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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리풀사진방 원문보기 글쓴이: 서리풀
호주 Great Ocean Road를 가다
시드니, 캔버라에서 멜번, GOR까지 3천킬로미터 대장정
*시드니공항에서 캔버라로
2011년을 열면서 모처럼 휴가를 내어 호주여행을 다녀왔다.
12월 31일 오후 7:10분에 인천공항 출발, 2011년 1월 1일 오전 7시경 호주 시드니공항에 도착했다. 평균고도 해발 약 11,000km, 시속 약 870 km로 9시간이 걸렸다.
호주와 한국과의 시차는 10-3월까지 써머타임 기간중 시드니, 캔버라, 멜번 등 동남부의 경우 +2시간. 국토가 넓기 때문에 우리나라와의 시차가 지역에 따라 -1시간, +30분, +1시간, +1시간30분, +2시간 등 다양하다.
2011년 새해는 하늘에서 맞았다. 기내에서 맞은 일출광경은 정말 환상적이다. 일출직전의 붉게 타오르는 하늘. 누가 저토록 아름다운 물감을 하늘에 칠해놓았을까?
드디어 시드니공항에 도착, 1차 목적지인 캔버라로 향했다. 시드니에서 캔버라 간 거리는 286km. 캔버라는 호주의 수도로서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이 걸린다.
고속도로를 달린다. 도로가 대부분 편도 2차선이다. 중앙분리대에는 거의 숲이나 풀밭으로 되어 있고 폭이 꽤 넓다.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한적한 지방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도로 양편은 대부분 광활한 평원이 펼쳐져 있다. 소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뜨고 있는 전경이 자주 눈에 띈다.
호주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남쪽 적도 너머에 있는 세계유일의 1대륙 1국가이다. 호주 국토면적은 남한의 77배 정도로 크지만 인구는 고작 2천만명 남짓이라 한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이 많지않다보니 굳이 도로차선을 많이 할 필요가 없는 듯 하다. 편도 2차선으로 하여 주행차선과 필요시 추월차선만 두면 충분한 것 같다.
시드니에서 캔버라 가는 길에 레이크 조지(Lake George)라는 큰 호수가 위치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않을 정도의 넓은 호수인데도 물이 거의 없는 초원이다. 그동안 비가 많이 오지않은 탓이라 한다. 호주에서는 1월 중순 현재 퀸즈랜드 등 호주 중동부 지방에서 대홍수가 발생, 수십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브리즈번 등 주변 상당수의 도시가 물에 잠겼다. 뉴스에 의하면 이번 홍수는 1974년 이래 가장 큰 홍수라 하며, 퀸즈랜드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라 한다. 신문이나 T.V. 등 언론매체들이 온종일 퀸즈랜드 홍수재해를 보도하고 있다. 중동부지방은 대홍수, 남동부지방은 물이 적어 호수가 말라붙었다니 역시 땅덩어리가 큰 나라임을 실감케 한다. 호수위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떼들이 보인다. 소들의 색깔이 검다. 처음에는 염소들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소떼들이다. 호주에는 황소들도 있기는 하지만 검은 소가 더 많다고 한다. 대평원에서 방목하는 소들. 우리나라 소들에 비해 호주 소들의 팔짜가 부럽다. 이렇게 야생소처럼 방목되는데 그 소들의 육질은 어떨 것인가? 호주산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 새삼 새로워진다.
캔버라 시내로 접근한다. 고속도로양측에는 유칼립투스라고 하는 가로수가 대부분이다. 호주에는 고속도로주변은 물론 가는 곳 마다 유칼립투수숲이 눈에 띈다. 호주를 대표하는 나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에는 캥거루와 코알라라는 동물이 많은데 이중 코알라는 물을 마시지않는 동물로서 유칼립투스잎만 먹고 산다고 한다.
호주는 지금 여름이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이다. 캔버라지역의 1월초 현재 기온은 섭씨 24-30도 정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최적의 날씨이다. 한 여름인데도 어느 날은 최저 14도까지 떨어져 제법 쌀쌀할 때도 있다. 물론 이곳도 더울 때는 섭씨 40도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한다고 한다. 호주는 국토면적이 크다보니 기후가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열대기후부터 온대기후까지 다양하다. 또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대륙이며 대륙 중앙부는 사막지대이다. 다양한 기후대가 분포하는 만큼 언제, 어디를 여행하느냐에 따라 그 인상도 크게 달라진다.
* 캔버라에서 멜번으로 674km 고속도로를 달린다
캔버라에 도착하자마자 하루 밤을 보내고 바로 멜번행이다.
캔버라에서 멜번까지는 674km, 비행기로 갈 경우 1시간, 자동차로 가면 8시간 정도 걸린다. 일부러 비행기를 타지않고 자동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비용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호주의 진면모를 아는데 보다 효율적일 것 같아서이다. 편도 8시간의 대장정.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못한 장거리운전이다.
시드니에서 캔버라로 올 때도 느꼈지만 호주의 고속도로 주변은 가도 가도 끝없는 대평원이다. 마치 서부활극에 나오는 광활한 황무지 같다. 역시 큰 나라답다. 오래전 회사비즈니스관계로 20인승 전세비행기를 타고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부 뉴욕까지 18일동안 12개도시를 대륙횡단했던 기억이 새롭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미국 역시 서부에서 동부까지 가도가도 끝없는 대평원이었다.
캔버라에서 멜번가는 길은 높은 산이 거의 보이지않는다. 낮은 언덕 모양의 구릉 아니면 까마득한 풀밭이다. 그런데 이 평원들은 거의 대부분 목장이라 한다. 드믈게 멀리 소떼들이 풀을 뜯고 있는 광경이 보이곤 한다.
캔버라-멜번 간 고속도로는 Hume Highway라 부르는 국도인데 이 도로 역시 거의 대부분 편도 2차선 도로이다. 주행선과 추월선만 있을 뿐이다. 2차선이라 해도 고속도로상에 자동차가 별로 없다. 왕복 4차선의 중앙분리대는 넓은 풀밭 아니면 반대편 차선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의 연속이다.
고속도로 주변 경치가 아름답고 자동차도 별로 없다보니 8시간 자동차여행이라 해도 별로 지루하지가 않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마을이나 휴게소도 별로 없다. 대략 2시간 거리마다 주유소와 레스토랑 또는 조그만 마을들이 있는 것 같다. 호주에서는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110km인데 자동차에 ‘크루즈 콘트롤’이라는 기능이 있어 110km로 속도를 세팅해놓으면 액셀을 밟지않아도 셋팅된 속도로 스스로 달린다. 이 크루즈 컨트롤 기능 역시 장거리운전의 피로를 적게 해주는 유용한 기능이다.
아침 10시경 캔버라를 출발하여 오후 6시경 멜번 시내에 진입한다. 시내가 가까워지면서 고속도로는 편도 2차선이 3차선, 4차선으로 넓어진다. 역시 차선넓이는 교통량에 비례하는게 당연하다. 멜번 시내는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빌딩숲이다.
멜번은 호주의 남동부, Port Phillip Bay라 부르는 만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빅토리아주의 수도이며 시드니에 이어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멜번은 연방수도가 캔버라로 옮겨지기 전까지 1901년부터 27년동안 호주의 연방수도이기도 했다. 도시 중심부에는 야라강(Yarra River)이 흐른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 겸 멜번 중심가 있는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멜번 중심가는 플린더스역(Flinders Station)에서 차이나타운 방향으로 이어지는 스완스톤 거리(Swanston ST.)를 중심으로 직사각형 형태를 취하고 있어 거의 도보이동이 가능하다. 주요 볼거리, 먹을 거리도 대부분 이곳 중심가에 집중돼 있는 편이다.
멜번에서 우리 가족이 머문 숙소는 시내 중심가인 윌리엄 스트리트, 대법원 바로 옆에 위치한 Quest on William Apartment라는 곳. 명칭은 아파트먼트인데 우리나라의 콘도형 호텔이다. 방 2개, 거실, 주방 등 약 25평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하루숙박료 200호주달러. 관광성수기인데도 원화로 22만원 정도인 셈이니 놀랄 만큼 싼 편이다. 원래요금은 이보다 조금 더 비싼 데 조기예약으로 할인요금을 적용받았다고 한다. 시내 중심가에 4명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콘도형 아파트가 이정도 요금이라니 정말 마음에 든다. 차이나타운 등 시내 중심가는 숙소로부터 도보로 불과 10분 내외 거리라서 교통도 편리하다.
차이나 타운 중국식당에서 4인기준 요리 4개를 주문했다. 원화로 약 12만원 정도. 음식값 역시 별로 비싼 편은 아닌 것 같다. 호주에서는 대체로 원화 기준 7천원-만원 정도면 간단한 점식식사 정도는 해결이 가능하다. 수퍼마켓이나 백화점에 가봐도 각종 식료품가격, 의류제품 등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다.
멜번에서는 근교의 주요관광지인 그레이트 오션로드, 밸러랫과 소버린 힐, 퍼핑빌리, 야라밸리 포도농장, 필립 아일랜드, 멜번 시내 등을 돌아봤다. 멜번 근교의 관광지라 하지만 시내관광을 제외하고 이들 명소들은 모두 자동차로 매일 왕복 4시간-12시간 정도 운전해야 하는 장거리여행코스이다. 이들 시드니에서 캔버라, 멜번 및 위 관광지 전체거리를 합치면 왕복 3천km가 넘는 대장정이다.
* 그레이트 오션 로드 243km 해안도로의 절경
멜번여행의 매력은 세련된 도시가 주는 문화적인 감동 뿐만 아니라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먼저 호주의 3대 비경(秘景)으로 꼽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를 달려보자.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멜번 서쪽해안에 위치한 도로이름이다. 멜번 남서쪽 약 265km지점인 질롱에서 시작해 토르키, 론, 아폴로 베이, 포트 캠벨을 거쳐 런던 브리지에 이르는 무려 243km에 이르는 대장정길이다. 평균시속 60km로 달린다고 할 경우 편도 드라이브로만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따라서 멜번에서 질롱 가는 거리까지 포함하면 자동차로 왕복 1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하는 긴 여정이다. 남극해바다는 푸르다 못해 검은 색이다. 광대한 풍광을 즐기면서 해안길을 다리다 보면 바다 가운데 서 있는 거대한 기암들에 여행객들의 넋을 잃게 만든다. 해안을 따라 이루어진 굴곡과 가파른 절벽, 바다 위에 솟아 있는 거대한 기암들, 하얀 백사장과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 등. 한마디로 자연이 빚어낸 완벽한 예술작품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본격적인 시작은 ‘메모리얼 아치(Memorial Arch)’에서부터이다. 포트갬벨국립공원으로 향하는 이 아름다운 해안도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참전용사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귀향군인들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16년간에 걸쳐 닦은 이 길에는 그들의 땀과 희생이 녹아 있을 터. 아치 왼편에는 이들의 공적을 기리는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시작을 알리는 아치 아래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잠시 해변을 산책하면서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껴본다.
메모리얼 아치에서 잠시 쉰 후 다시 구불 구불한 해안길을 달린다. 15분 정도 가면 '론 비치'를 만나고, 론 비치에서 50분 정도 더 가면 ‘아폴로 베이’라는 해안 소도시에 도착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중도의 몇몇 소도시 가운데 아폴로 베이는 멜번에서부터 계속 달려온 길을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으로 식당과 카페, 편의점 등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다.
아폴로베이에서 1시간 남짓 가면 ‘캐슬 코브(Castle Cove)'라고 불리워지는 해안 전망대를 만나고, 다시 울창한 숲길과 평원을 40여분 달리다 보면 바닷가절벽길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이 지역은 자연이 만든 경이로운 기암 ‘12사도(Twelve Apostles)'가 위치한 포트캠벨(Port Campbell)국립공원. ‘12사도’ 중 제일 먼저 ‘깁슨 스텝스(Gibson Steps)'라는 곳에 도착한다. 이곳은 포트캠벨국립공원 중에서도 직접 해안으로 내려가서 12사도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굽이굽이 꽤 긴 계단을 내려가면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기암과 해안절벽이 펼쳐진다. 오후시간에 12사도중 일부를 역광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황홀하다. 안개가 낀 날이면 백사장에 찍힌 발자국에서부터 파도가 남긴 하얀 포말, 긴 절벽과 12사도 기암들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깁손 스텝을 지나 조금 더 가면 12사도의 장관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절벽위 전망대에 이른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후 매점건물을 지나 나무펜스로 지정된 길을 따라가면 해안절벽앞 바다위세 솟아있는 12사도의 웅장함이 눈에 들어온다. 12개의 기암괴석이 마치 기둥을 박아놓은 것처럼 해안선을 따라 바다 위에 늘어서 있다. 자연의 위대함에 탄성을 넘어 엄숙함 마져 느껴진다. 허지만 이들 12사도암봉도 오랜 세월이 지남에 따라 파도와 비바람 등으로 계속 침식되고 깎여나가 이젠 8개의 기암만 남았다고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는 12사도바위 이외에도 아름다운 절경이 계속 이어진다.
12사도 전망대에서 조금 더 가면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라는 협곡을 만난다. 이 협곡은 1878년 이곳 해안을 지나다 침몰한 이민선 로크 아드호와 두 생존자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곳이다. 깊게 패인 절벽 아래 백사장까지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갈 수 있다. 계단에서 내려서면 아담한 백사장이 펼쳐지고 웅덩이모양의 거대한 암벽이 갈라진 협곡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난파된 로크 아드호 이민선 승선자 54명 중 52명은 죽고 18세의 아일랜드이민가족 소녀와 남자견습선원 등 두명의 남녀만 파도를 따라 이곳 해안으로 밀려와서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로크 아드 고지 절벽 위 왼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레이저백(Razorback)'이라고 부르는 바다위에 서있는 거대한 암벽을 볼 수 있다. 모양이 면도날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레이저백 암벽 뒤로 펼쳐진 해안절벽도 장관이다. 이곳에서는 12사도바위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의 아일랜드 아치(Island Arch)에서 맞이하는 일몰 또한 환상적이라고 한다.
이 이외에도 그레이트 오션 로드 243km 마지막에 나오는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도 명물이며,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종착점이자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와남불(Warrnambool)은 옛날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곳으로, 매년 고래들이 항구 앞바다에 새끼를 낳으러 이동하는 시기가 되면 와남불은 이 장관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그레이트 오션로드 가는 방법은 자가용으로 가는 방법 이외에도 질롱까지 가는 기차와 로컬버스를 이용하거나 멜번 시내에서 출발하는 투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투어버스 이용시에는 멜번 플린더스역 건너 페더레이션 광장이 있는 관광안내센터에 가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걸어서 즐기는 방법도 있다.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바위 부근까지 91km에 이르는 하이킹 루트로, 걸으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보통은 7박 8일의 약간 긴 여정이지만 14km의 하루코스도 있다. 전문가가 함께 동반해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주요 뷰포인트와 다양한 지리, 생물학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다. 또 헬기를 타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아름다움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방법도 마련되어 있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