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어보면 며칠 전 내린 눈이 아직 녹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벌써 '봄 옷' 걱정을 시작한다. 잡지를 펼쳐보면 2010년 S/S 코드를 발 빠르게 전해주니 스키장 계획을 세우다가도 올 봄 입을 옷이 걱정돼서 온갖 인터넷 쇼핑몰을 다 뒤져봐도 아직 '봄 옷' 소식은커녕 발목에 퍼를 두른 구두만이 주구장창 쏟아지니, 이젠 2010년 마구마구 쏟아지는 트렌드를 살펴보자.
유행 사이클이 워낙 빠르고 다양하게 등장하다 보니, 작년 전 세계를 휩쓴 발맹의 80년대 스타일을 '파워 숄더' 로 사로잡았다면, 이번엔 조금 다른 80년대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다. '구찌' 와 '베르사체' 는 기하학적인 패턴 프린팅이라던가, 뿔테 선글라스, 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을 디테일로 스포티하면서도 섹시한 룩으로 표현하였다. 쟝 폴 고띠에는 80년대 후반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콘브라' 라던가, 펑키한 워커. 파워숄더(작년 파워숄더와는 조금 다른 느낌) 등으로 키치 룩을 선보였다.
2010 S/S 4대 컬렉션에서 유독 '진' 아이템이 많이 보였다. 80년대 룩이 계속해서 큰 인기를 받아 '진(Jean)' 유행코드 역시 7.80년대를 주름잡았던 스노우 진(일명 돌청)이 유행할 전망이니 지금 '진' 을 사려고 했다면 조금만 참자.
'유행' 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프렌치 시크' 는 젊은 층에서 스키니 진과 어그부츠 만큼 친근해진 룩이 되었다. 이는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매치하기 쉬운 장점에서 많은 이들이 즐기는 스타일링일 것이다.
이번 시즌엔 '해체주의' 콘셉트로 하여 프라다. 입 생 로랑 등 많은 디자이너들이 화이트. 블랙. 그레이 등 차분한 컬러에 코튼. 린넨 등 잘 풀리는 소재로 하여 밑단 처리를 안 해 올이 풀리거나, 손으로 대충 찢어놓은 듯 한 룩들을 많이 선보였고, 캘빈 클라인. 도나카란. 리차드 최 등에서는 광택기가 있는 린넨 소재 등으로 다림질을 하지 않은. 마구 구겨진 옷을 선보였는데, 올 봄에는 좀 더 요란한 '프렌치 시크' 가 기대된다. 하지만 과도한 올 풀림과 구김은 '넝마' 처럼 보이기 쉬우니 주의하자.
80년대 펑키한 스타일과 대조적으로 여성의 실루엣을 강조한 '드레이프' 역시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 중 하나인데, '입체재단' 이라고도 하는 드레이프는 가봉바디 위에서 머슬린으로 패턴을 뜨는 방법으로, 평면재단(종이로 패턴을 뜨는 방법)보다 착장했을 때 실루엣이나 착용감이 좋다. (랑방에서는 드레이프 셔츠 한 벌에 200만원을 훌쩍 넘긴다.)
발렌티노. 랑방. 스텔라 매카트니. 버버리 프로섬 등에선 손으로 주름 잡은 드레이프를 활용한 아이템을 선보였는데, 버버리 프로섬은 스커트를. 발렌티노. 랑방에서는 온 몸에서 흐르는 듯 한 원피스 드레스의 드레이프와 가슴 언저리에서 나풀거리는 프릴 블라우스라던가, 원피스 드레스 등 여심을 사로잡는 아이템을 선보였다.
'S/S 시즌' 특성상 마 소재나 실크. 울 터치. 오간자 등 가벼우면서 고급 소재들이 대거 등장하여 터무니 없는 가격이 예상되니, 필자같은 서민들은 H&M 이나 자라 등을 기웃거려봐야 할 것 같다.(SPA 브랜드 매장-특히 자라나 H&M. 탑샵. 망고. 등-에선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나 악세사리 카피본이 많아 대리만족 용으로 좋다. H&M은 올 3월 명동에서 오픈 예정이니 참고 기다려보자.)
사실, 봄에 '플라워 프린트' 와 '쉬폰' 이 빠지면 뭔가가 아쉬운 느낌이다. 유독 한국 여성들은 '쉬폰' 을 좋아하는데, 로베르토 까발리에서는 플라워 프린트 쉬폰 원피스를 선보였는데, 정렬적인 플라워 프린트 쉬폰을 활용한 룩을 선보였다. 랄프로렌은 전형적인 베이직한 코튼 원피스를, 루엘라는 블랙 컬러의 사랑스러운 크리놀린 실루엣의 미니 원피스를 선보였다.
자! 올 봄 유행코드도 확인했으니, 이제 마음 편히 현재 옷장에 있는 아이템을 확인하고 필요한 아이템을 확인하여 앞으로 마구마구 쏟아질 신상에 성숙하게 대처한다면 돌아오는 설에 받은 월급 보너스. 혹은 세뱃돈을 '흥청망청' 이 아닌, 보람있는 소비가 될 수 있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