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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권 : 맹약 – 성벽 위에서의 관전 –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전투
1. 정렬하여 진군하는 희랍군과 트로이아군 (3.1~14)
2. 결투를 앞두고 있는 파리스와 메넬라오스(3.15~120)
2-1. 결투를 신청하는 알렉산드로스(3.15~20)
2-2. 결투에 응하는 메넬라오스(3.21~29)
2-3. 도망치는 알렉산드로스(3.30~37)
2-4. 파리스를 야단치는 헥토르(3.38~57)
2-5. 헬레네와 그녀의 보물을 걸고 결투에 나서는 파리스(3.58~75)
2-6. 파리스의 결투를 전달하는 헥토르(3.76~95)
2-7. 제우스의 제사와 프리아모스의 맹약을 요구하는 메넬라오스(3.96~110)
2-8. 제우스의 제사를 준비하는 헥토르와 아가멤논(3.111~120)
3. 성벽에서 바라보기(3.120~244)
3-1. 헬레네에게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를 알리는 라오디케(3.120~145)
3-2. 원로들은 프리아모스에게 헬레네를 떠나보낼 것을 이야기하다.(3.146~161)
3-3. 아가멤논을 물어보는 프리아모스와 대답하는 헬레네(3.161~180)
3-4. 희랍군에 감탄하는 프리아모스(3.181~190)
3-5. 오뒷세우스를 물어보는 프리아모스와 대답하는 헬레네(3.191~198)
3-6. 오뒷세우스를 기억하고 칭찬하는 안테노르(3.199~224)
3-7. 아이아스를 물어보는 프리아모스와 대답하는 헬레네(3.225~233)
3-8. 죽은 두 오빠가 보이지 않는 헬레네 (3.234~244)
4. 맹약을 맺고, 결투를 하다.
4-1. 아가멤논과 프리아모스가 맹약을 맺다.(3.245~301)
4-2. 결투를 보지 않고 떠나는 프리아모스(3.302~313)
4-3. 결투에 앞서 제비를 뽑는 헥토르(3.314~325)
4-4. 파리스와 메넬라오스, 무구를 입고 결투를 준비하다.(3.326~345)
4-5. 전투를 시작하는 파리스와 메넬라오스.(3.346~381)
4-6. 아프로디테가 파리스와 헬레네를 집으로 보내다.(3.382~461)
[문맥 해설]
3권에서는 희랍과 트로이아 양쪽 군대가 서로를 향해 진군하며, 표현은 2권과 같이 직유들을 연속으로 사용된다.(3.1~14) 트로이아 병사들의 소음이, 이동하는 철새 무리가 질러대는 소리로, 두 군대가 일으키는 먼지는 짙은 안개로 비유된다. 그런데 희랍군의 진군은 정숙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는 후자가 훨씬 규율이 잘 잡혀 있는 느낌을 주고, 승리의 예감을 주고 있는 듯하다.
[Behind Story] 파리스, 알렉산드로스
일리아스에서 헬레네를 트로이아로 데리고 온 파리스는 ‘파리스’라는 이름보다 ‘알렉산드로스’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나온다. 알렉산드로스는 ‘지켜주는 남자’라는 뜻으로 당시 희귀한 이름도 아니다.
[문맥 해설] 성벽 바라보기(3.120~244)
제우스의 제물을 준비하고, 파레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를 앞두고 이야기가 트로이아 원로들과 프리아모스 그리고 헬레네의 대화로 바뀐다. 이는 일반적으로 서사시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떤 일이 진행되면 그 사이에 다른 일을 집어넣어 그린다.
헬레네가 성벽 위에 나타난 것은 『오뒷세이아』에서 페넬로페가 활쏘기 시합 직전에 구혼자들 앞에 ‘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이다. 헬레네는 이 대결이 걸고 싸우는 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상’의 가치를 높여 주는 것은, 성벽에 나타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을 때, 성의 장로들이 하는 말이다. ‘트로이아인들과 훌륭한 정강이받이를 댄 아카이아인들이 저런 여인 때문에 오랫동안 고초를 겪었다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오. 그 모습이 놀랄 만큼 불사의 여신을 닮았으니 말이오.’(3.156~158)
[문맥 해설] 헬레네와 프리아모스의 성격
트로이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헬레네는 ‘두 겹으로 된 큰 자주 빛 천을 짜며 거기에 말을 길들이는 트로이아인들과 청동 갑옷을 입은 아카이오이족이 … 겪은 수많은 전투 장면을 짜 넣고 있었다.’(3.125~128)는 것을 보면 헬레네의 성격은 차분한 것을 넘어 냉정하고 비정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프리아모스는 트로이아의 원로들이 헬레네를 보고 ‘불사의 여신 같다’(3.158)고 그녀가 떠나 이야기하지만 프리아모스는 그녀보다 전쟁을 보낸 신들을 원망하며 화제를 돌린다. 프리아모스는 이해심 많고 점잖은 국왕으로 묘사된다.
[문맥 해설] 9년 이상의 전쟁에서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의 의미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가 진행되기 전 프리아모스를 비롯한 트로이아의 원로들과 헬레네의 대화를 보면 희랍군을 처음 보는 듯 놀라고, 희랍군 전사의 신원을 묻는 등 전쟁이 발발한지 9년 이상이나 지속되고 있음에도, 방금 희랍 군대가 도착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묘사는 작품이 시작이 전쟁의 시작과 같은 생각을 전달하기 위하여 구성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와 반대되는 주장도 있다. 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파리스와 직접적인 피해인 메넬라오스의 전투를 작품의 앞부분에 배치함으로써 9년 이상의 길고 지친 전쟁을 끝맺기 위해서 현시점에 배치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문맥 해설] 희랍군의 군세를 나타내는 3가지 방법
① 2권에서는 희랍군의 군세를 높은 곳에서 항공 촬영하듯 객관적인 통계자료로서 ‘배들 목록’이 나타내는 방식이 있다.
② 3권에서 프리아모스와 트로이아 원로들이 스카이아이 문 위에서 희랍군의 아가멤논, 오뒷세우스, 아이아스 등 희랍군을 바라보는 시점쇼트(Point-Of-View Shot, POV, 視點쇼트)의 방식이 있다.
③ 4권에서 아가멤논이 정렬해 있는 희랍군 전체를 둘러보면서 살피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은 지휘관의 눈을 통해 자기 군대를 보는 것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기’로 진중을 돌아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문맥 해설] 공감 주술
‘가장 영광스럽고 가장 위대하신 제우스여, … 어느 편 백성이든 먼저 맹약을 어기는 자들은 그들과 그들의 자손의 골이 이 포도주처럼 땅에 쏟아지게 하시고 …’(3.298~301)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비슷한 것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믿음, ‘공감 주술’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서약의식이 길게 묘사된 것은, 4권에 나올 판다로스의 위약행위를 더욱 비겁하고 신의 없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또 이 서약의식이 준비 과정부터 자세히 묘사된 것은, 이 대결이 전재의 시작을 알리는 제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문맥 해설] 프리아모스가 제물로 바쳐진 양을 전차에 싣고 간 의미는?
제물로 바쳐진 양은 태우든 요리하든 어떤 식으로 그 자리에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데 프리아모스가 그것을 전차에 싣고 성안으로 간 것은 나중에 프리아모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다시 전차에 실어 가는 장면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옛 서사시들에서는 많은 일들이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제물로 바쳐진 양을 전차에 싣고 성안으로 간 것은 일종의 ‘인신회생’이 되는 헥토르의 죽음을 미리 보여주는 해석이라는 것이다.
[Behind Story] 희랍과 트로이아는 어떻게 결투를 했을까?
희랍과 트로이아의 결투 장면은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 준비하는 것(3.315~317)을 보면 예측할 수 있다. 먼저 결투할 장소를 재고, 창을 던져 공격을 할 순서를 정하기 위해서 제비를 뽑았다. 즉, 정해진 범위에서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한 번씩 공격을 교환하기로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7권에서는 제비뽑기는 각각 사람이 자기 제비를 투구에 넣은 다음 흔들어서 하나를 뽑는 방식이다. 그래서 자기 표식이 있는 제비가 뽑히면 그 사람이 ‘당첨’된 것이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물통에 각자 자기 제비를 넣고 어느 한 사람이 손을 넣어 제비를 뽑는 것으로 되어 있다.
[Behind Story] 무장을 하는 순서와 무기를 사용하는 순서 그리고 강조되는 부분.
결투에 앞서 무장하는 순서는 정해진 패턴에 따라 진행된다. 무장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순서에 따라 무장한다. 먼저 다리에 정강이받이를 대고, 다음으로 가슴 받이를 두르고, 어깨에 청동 칼을 메고 방패를 걸친 다음 마지막으로 투구를 쓰고 창을 집어 든다. 여기서 방패를 ‘걸치는’ 것은 구식 ‘몸 방패’(body shield)라는 것으로, 여러 겹의 가죽을 겹친, 몸 전체를 가릴 만큼 큰 것이기 때문에 구식 방패는 투구를 착용하기 전에 어깨띠를 대어 몸에 걸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신식 ‘손방패’(hand shield)는 요즘 방패처럼 안쪽에 팔걸이와 손잡이가 있다. 무기를 사용하는 순서는 늘 같다. 창, 칼, 돌의 순서로 무기가 사용된다.
각 결투가 있기 전 무장을 하는 장면에서 강조되는 부분이 있는데,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에서는 파리스가 동생인 뤼카온의 가슴 받이를 빌려 걸친 것이 강조되어 있다. 뤼카온의 가슴 받이를 대고 전투에서 패배한 파리스의 모습은 추후 아킬레우스에게 인상적인 죽음을 당하는 뤼카온의 복선일 수도 있다.
[Behind Story] 헬레네와 아프로디테의 신경전(3.395~420)
아프로디테는 결투에 패한 파리스를 헬레네가 있는 집으로 옮긴 아프로디테는 양모를 빗질하는 노파로 변신하여 헬레네를 침상으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헬레네는 노파를 변신한 아프로디테를 알아보고 신경전이 벌어진다. 왜 그랬을까? 헬레네는 『오뒷세우스』에서 살펴보면 ‘마녀 같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능력이 『일리아스』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변신한 아프로디테를 알아본 것이다. 헬레네는 아프로디테가 결투에서 파리스에게 승리를 거둔 메넬라오스가 자신이 희랍으로 되려갈 처지에 있게 되니까 또 다시 다른 땅으로 빼돌리려고 변신을 하여 자신을 속이러 나타났다고 의심하여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문맥 해설] 이야기의 반복.
메넬라오스와의 결투에서 패한 파리스가 헬레네와의 대화(3.339~447)에서 메넬라오스가 아테네의 도움으로 자기를 이겼지만, 다음에는 자기도 신의 도움으로 그를 이길 일이 있을 것이라며 헬레네에게 잠자리를 청한다. 지금처럼 욕망이 자기를 사로잡은 적이 없다고, 둘이 처음 도망쳤을 때보다 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글을 다시 읽게 된다. 14권에서 제우스가 헤라에게 비슷한 말을 한다.
바람처럼 날랜 사자 이리스가 아이기스를 가진 제우스에게서 슬픈 소식을 갖고 트로이아인들에게로 갔다.(2.786~787)
이리스는 라오디케의 모습을 하고 흰 팔의 헬레네에게 사자로 갔다.(3.101~102)
포이보스 아폴론, 은궁의 신 : 아폴론, 멀리 쏘는 아폴론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준족 아킬레우스
아트레우스의 아들 : 아가멤논
볼이 예쁜 크뤼세이스
메노이티오스의 아들 : 파트로클로스, 제우스의 후손인 파트로클로스여!
높은 곳에서 천둥을 치시는 올림포스( Όλυμπος)의 제우스, 천둥을 좋아하시는 제우스,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 : 제우스, 크로노스의 아들 제우스, 조언자이신 올림포스( Όλυμπος)의 제우스여!, 구름을 모으는 제우스, 번개의 신인 올림포스( Όλυμπος)의 주인 : 제우스
눈매 고운 아카이오이족
황금 옥좌의 헤라, 황소 눈의 존경스러운 헤라, 사랑하는 어머니 흰 팔의 헤라
솜씨 좋기로 이름난 헤파이스토스
바다 노인의 딸 은족의 테티스
웃음을 좋아하는 아프로디테
청동갑옷을 입은 아카이오이족의 날랜 함선들, 아카이오이족의 날랜 함선들
균형잡힌 함선들
말을 길들이는 트로이아인들
훌륭한 정강이 받이를 댄 아카이오이족
바람처럼 날랜 사자 이리스, 걸음 잰 이리스
투구를 번쩍이는 위대한 헥토르,
신과 같은 알렉산드로스, 고귀한 알렉산드로스
고귀한 오뒷세우스,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 제우스의 후손인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흰 팔의 헬레네, 머릿결 고운 헬레네, 제우스의 딸 헬레네, 아이기스를 가진 제우스의 딸 헬레네
황소의 눈 클뤼메네
슬기로운 안테노르
아레스의 사랑을 받는 메넬라오스, 금발의 메넬라오스
말을 길들이는 카스토르
권투에 능한 폴뤼데우케스
라오메돈의 아들, 다르다노스의 후예인 프리아모스
[문맥 해설] 파리스의 수치와 명예의 균형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대결은 ‘배들의 목록’과 ‘성벽에서 바라보기’처럼 전쟁 초기 사건을 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쟁 전체를 보여 주기 위해 이 곳에 배치한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전쟁의 원인이 된 파리스와 헬레네의 관계, 아프로디테의 개입, 트로이아의 배신적 행위 등이 한 번에 나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결의 결과는 앞으로 있을 전투 전체의 결과를 예고한다. 이 대결의 전투장면, 승패는 전쟁 전체의 승패를 대표하는 셈인 것이다.
파리스가 단 한번 창으로 공격하고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반면에 메넬라오스는 창과 칼 그리고 파리스의 투구를 거머쥐고 연거푸 세 번의 공격을 하였다. 공식적인 선언은 없지만 파리스의 명백한 패배이다. 여기서 파리스는 결투의 패배자이며, 신성한 서약의 파기자로서 불명예를 짊어진다. 엄밀히 말하면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죽일 때까지 대결이 진행되지 못하고 무산되었기 때문에 서약의 파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파리스의 행동은 비겁하고 비난 받을만한 행동이다. 이러한 행동은 ‘수치의 문화’에서는 엄청난 피해이다. 이러한 수치 속에서도 파리슨 나름대로 몇 가지 보상을 챙겼다.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겨 긴 무장 장면도 보여 주었고, 추첨을 통해 먼저 창을 던지게 된 것도 그렇다. 그리고 추후 메넬라오스가 결투 직후 판다로스의 화살에 부상을 입는 것도 파리스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상으로 승자의 기쁨과 성취감에 일격을 가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직접적인 보상은 헬레네와의 잠자리이다. 메넬라오스와의 대결이 헬레네를 두고 벌인 결투이기에 그 승자인 메넬라오스가 헬레네와 잠자리를 하는 것이 맞으나 파리스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헬레네의 남편으로의 권리를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즉, 파리스는 결투에서 도망쳐 수치를 당했지만, 여신과 같은 헬레네와 잠자리를 함께하는 명예를 얻어 명예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