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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문>
2011-2-24 [이헌규 교수]
[우주와 원자력의 창으로 보는 과학의 세계]
강좌 개설할 때부터 호기심을 가졌다. 그래서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잉크를 가득 채운 만년필과 메모할 노트를 펴놓고 강의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강의 시작 전에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오은영 선생은 네 장이 넘는 프로필을 다 소개할 수 없다며 이 박사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 뒤, 간단히 소개했다. 기술정책 사무관, 원자력 기술원 초대원장, 카이스트 교수, IAEA 연구위원 등등. 왜소하고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속이 꽉 찬 분이었다.
그는 인생이 선택이라며 말을 꺼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타고 갈까, 누굴 만날까 등 우리는 매일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선택하는 순간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30분 만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하니, 얼마나 곤혹스러울까. 나는 매순간 선택 앞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망설였던가. 죽기 전에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하며 가지는 말아야 할 텐데.
이 박사는 본인이 문과에 적합하다고 느꼈지만 부모님 말씀대로 서울 공대에 가야 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영화 속에 나오는 환상적인 두바이 빌딩처럼 디자인을 설계하는 건축과에 가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여러 고민 끝에 기술고시를 준비하여 국방과학 연구원을 하고 카이스트대학에 가면서 군 입대를 면제 받았다.
국가 정책 수립에 참여하면서 보람을 느꼈다. 그는 우리에게 어떤 길을 가든지 국가 정책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직접 정책을 수립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권유했다. 그래서 나도 상상해 보았다. 만일 내가 정책을 세운다면, 공부하는 것이 즐거운 학교로 만들 것이다. 우선 학기 초에 선생이 학생의 기질을 대충 알게 하고 장단점도 파악하게 한다. 그러면 사제 간에 불필요한 힘 빼기는 없어질 것이다.
또 자기 적성에 맞는 공부를 더 많이 하게 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재미없는 과목을 쉽고 재밌게 가르쳐 주는 교사를 초빙하여 기초를 닦는데 힘쓸 것이다. 그러면서 독일의 수업처럼 숲이나 하천 등 체험학습을 통하여 아이들의 심신을 강화시킨다. 주입식 수업이 아닌 물체 중심의 수업을 한다면, 비록 이해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들도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수업이 어디 또 있을까. 더군다나 따돌림 받는 아이들에게 숨겨진 영재성을 빨리 발견해 준다면 그들의 사회성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상상력이 현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만,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온다면 좋겠다.
그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훌륭한 사람들을 만난 것을 값지게 여겼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도 다양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식사가 끝난 뒤 “이 친구가 내 신발을 신고 있잖아.” 하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면을 느꼈다고 한다.
또, “아폴로 타고 달에 두 번 갔는데, 탑승하다가 우연히 뒤를 돌아보았다. 파란 지구의 모습을 보고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 이 순간은 내가 영원히 볼 수 없을 테니까. 우주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싶다. 다시 못 돌아오더라도…….” 라는 이소연 박사의 말을 전해 듣고, 나도 파란 지구를 보러 우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일본 최초의 우주인, 모리 마모루는 “푸른색의 지구가 오염으로 색깔이 변하고 있다.”는 말 한 마디로 유명해졌다. 그가 예전에 이교수에게 ‘핵공학 박사는 이공계 출신으로 선정하라.’ 말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이소연 박사가 우주로 가게 되었을 때, 이교수는 모리 마모루에게 예지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사람들을 직접 만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또한 그와 함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이교수의 강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물은 괴상한 성질이 있어서 물리법칙이나 화학법칙을 지키지 않는다. 물은 온도가 내려가면 부피가 커진다. 그래서 물위에 뜨게 되고, 물 밑에는 물고기가 살 수 있다. 물은 지구가 얼지 않게 지켜준다. 지구의 물의 97%는 바다이고, 3%는 빙하로 되어 있다. 빙하가 녹으면 바다 평균 높이가 60m나 상승한다. 0.036%가 호수나 강, 그리고 저수지이다. 0.020% 가 구름이나 수중기이다. 이것이 돌면서 지구를 지킨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도, 우주 전체 평균 온도가 -275도이다. 이 차가운 곳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기적이라고 한다. 최근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행성을 발견했는데, 낮 기온이 100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지구의 대기권 밖은 -50도에서 -70도이다. 지구의 대기권이 50도를 지켜준다. 대기권 안과 밖의 심한 온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로켓 엔진 개발에 성공한다면, 우리에게 엄청난 진보가 있을 것이다.
우리 몸 에너지를 모으면 수소폭탄 30개에 해당한다고 한다. 수소폭탄 30개의 힘. 말만 들어도 숨이 가쁘다. 그렇게 무한한 힘이 우리 안에 숨어 있다니. 과학적인 표현에서 생동감이 느껴졌다. 문학 표현도 과학적으로 한다면, 훨씬 표현이 다채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는 동물과 식물이 식량 공급, 온도 조절을 한다. 죽은 식물과 동물이 에너지(석탄, 석유 등)를 공급한다. 하루에 성인 1인당 식량 1kg, 물 2kg, 공기 24kg를 섭취한다. 새삼 내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함이 솟구쳤다.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의 밤은 캄캄한 지역과 밝은 지역으로 나뉜다. 불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북한과 수많은 불빛이 점점으로 찍힌 남한을 보면서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보이저 1호(2020년까지), 보이저 2호(2025년까지)에는 55개국 언어로 인사말이 녹음되어 있다. 한국어 인사는 “안녕하세요”로 시작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사진으로 들어 있고, 숫자를 해독하는 방법도 그려져 있다. 만일 외계인과 우리가 서로 소통하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언어로 말을 할까. 우리 민족도 별에서 왔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어느 은하계일까. 엉뚱한 상상을 하다가 그만 말 빠른 교수님의 강의를 몇 군데 놓쳐버렸다.
허블망원경은 무게 11톤, 지름 4.1m. 길이 13.2m. 지구를 돌면서 우주를 촬영하고 있다. 허블 망원경으로 우주가 모든 방향으로 빠르고 균일하게 팽창함을 확인했다. (이것은 아인쉬타인 최대의 실수라고 한다. 안 변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빅뱅. 우주는 팽창한다. 유일하게 인류가 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속도가 원운동을 안 하면 존재할 수 없고, 별을 볼 수 있는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별을 보는 것은 우리 시대만의 행운이라고 한다. 매일 밤하늘을 쳐다보는 나에게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무심히 바라보던 별 하나, 공짜로 마시는 공기, 지구를 감싸고 있는 대기권 등등 무엇 하나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오묘한 이치가 숨어 있음을 새삼 느꼈다.
우주의 별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본 사람들은 초신성 폭발 연구로 노벨상을 몇 개 받았다. 그 이론은 우주의 4분이 3은 수소다. 나머지 4분의 1은 초신성이 계속 폭발하면서 채워준다는 것이다. 또 우주가 137억년의 나이라고 주장해서 노벨상을 받았다. 1927년 만일 빅뱅이 있었다면, 그 여운이 있을 것인데……. TV를 켤 때 치지직~ 하는 소리의 1초는 빅뱅의 에너지일 것이라고 주장해서 노벨상을 받았는데, 정말 대단한 상상력이다.
우리도 어떤 사실을 관찰하고 의문을 제기한 뒤 그럴듯한 답을 생각해내고, 자료 수집과 실험 통해 참. 거짓을 반복 확인한 뒤 새로운 지식이나 이론을 발견한다면, 노벨상이 그리 먼 곳에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
“철학은 해석하는 것이고, 과학은 설명하는 것이며, 예술은 표현하는 것이다.”
어쩜 그렇게 한 마디로 똑 떨어지게 표현했을까. 정답은 없지만, 다양한 기능을 하는 눈 하나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면 훌륭한 과학이라는 이교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학은 미시로 가나 원시로 가나, 물질이 무엇이고, 존재가 무엇이냐를 찾아간다. 결국 과학이나 철학이나 문학이나 모든 것은 존재로 귀결된다는 것을 나는 오늘에서야 확인했다.
아인쉬타인은 시간을 공간의 일부로 생각했다. 공간이 없어지면 시간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의 말을 떠올리면서 스러져가는 옛길이나 문화재, 손때 묻은 물건들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언제나 탐구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호기심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과학자는 왜 다 늙고 못생겼어요?" 어느 꼬맹이의 질문 덕분에 우리는 젊은 시절의 아인쉬타인을 볼 수 있었다. 사진 한 장으로 이교수가 아이의 말 한 마디로 놓치지 않는 섬세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핵무기의 수는 전 세계 약 3만개, 전 세계 9개국이 보유하고 있다. 로켓기술(독일)이 전 세계로 퍼졌을 당시 미국에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있었고, 과학자는 개별 활동을 했다. 그 후 대형 연구소가 탄생(미국 5000명 이상)하여 세계는 바야흐로 경쟁시대로 바뀌었다.
케네디는 10년 안에 우주인을 달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사람들이 왜 달에 보내느냐고 물었더니, “달이 저기 있으니까.”라고 케네디가 대답했다. 실제로 10년 후 달에 사람이 내렸다. 케네디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꿈을 심었다. 나카소네의 집념은 일본을 패전국에서 모든 기술을 다 가진 나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이승만 대통령은 국제법 전공했을 때, 담당 교수가 윌슨이었다. 약소국가를 이해하는 윌슨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3.1운동의 도화선이 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리더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한 분야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먼 길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이교수의 말이 자꾸만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아인쉬타인은 “인간의 두뇌 20%만 사용해도 천재가 된다.”고 말했다. 어느 날 스티브잡스가 나오면서, 창의적 인재는 국가적 자산이 되었다. 창의적 인재가 기본을 닦아서 잡스와 같은 인재로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론을 열심히 하고, 관찰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이 필요하다. 융.복합 시대에 팀을 이끄는 창의적 리더가 필요하다.
현대는 측정기술이 더 발달하고 과학이 철학, 종교 등을 다 연구한다. 과학적인 방법도 중요하지만, 상상력은 그 이상이다.
“나는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아는데, 마누라는 척 보고 안다.”
이박사의 말을 듣고 나는 그의 지문이 어떤 것일까 상상해 보았다. 강의가 끝난 뒤 내 상상이 맞는지 과학자의 자세로 확인했다. 나의 상상력은 적중했다. 그는 타고난 과학자였다. 강의 내용 중에 "세부 구조를 조사하면 할수록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존재하고 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표현이 있었다. 어쩌면 그 말은 그의 운명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끝.
** 오늘 강의를 못 들으신 분들을 위해서 자세히 쓰려고 하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소감문을 쓰라고 하여 군데군데 느낀 점을 넣다보니 삼겹살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잘라내려하니 이미 오겹살로 굳어져서 그냥 올렸습니다.
대충 구워 드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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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날 강의가 다시한번 새록새록...많이 바쁘셨을텐데... 애쓰셨어요~애령샘!! 잘 읽고 담았습니다.
철학은 해석,과학은 설명,예술은 표현이라는 말만 수첩에 메모했었는데....대단하네요. 녹음기를 replay한것 같네요.
평소 메모하시는 습관 눈여겨 보았는데 역시 대단하시네요. 참석하지 못한 저에게 큰 도움됩니다. 감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강의를 들어도, 이렇게 흡수량이 틀리군요.

복습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