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ㆍ공공용 드론수요 기관 귀하
최근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멀티콥터형 드론이 공공수요 획득 현장에서 국산 아닌 국산으로 둔갑하여 활개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국방ㆍ공공수요 기관들에게 국산 드론 식별과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국산 드론 활용과 국가 드론산업 발전”에 대하여 말씀을 드리고자 하오니, 다소 긴 문장이지만 양해하시고 읽어 주시기를 원합니다.
Multi-Copter(Rotor) 드론은 2개 이상의 로터(회전날개)를 이용하여 뜨고 추진하는 회전익기의 일종으로 수직이착륙과 정점체공이 가능하고 개발 및 획득비용이 저렴하여 짧은 비행시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고도-저속의 단거리 임무에서의 유용성으로 최근 들어 고기능을 요구하는 국방, 공공 및 산업분야로까지 그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멀티콥터형 드론도 일반 무인기시스템과 같이 크게 비행체, 지상통제장비, 통신장비(데이터링크), 임무장비(센서) 및 지원장비 등으로 구성이 되는데 오늘은 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행체에 대하여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비행체는 항법장비, 통신장비, 비행제어컴퓨터, 모터, 프로펠러, 배터리, 임무장비 등이 기체(프레임)에 탑재되어 사용자의 임무요구/성능요구/운용요구에 맞도록 안정된 성능과 기능을 구현하도록 해야 하므로 멀티콥터형 드론의 비행체 설계와 제작은 모든 항공기 개발이 그러하듯이 개발 기술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본기술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행체는 사용자가 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요구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비행성능을 보장하기 위해 모터의 성능과 프로펠러의 크기, 개수 및 형상 판단, 각종 전자장비(항법/통신/FC)와 임무장비(EO/IR 등)의 위치와 중량 등을 고려한 프레임을 설계하고 이 모든 장치들을 지탱하면서 적정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동력원(배터리)을 탑재해야 하는 등으로 비행체의 설계와 제작은 그 요구조건이 매우 많고 까다롭습니다. 나아가 운반, 휴대 및 조립/분해의 용이성을 고려한 날개와 지지대의 접힘 조립, 비행체의 무게 중심을 고려한 탑재장치들의 배치, 비행시간 증대에 필수 요소인 기체의 경량화 재질 선택, 특히 항공역학을 고려한 형상 설계 등을 고려하면 비행체의 설계와 제작은 일반적으로 항공기 개발의 기본 프로세스에 비추어 볼 때, 드론의 핵심기술이라고 하는 비행제어컴퓨터와 항법장비 및 지상통제장비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드론의 성능과 기능을 좌우하는 드론 개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기본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행체의 설계와 제작은 완료된 후에도 반복적인 비행시험을 통해 각종 오류를 검증하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정 절차를 거쳐서 비로소 완제품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드론 기업이라면 오랜 기간 동안에 이러한 비행체 설계 및 제작의 기본기술과 더불어 항법, 비행제어컴퓨터 및 지상통제장비 등 핵심기술의 독자개발과 이를 통해 쌓아 온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것이 정상이며, 이러한 기업들이야말로 기본기술과 핵심기술의 국산화 근간을 이루면서 국가 드론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심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선도기업이라 할 수 있는 소형무인기 전문업체를 포함하여 다수의 업체들이 기본기술의 개발을 외면하고 국산으로 위장하는 편법에 편승하고 있는 현상이 증가함하고 있음을 보면서 놀라움을 가집니다. 즉, 드론개발의 필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비행체의 설계 및 제작, 비행시험 등에 대한 시간도 비용도 노력도 들이지 않고 비행성능이 검증된 해외(중국)의 완성 기체를 저가에 수입하여 수요처가 요구하는 성능으로의 EO/IR 임무장비(센서)만을 교체하거나, 비행제어 원천기술이 없어 오픈소스를 부분 코딩하여 자체 제작으로 위장하거나, 나아가 비행조종, 항법ㆍ통신 등 일부 기술을 간단히 손질(?)하여 국산제품으로 둔갑시켜 국방 및 공공기관 등에 납품하는 사례들이 빈번함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체 기술력이나 정부지원 R&D사업으로 국산화 기술개발된 드론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수입부품 조립형 드론들의 저가 공세에 휘둘리고 있는 현실들을 바라보면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비행체의 설계ㆍ제작 및 비행시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완성품 기체를 해외에서 사 들여와 수요처 임무요구에 부합하는 몇몇 부분에 대해서만 적당히 수정, 조립하는 수준이라면 이를 어떻게 국내산 제품이라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국가안보 및 국민안전 분야에 소요되는 드론 획득 과정에서 이런 행위들이 스스럼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 기업은 비행체 껍데기만 들여왔을 뿐이지 부품의 선택과 조립의 과정을 국내에서 했기 때문에(공공조달에서 요구하는 직접생산증명서의 허점을 이용) 국산이라고 고집하는데, 앞에서 설명을 했듯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들을 거쳐서 탄생하는 가장 기본기술인 비행체를 껍데기라고 비유하여 별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알맹이는 무엇이고 그 속은 얼마나 다를까하는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주장의 드론을 구태여 비유하자면 우리가 잘 아는 진품과 외형만 꼭 닮은 짝퉁 시계나 짝퉁 가방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짝퉁도 제작만큼은 직접 하는데, 하물며 기체 제작조차도 직접 하지 않고 해외에서 제품으로 통째로 들여와 수정한 것이므로 이는 외산 수입품 또는 외산 조립품으로 국산을 위장한 가짜제품이라고 함이 더 적절하다고 합니다.)
이들 기업의 핑계(?)는 “기술력이나 국산화 수준보다는 최저가 입찰을 위주로 하는 국방 및 공공기관 사업의 수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비행체를 직접 개발하려면 설계와 기체 금형 등에 노력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반면에 비행체를 저가에 수입하여 조립하면 적정 비행성능을 보장받으면서도 이런 비용을 들이지 않음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술과 가격 경쟁에서 모두 유리한 조건을 가지게 된다면서 이런 행위에 대해 무엇이 잘못이냐고 오히려 반문하기도 합니다.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어떤 행위라도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태도가 놀랍고 너무 당당합니다. (이는 현재의 법적 미비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당장 시비나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행위였습니다.)
값싸고 성능 좋은 제품을 획득하려고 하는 소비자(수요기관)의 구매요구와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면 오늘날 이러한 현상은 국방ㆍ공공기관들의 획득예산 절감 계획이 만들어 낸,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는 드론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요자들을 자기 논리의 설득으로 기만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바, 산업발전의 초기에서 국가적으로 4차산업혁명기술의 한 축으로 성장ㆍ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한국의 무인항공기(드론) 산업 발전 측면에서 이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지극히 위해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계속해서 묵과된다면 국내기술을 고집하며 묵묵히 개발에 전념해 온 순수 드론기업들은 사업획득에 실패하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드론산업의 기술적 근간을 무너뜨리는 사태가 올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드론 업계에서 공공연한 현상이 된 이러한 현실에서, 국산기술 기업들은 이대로는 승산이 없으니 우리도 중국드론을 수입/조립해서 납품해야하지 않나? 를 심각하게 고민함을 보면서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지난해 대통령께서는 연초 국방업무보고 시에‘드론 관련 기술의 속도 있는 접근’(20.01.20)을 강조하였고, 국방장관은‘무인기 관련 국가기술 발전에 우리 군의 선도적 역할’(20.01.31)을 강조했음을 기억하면서, 이는 모두 순수 국산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가 드론산업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적어도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을 책임지는 국방 및 유관 공공기관부터라도 순수 국산드론 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처럼 가면을 쓴 기업들의 거짓 정보와 술수에 기만당하지 않도록 드론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를 높이고 국산기술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 정보를 모으고 배우며, 나아가 현행 획득제도의 허점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 미국은 국방 및 사법 분야에 운용되는 드론을 중심으로 중국산 드론(완제품 및 부품조립 포함)의 공공용 사용을 금지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2019년 말, 미 의회는 2020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과 드론관련 법안들에 중국산 드론 및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드론 구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웃 일본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2020년 1월 29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에서 운용하는 모든 중국제 또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상용 무인기(civil drone)』를 사용하지 말도록 지시하는『No-Fly Rule』법안에 서명하였으며, 이에 따라 내무부(DOI)는 미 행정부 내 모든 중국산 무인기(UAV) 운용을 정지시켰으며, 지난해 12월에 미 국방부는 지역별 합참, 통합군사령부와 각 군이 사용하는 중국제 또는 중국 부품을 사용하는 무인기를 운용하지 말라는 행정지시를 시달한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더 다양한 정책 지시가 있음)
필자는 국내 최초의 무인항공기 해외도입과 국내개발 전력화를 담당했던 소중한 경험을 시작으로 지난 20여 년 이상 동안, 국방 및 민간분야 무인항공기의 기술, 제도 및 정책 발전을 위해 한국 무인항공기 산업 발전의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해 오면서, 항상 국가 드론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기술개발과 국산제품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어도 국방ㆍ공공기관만이라도 국산 드론을 활용해야 국내 드론산업이 발전할 수 있음을 당부해 왔습니다. 무인항공기 산업 발전의 초입에서 세계 각국이 민/군수용 드론 개발의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국내기술을 보호ㆍ우대하고 이를 통해 우수한 우리 기술의 탄생을 도우며 적극 활용할 때에 비로소 우리의 제품과 기술도 세계시장에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가지면서 해외 수출시장 경쟁력을 높여 국익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기술로 만든 우리 제품을 더 사랑하고 더 활용하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며, 적어도 국방, 안보, 안전 분야의 공공분야 드론 획득에서부터 이를 선도적으로 실행해 가는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국방 및 국가공공기관 및 지자체들이 국가 드론산업 발전을 위해 가능한 국산기술이 많이 적용된 국내 생산 드론제품의 활용에 대하여 공감과 지지를 넘어 당장의 실행을 위하여 미흡한 제도발전에의 노력도 적극 참여해 주실 것을 간절히 원하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