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한남동 낚시터미널은 토요일 새벽이면 야시장을 연상케할 정도로 많은
낚시인들이 북적거렸다. 서울의 낚시회 버스는 모두가 이곳으로 집결해서 미끼도
준비하고 사람도 기다려 태워가는 그야말로 낚시인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고속도로 진입전 강북에서 마지막 낚시점이라는 잇점도 있었지만 그곳에는 꾼들이
간편하게 요기할 수 있는 각종 간식거리도 많이 있었고 주욱 늘어선 낚시가게가
있어 그 이른새벽에 낚시용품 구입하기가 참 편리했었다. (서울을 떠나온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요즘에도 그런 광경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이동식 포장마차
아저씨가 국자로 떠서 팔던 그 순두부 맛은 별미중의 별미였다)
그해 마지막 얼음낚시 출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푸근한 날씨에 해빙이 시작되고
또 빙질상태가 안전한 곳을 적당히 찾을 수 없어 또 다시 숭계늪을 바라고 출조하기로 했다.
만약에 숭계늪에도 얼음이 녹아버렸다면 그곳에서 수초치기라도 해보자는 심산으로
대관령을 넘었으나 곧 바로 숭계늪에 갈수가 없었다.
한남동에서 부터 우리뒤를 따라붙은 2대의 버스와 봉고차가 집요하게 미행해 온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그날은 경포호에 짐을 풀었으나 빙질이 좋지 못하여 서둘러
철수를 해야했고 우리를 뒤쫒아 왔던 버스들도 다른 낚시터로 이동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그냥 돌아갈 수 있냐며 버스를 돌려 숭계늪
으로 향했다. 그곳은 경포호 보다도 더 많이 녹아 있었다. 도저히 얼음위에 올라설
수 없을 정도여서 수초치기를 한답시고 뿔뿔이 흩어져 낚시 하던중에 몇몇 사람은
다리위에서 스윙낚시를 시도하고 있었다.
숭계늪은 두개의 골로 나눠져 물골이 잘 발달돼 있고 그 물줄기 끝은 바다로 연결돼
있었다. 바다 백사장 모래둔덕이 높은 관계로 물이 바다로 흘러내리지 않고 항상
물이 고여있는 형태로 늪이 조성되어 있었다.
물골의 맨 끝부분에 조그만 다리가 있었는데 이곳의 수심은 대략 4미터 정도로 깊었다.
해빙이 되어 얼음탈만한 자리가 나오지 않자 우리는 그 다리위에서 스윙낚시를 하다가
우연히 다리밑에 있는 이상한 물체를 발견하게 되었다.
수면에서 약 50여센치 물속에 산발인채로 서 있는 그 물체가 흡사 사람의 머리같기도 하고
마네킹 같게도 생긴것이 다리밑에 서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모두들 다리위로 모여들었고 의견이 더욱 분분해졌다.
"사람이 죽으면 물위로 떠야지 왜 일자로 서 있겠냐! 마네킹은 원래 다리쪽에 무게를
많이 줘서 저렇게 서 있는거다!" "혹시 사람을 죽여서 다리에 돌을 메달아 던진게
아닐까?" "얌마! 마네킹에 무슨 내복을 입히겠냐?"
그랬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분명 그 사람은 내복을 입고 있었다.
물속에서 오래되어 색상이 바랬지만 붉은계통의 내복이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분하던 의견이 이쯤 정리되자 사람이든 마네킹이든 일단 끌어 올려보자는 쪽으로
의견일치하고 용감무쌍한 우리 총무님이 그랏스롯드 2칸대를 꺼내 다리위에서
바늘에 목부위의 겉옷을 거는데 성공하였다.
모두가 근심어린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낚시바늘에 의해 서서히 움직이는 물체는
분명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핏기 하나없는 창백한 얼굴에 더벅머리
모습이었고 손가락 마디에는 푸르스름한 물이끼가 서려 있는것으로 보아 아마도
숭계늪이 결빙되기 이전에 사고를 당한것 같아 보였다.
분명 사람인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여야 하나(지금처럼 편리한 핸드폰이
있었더라면...) 대형 버스를 움직여 신고하러 가려던 참에 때마침 해안경비대 군인들이
그 길로 구보훈련을 나오고 있었다.
선임되는 군인에게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더니 그 군인은 물가로 끌어 내놓은
시체를 보고는 단박에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아! 이사람... 여기서 이렇게 물에 빠져 죽었구나... 언젠가 일날줄 알았지...쯧쯧..."
***** 아쿠~~ 이게모야? 시방 소설을 쓰고 있는거 아녀?
그 담주에 그곳으로 물낚시를 또 갔었는데 경찰이 소지품 인양한다고 물을 쫙 빼서
펄떡이는 대물들을 뻘속에서 가마니로 줏어온 얘기를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