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얻는 기쁨(K에게 보내는 편지 2)
구미 남계초등학교 교감 김영곤
‘버리고 기쁨을 얻는 곳’ -
지난 주말의 남도 여행 중에 계속하여 내 머리 속을 맴돌았던 화두입니다.
보성다원에서라고 기억되는데, 이 글귀를 읽어서인지 금방 체험(?)을 하고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묘한 웃음과 함께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뜻의 말이라도 ‘해우소(解優所)’보다는 훨씬 더 패러디하고 역설적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순간, 자신의 기억과 자신과 관련되는 모든 것(자신까지도)을 잔인하리만치 무섭게 버리는 연습을 했던, 재작년 여름 마음수련회가 기억되었습니다.
동시에, 버렸을 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였습니다.
어제는 일년 내내 한번도 열어보지도 않은 플로피 디스켓 박스, 쓰지도 않고 쌓아둔 아파트의 창고 속 잡동사니들, 수년 동안 읽지 않았던 서가의 잡지들을 미련 없이 버렸습니다.
아파트가 3평이나 더 넓어진 것 같아 기뻤습니다.
오늘은 퇴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승용차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더 없이 즐겁게만 들렸습니다.
기다리는 가족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환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방학이라 조용한 교무실을 지키면서 온 종일 가족들에 대한 나쁜 기억들을 계속해서 버렸기 때문입니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라는 ‘법정 스님’의 글귀를 되뇌이면서.
내일은 우리 학교에 관련된 나쁜 기억들을 지워버리기로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는 ‘버리고 얻는 기쁨’의 폰 메시지를 보낼 것입니다.
개학날, 해 맑은 웃음으로 다가올 아이들을 마음껏 껴안아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만들어 보자는 메시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