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대부도에서 친척들 모임이 있어 다녀왔다.
아침 9시 30분 송도유원지앞,
서울에서 내려오는 친척들과 인천에 사는 친척들이모여
대부도로 출발했다.
대부도에 사시는 친척분들은
이미 토종 돼지를 한마리 잡고
대부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장만해 놓고 타지의 친척들을 맞아주었다.
모처럼 만난 친척분들이라
나 태어나기 전
그분들 어린시절의 얘기가 꽃을 피웠다.
수십년의 세월이 어느 한순간 거슬러 올라가
다들 애들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나이도 40살이 훌쩍 넘었는데
모인 친척들중에 가장 막내였다.
얘기는 수십년을 흘러 최근 얘기들로 옮겨오면서
모든 친척분들의 표정도
밝은 표정에서 점점 어두운 표정들로 변했다.
현재 대부도에서 사시는 외삼촌들간에
땅 문제로
막내외삼촌과 이모,
큰외삼촌과 둘째외삼촌간이
서로 편이 갈라져 웬수지간이 되면서 등을 돌리고 산다는
얘기 때문이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땅을 외삼촌 형제들에게 나눠주면서
명의이전을 해주지 않은 상태로
모두 막내외삼촌 명의로 그대로 냅두었던 것이
최근 내땅이니 니땅이니 시비가 벌어진 것이다.
명의는 그렇게 돼있었지만
수십년동안 형제들끼리 나눠서
이미 포도나무를 비롯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최근 대부도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막내외삼촌이 자신의 명의로 돼있다며 다 뺏어가면서
형제간의 우애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형제간의 우애만 믿고
명의를 굳이 바꾸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큰외삼촌은 수십년간 땀을 흘리며
가꿔 오시던 땅을 하루아침에 빼앗겼다.
형제들끼리
자신의 땅으로 의례히 알고 있던 땅이
하루아침에 모두 작은외삼촌에게로 간 것이다.
그분들이 자식처럼 돌봐오던 땅을 그냥 냅두고도
작은 외삼촌은 그 몇배에 해당하는 땅을 소유하구 있으면서
그것을 결국 빼앗고 말았다.
법정시비로 까지 옮겨갈뻔 했던
외삼촌간 땅 시비는
큰 외삼촌과 둘째 외삼촌이
땅을 포기하면서 끝을 맺었다.
법정으로 가던
형제간의 주먹다짐으로 가던
결판을 내기로 했던 바로 그 전날
둘째 외삼촌의 꿈속에 외할버지가 나타나셔서
니가 잘 관리하라고 하면서 금은보화를 맡기고 가셨단다.
형제들간의 그런 모습이 안타까워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꿈에 보이셨다고 생각하고
큰 외삼촌과 둘째 외삼촌은 자식된 도리를 지키기 위해
그 땅을 포기하기로 마음을 바꾸셨다고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땅에는
지금 포도나무가 심어지고 있다.
자신의 형이 심은 포도나무를 뽑아내고
또다른 포도나무를 심고 있다.
그 포도나무는 욕심이란 비료로,
땅을 얻었지만 형제들을 잃은채,
조상님과 형제들을 배신했다는 이름으로 자라나리라...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항상 걸어다니던 길인데
오늘따라 무척이나 무겁기만 하다.
자식들의 그런 모습을 안타까워 하는
외할아버지의 마음을 얹고 돌아와서 그럴까?
땅 때문에 동생을 잃었다는
외삼촌들의 허탈한 마음을 얹구 돌아와서 그럴까?
오늘은 왠지 마음의 무게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