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
일본의 문화에는 <혼내또다대마에>라는 말이 있다.
속과 겉이 다르고 말과 마음이 다르다는 뜻이다.
즉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의 웃음 뒤에는
어둡고 괴로운 자기자신의 내면의 사람과 계속 보이지 않게 투쟁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속마음을 감추고 살고 있다.
그래서 생활의 균형이 맞지 않고 정신적 질병과 허탈감속에 방황하며
알코올중독 등의 자기만의 공간을 형성하여 은폐된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이런 일본인의 속성이 앞에서 말씀드린 자살로 연결되는지도 모르겠다.
얼굴에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숨길 수 있는 능력이
일본에서는 어른의 자격 중의 하나이다.
일본인은 감정의 직접 표현,
특히 얼굴로 표현하는 것은 천박하고 실례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감정은 본심에서 나오는 것인데,
일본인은 본심을 혼네(본심에서 나오는 말 또는 행동)라고 하여
자신의 인격 중 가장 비밀스럽고 신중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일본 사회에 순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행동규범과 사회적 통념에 혼네를
한번 비추어 보고 걸러내야 하는데 이 여과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해야 할 말과
취해야 할 행동이 결정된다.
즉 어떠한 역할의 연기를 해야 하는가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혼네를 완전히 위장해 상대방의 감정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그들에게
No라는 대답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말과 행동은 모두 다테마에 (표면적인 원칙,
실제의 본심과는 다른 말 또는 표정 등을 의미)라고 한다.
다테마에는 사람의 얼굴에 해당되는데 이 얼굴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특별한 때에는 그에 맞게 변화하며 언어 이외의 방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다테마에에 따라 행동을 하는 습관은 일본 사회에 매우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사회의 조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본의 이상, 또 사회에의 순응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교육받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현실에 있어서
이 습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일본을 다테마에의 사회로 생각한다면 일본에 대한 인식은 보다
확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라는 다테마에 사회에서 밖으로 드러내는 얼굴 표정은 상황에
어울리는 다테마에의 언동이 그려질 수 있는 백지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일본인의 냉정함 가운데서 이런 다테마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함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냉정함은 감정을 숨기는 가면으로서,
또는 내키지 않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방패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냉정함이 기분이나 목적을 숨기는 덮개라고 한다면,
이는 권모술수를 동반한 교활한 것이라기보다는
무저항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무저항이라는 것은
순종이고, 자발성이나 격렬함이 배제되는 비활동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대다수 일본인은 항상 지시나 지침을 생각하며 자신의 상사나 친구에게
반항하지 않고 순종한다.
한편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접촉은 물론 눈길이 마주치는 것조차 피한다.
또 평온한 얼굴과 깔끔하고 검소한 복장, 소극적 행동 등으로
자신을 은폐해 버린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일본인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냉정함에는
무저항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