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시장은 싱싱한 시장이다. 퍼덕이는 시장이다. 싱싱한 생선이 퍼덕이는 시장이고 싱싱한 채소가 퍼덕이는 시장이고 싱싱한 기차소리가 퍼덕이는 시장이고 싱싱한 사람이 퍼덕이는 시장이다. 퍼덕임. 퍼덕임은 나를 너에게 보이는 행위다. 내가 여기 이렇게 있음을 당신에게 보이는 몸과 마음의 움직임이다. 살아오면서 내가 퍼덕인 날들. 당신에게 나를 보이려고 내 몸과 마음이 퍼덕인 그 많은 날들. 퍼덕이는 부전시장을 걷고 있으면 내 몸도 마음도 퍼덕인다. 시장이 갖고 있는 생기가 고스란히 내 것이 된다. 시장이 갖고 있는 생기를 들이키며 살아갈 힘을 얻고 시장이 갖고 있는 생기를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싶다. 오천원짜리든 만원짜리든 아니면 많이 파시라는 인사치레이든 누군가를 기쁘게 해 주는 힘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이 그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아 질퍽한 장바닥 축축한 물기가 되고 싶다. 부전시장은 길이 난해하다. 길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 길이 그 길 같은데 그 길이 아니기 일쑤다. 들어온 길로 나온 것 같은데 다른 길로 나오기 일쑤다.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시장에서 길을 잃어버린 날이 있는가. 길을 잃고서 울어본 어린 날이 있는가. 낯선 곳에 맡겨져 부모를 애타게 기다린 날이 있는가. 하루나 이틀이 지나도 부모를 찾지 못해 마음에 금간 날이 있는가. 살아가면서 길을 잃어버린 날이 있는가. 길을 잃고서 마음속으로 울어본 날이 있는가. 이 길 저 길 어느 길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흔들린 날이 있는가. 어쨌든지 마음 붙이고 살려고 다시 길을 나선 그런 주먹밥 같은 날이 있는가. 부전시장의 길은 난해하다. 자칫 방향을 잃어버리기 일쑤인 인생의 길과 흡사하다. 그러나 막힌 줄로 여겼던 인생의 길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길로 이어지고 그 길에서 다시 방향을 찾아내듯 부전시장의 길 역시 마찬가지다. 부전시장에 들어서면 숨통이 트여서 좋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큰길이 끝나는가 싶으면 작은 길이 나타나고 작은 길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골목을 휘돌아서 빠져나가면 다시 큰길. 사는 게 답답하고 막막할 때 부전시장을 둘러본다. 사는 게 답답하고 막막해서 더 이상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부전시장 질퍽한 장바닥을 둘러본다. 둘러보면서 나를 다독인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시장의 처음이자 끝은 부전역이다. 부전 기차역이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도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부전시장을 거친다. 역은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역을 끼고 장바닥이 굳어진다. 구포시장이 그렇고 동래시장이 그렇다. 역을 끼고 있는 시장, 재래시장. 오래된 재래시장은 오래된 추억이 묻어있다. 오래된 추억이 시장을 더욱 깊게 하고 더욱 여물게 한다. 재래시장은 추억의 시장이고 깊고 여문 추억이 재래시장을 앞날 탄탄한 시장으로 굳어지게 한다. 부전역이 들썩거리면 덩달아 들썩거리는 곰장어집. 덩달아 들썩거리는 추억을 앞에 앉혀놓고 술잔을 권한다. 아쉽지만 아름답던 삼십대여. 더 아쉽지만 더 아름답던 이십대여. 들어오는 기찬지 출발하는 기찬지 들썩거리는 기차소리에 부전시장이 다 들썩거린다. dgs11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