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니콜라스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얼마 전 위독한 상태에서 가까스로 회복하셨다는 소식을 접한 후라,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새벽에 선종한 사실을 알았다.
오늘 이른 새벽에 잠이 깨 뒤척이다, 뭔가 끌어당기는 것에 이끌리듯 알게 됐다.
정진석 추기경께서 선종하셨다는 것.
새벽 묵주기도를 바치며 추기경의 명복을 빌었다.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이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추기경께서도 하늘, 예수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과 행복, 평화를 누리시길 기도했다.
정진석 추기경에 관해 잘 모른다. 지난 2006년 추기경 서임 당시, 뉴스를 보고 알았다.
2006년이면 내가 견진성사를 받은 해다. 그런데도 나는 교회 돌아가는 일에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다.
1979년 영세를 받은 이후, 신부를 포함한 교회 사람들과 별로 좋은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
솔직한 말로 하자면, 사제들에 대한 어떤 선입관 같은 갈고리가 내 마음에 있었다.
그래서 얕은 신앙심 속에서도 사제 대신 교회를 보면 되지 하는 나름의 '고집' 같은 게 있었다.
그 이유는 순전히 나의 교회와 관련한 별로 좋지않은 개인적인 경험 탓이다.
나의 그동안의 가톨릭 신앙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는 것이다. 모든 게 내 탓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냉담을 밥먹듯 했다. 지금 상태도 냉담으로 봐야한다. 여즉 고백성사를 드리질 못하고 있다.
코로나라는 좋은 핑계가 있다.
정진석 추기경이 생전에 어떤 일을 하셨다는 건 선종관련 기사를 보고 알았다.
훌륭한 일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 추기경에 대한 인상은 그저 '인자하고 젊잖은 분'이라는 것 밖에 없다. 인상이 인자하고 후덕하게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가톨릭교회에 대한 내 관점은 좀 부정적이다.
이념에 너무 경도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의 교회에서는 신앙을 바탕으로 한 나름의 지도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그런 지도력이 보이질 않는다.
교회의 어른이셨던 정 추기경께서도 물론 노력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좀 허약하셨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해 평신도로서 나라와 교회를 위한 단식 끝에 숨져 간 화곡성당 고 강남수 베드로 형제에 대해 우리 가톨릭교회는 냉담했고 그에 나는 분개했다. 내가 아직까지도 그렇다는 걸 숨기고 싶지 않다.
많은 평신도들 가운데는 고 강남수 베드로의 죽음을 순교로까지 여기고 있다.
교회가 이에 대해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그와 관련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정진석 추기경을 보면 돌아가신 나의 장인이 생각난다. 얼굴 모습이 많이 닮았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한 나의 장인도 사제의 꿈이 있었던 것 같다.
생전 장인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소신학교인 동성고등을 나오셨다는 점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 사범대학으로 진학하면서 그 꿈을 접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인 생전에 우리 가톨릭교회의 이념 과잉을 크게 걱정하셨고, 급기야는 냉담으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나는 그게 안타까워서 몇 차례 말씀을 드린 적도 있었지만, 장인의 냉담은 오래 동안 지속되었다.
지금 우리 가톨릭교회 돌아가는 모습에서 생전 장인의 그 걱정스러움은 고스란이 나에게 전이된듯 하다.
이런 와중에 교회의 어른인 정진석 추기경이 돌아가셨기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정진석 추기경님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