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하나로 출세한 사람
최기동
·한국 수필 등단(2010)
·저서 - 꿈을 향한 교육 여정(2012)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관계에서 인사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전국시대 유가의 사상가이자 교육가인 맹자는 “천시(天時)보다 지리(地利)가 낫고 지리보다 人和가 낫다.”며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 했다. 인화(人和)의 출발이 인사라고 한다면, 인사는 인덕을 쌓는 일이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하루 일과도 대비 전에 문안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세월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물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더욱 발전되고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이 인사 예절이 아닐까?
내가 아는 분 중에 전남 완도 금일읍 출신으로 도의원에 당선되어 상임위원장을 역임하며 성공적인 의정활동을 펼친 임익기 의원은 지역사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금일, 생일, 약산면 일대에서 투표권을 가진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인사 하나로 출세한 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이 지역에서 인사 예절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그 분의 계속적인 실천을 통한 수범(垂範) 사례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갔을 정도였다.
지역주민 상호 간의 대인관계는 겸손하고 유연하였으며 학생들도 선후배 간에 위아래가 분명하고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였다. 이 지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인심 좋은 생일도를 만기가 되기 전에 떠나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도 그 분의 인생 역정에 관한 이야기는 인사 예절로 통하였다.
하루는 생일면 출신 행정직원 김장준씨와 같이 완도 제2봉인 백운산(483m)에 오르며 그 분의 인생역정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임익기는 규모는 작았지만 직접 경영하던 미역공장이 기상변화와 자금경색으로 파산하여 한동안 재기의 희망을 잃고 방황하였다. 만나는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이렇게 허망하게 인생을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금일항 부둣가로 나갔다. 거센 파도를 보며 인생살이를 청산해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아서라! 그럴 용기로 한번 부딪혀 보자며 고기 잡는 배에 다가가 인사를 하고 짐을 받아 드렸다. 사업 실패 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의외로 친절하게 대해 주더라는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여객선 입출항 시간에 맞춰 부두에 나갔다. 입항하는 승객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안부를 묻고 짐을 운반해 주는 일을 했다. 애당초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 이대로 고독한 생활이 계속된다면 저절로 무너질 것 같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봉사활동 한다고 사진 찍고 생색내는 일과는 관계없이 2~3년을 계속했다.
그렇게 날이 가고 달이 지나고 해가 바뀌면서 ‘임익기의 행실은 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본받을 만한 일이다.’라며 지역주민 모두 형님 동생 나이 드신 분들은 친자식이나 부모처럼 생각하며 끼니를 걱정해 주기까지 하였다.
어쩌다 육지에 볼일이 있어 나갈 때는 객지인 강진 마량, 완도항에서까지 고향 금일에서와 똑같이 공손히 인사하며 안부를 살폈다. 사실 섬 주민들은 육지에 들고날 때는 긴장하게 마련인데 임익기만 보면 고향에 다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고들 입소문이 나돌았다.
봄이 오면 꿩이 울라고 해서 우는 것이 아니듯, 그 무렵 우연히 지방자치의 부활로 금일읍과 생일면 약산면을 선거구로 도의원 선거가 있었다. 임익기는 주민 다수의 추천으로 후보가 되었다. 주민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 불쌍한 임익기, 맘씨 착하고 예절 바른 임익기를 도와주자고 모두 자원 봉사자로 나섰다. 도서 지역은 한 발짝만 건너면 모두가 친인척이다.
그러다 보니 돈 한 푼 안 쓰고, 아니 오히려 돈을 모아 바치며 지지하여, “진정성 있는 인사 하나”로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되었다.
인사 예절이 인간의 기본이며 도리인 줄은 누구나 안다.
자신을 낮추고 실천하는 용기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기본이 잘되어 있는 사람을 대표로 뽑아줄 줄 아는 유권자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존중하게 되었다.
“인심 좋은 생일도, 다시 찾는 생일도”를 생각하며 보람 있었던 금일중학교 생일 분교장(分敎場)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임지 고금도로 향했던 20여 년 전의 추억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첫댓글 역시 등단한 작가의 글답습니다. 단정하고 간결한 글솜씨가 돋보이고요, 전체 구성이 짜임새가 튼튼하고 일목요연합니다.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가 깔끔하여 많이 배우고 나갑니다. 수필의 정석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