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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데이비드 벨라스코의 <나비 부인>
대본 루이지 일리카, 주세페 자코사
초연 1904년 2월 17일 밀라노 스칼라 극장
1904년 5월 28일 브레샤의 그란데 극장(개정판)
배경 19세기 후반(원작에 의하면 1895년 청일전쟁 당시) 일본의 나가사키
<2009.3.7일 뉴욕 메트 공연 / 146분 / 한글자막>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합창단.발레단 / 패트릭스 서머스 지휘 / 안소니 밍겔라 & 캐롤린 초아 연출
초초상............나비 부인......................................패트리샤 라세티(소프라노)
스즈키............나비 부인의 하녀............................마리아 지프책(메조소프라노)
핑커튼............미국 해군 중위...............................마르첼로 죠르다니(테너)
샤플레스.........나가사키 주재 미국 영사..................드와인 크로프트(바리톤)
고로...............중매쟁이.......................................그렉 페들리(바리톤)
본조...............나비 부인의 삼촌. 일본 승려.............딘 패터슨(베이스)
야마도리 공.....나비 부인에게 구혼하는 일본 귀족.....데이비드 원(바리톤)
2006년 시즌 메트에 올려진 후, 2009년 시즌 리바이벌과 동시에 라이브 HD 영상으로 제작되어
전세계 극장에 동시에 상영되며 에미상과 피바디상을 수상한 고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연출한 공연입니다.
기본적으로 '보면서 듣는 것'인 오페라의 특성에 잘 부합하는 '볼 거리'가 많은 공연이었습니다.
텅 빈 공간마저도 여백으로 활용하는 효율적인 무대 연출,
최소한의 소품만 사용함으로써 광활한(?) 무대에 무방비상태로 내던져진 가수들.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색감과 디자인의 무대의상,
빛의 소실점으로 관객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흡입력 강한 조명 등
앞으로 오페라 연출이 강화해 나가야 할 지점들을 조목조목 명확히 짚어 주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전통 인형극인 '분라쿠'를 도입, 꼭두각시 인형을 출연시킨 창의적인 연출은
이 공연의 백미이자 여타의 공연이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자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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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오페라 에센스 55, 박종호> 390쪽
19세기 후반 개항 직후의 나가사키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나가사키에 주둔한 미국 군함의 해군장교인 핑커튼 중위는 일본에 잠시 머물 거처와 여자를 함께 구한다. 일본인 뚜쟁이가 그에게 15세의 어린 게이샤 초초상을 소개하고 둘은 결혼한다. 그러나 이 결혼 생활은 핑커튼에게는 부임지에서 벌어지는 장난일 뿐으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백인 여자와 정식 결혼을 할 셈이다. 그러나 남자의 마음을 모르는 초초상은 이 결혼을 인생의 새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그녀는 가문이 몰락하고 아버지가 할복자살하여 홀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게이샤로 입문했지만, 이제 한 남자의 부인이 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핑커튼은 미국으로 돌아가고 3년이 지난다. 초초상은 그의 귀환을 학수고대하지만, 그는 소식도 없다. 초초상은 그동안 그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결국 핑커튼이 돌아오지만, 금발의 부인을 대동한 채로다. 이제 초초상에게 남은 것은 부친을 따라가는 길뿐이다. 그녀는 “명예롭게 살지 못할 바에야, 명예롭게 죽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마치 이 순간을 수천 번이나 예상했던 것처럼 머뭇거리지도 않고 비장하게 자신의 목을 칼로 긋는다.
=== 프로덕션 제작 노트 : 새로운 나비 부인을 창조하다 ===
<영상물 내지 해설, 엘렌 킬 & 엘라나 파크 / 박제성 번역>
2004년 가을, 무용수와 배우, 인형극 조종가들이 모여 런던의 웨스트 햄스티드에서 즉흥적인 워크샵의 일환으로 작은 리허설을 가졌다. 이들을 불러모은 장본인은 아카데미상 수상자이자 영화 제작가인 안소니 밍겔라와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그의 아내, 캐롤린 초아였다. 2006년 11월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단(ENO)이 기획한 푸치니의 '나비 부인'을 위한 새로운 프로덕션을 위촉받은 밍겔라는 리허설을 시작하기 직전부터 머릿속에 떠오른 몇몇 이미지들을 실험해보고 싶어 했다. 이것은 새로운 오페라 프로덕션이 일반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아니었는데, 밍겔라에게 있어서 이 모임은 자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극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주 적절한 기회였다.
"극장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영화 제작자로서 보여주거나 오페라 하우스에서 영화를 찍는 것보다 훨씬 극적인 것을 만듭니다."라고 훗날 밍겔라 감독은 프로덕션을 메트에서 초연할 때의 당시를 설명했다. "희극작가로서 시작한 만큼 나의 훈련방법은 어디까지나 극장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내 자신에게 극장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상기시키죠. 나는 오직 극장에서 할 수 있는,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극장에서만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 극장에서의 현재, 혹은 단순함이나 가식."
워크샵은 일본 고전 극장과 서양의 오페라 극장 사이에 존재하는 흥미로운 유사성에 관심을 갖게 해 주었고, 표현가능한 장치들과 강력한 스토리텔링 사이의 균형을 찾아낼 수 있었다. 프로덕션의 조감독이자 안무가인 초아는 교차적 문화가 강한 지역인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여인으로서 이러한 것에 친숙했다. 더 나아가 그녀의 무용과 오페라에서 걸친 다양한 경험 덕분에 그녀는 실험적인 극, 특히 아시아 극장 문화의 전통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초아는 자신이 높이 평가해온,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형극단인 블라인드 서밋 씨어터에 밍겔라를 소개했다.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들이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는 분라쿠 스타일의 인형극의 애호가인 닌 반스와 마크 다운은 이 극단의 창립자이다. "인형극을처음 보았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극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인형 조종사들이 극을 관f람하고 있는 제 시야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초아는 회상한다. "나는 곧 그 인형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밍겔라는 즉시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오페라의 중심적인 캐릭터로 사용하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초초상의 어린 아이로 묘사되었다.
베테랑 무대 디자이너인 마이클 레빈은 상호적인 영감과 탐구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그 워크샵의 의도를 받아들였다. "나는 리허설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명확해진 그 방에서 벌어진 실험들을 받아들여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무대를 가득 채우거나 텅 비게 해서 인형이 존재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내고자, 어떻게 하든 다른 협력자들과의 매개물을 찾으려고 했죠."
무대에 대한 레빈의 관점은 극을 주도하는 팀과 완벽하게 들어맞은 것처럼, 워크샵의 성공은 그들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일본의 미학을 토대로 한 오페라의 그 세계와 맥락을 새롭게 창조하고자 했습니다. 그 무대는 대단히 순수한 흐름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을 이루는 요소로서 일종의 빈 공간을 가지고 있죠."라고 초아는 설명한다. "그리고 바로 그 세계로 이탈리아 오페라를 밀어 넣은 것입니다. 일본이라는 세계는 현실감을 고조시키는데,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핑커튼이 일본을 바라 본 방식이기 때문이죠."
우아한 배경의 이면에는 일종의 억압의 기운이 무대 디자인을 통해 전달된다. 밍겔라는 색채와 공명이 대담하게 튀어오르는 모습을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상하이 태생의 패션 디자이너로서 밍겔라와 초아의 친구인 한 펭의 아이디어에 의지하기로 했고, 그녀는 이 프로덕션을 통해 무대 의상 디자이너로 데뷔할 수 있었다.
한 펭의 생동감 넘치는 아시아풍의 디자인은 세계의 패션 관련 언론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전에는 한 번도 극장에서의 작업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범아시아적인 취향과 광범위한 시대의 리서치를 결합하여 나비부인의 의상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결혼식 장면은 "축제 분위기의, 보석과도 같고 불꽃과도 같으며 일종의 향신료와도 같다."라고 그녀는 설명하며, 그 이후로는 비극이 다가옴에 따라 의상들은 점점 약화된다. 밍겔라와 초아가 전통적인 기모노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 펭은 자신의 에너지를 색상, 텍스쳐, 패턴 등을 비롯하여 폴카 도트, 스트라이프, 중국풍 피오니 등을 연출하는 데에 쏟았다.
2회에 걸친 올리비에상 수상자인 조명감독 피터 멈포드 또한 밍겔라가 자신의 역동적인 팀에 합류시킨 아티스트이다. 멈포드는 저명한 조명감독임과 동시에 노련한 무대감독이자 의상 디자이너, 심지어 감독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 창조적인 팀 모두는 푸치니의 '나비 부인'과 그 내러티브를 정면으로 맞이했다. "밖에 나가서 20여 개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오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닙니다."라고 밍겔라는 말했다. "우리가 할 일은 감정적인 풍경들을 실험하는 것이죠. 이것은 사람들에 의해 조각난 우리의 마음을 진심으로 다시 모으는 것입니다. '나비 부인'에서 진정 놀라운 것은 무대에서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들이 이루어냈다는 점입니다."
밍겔라의 프로덕션은 ENO에서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다음, 총 매니저인 피터 겔브의 주선으로 메트에서 2006년 9월 첫 시즌 작품으로 다시 선을 보였다. 메트의 음악감독인 제임스 레바인의 지휘로 공연되었으며, 이날 밤의 연주회 실황은 맨해튼의 타임즈 스퀘어와 링컨 센터의 야외 광장에서 거대한 화면으로 생중계되었고, 이러한 이벤트는 메트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2008년 밍겔라가 세상을 떠난 뒤 초아는 이 DVD에 수록된 2009년 리바이벌 공연을 이끌었고, 에미상과 피바디상을 수상한 이 라이브 HD 영상물은 전세계의 영화관에서 상연되었다.
비록 프로덕션이 메트 무대로 옮겨지며 약간의 수정이 가해지긴 했지만, 첫 워크샵에서 보여준 그 실험 정신은 이 '나비 부인'무대의 개념적인 출발점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가 함께 일한 것은 마치 재즈 앙상블 같아서 몹시 독특하고도 흥미로웠죠."라고 마이클 레빈은 회상한다. "오페라의 세계에 있을 때보다 극장에서 이러한 경험을 더 많이 하곤 했어요."
"이 프로덕션을 언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다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라고 밍겔라는 말했다. "이것은 극장의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일부분으로서 그 결과가 어떻든 나는 작가로서 내 자신의 권위는 일체 생각하지 않습니다. - 영화에서는 특히 중요한 일이죠. 여기에서 유일한 권한을 가진 작가는 바로 푸치니입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최진영 글>
나비부인
지아코모 푸치니
존 롱의 소설 《나비부인》을 데이비드 벨라스코가 희곡화 하였고, 이 연극을 본 푸치니가 곧바로 오페라로 만들 것을 결심하고 주세페 지아코사와 루이지 일리카에게 대본을 부탁하였다. 주인공이 노래하는 부분의 비중이 큰 근대적인 오페라이며, 푸치니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가운데 하나이다.
초연은 실패하였으나
롱(John Luther Long, 1861~1927)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벨라스코의 희곡 《나비부인》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을 때, 런던에서 이 작품을 본 푸치니는 이 희곡과 특히 여주인공인 쵸쵸상의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겼다. 푸치니는 이미 성공한 희곡이라면 오페라의 성공 역시 보장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푸치니는 좋은 대본을 중요시 하였기에 연극이 끝나고 바로 벨라스코에게 가서 이 작품을 오페라로 만들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협상이 지체되자 지금까지 자신이 성공한 작품들의 대본을 맡았던 주세페 지아코사(Giuseppe Giacosa, 1847~1906)와 루이지 일리카(Luigi lllica, 1857~1919)에게 대본을 부탁하였다. 이때가 1900년이었는데, 푸치니의 요구가 까다로워 대본은 1902년에야 완성되었다. 대본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푸치니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
1903년 곡이 완성되어 1904년 2월 17일,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 처음 오른 이 작품의 첫 공연은 푸치니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동양풍의 무대, 그리고 지나치게 길었던 2막의 길이 등이 실패의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단 하루 만에 막을 내리고 다시 자신의 총보를 찾아온 푸치니는, 토스카니니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아리아들을 버리고 2막을 두 장으로 나누었으며, 남자 주인공 핑커튼의 아리아 등을 추가하였다. 개정판은 같은 해 5월 28일 밀라노와 가까운 브레시아의 그란데 극장에 처음으로 올렸으며, 이때의 반응은 대성공이었다.
푸치니가 사랑한 여인
푸치니가 자신의 오페라 여주인공 가운데 가장 사랑한 캐릭터가 쵸쵸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나중에 푸치니는 자신이 구입한 거액의 요트에도 ‘쵸쵸호’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때문에 오페라의 아름다운 아리아는 대부분 나비부인의 독창이나 아니면 2중창으로 되어있으며, 주인공인 쵸쵸상은 거의 쉴 틈 없이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렇게 여주인공의 체력적 한계를 시험하는 오페라지만, 스토리 자체와 관련된 극적인 무대연출, 그리고 당시 서구에서 상당히 이국적이고도 흥미롭다고 느꼈을 동양적 5음음계 및 푸치니가 수집한 일본의 속요와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그 선율이 이루어내는 유도 동기의 역할 등은 이 작품을 푸치니의 대표작으로 만들어 놓았다.
남자에게 순정을 바치고, 현실에 목숨을 버리고
일본 항구에 잠시 주둔한 미국 해군 장교인 핑커튼은 샤플레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쵸쵸상(蝶さん, 쵸쵸는 나비를 뜻함)과 결혼을 한다. 쵸쵸상은 아버지가 죽어 홀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게이샤가 된 여자였다. 하지만 이 열다섯 살의 작은 소녀는 핑커튼에게 소위 ‘현지처’일 뿐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 쵸쵸상은 행복하게 그의 신부가 된다. 게다가 그녀는 핑커튼과 결혼을 하기 위해 자기 집안의 종교를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하였는데, 결혼식에서 친척 본조가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그녀의 친척들은 모두 핑커튼이 그녀를 버리고 떠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쵸쵸상은 개의치 않고 남편의 손에 입을 맞추며, 둘은 첫날밤을 맞으며 1막이 끝난다.
2막에서 쵸쵸상은 미국으로 귀환한 지 3년이 지난 핑커튼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아직도 핑커튼이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러 온 샤플레스에게는 사실 이별 통보가 적힌 핑커튼의 편지가 있었다. 샤플레스와 함께 온 결혼 중매인 고로는 쵸쵸상의 가난한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야마도리라는 부자와 결혼을 권한다. 야마도리가 등장해서 열렬한 구애를 펼치지만, 자신은 결혼한 몸이라고 한사코 거절하는 쵸쵸상을 보고 샤플레스는 그만 핑커튼의 편지를 전하지 못한다. 고로와 야마도리가 떠나고 샤플레스는 다시 한 번 쵸쵸상에게 핑커튼의 편지를 읽어주려고 시도한다. 편지를 채 읽기도 전에 내용을 오해하여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며 기쁨의 환호를 지르는 쵸쵸상에게 샤플레스는 야마도리와 결혼을 하라며 충고하고,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쵸쵸상은 방으로 들어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핑커튼이 떠난 후에 낳은 아이로 핑커튼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쵸쵸상은 이 아이에 대해 핑커튼에게 이야기를 전할 것을 부탁한다.
샤플레스가 떠나고 잠시 후 항구에서 들려오는 대포소리에 쵸쵸상은 남편이 돌아왔다고 생각하여 행복해한다. 집안을 장식하고 자신과 아이의 몸을 단장한 쵸쵸상은 문창호에 구멍을 내어 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렇게 새벽이 되고 아이는 잠들었지만 쵸쵸상은 밤새 그렇게 밖을 지켜보았다. 스즈키는 좀 쉬라고 권하지만 쵸쵸상은 오히려 스즈키를 돌려보내고, 방으로 가던 스즈키는 핑커튼을 만난다. 핑커튼에게 쵸쵸상이 3년 동안 매일 항구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전하지만, 미국 부인과 함께 온 핑커튼은 그저 아이를 데려가게 해달라고 말한다. 스즈키는 쵸쵸상에게 모두 말할 것을 결심하고, 스즈키를 부르며 나왔다가 미국 부인을 본 쵸쵸상은 모든 것을 깨닫는다. 미국 부인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쵸쵸상은 그녀의 행복을 기원하며 핑커튼이 직접 오면 아이를 주겠다고 말하고 그들을 돌려보낸다. 스즈키에게 아이와 있으라며 내보내지만, 스즈키는 불안한 예감에 주저하고, 그런 그들에게 호통을 친 쵸쵸상은 방안으로 혼자 들어간다.
그녀가 방 안에서 꺼낸 작은 칼, 그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황제의 명으로 자결할 때 사용한 유품으로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쵸쵸상이 핑커튼을 만나 자신을 소개할 때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그때 스즈키가 방 안으로 아이를 밀어 보내고, 쵸쵸상은 아이와 마지막 포옹을 한 채 병풍 뒤로 간다. 잠시 후 나비부인과 함께 병풍이 쓰러진다. 밖에서 핑커튼이 쵸쵸상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핑커튼과 샤플레스가 방으로 함께 뛰어 들어오지만, 죽은 쵸쵸상 옆에 있는 아이만 영문을 모르고 두 남자를 쳐다볼 뿐이다.
핑커튼과 쵸쵸상의 2중창, ‘저녁은 다가오고’(Vieni la sera)
이들이 혼례의식을 하는 중에 숙부 본조가 나타나 쵸쵸상의 개종을 비난하며 난동을 부려, 친척들이 모두 떠나고 둘만 남아 있을 때 슬퍼하는 쵸쵸상을 위로하는 핑커튼과 함께 부르는 2중창이다. 무려 15분이 넘어가는 길이의 곡으로, 푸치니의 사랑의 2중창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극적인 곡이라고 평가된다. 쵸쵸상은 핑커튼에게 그의 첫 인상을 이야기 하며, 핑커튼이 나비라는 뜻의 이름이 귀엽다고 하자 쵸쵸는 서양인들이 정말 나비를 잡아서 고정시키는지를 묻고, 핑커튼은 그것은 나비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부분이 이 연인의 상황과 비극적 미래를 암시한다. 2중창의 후반부에서는 둘의 아름다운 사랑만을 노래한다.
2막 1장 쵸쵸상의 아리아, ‘어느 개인 날’(Un bel di vedremo)
2막 1장에서 쵸쵸상이 부르는 노래로,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이다. 하녀 스즈키가 “외국인 남자는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말하자 쵸쵸상은, 미국으로 귀환한지 3년이 지나 꼭 돌아오겠다는 핑커튼의 약속을 되새기고 그 날의 모습을 상상하며 부른다. 어느 개인 날에 배가 항구에 정박하고 남편이 내릴 때, 바로 나가지 않고 숨어 있을 것이라는, 그러면 남편이 나비라고 자신을 부를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기다림을 약속하는 내용을 가사로 하고 있다. 여기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마중 나가는 순간에, 정말 죽지 않으려고”) 쵸쵸상은 이 부분에 세팅된 주요 선율을 외치듯 노래한다. 이후의 쵸쵸상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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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4월 6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푸치니, 나비부인
존 루터 롱의 소설을 루이지 일리카, 주세페 자코사가 각색
1904년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초연
2차대전 때 히로시마와 더불어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으로 유명한 항구도시 나가사키. 이곳에는 일본으로 귀화한 스코틀랜드인 토머스 글로버의 저택과 글로버 공원이 있고, 공원에는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역 소프라노 미우라 다마키가 극중 차림새로 아이를 데리고 서 있는 동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제국주의 열강에 문을 열었던 일본에서 개항과 함께 서양 문물을 제일 먼저 받아들인 곳도 바로 이 나가사키였습니다. 서양인들이 들어오자 일본 게이샤들은 이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게 되었고, 매춘과 국제결혼으로 인해 새로운 사회문제들이 생겨났지요. 이들과 결혼까지 했다가 남자가 혼자 본국으로 돌아가 버려 버림받는 게이샤도 더러 있었습니다.
미국 작가 존 루터 롱은 선교사의 아내로 나가사키에 살았던 누이를 통해 이런 게이샤의 실화를 알게 되었고, 1898년 미국 잡지 <센추리 일러스트레이티드>에 이 실화를 소설로 각색해 연재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실 이와 비슷한 소재를 다룬 피에르 로티의 소설 [국화부인]이 이미 세상에 알려져 있었고, 롱 역시 로티의 작품을 상당부분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극작가가 이 흥미로운 소재를 연극으로 만들고 싶어했지만, 숱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이 작품을 연극으로 옮길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낸 사람은 데이비드 벨라스코였습니다. 연극으로도 크게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런던으로까지 진출했고, 푸치니는 런던에서 [나비부인]을 연극으로 보자마자 이 소재로 오페라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흥행감각이 탁월했던 푸치니는 이미 연극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을 오페라화하는 것이 인기를 보장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본은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자코사에게 맡겼습니다.
결혼에 모든 것을 건 게이샤의 비극
1막은 나가사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일본식 집에서 시작됩니다. 미국 해군 장교 핑커튼은 아버지가 할복자살하고 집안이 몰락해 게이샤가 된 열다섯 살의 ‘초초’상('나비'라는 뜻의 게이샤 예명. ‘버터플라이’는 서양인 고객을 위한 이름)과 일본식 전통 혼례를 치릅니다. 핑커튼 쪽에서는 장난에 불과했지만, 핑커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버터플라이는 이 결혼에 모든 것을 걸고 기독교로 개종까지 하죠. 나가사키에 주재하는 미국 영사 샤플레스는 그녀의 진심을 느끼고 걱정하며 핑커튼에게 신중하라고 충고하지만, 핑커튼은 그 충고를 가볍게 넘깁니다. “온 세상을 누비는 우리 양키는 온갖 위험도 아랑곳 않고 이윤과 쾌락을 쟁취하죠. 어디든지 맘 내키는 대로 닻을 내리고...” 물론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당연히 미국 여성과 새로 결혼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죠.
혼례식 중에 버터플라이의 숙부가 나타나 개종을 꾸짖으며 난동을 부리자 친척들은 다 식장을 떠나버리고, 괴로워하는 버터플라이를 달래며 핑커튼은 첫날밤을 맞이하는 사랑의 이중창을 부릅니다. 이 오페라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면서, 뚜렷이 엇갈리는 남자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내면을 드러내 뒤에 올 비극을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1막과 2막 사이에는 3년이 넘는 세월이 놓여 있습니다. 미국으로 떠난 지 3년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는 핑커튼을 버터플라이는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하녀 스즈키가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남편이 돌아왔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단념을 권하지만, 버터플라이는 요란하게 화를 내며, 남편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담은 아리아 ‘어떤 갠 날’을 부르지요. 그러나 핑커튼은 미국에서 이미 케이트라는 미국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샤플레스 영사는 핑커튼의 편지를 들고 나비부인을 찾아오지만, 차마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한편 일본인 뚜쟁이 고로는 부자인 야마도리를 버터플라이의 집에 데려오지만, 버터플라이는 기혼여성에게 감히 청혼을 하다니 무례하다며 그의 구애를 거절합니다. 그리고 아장아장 걷는 핑커튼의 아들을 영사에게 보여주며 꼭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려달라고 부탁하지요.
영사가 돌아간 뒤 예포 소리가 들리고 핑커튼이 탄 군함이 항구에 닻을 내립니다. 버터플라이는 감격에 겨워 온 집안을 꽃으로 꾸며놓고 밤새 남편을 기다립니다. 스즈키와 아이는 지쳐 잠이 들고 버터플라이 혼자 꼿꼿이 앉아 있는 가운데 유명한 ‘허밍 코러스’가 들려옵니다. 허밍 코러스는 이탈리아어로는 ‘입 다물고 부르는 합창(Coro a bocca chiusa)’입니다.
새벽이 밝아온 뒤에야 버터플라이는 잠시 방안으로 들어가 눈을 붙입니다. 그 사이 핑커튼과 케이트, 영사가 나타나 스즈키에게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핑커튼은 온 집안에 가득한 꽃들을 보고는 괴로워서 숨어버리고, 케이트는 버터플라이 앞에 나타나 아들을 친자식처럼 잘 키우겠다고 약속하죠. 버터플라이는 30분 후에 핑커튼이 직접 아이를 데리러 와야 한다고 말하고, 다들 떠난 사이에 아이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한 뒤 병풍 뒤로 가서 ‘명예롭게 살 수 없다면 명예롭게 죽으리라’라고 쓰여 있는 아버지의 칼로 자결합니다. 핑커튼이 돌아와 ‘버터플라이’를 외쳐 부르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푸치니의 신념 - 극적 충격이 공연 성패의 관건
연극 [나비부인]의 극본과 연출을 맡았던 벨라스코는 군함이 항구에 도착한 뒤 핑커튼이 집에 올라오기까지 걸리는 저녁, 밤, 새벽까지 시간을 뛰어난 감각의 조명으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버터플라이 역의 주연배우를 14분 동안 정지 자세로 무대 위에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연극 무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긴 정적이죠. 푸치니는 특히 이 장면과 피날레의 자결 장면에 감격했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무대 뒤로 달려가 벨라스코에게 이 작품을 오페라로 만들기 위한 계약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푸치니가 엄청난 자신감으로 추진했던 1904년 라 스칼라 극장 초연은 완전히 실패였습니다. 초연 때는 2막 1장과 2장 사이에 구분이 없었는데, 관객은 2막이 너무 길어 상당히 지루해했다는 것이죠. [마농 레스코], [라 보엠], [토스카]의 연이은 성공으로 이미 대단한 명성을 얻은 푸치니는 절대로 작품을 고치려 들지 않았지만, 주변 친구들의 간곡한 설득으로 결국 2막을 둘로 나눴고 길이를 줄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같은 해 브레시아에서 재초연한 [나비부인]은 놀라운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요.
푸치니는 [나비부인]에서 부분적으로 동양의 5음계를 사용하고 미국 및 일본의 국가와 민요를 인용해 넣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푸치니 시대의 작곡가들이 이해하는 ‘음악적 이국풍’은 이후 20-21세기 현대작곡가들이 관심을 갖는 ‘비서구세계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전자가 ‘단순한 호기심’이나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면 후자는 ‘공동체 의식’에 기초하고 있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국풍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에서 출발한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서양인들로 하여금 일본이라는 나라를 아시아나 동양 전체로 확대해서 바라보게 하는 오류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도, 이탈리아적 감성에 충만한 푸치니의 선율과 섬세하고 시적인 대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관객에게서 매번 감동의 눈물을 이끌어냅니다. “극적 충격이 큰 작품이 아니면 처음부터 내 오페라의 소재로 택하지 않는다”고 푸치니 스스로 공언하기도 했지만, [나비부인]은 특히 연극적인 재미가 큰 작품이죠. 연출의도에 따라 다양한 자결 장면을 볼 수 있는데요, 붉은 천이나 조명을 사용해 온 무대를 핏빛으로 채우는 방식이 가장 흔합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인형극 ‘분라쿠’ 형식을 차용한 메트로폴리탄 무대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나비부인-핑커튼 순
[음반] 마리아 칼라스 / 니콜라이 게다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밀라노 라 스칼라 가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5년 녹음, EMI
[음반] 미렐라 프레니 /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1974년 녹음, Decca
[DVD] 미렐라 프레니 / 플라시도 도밍고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장 피에르 포넬 연출, 1974년 영화판(한글자막) DG
[DVD] 패트리셔 래시트 / 마르첼로 조르다니 등, 패트릭 서머스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앤소니 밍겔라 연출, 2009년 실황(한글자막), Sony Class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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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2월 18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어느 갠 날
푸치니 <나비부인>
죤 롱(John Luther Long)의 소설 [나비부인(Madame Butterfly)]을 벨라스코(David Belasco)가 희곡으로 만들고 그 내용에 감동한 지아코사(Giuseppe Giacosa)와 일리카(Luigi Illica)가 대본을 썼다. 초연은 실패, 하루 만에 막을 내렸으나 토스카니니의 의견을 받아 들여수정하고 남자 주인공 ‘핑커톤의 아리아’를 추가한 재연(再演)은 대성공이었다.
망부석(望夫石)처럼 외국인 남편을 기다리는 나비부인의 애타는 마음
1895년 무렵 일본의 나가사끼(나가사키, 長崎) 항구에 대포 소리가 울리고 미국 해군 장교 핑커톤은 나가사끼에 입항하여 나비부인을만나고 서로 사랑하게 되어 결혼한다. 나비부인은 무사(武士)의 딸이지만 아버지가 죽어 생계가 어렵게 되자 게이샤(藝者=일본 기생)가 되었다가 핑커톤을 만났던 것이다.
그때 신부의 나이는 15세였다. 둘의 신혼살림 집은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작은 언덕에 마련되어 있다. 얼마 뒤 핑커톤은 본국으로 돌아가 미국 여성 케이트와 정식 결혼한다. 결국 일본에서 나비부인과의 관계는 현지처에 불과한 것이었으나 순진한 그녀는 핑커톤을 남편이라 믿으며 불교를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리고 나비부인은 어느새 아들을 낳아 기르며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정부 스즈끼가 무심코 “외국 남자는 한번 가면 안 온다” 고 내뱉은 말을 기겁을 하고 가로 막으며 ‘남편’이 돌아오는 날을 환상 속에 그리며 이야기 한다.
'어느 갠 날'
어느 갠 날에
수평선 너머로
한줄기 연기가 오랫 동안 솟는 것이 보이고,
그리고 배가 나타나겠지.
그 다음은 하얀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축포가
울려 퍼질 거야. 보이지?
도착했어!
난 그를 맞으러 내려가지 않을 거야 .
가지 않고 저쪽
언덕 끝에서 기다리겠어.
몇 시간이건 기다리고,
오랫 동안 기다려도
힘들지 않아.
이윽고 북적 대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 나와
사나이가 혼자, 작은 점(点)처럼
언덕을 향해 다가올 거야.
누구지? 누구야?
그리고 도착하자 곧,
뭐라고 할까? 뭐라고 해?
저 쯤 멀리서
‘나비 부인’하고 부를 거야.
나는 대답도 않고
숨은 채 그대로 있을 테지.
약간 장난삼아지만,
마중 나가는 그 순간에
정말 죽지 않으려고.
그는 좀 걱정이 되어
틀림없이 부를 거야. 틀림없이 불러.
조그만 부인,
버베나 향이 나는 그대라고.
여기 왔을 때
그가 붙여준 이름을.
전부 이렇게 되기로 정해졌다고,
당신에게 약속하지요.
당신은 걱정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기다리겠어요.
몽환(夢幻) 속에서 핑커톤을 정말 남편으로 믿고 어느 날 그가 돌아와 집으로 올라오는 풍경을 세밀화처럼 극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애타게 기다리는 간절한 희망과 동시에 혹시 안 오면 어쩌나 하는 미묘한 불안감이 깃들어 있다. 아리아 끝 부분에서 “마중 나가는 그 순간에/정말 죽지 않으려고”(e un po' per non morir/al primo ilcontro)의 ‘죽음’이라는 암시와 “나는 그렇게 믿고 기다리겠어요”(io con sicura fede l'aspetto)이라는 기약 없는 날에 대한 굳은 믿음에 잘 나타나 있다.
들을 만한 음반과 DVD
[CD] 카라얀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5) 칼라스(S) EMI
젊은 날의 카라얀이 그려내는 이 음악의 파노라마 속에는 이탈리아적인 명쾌함과 유려함이 있다. 동시에 힘찬 드라마의 기복(起伏)과 비극적인 긴장감도 넘친다. 그리고 칼라스는 제1막과 제2막에서 자기 음색과 표현을 바꿔 나비부인의 인간상을, 그 내면의 심리변화부터 시간적인 경과까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뚜렷이 부각한다. 그녀는 웅장한 스케일의 관현악을 뚫고 목소리의 위력을 거침없이 발휘하며 드라마 전체를 단숨에 끌고 나간다. 칼라스의 대표적인 푸찌니 아리아 집이 CD로 복각되어 있다(Maria Callas sings Operatic Arias by Puccini EMI)
[CD] 세라휜(세라핀) 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1958) 테발디(S) DECCA
세라휜은 [나비부인]의 극적 긴장과 비극적인 감정을 어디까지나 이탈리아의 전통적 연주 양식에 따라 표현하고 있다. 오페라에 알맞은 강한 집중력과 통일성을 유지한 음악은 단지 음반을 위한 녹음이라기보다 충실한 극장 무대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테발디(Renata Tebaldi)의 노래도 전성기를 기록하는 대표적인 명창이다. 그 밖의 베르곤찌(카를로 베르곤치, Carlo Bergonzi), 코쏘토(피오렌자 코소토, Fiorenza Cossotto) 등 가수진 역시 한결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만큼 호화로운 배역을 고루 갖춘 오페라를 공연 또는 녹음할 기회는 앞으로도 좀처럼 없을 것이다.
[CD] 바비롤리 지휘, 로마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6) 스코토(S) EMI
스코토(Renata Scotto)의 나비부인이 젊고 싱싱하다. 원래는 코로라툴라로 대뷔했으나 그후 드라마틱한 역할도 레퍼토리에 넣게 되었다. 이 나비부인은 드라마틱한 면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다른 출연진도 베르곤찌, 파네라이(Rolando Panerai) 등 전성기의 가수들이다. 그리고 바비롤리의 지휘는 서정적인 오페라의 일면을 잘 살리고 있다. 명지휘자의 별로 많지 않은 귀중한 오페라 녹음 중 하나이다.
[DVD] 카라얀 지휘, 빈 휠하모니 관현악단/빈 국립 오페라단 합창단(1974) 후레니(S) 폰넬 연출 DECCA
카라얀의 특기 중 하나인 오페라 영화이다. 자칫 서양인이 범하기 쉬운 속된 이국취미(異國趣味)에 기울지 않고 오히려 핑커톤의 값싼 양키즘을 은근히 꼬집은 듯한 폰넬(Jean-Pierre Ponnelle)의 연출이 돋보인다. 리리코 레쩨로(Lirico leggero=서정적이며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에서 라리코 스핀토(lirico spinto=서정성과 극성을 아울러 갖춘 목소리)에 이르는 넓은 음역을 자연스레 넘나드는 후레니(미렐라 프레니, Mirella Freni)의 노래 솜씨는 정상에 다다라 있었다. 당시 풋풋한 목소리를 아낌없이 내뿜던 도밍고의 핑커톤도 감동적인 가창력을 과시한다. 카라얀의 남다른 ‘오페라 영화’의 발상과 제작은 지금도 곧잘 ‘지나친 상업주의적 의도의 산물’이라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만, 어쨌든 ‘오페라는 눈으로 보며 듣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네이버 지식백과] 어느 갠 날 - 푸치니, [나비부인]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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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9월 1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너냐, 너야? 내 귀여운 아가야
푸치니 <나비부인>
푸찌니(푸치니, Puccini)는 대중이 원하는 요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시대에 앞선 새로운 음악과 기법을 구사하여 오페라를 상업연극으로 성공시키는 남다른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한 특색을 그의 3대 명작 중에서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6번째 오페라인 [나비부인]이다. 무엇보다도 화성과 오케스트레이션이 다른 작품에 비해 훨씬 근대적이다.
작곡가의 회심의 작품
푸찌니를 2류 오페라 작곡가라고 매도(罵倒)하며 [토스카]는 “조잡하고 선정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야유한 커만(Joseph Kerman, 1924~ 미국의 음악연구가, 전 하버드대 교수)도 이 오페라의 제1막 제2장만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나가사끼 주재 미국 영사 샤플레스가 나비부인에게 핑커톤의 편지를 읽어주는 장면(‘편지의 2중창’)에서의 효과를 치밀하게 계산한 반주(伴奏)며 전조(轉調), 그리고 핑커톤을 태운 배가 차츰 나가사끼 항으로 들어올 때 그 막(幕) 서두에 나왔던 ‘어느 갠 날’의 음악을 되풀이하는 부분 등을 예로 들면서, 이와 같은 음악은 단지 오페라에 밀착되어 그 줄거리를 알기 쉽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음악이 줄거리 전개의 원천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까지 확언한다(Joseph Kerman. Opera a Drama, Univ. of California, 1988, p.221).
푸찌니는 이 작품에 아주 만족하여 작곡 도중 여러 번 눈물은 머금었다고 한다. 그리고 초연 날도 자신만만하게 극장에 갔으나 뜻밖에도 관객의 호응은 차가웠다. 단 하루 만에 공연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후 토스카니니의 의견을 받아 들여 전2막으로 고치고 핑커톤의 아리아를 넣어 다시 상연했다. 이번에는 대성공이었다.
"부끄럽게 살기보다는 명예롭게 죽어라"
제2막에서 노래하는 ’어느 갠 날’에는 그 순진함이 고스란히 아프게 표현되어 있다. 나비부인은 미국인 남편이 자기와 아들 곁에 꼭 돌아오리라고 믿는 굳은 신념을 선언한다.
그러나 핑커톤이 돌아온 것은 본국에서 데리고 온 아내를 그녀와 만나게 하고 아들을 자기 나라에, ‘잘 사는 나라’에 데리고 가려는 속셈이었다. 미국인의 아내가 되려고 애를 쓴 나비부인이었지만 지금은 일본 무사(武士)의 딸로 돌아가 전통적인 관습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여기서 나비부인의 역할은 매우 힘들다.
겨우 15세의 어리고 순진한 소녀로 시작하여 자식을 낳아서 보통 어머니들처럼 지키고 키워주지 못하고 스스로 죽어야 하는,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연기력과 노래 솜씨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너냐, 너야? 내 귀여운 아가야'
“부끄럽게 살기 보다는
명예롭게 죽으라”
너냐, 너야? 내 귀여운 아가야
사랑, 나의 사랑,
백합이나 장미 꽃 같은
너에게만은 보이고 싶지 않다,
너의 순진한 두 눈에, 이 나비가 죽는 모습을.
왜냐하면 네가 자라서 바다 저 쪽에 건너갈 때,
엄마에게 버림 받았다고
괴로워하지 않게 하려는 거다.
오, 내게는 하늘 높은 곳의
낙원에서 베풀어준 너니까,
잘 보아두라, 네 엄마의 얼굴을.
모습이 네 속에 남아 있도록,
잘 보아 두라, 사랑하는 아들아, 안녕!
안녕, 내 작은 사랑아!
자 그만 가서 놀아라.
어린 아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어머니의 호소
철모르는 어린 아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가슴 아픈 어머니의 호소이다. 자기가 명예로운 본처가 아니고 현지처에 불과한 처지를 비로소 깨닫고 죽음을 결심하고 역시 자살한 아버지의 유품인 단도(短刀)의 “부끄럽게 살기보다는 명예롭게 죽으라”라는 명문(銘文)을 읽는다. 그리고 나비부인이 그 단도로 목을 찌르려는 찰나(刹那)에 가정부인 스즈끼가 애기를 병풍 뒤의 나비부인에게 밀어 넣는다. 뒤뚱거리며 달려오는 아기의 발자국 소리에 그만 단도를 떨어뜨린 나비부인의 “너냐, 너야?”(Tu, tu) 소리가 겹친다. 그리고 “사랑, 내 사랑"(amore, amore mio)하며 껴안았을 때 청중은 프리마돈나(prima donna=여자 주역가수)의 단장(斷腸)의 슬픔 속에 흠뻑 젖어버리게 된다. 막이 내리기 직전의 이 장면에서 관중은 저도 모르게 눈물에 젖는다. 이 아리아는 모든 오페라 중에서도 아마 가장 비통(悲痛)한 내용을 지닌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가사 첫 머리의 ‘piccolo iddio!’는 ‘내 작은 수호신이여!’라는 뜻이나, 우리 정서에는 ‘내 귀여운 아가야’가 더 적절한 듯 하여 그렇게 번역하였다.
추천 음반
[CD] 칼라스 푸치니 오페리 아리아집(Maria Callas sings Operatic Arias by Puccini)/세라휜 지휘, 휠하모니아 관현악단/합찰단, EMI
전곡반이 아닌 하이라이트반에서 이 장면(‘나비부인’의 마지막 장면)을 녹음할 경우는 요즘처럼 직접 무대를 볼 수 있는 DVD 영상(映像)이 없던 때 어느 부분을 수록하느냐가 중요하다. 단도의 명문(銘文)을 읽는 데서 시작하는 이 칼라스와 다음의 테발디의 아리아가 그 비극적인 감정 표현과 함께 가슴 조이는 긴박감을 조성한다.
[CD] 테발디 소프라노 오페라 아리아집(Renata Tebaldi Operatic Arias for Soprano)알베르토 에레데 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 Decca
테발디의 무대에서의 연기력은 결코 뛰어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목소리는 화려하며 컸다. 더구나 그 화려함에는 고음에서 저음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 도취적(陶醉的)인 아름다운 노래로 폭넓은 지지층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마리아 칼라스는 노래하는 방법이 드라마틱한 데 비해 테발디는 그 정반대였다. 따라서 애호가는 각기 취향대로 갈려서 서로 논쟁을 펼쳤다. 테발디는 콜로라툴라가 아니고 리릭코 스핀토(lirico spinto=서정성과 극성의 양쪽 성격을 아울러 갖춘 목소리)의 소프라노이며 그녀의 명창 명연으로 꼽히는 역은 [라 보엠]의 미미, [토스카]와 [나비부인]의 여자 주역,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Adriana Lecouvreur] 그리고 [돈 카를로]의 엘리자베타 등이다. 특히 [나비부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단도를 떨어뜨리는 소리와 막이 내리기 직전 핑커톤이 다급히 달려 들어오며 나비부인을 부르는 소리까지 녹음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실제 무대를 본 듯 다이내믹한 녹음은 테발디 애호가를 열광시켰다.
[네이버 지식백과] 너냐, 너야? 내 귀여운 아가야 - 푸치니, [나비부인] (내 마음의 아리아)
첫댓글 정말 세상은 넓고 대단한 예술가 또한 많습니다! 팀웍이 이뤄낸 최고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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