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높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면 그야말로 가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리 행인의 긴 옷에서도 가을이 우리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 또 어디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을까? 도심에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서울 인사동의 쌈지길과 단풍이 하나둘 물들어가는 아침고요수목원으로 가을 마중을 나가봤다.
◀인사동 쌈지길(사진)
가을에 어울리는 음식을 먹고, 가을 느낌이 나는 그림을 보고, 가을에 딱인 음악을 들으러 서울 인사동을 찾았다.
이제는 명소가 돼버린 인사동 쌈지길,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담기 위해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댄다. 이국적이면서도 탁 트인 공간을 자랑하는 쌈지길 주변에 자리잡은 갤러리에는 가을축제를 열 듯 유명 작가와 신인 작가들의 작품전이 한창이다. 가을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작품 같은 예쁜 수첩도 만날 수 있다. 잘 찾아보면 한장 한장 직접 손으로 만든 이 세상에서 딱 한권밖에 없는 수첩을 구할 수도 있다.
쌈지길 1층에 자리잡은 야생화 전문 판매점 ‘돌쇠와 꽃님이’에서는 어느새 녹음이 지고 제법 노랗고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을의 ‘대표선수’인 국화가 그윽한 향을 자랑한다. 한쪽에서는 빨갛게 익어 제법 매워 보이는 작은 고추가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은 무좀에 무화가가 좋다는 사실. 먹는 것인지, 바르는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좋단다.
◀아침고요수목원
최진실과 박신양이 열연한 영화 ‘편지’의 무대였던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은 다른 수목원과 달리 원예 수목원이다. 아기자기한 꽃밭과 영화 속 정원을 연상시키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하나둘씩 물들어 가는 나무들을 찾아보며 아직 남아 있는 초록과 조금씩 불타오르는 나무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단풍구경을 하기에는 좀 이르지만 하나둘씩 잎을 떨어내는 나무들을 보며 새로 시작한 학기를 차분히 설계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수목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근처 펜션을 찾아보자.
미리 예약하고 갔던 ‘뿌리가 있는 집’이라는 펜션은 아기자기한 통나무 집에 널찍한 마당, 숯불구이를 할 수 있는 즉석 조리대 등이 있어 숲속 하룻밤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숯불에 지글지글 구운 삼겹살과 시원한 맥주, 그리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