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에나 사회적 약자는 존재한다.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사회가 이들을 얼마나 잘 보듬고 있느냐이다. 정책적으로 이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해야 건강한 사회를 이어갈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
2012년 예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복지 예산이 올해에 비해 6.4퍼센트 증가했다. 특히 ‘서민공감 12대 과제’는 서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전라남도 고흥에 사는 김철민씨(가명)는 뇌병변 1급장애인이다. 뇌병변장애는 뇌손상, 뇌성마비,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 등 뇌의 기질적 이상에 의해 신체적 활동에 제한을 받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후천적인 발병도 있지만 김씨의 경우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흔히 말하는 뇌성마비가 그의 병 이름이다.
거동이 불편한 김씨는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러자니 김씨의 마음 한구석엔 늘 미안함이 자리했다. 남에게 신세를 져야만 하는 자신의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남들처럼 직장을 가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를 고용하겠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김씨는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따스한 손길이 생겼다. 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정부가 2007년 도입한 ‘장애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참여를 높이고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근로와 복지를 연계해 장애인들이 궁극적으로 일반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일자리의 종류는 환경도우미, 주차단속 보조요원, 관공서 청소도우미 등 다양하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적합한 일자리가 정해진다. 정부는 참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사업 참여 대상은 18세 이상 등록장애인이다.
일자리가 생긴 김씨는 사는 맛이 절로 났다. 평생 처음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족들도 그만큼이나 기뻐했다. 김씨는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았다. 자신도 남들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욕심도 생겼다. 더 많이 일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현실로 이룰 수는 없었다. 장애인복지 일자리는 근로시간이 월 44시간으로 정해진 아르바이트형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보수도 월 20만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오가며 교통비를 제하면 실제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12년부터는 김씨의 아쉬움이 다소나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일자리사업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이 월 44시간에서 56시간으로 12시간 증가한다.
사회참여의 문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보수도 월 20만원에서 25만9천원으로 불어나 교통비 등 경제적인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언젠가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장을 가지게 될 날을 김씨는 꿈꾸고 있다.
서울에 사는 최순자씨는 지난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딸이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며 시간이 지나면 다른 아이와 같아질 것이란 믿음이 산산이 부서졌다. 여전히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가엽고 안타까워 눈물이 솟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낙담하고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딸을 위해 뭔가를 해야 했다. 하기에 따라 장애 정도가 개선될 수 있다는 말이 힘이 됐다. 최씨는 우선 아이의 장애를 정부에 등록하고 집 근처에 있는 복지관을 찾아 재활프로그램 참여도 신청했다.
딸을 위해 하노라고 하고 있지만 최씨는 불안하다. 딸이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딸의 장애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뿐이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 책도 읽고 인터넷도 뒤져 정보를 모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없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2012년부터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교육이 실시된다. 발달장애인의 가장 큰 조력자인 부모에게 유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생애주기별 양육방법, 성인기 대비 계획,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대비법, 각종 복지지원 정보를 교육한다. 부모상담을 통해 장애인 자녀를 키우면서 생길 수 있는 부모들의 정신적·정서적 문제에도 대응한다.
이번 정책의 대상은 지적 자폐성 장애인(발달장애인)으로 등록된 장애아동의 부모이며 사업 첫해인 2012년 지원 규모는 7백명이다.
경기도 포천에서 농사를 짓는 김영철씨는 최근 몇 년 사이 힘이 부쩍 떨어진 느낌이다. 예전 같으면 거뜬히 해냈던 일도 힘에 벅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이 예순다섯이 넘어서면서 시작된 변화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농사일이 힘들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었다. 먹고 살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가 경작하는 땅은 논 1만제곱미터와 밭 3천3백제곱미터가량이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김씨와 아내가 살기에는 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농사를 그만두면 살 길이 막연하다.
김씨처럼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노령으로 더 이상 농사를 이어가기 어려운 농민들이 적지 않다.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 현실을 생각해 보면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농지연금이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를 담보로 맡기고 매월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농지연금은 고령의 농민들이 노동고와 생활고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금수령을 종신으로 설정하면 몇 년이 될지라도 사망 시까지 최초 계약된 액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 총액이 담보인 농지보다 많아지더라도 추가 부담은 없다.
담보 설정이 된 농지라도 농업을 이어갈 수도 있고 제3자에게 임대를 놓을 수도 있다. 연금도 받고 기존의 소득도 유지할 수 있어 생활자금이 그만큼 넉넉해질 수 있다.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가 연금을 승계할 수 있다.
정부는 농지연금의 수급인원을 올해 5백명에서 2천89명으로 약 4배 확대할 계획이다. 부부가 모두 65세 이상이어야 하며 보유 토지는 3만제곱미터 이하, 영농 경력 5년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다.
(문의 전화 ☎1577-7770)
지난 추석 전통시장 상인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온누리상품권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매출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경덕 사장(가명)도 온누리상품권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한다. 추석에 소 20마리를 잡았는데 전량 판매됐다. 판매금액 중 10퍼센트는 온누리상품권이었다. 온누리상품권이 매출을 10퍼센트나 끌어올린 셈이다.
온누리상품권은 2009년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특정 백화점의 상품권처럼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전용으로 발행된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명절 선물로 백화점 상품권이 아니라 온누리상품권을 주면 그만큼 전통시장의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상품권 금액의 3퍼센트를 할인해 주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도입 2년째인 온누리상품권은 특히 지난 추석 때에 위력을 발휘했다.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는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추석 기간에 판매액이 1천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추석에 비해 4배나 불어난 수치다. 그만큼 대형 할인점에 밀려 시름하던 전통시장 상인들의 살림살이가 넉넉해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온누리상품권을 한층 활성화할 계획이다. 우선 지난해 1천3백억원이던 유통규모를 2천억원으로 늘린다. 좀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도 높인다.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나들가게(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낙후한 시설을 개량한 현대식 소형 슈퍼)와 골목슈퍼로 사용범위를 확대한다.
상품권 종류도 다양화한다. 현재는 5천원권과 1만원권뿐이어서 고액 결제를 하는 데 불편이 있다. 내년부터는 5만원권과 10만원권도 발행할 계획이다. 온누리상품권은 기업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우체국, 신협, 새마을금고 모두 9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김갑수씨(가명)는 최근 당뇨 진단을 받았다.
김씨가 병원을 찾은 것은 특별히 불편한 곳이 있어서가 아니다. 건강검진을 위해서였다. 흔하디 흔한 것이 건강검진이지만 김씨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 다름 아니었다. 의료급여를 받는 형편에 건강검진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의료급여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의료 약자를 위해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건강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 건강보험과 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가입자가 받는 건강검진은 받을 수 없었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기보다 병이 진행된 후에야 대응하는 상황인 것이다.
2012년부터는 의료급여 수급자들도 건강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망률이 높은 심뇌혈관질환의 선행질환인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건강검진 대상은 만 19~64세인 의료급여 수급권자이며 65세 이상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열 살인 성환이는 겨울이 오는 게 두렵다. 지난겨울의 기억 때문이다. 성환이의 아버지는 이혼을 한 후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용직이다보니 소득이 적은 데다 불규칙하다. 특히 겨울엔 일이 더 줄어들어 살림이 더욱 팍팍해진다. 자연히 허리띠를 있는 대로 졸라매게 된다.
지난겨울 성환이네 집은 보일러를 거의 돌리지 않았다. 기름값이 올라 기름보일러를 돌릴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스레인지에 물을 데워 세수만 했고 바닥은 전기매트로 겨우 냉기만 가시고 잠을 청해야 했다. 방안의 공기는 늘 차가웠고 편안한 잠은 남의 일로만 여겨졌다.
2012년엔 성환이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가구 중 한부모가정과 소년소녀세대에 정부가 2백리터의 난방유를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재단이 자체적으로 민간모금 등을 통해 차상위계층 이하 한부모가정에 제공하던 것을 국가 예산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은 종전과 같은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다.
글·변형주 기자
다문화가정은 이미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가정은 총 38만7천가구로 전체의 2.2퍼센트에 이른다. 가구원은 93만9천명이다. 다문화가정 1백만 시대가 바짝 다가온 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국제결혼은 3만4천여 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문제는 이혼도 그만큼 증가했다는 점이다. 2004년 3천3백건에서 2010년 1만1천2백건으로 3.4배나 불어났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결손자녀는 5백여 명에서 1천5백여 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불행한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것은 상당수 다문화가정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데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적잖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서민’인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건강하게 가정을 꾸려가고 사회에 융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 사회에 좀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먼저 통번역과 양육지원을 강화한다. 결혼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번역 지원사를 2백10명에서 2백82명으로 늘린다. 이들은 전국 2백개의 다문화가족센터에 배치돼 행정과 의료, 교육 등에 대한 의사소통을 지원한다.
생활지원도 확대한다. 생활지원서비스센터를 80개에서 2백개로 늘린다. 다문화가정을 직접 방문해 자녀의 알림장과 준비물을 챙겨주는 등 가정생활과 자녀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게 된다. 한국어에 서툰 데다 우리의 교육환경에 낯선 외국인 어머니들의 고충을 풀어주기 위한 조치다.
한국어교육과 상담의 질도 높인다. 결혼이민자에 대한 한국어교육을 표준하고 귀화 심사할 때 혜택을 부여한다. 한국어 교육은 1~2단계로 재정비하고 단계별로 교육 시간을 80시간에서 1백시간으로 늘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전문인력을 4백53명에서 6백53명으로 늘려 서비스의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다문화가정의 사회통합을 위한 환경도 개선해 나간다. 다문화가정과 자주 접촉하는 공무원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다문화가정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관련 교육프로그램과 교재를 개발하는 등 투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