~"
또 울음보가 터졌다
"그래, 그래.. 엄마도 그래"
한참 아이를 달래고 닭들을 닭장에 넣어두고 빠져나온 철망 틈을 찾아 흙으로 메꾸고...
그리고 아이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초롱이의 악한 본성에 대해서..
그래서 우리가 초롱이를 묶어두는 것이고 닭은 닭장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
네천사가 사방 바람을 잡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주날개 아래 보호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
초롱이가 닭을 잡은 것은 너무 싫고 속상하지만 그래도 초롱이는 여전히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그래도 그 잘못까지는 좋아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우리 하나님도 우리는 너무 사랑하시지만 우리 죄는 미워하신다는 것에 대해서
혹여나 우리를 매질하실지라도 그건 하나님께 재밌고 신나는 일이 아니라
안쓰럽고 마음 아픈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
닭이 닭장 밖으로 나오게 되자 이런 슬프고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내 생각보단 주님의 말씀 안에서 순종하는 것이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초롱이가 우리를 힘들게 해도, 속상하게 해도,
우리의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이 생겨도,
우리 말을 안듣고 말썽을 피워도 여전히 초롱이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주님의 사랑은 변함없이 한결같은 것에 대해서
우리가 아무리 초롱이를 사랑한다 해도 초롱이를 위해 내 딸의 생명을 대신 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셔서 독생자의 생명을 주신 것에 대해서
또 이야기는 길어진다
또 잠시 후면.. 아이들의 뇌리에선 잊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또 이야기를 나눈다
성령이 아이들과 나를 깨우쳐 주실 것을 구하며
주님의 약속을 믿으며
매일 성령이 주시는 말씀을 보고 듣고 묵상해야 하기에
매일 매순간 숨쉬어야 하기에..
산골 아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