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본 규정에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모든 국가대표 지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전문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의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5월 중 한 차례 보류된 바 있었던 이 개정안이 가결된 것이다. 사실, 이 규정이 뜬금없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 15조 '강화훈련 참가 지도자 선발 기준' 1항에 따르면, 강화훈련에 참여하는 지도자는 2급 이상의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동안 축구와 야구를 제외한 모든 종목 대표팀 지도자는 이 조항의 적용을 받았고, 2023년 1월부터는 야구와 축구 대표팀 지도자들도 이 자격을 갖춰야 함을 명문화한 것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고 논란이 일었다. 2014년 리우 올림픽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박세리와 최경주도 지도자 자격 논란에 휩싸였고, 축구처럼 외인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는 경우가 많은 종목은 자격증에 대한 준용 기준이 미비해 애매한 상황이다. 대부분 지도자 풀이 넓은 종목인 축구와 야구, 골프 등의 지도자들과 종목 단체(협회)가 이 규정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 갈등을 해소할 방법이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이 개정안을 가결한 대한체육회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대한체육회가 관리하는 종목 단체 중, 비교적 현직 지도자의 수가 많은 축구의 경우를 보면서 찾아가 보자.
만약, 본 규정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지도자 자격증 (아시아축구연맹(AFC)나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자격증) 외에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대한체육회 주관의 국제대회(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대표팀을 이끌 수 있다. 단, 월드컵은 FIFA 주관, 아시안컵은 AFC 주관이라 해당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의 가맹단체이기도 하지만, FIFA와 AFC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축구 단체이며,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더라도, FIFA와 AFC가 주최하는 국제대회에는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각 대륙마다 지도자 라이선스 체계가 온전히 체계를 갖추고 있어, 현재는 대륙 내 각국 회원 축구협회 간 등급별·포지션(기능)별로 자격증 사용이 가능하다. AFC 지도자 자격증의 경우, 유소년부터 프로까지 다양한 연령별, 기능별 자격증 종류가 있으며, 최소 1주부터 길게는 몇 개월에 걸친 과정을 통해 전문적인 축구지도자가 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에도, AFC 회원국 내에서는 동등한 지도자 자격을 가지고 팀을 지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축구협회 자격증을 취득해도 일본축구협회나 홍콩축구협회에 등록된 팀을 지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고 있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과 김판곤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2012년 홍콩 축구 대표팀을 맡았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KFA에서는 국가대표 감독의 자격으로, 최소 AFC 레벨 A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동안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지도자들은 대부분 P급을 갖추고 있다. 필자를 지도했던 지도자들에 따르면 A급을 취득하는 것도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실기(시범) 능력, 선수 경력과 지도자 경력을 동시에 평가하고, 공부의 양도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P급을 취득하는 건 엄청난 도전인 셈이자, 본인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등용문’인 것이다. 한편, 문체부가 발급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증은 이에 비해 취득 기준이 너무 낮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지도자 자격제도 안내 공시문에는 11개의 응시자격을 명시해 놓았는데, 결국 프로(또는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면 면접만 보면 준다는 식이다. 이런 자격증을 과연 국내 최고 수준의 종목 지도자들이 취득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특히 FIFA 지도자 자격증은 기능 및 기술 등 이른바 전문적인 부분에 있어서 대한체육회의 전문스포츠지도사(축구) 자격증과는 비교할 수 없다. 단지 일부 교양 과목 및 기능 외적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스포츠지도사 과정이 조금 더 심도 있을 뿐, 실효성 면에서는 확실히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를 취득하기 위해 프로·대표급 감독들이 구술과 연수 시간을 채우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형식적’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비단 축구뿐만이 아니다. 매우 오랜 시간 특정 종목을 공부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력을 쌓아 취득한 A급과 P급 라이선스 보유자들이, 단지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하여 대표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기능과 성적만을 생각한다면 위와 같은 의견에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는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증 의무화를 지지한다. 물론, 프로 6개 종목에 종사하는 지도자들의 반발은 이해한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의 개정 의도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대표급 지도자의 자격 논란을 아예 잠재우겠다는 대한체육회의 의도가 보인다.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이 KFA나 AFC, K(L)PGA나 KOVO 등의 종목 주관 지도자 라이선스보다 전문성과 실효성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대한체육회 측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면서까지 개정안을 발표한 것은 각 종목의 대표급 지도자의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게 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다. 필자는 2018년 AFC C급 강습을 들은 적이 있고, 전문체육지도자 자격증 2급을 갖추고 있어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전자의 교육은 기술적인 측면과 피교육자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후자는 더 원론적이며 기초적이다. 예컨대, 같은 드리블 훈련을 한다고 해도, 전자는 기능 발달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 후자는 ‘스포츠’ 본연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모든 종목의 지도자 강습을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교육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진 축구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하면 타 종목도 비슷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어찌 됐든, 국가대표급 지도자라면, 기능적 측면에서도, 이론적인 면에서도 이해도와 숙련도가 탁월한 ‘체육인’이어야 한다는 게 대한체육회의 요지다. 이 같은 자격증 의무화 방안은 국가대표 지도자 자격의 신뢰도를 나타내고, 자격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또한, 대한체육회가 지도자 자격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규정은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프로 6개 종목의 지도자 자격증 취득 관련 규정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어디에도 ‘결격 사유’와 관련한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국가대표팀은 국가의 한 종목을 대표하여 대회에 참가하는 영광스러운 집단이며, 이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그만한 책임을 갖고 임해야 하는 자리이므로 ‘자격’이라는 용어에 민감해야 할 수밖에 없다. 팀이라는 한 집단, 체육 단체를 떠나, 국가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이기에 굉장히 중요한 자리인 셈이다. 따라서, 각 종목 단체가 지도자 자격에 대한 결격 사유 조항을 명시하지 않은 건 굉장히 유감이다. 한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체육지도자 결격 사유에 대해 꽤 자세하게 명시해 놓았다(아래 사진 참고). 단지 리더십과 지도력이 뛰어나고, 훌륭한 선수 출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종목의 국가대표 지도자이기 전에 ‘체육지도자’고, 체육지도자는 체육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곧 ‘자격’과 직결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국내 체육 법에 따라서 각 종목 단체(협회)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라는 사실 때문에 일방적으로 규정을 따라야 하는 상황 속에서 대한체육회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각 종목 단체가 지도자 선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도 대한축구협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이를 두고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판을 받을 만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지도자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인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그러나, 최근의 대한민국 스포츠의 동향을 고려하면 이러한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더욱더 면밀하게 검토하고 각 종목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기존 종목별 지도자 자격 과정에 추가로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증의 일부분을 접목한 ‘혼합형’ 과정을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대한체육회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증 내용 중에서 기술·기능적 부분을 제외한 일부 과정을 종목별 라이선스 과정에 추가하여 운영해, 종목별 지도자 자격증 및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법 등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많겠지만, 긴밀한 협의를 통해 종목별 자격증의 공신력이 유지되는 결론 도출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