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길을 떠내는 칼솜씨
―이철수 판화가
이인평
칼이 붓이다, 그는
하늘의 여백을 품고 나왔다
삶을 지치게 하는 세속 허울들은
그의 칼끝에서 생략되었다
그의 작품은 하늘과 땅 사이에
발자국 몇 개 찍고 가는 적막을 품었다
세상의 소란은 슬쩍 비워버리고
가난의 뼈를 스쳐온 향기를 담아냈다
추수하듯 목판에 새긴 그의 그림들은
간결한 시어와 함께 맑은 풍경이 되었다
그의 칼이 ‘가난 없는 생활을 스스로 의심’하며
탐욕 지워진 자연의 침묵을 그릴 때
칼끝에서 생동하는 바람소리는
은총의 햇살로 안겨드는 그의 숨결이었다
일찌감치 뜬 놈, 난 놈들의 아우성에 귀를 막고
이름마저 버린 농사꾼이었지만
명상의 길을 떠내는 그의 비범한 칼솜씨는
오히려 한 시대의 풍자로 드러났으니
칼을 붓 삼고 사는 바보 같은 촌놈 하나
낮추고 낮추어 산자락으로 숨어들었으나
타고난 재주 죄다 들통나네
* ‘가난 없는…’은 그의 작품에서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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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길을 떠내는 칼솜씨―이철수 판화가
허공한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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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0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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