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등장이 매력적인 여성 인물
<도둑들>-애니콜
<박열> 후미코
1. 이와사끼 오뎅집 앞
홍진유와 후미코가 오뎅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후미코 손에 들린 ‘조선청년’잡지
후미코
‘나는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일본어) 이 시 누가 쓴 거야?
홍진유
(일본어) 나는 개새끼라잖아, 개새끼가 썼겠지.
후미코
(일본어) 장난 말고!
홍진유
(일본어) 박열이라고 불령선인 중의 불령선인이지.
후미코
(일본어) 불령선인 박열?
홍진유
저기 오네. 개새끼.
이때 인력거를 끌고 오뎅집 앞으로 들어오는 거지같은 몰골의 박열.
박열에게 다가가는 후미코.
박열
(일본어) 손님?
후미코
당신이 말 안 듣는 조선인중에서
제일 말 안 듣는 조선인 박열?
박열
일본여자야 조선여자야?
후미코
가네코 후미코라고 해요. 조선 이름은 문자.
박열
문자... (후미코가 든 잡지를 보고) 아! 개새끼!
후미코
어떻게 알았어요?
박열
문자양이 여덟 번째 쯤 될 것 같은데.
그 시를 읽고 날 찾아온 여자 중에.
후미코
당신 혹시 배우자가 있으신가요?
아님 다른 누군가...
그래요.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단지 당신과
동지로써만 교제해도 상관없습니다만...
어떠신지요?
박열
난 혼자입니다.
후미코
우리 동거 합시다.
나도 아나키스트예요.
박열
근데 몇 살이요?
후미코
미성년잔 아니예요.
씨익 웃는 박열.
헝겊에 싼 물건을 들고 오뎅집 안에서 나오는 김중한.
김중한
가자.
박열
나도 인력거 타는 맛 좀 보자.
인력거에 오르는 박열.
어이없어 하던 김중한이 인력거를 끌려고 한다.
박열
문자라고 했나...어떤 사람이야?
김중한
왜? 일본인이라서 반감 있어?
박열
일본 권력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지만
민중이나 편견이 없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친밀감이 들지.
미소 지으며 후미코를 쳐다보는 박열.
인력거를 타고 떠나는 박열을 보는 후미코.
<내 이름은 김삼순>-김삼순
S#02. 호텔 복도 (자막, 2004년 12월 24일)
화면 밝아지면 긴 복도가 나타난다. 서스펜즈적인 분위기다.
현우가 여자의 어깨를 안고 걸어온다.
뒤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손뜨개 목도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삼순이가 나타난다.
조심조심 현우를 미행중이다.
현우와 여자가 룸으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자 다다다 달려와 문에 바짝 귀를 대는 삼순.
문과 바닥 사이에도 귀를 대어보느라 납작 엎드린다.
바람난 남자를 미행하는 여자가 대부분 그렇듯이 추잡스럽다.
그걸 깨달았는지 곧 일어나는 삼순.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삼순, 선글라스를 벗어든다.
눈물이 그렁한 채 문을 빤히 바라본다.
저 반대편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불온한 상상에 눈물이 툭 터질 것 같은데, 그러나 곧 눈물을 슥슥 닦는다.
눈빛이 처량함에서 살기로 바뀐다!
- 삼순 (복수의 화신처럼 잘근잘근 내뱉는다) 흥, 감히 나를 두고 바람을 펴?
방앗간집 셋째딸 삼순이를 모독한 댓가가 얼마나 끔찍한 건지 생생하게 보여주겠어.
(가방에서 뭔가를 휙 꺼낸다. 신문지에 둘둘 만 칼이다. 눈을 번득이며 이를 간다) 오늘, 너 죽고 나 산다!
첫등장이 매력적인 남성 인물
<38 사기동대>-양정도
S# 71 교도소 (D)
암전된 상태에서 ‘사기꾼 양정도’ 라는 자막이 뜨고 지면, 죄수복 차림으로 복도를 걷는 양정도.
양정도 (E) 97년에 IMF 폭탄 터지고 우리나라 사람들 마인드가 개조됐어. 의리,
신념, 정의 뭐 이딴 건 깍드쉬 뒷주머니에 뱅기 태워 보내고,
무조건 돈! 돈 되는 일이면 그냥 득달같이 달려드는 거야, 개떼처럼.
형무소 창살 너머로 손을 내밀며 환호를 보내주는 죄수들. 양정도는 고맙다는 듯 손을 흔들고
짧게 목례하며 죄수들의 환호에 화답하다가 걸음을 멈추는 양정도. 00번 방에 시선이 고정된다.
양정도 (E) 돈이 종교고, 돈이 부모고, 돈이 친구래. 돈이 사람을 먹은 거야.
에르메스 백 들면 강남 사모님이고, 벤츠 S 클래스 타면 강남
사장님이래. 세상 참 단순해졌지? 뇌가 없어 보이지, 이놈의 세상?
00번 방에 정 자세로 앉아있는 한 왕회장의 뒷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이는 가운데, 00번 방을 향해
큰절을 하는 양정도. 일어나 다시 허리 굽혀 인사하고 복도를 걷는다. 죄수들의 환호는 계속되고,
양정도 (E) 세상이 그렇다보니까 나 같은 놈이 나오는 거야. 10대는 객기로 살고,
20대는 오기로 살고, 30대는 사기로 사는 나 같은 놈이 나오는 거라구.
죄수복을 벗고, 사복을 입는 양정도. 캐주얼한 티에 청바지를 입고 마지막 자켓을 걸치는
양정도의 부분별 실루엣이 보이고, 옷을 모두 입고 본관 철문을 나오는 양정도. 철책으로
만들어진 야외 통로를 따라 외부 출입문까지 걸어간다. 미소를 머금으며 양정도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교도관들. 양정도는 그런 교도관들에게 정성스런 인사로 화답한다.
양정도 (E) 사기란 게 정말 단순한 건데 이걸 왜 당할까 한번 생각해 본적이
있거든? 의외루 답 간단하드라. 세상이 더 단순해. 5천만
대한민국 국민 욕망이 똑같거든. 돈! 못 먹어도 무조건 돈! 돈!
통로를 모두 걷는 양정도. 외부 출입문 철제 통로를 지나는 순간, 깊은 어둠이 그를 감싸고,
철컹 - 교도관이 철문을 열어주자 화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다가,
양정도가 교도소를 나가면, 스포츠 카 한 대가 주차되어 있다. 그것을 향해 걸어가는 양정도.
양정도 (E) 사람들이 돈을 볼 때 사람을 봐. 사람들이 숫자에 집착할 때
마음에 집착해. 외피를 보지 말고 본질을 봐. IQ보다 EQ에
집중해. 그런 사기꾼이 돼야 돼. 그런 사기꾼이 되기만 하면!
스포츠 카 운전석에 타는 양정도. 조수석을 보면, 파일 더미가 쌓여있다. 순간 미소가 번지며!
양정도 (E) 세상 모든 일이 니 생각대로 된다!
안경 대시보드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끼는 양정도! 빠르게 출발하면! 경쾌한 비트의 음악이 깔리고!
<변산>-학수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안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