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SSANTAMO
재작년 중고차 매매를 하던 작은 처남에게 전화가 왔다. 산타모가 한 대 들어 왔는데 가져다 타라는 것이다. 작은 처남은 보험까지 해결해 주었다. 매번 자동차는 작은 처남에게 신세를 진다. 맨 처음 프라이드부터 소나타, 에스페로 그리고 산타모까지 모두가 작은 처남이 마련해 준 것이다. 그렇게 가져 온 산타모는 참 요긴하게 사용했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송악에 있을 때는 교회학교 아이들과 학생회 친구들, 장존속 속회 예배까지 모두 산타모 몫이었다. 이곳 미탄에는 교회 봉고차가 있다. 전임자가 마련해 놓은 것이다. 봉고차가 있으니 산타모는 폐차를 하려 했다. 우리 가정 형편 상, 산타모가 있으면 안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참 좋긴 하다. 그러나 경제 사정 상 차 두 대를 가지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폐차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 때 사동에서 목회하는 김성은 목사에게 전화가 왔다. 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폐차하려면 폐차 값을 줄 테니 넘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차도 가지고 갈 겸 새로 이사 온 곳도 구경할 겸 김성은 목사 가족이 미탄을 찾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안사람 마음이 바뀌었다. 우리도 거져 받았으니 거져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당장 생활비가 걱정인 처지에 다만 몇 분이지만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산타모는 부품이 비싸기 때문에 다른 차보다 조금은 비싸게 받을 수 있다고 작은 처남이 귀뜸해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성은 목사네가 차가 필요하다는데 거기다 대고 돈을 받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꺼림칙하다는 것이 아내 생각이다. 당장 없이 사는 형편이라 돈 생각이 나긴 했지만 그 돈 없어도 살고 있어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친구 도와주라고 배포를 부린다. 참 아내 때문에 내가 채면이 선다.
차를 정리했다. 오늘따라 왜 그렇게 지저분하고 또 차 구석구석 왠 물건은 그렇게 많은지 아이들이 ‘I LOVE SANTAMO’ 이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I LOVE DDONGCHAMO’ 할 만하다. 참 많은 사연이 있는 차다. 겨울 수련회를 가던 날 구제역 때문에 톨게이트 앞에는 소독약을 뿌리고 있었다. 그런데 통행료를 계산하고 나오는데 창문이 고장이다. 아무리 올리려 해도 창문이 올라가질 않는다. 그냥 가자니 차 안으로 소독약이 들어올 판이고 안 가자니 수가 없고 하는 수 없이 담당자들이 보는 앞에서 소독기를 피해서 멀리 돌아갔던 기억. 학생회 친구들을 잔뜩 태우고 삽교천으로 야외예배 다녀오다가 사고가 났던 일. 하여튼 참 정이 많이 갔던 녀석인데 떠나보내려고 하니 많이 서운했다. 서운하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오늘 하루 종일 우리 차는 어디 갔냐고 몇 번이고 묻는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 생각이 옳았던 것 같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자는 것. 참 괜찮은 것 같다. 저녁을 먹고 강혁이 형에게 전화가 왔다. 목회 나간 것 축하한다며 계좌 번호를 보내라는 것이다. 거져 주었더니 주님께서는 또 채워주신다. 참 신기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맡기고 산다면 신기하고 오묘한 주님 역사와 인도하심을 무긍무진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성은 목사에게 그 차 이름이 ‘I LOVE DDONGCHAMO’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