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드디어 끝났다....?
일년 동안 준비해온 수능시험이 끝나고 길고 긴 휴식을 기대한 건 꿈이었다.
단 하룻밤도 지나지 않아 수능시험 당일 저녁부터 예상 등급컷에 시달린다.
곰곰이 생각하니 이제 시작인가보다.
아들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대학별 입시전형 요강을 읽어보았다.
학교생활기록부성적, 수능등급컷, 원점수, 백분위점수, 표준편차, 과목별 반영비율, 수시1차, 수시2차, 논술고사, 입학사정관, 학업우수자전형, 특기자전형, 미래인재전형, 과학영재전형, 국제인재전형, 국가유공자전형, 동일계전형, 사회적배려자 전형.... 이들을 다 이해하고 수험생인 내 자식을 위해서 잘 판단할 줄 알아야하는데 어렵다 참 어렵다.
책자처럼 두꺼운 대학별 입시요강은 읽고 덮으면 생각나는게 없다. 나도 알츠하이머?
언제부터 대학입시가 이리 복잡해졌을까?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과 학부모를 미궁에 빠트리는 입시제도 불만충만이다.
뉴스에 보니 수능 다음날부터 입시전문기관이 제공하는 입시설명회에 학생과 학부모가 만원이다. 어떤 유명한 가수의 콘서트도 로비에서 화면보고 만족할까마는 입시설명회는 다르다.
쪽의자에 눈을 부릅뜨고 필기하며 설명회를 듣고 그나마 듣고 얻은게 있으면 감지덕지다.
이쯤이면 대학입시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문제가 아니라 대학과 유명입시전문학원의 독과점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여유롭고 명석한 부모거나, 전문가에게 비싼 상담비를 치를 능력이 안되면 대학입시 눈치전에는 명함도 못 내미는 보통 엄마의 속상함을 어디에다 하소연하지?
대학입시의 목적은 예나지금이나 학생선발이건만 지금의 방법은 “고등학교3년 내신-수학능력시험-논술고사-개인스펙(입학사정관제)으로 구성된 철인 4종 경기!” 그 복잡하고 비틀린 과정은 사회계층간의 이질감을 심화시키고 개방사회에서 교육의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제도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1980년까지 대학별 학생선발자율권이 주어져 본고사 하나로 충분했는데 이후 학생의 본고사 부담 경감 등 여러 이유로 지금까지 무려 11번의 입시제도 개선방안이 나왔다. 그때마다 항상 온갖 명분으로 복잡성과 다양성을 더해 변형된 것이다. 이제는 전형방법을 책자로 풀어써서 안내해할 정도로 말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어려움은 생각해 본 것인가?
대학입시를 대학자율로 하면 대학들이 더 꼬인 전형방법을 만들어낼까? 지금은 대학을 지켜보는 사회 여건과 시선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대학교별로 알아서 하라면 현명한 대학들은 학생선발 방법을 지혜롭게 제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명쾌하리라.
그나저나 수능성적이 발표된 12월을 대비해 나도 대학입시설명회를 보러 다녀야하는데... 답답할 뿐이다. 이처럼 힘든 과정을 머리 맞대고 함께 고민하다보니 아들하고 모자지간이 아니라 입시동지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같은 고민 같은 마음 수험생부모님들 그럼에도 기운내시라 고지가 바로 저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