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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블루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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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우
인호가 경영하는 켄트 마켓은 알바라도 북쪽 선셋과 만나기 전에 있다. 상점이 마주 보이는 언덕 꼭대기에는 세인트 엔젤스 병원이 보이고 그가 상대하는 고객들인 이웃은 저 소득층의 남미계가 대부분이다.
가게의 뒤쪽에는 에코팍이 있는데 그곳은 연꽃이 호수의 반을 뒤덮고 있었다. 거기엔 자전거처럼 패들링을 하여 타는 오리배도 있었고, 가끔 낚싯대를 늘이고 메기나 송어를 잡으려는 아이들도 보였다.
이런 평화로움 안에는 또 다른 괴기함이 있었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만 아는 혼탁한 물에 숨겨진 흑역사 때문이었다. 역사가 꽤 오래된 이 호수의 바닥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제법 쌓여서 이 연못의 흑역사를 덮고 있었는데 작년에 시에서 대청소를 단행한다며 호수의 물을 빼내자 그 일부가 드러났었다.
그때 많은 주변 동네 사람들이 그 호수의 진흙 펄에 다투어 들어가 그 안에서 골동품을 찾으려고 하였다. 진흙을 뒤적이면 이따금 아주 오래된 코카콜라 병이 나왔는데 이 호수의 나이만큼 오래된 옛날 코카콜라 병들은 골동품 가치가 있어 하나에 20불을 상회하는 가격에 팔렸다고 들었다.
병을 찾다 함께 발견된 흑역사는 사람들의 해골들이 그것이었는데 오래전 깡패나 마피아에 의해 살해되어 호수에 던져진 이들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경찰이 그 잔혹사를 밝혔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냥 덮어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인호의 짐작이다. 날마다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흑역사는 매일 만들어지고 이미 잊혀져 버린다. 아마 경찰은 잔혹한 사건의 아귀가 금방 맞춰지지 않는 증거라면 차라리 덮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을 하였을 것이다. 하루를 살기가 어려운 사람들은 옛날의 흑역사엔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고 그저 잠깐동안의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흑역사이며 묻히지 않은 횡재는 오래된 권총들의 발견이었다. 짐작하기엔 위의 인골과 관계된 범행에 사용된 총을 함께 호수에 던졌을 것이란 짐작이다. 인골은 누구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이 권총들은 오래되어 권총을 수집하는 호사가들이 큰 돈을 주고 샀다고 한다. 물론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사람들은 삶에 있어 똑똑하다.
에코팍 지역은 지금도 아주 위험한 지역이다. 그런데 이런 위험을 미화하려는 이유인지 몇 년 전부터 여름마다 이 에코팍에서는 아시안들의 연꽃 축제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이 에코 팍 주변 주류는 남미계 사람들이다.
계산대 뒤에 서 있는 인호는 무료하기만 하다.
그는 미국에 와서 잠시 이런 저런 밑바닥 일을 했다. 그리곤 곧 가족이 운영하는 그로서리 마켓일을 하였다. 지난 5년 동안 매일 어스름에 일어나 차를 몰아 가게 문을 열었는데 졸며 운전하다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아침 일곱 시에 가게 문을 여는 것을 놓친 적은 없었다. 그의 진짜 하루는 열쇠로 문을 열고는 가게 뒤에 있는 사무실로 가 알람을 해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문을 활짝 열고, 길거리에 신문 가판대를 세우고 LA Times와 El Mundo란 스패니쉬 신문을 진열하는 것이 다음 순서다. 그리고 물을 떠다 커피 추출기에 팔리지 않는 커피를 끓인다. 아마 오늘도 그 커피의 반은 인호가 들이킬 것이다.
인호는 요즘 자주 "나는5단이 되기 위해 일본에 오지 않았습니다"란 조치훈 명인의 말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생각은 커피 맛을 떨어뜨리고 그의 하루를 더 힘들게 만드는 수순에 지나지 않았다. 밥 먹는 일은 아주 중요하였고, 영어에 서투른 가족들을 부양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란 무게에 짓눌려 매일 위축된 심장으로 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이민 생활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친척과 지인들이 하는 비슷한 종류의 그런 일로 풀렸다는 것이 잘못이었다. 대개의 초기 이민자들은 공항에 마중나오는 친척들에 의해 운명이 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햄버거 가게를 하는 친척이 공항에 마중을 나오면 햄버거 가게를 하게 되었고, 식료잡화점 가게를 하는 친척이 나오면 식료잡화점 가게로 인생이 풀리는 그런 것 말이다.
한국의 집을 처분한 돈으로 인호의 부모님은 식료잡화점 가게를 운영하는 삼촌의 코치대로 이 길로 들어섰다.
인호는 곧 이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출발이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가족 중 누구도 현실에 기뻐하지 않았고 이민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 중 독재적 가부장 성질의 인호의 아버지가 가장 심하였다. 한국에서 중견 기업의 간부를 지냈었던, 하지만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그의 아버지는 늘 자신의 과거에 살며 상한 자존심을 가족에게 화풀이 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을 핑계 삼아 일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며서 나머지 가족들을 더 힘들게 하였다. 인호의 어머니는 힘들고 고달프지만 이곳이 자식들 미래를 낫게 해주리란 믿음을 갖고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열심히 견뎌내셨다.
인호는 차라리 어머니가 아버지에 반항이라도 하면 같이 반기를 들고 집을 나가 먼 데로 떠나고 싶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호는 일하면서 주립 대학의 대학원도 다녀도 봤지만 가게 일과 학교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인호의 아버지는 고학하는 꿋꿋한 천재 위인들의 예를 들면서 그를 몰아 내세웠는데 이건 그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의 아버지의 말의 의미는 공부를 핑계로 가게 일을 등한히 하지 말란 말이 것이었다. 역사상 천재들과 인호는 전적으로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인호에겐 한 가지 일만을 하기에도 벅찼다. '아'와 '어'는 전혀 다르지만, 생각 없이 들으면 동음(同音)처럼, 그리고 동의(同意)처럼 들릴 뿐이다. 인호는 신이 자신의 인생을 무척 한심하게 계획하였다는 생각을 했다. 일을 마치고 늦은 밤에 집에 돌아오면 술을 마셨는데 그건 전적으로 무심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신의 탓이었다. 하지만 술은 어떤 것도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되지 못하였다. 단지 기억을 흐려서 울분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약은 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지옥에 버려진 자신과 생활에 대한 이런 비관적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Juan(후안)이 들어왔다. 칼로스의 아버지인 후안은 50대 후반의 잭 니콜슨과 알 파치노를 섞어 놓은 듯한 얼굴과 분위기를 갖은 쿠바인인데 늘 그의 가게에 들려 강한 어조로 이런저런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머리는 항상 무스를 발라 뒤로 단정히 빗어 넘긴 그는 말이 무척 많았고 외상을 잘 갚지 않는 누가 보더라도 사기꾼 같은 분위기의 인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머리에 무스도 없었고 부스스해 보였다. 무슨 큰 수심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 말 없이 선반에서 썬더버드 와인을 큰 병으로 두 병을 집어선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이 썬더버드는 와이너들이(알코올 중독자) 즐겨 마시는 도수가 높은 싸구려 와인이다. 인호는 문득 요 며칠 그의 건달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How is your son, Juan?" (네 아들은 어떻게 지내니, 후안?)
인호가 그에게 물었지만, 후안은 아무 말 없이 그를 힐끗 쳐다보곤 눈을 내리고 돈을 냈다. 표정이 많이 이상해 보였다. 화가 난 것도 같기도 하고 뭐라 말하면 금방 울음을 터뜨리려는 것 같이도 보였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해가 서쪽에서 뜬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떠버리 건달 후안에게서 아무 대답이 없다니 이건 사건이다. 분위기가 서리에 맞은 쳐진 이파리처럼 축 가라앉았다.
'무슨 일이야?'라고 인호는 속으로만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선글라스를 낀 그의 눈이 많이 부은 것을 그제야 알았다.
인호가 거스름돈을 주자 그는 아무 말 없이 받아 챙기고는 가게를 나간다.
'저 영감은 아침 일찍부터 왜 와인을 먀셔? 누가 죽었어?'
인호는 이른 아침부터 와인을 사러 온 칼로스의 아버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원체 아비나 아들이나 그리 달갑지 않은 불량스러운 건달이라 잠깐 의아해하다 말았다.
그런데 그때 아침 일찍부터 가게에 들어와 학교에 가지도 않고 게임기에 매달려 조종간을 놀리고 있던 에릭이란 놈이 내 맘을 알았는지 말을 해 준다.
"Inho, you know what. Juan's son was killed 3 days ago at echo park. He must have cried a lot."
(인호, 그거 알아? 후안의 아들이 3일 전에 에코팍에서 살해당한 것 모르니? 후안이 엄청나게 울었을 거야.)
"What? Calos was killed? How come?"
(뭐라고? 칼로스가 살해당했다고? 어떻게?)
I don't know. I only heard that he was killed by another gang member.
(나도 몰라. 칼로스가 다른 갱 놈에게 당했다는 것만 들었어.)
에릭은 신이 나서 어떻게 칼을 찔러야 사람이 죽는지를 인호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가 말하길 칼을 똑바로 밀어 찌르면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람을 죽이려면 찔러서 칼을 위로 치켜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다른 장기인 심장이나 폐가 상하게 되어 반드시 죽는다는 이야길 하였다.
그런 이야길 하면서 그 놈은 마치 자신도 전문가인 양 칼을 내밀어 올리는 손 모양을 그럴듯하게 시연한다. 인호는 저놈이 학교를 땡땡이치며 부족한 것을 저런 흉악한 칼로 길을 트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저놈의 인생도 칼로스와 오십보백보 같아 보였다.
인호와 에릭이 이런 말을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 가게로 들어왔다. 그는 맥주가 진열된 쿨러로 가서 12팩의 맥주를 들었다. 인호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체격이 단단해 보이는 열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멕시칸 청소년이었다.
햇볕에 그을린 검은 피부에 머리는 꼽실거렸고, 이마엔 밴다나를 둘렀고, 눈에는 검은색 촐로를 꼈다. 그놈은 근육질 어깨가 잘 드러나는 탱크 티를 입었고 아래에는 무릎까지 오는 헐렁한 군용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불량스러운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이 아이도 등에는 커다랗게 입을 벌린 푸른색 코브라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한쪽 팔에는 피눈물을 흘리는 성모가 다른 한쪽 팔에는 두 방울의 피가 떨어지는 단검의 날이 아래쪽을 향한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천주교가 성한 국가 출신을 나타내려서인지 아니면 자신을 성모 마리아가 보우하사인지 이 놈의 갱들은 모두 팔에 성모의 문신을 하고 다닌다.
낯이 설으니 주변 이웃 동네의 초자 갱에 속한 아이로 보여 긴장이 되었다. 이런 낯선 아이가 들어오면 대개 문제가 생김을 경험으로 안다. 그리고 이놈은 술을 살 수 없는 마이너가 틀림없다. 이곳 미국에선 스물한 살이 안 된 아이들에게는 알코올 음료를 팔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아침이고 이놈은 분명 12팩 맥주를 집고 튈 것이다.
무슨 짓을 하나 눈여겨 보았다. 역시 그놈은 쿨러에서 12팩의 맥주를 꺼내어 계산대로 오는 듯 하였다. 인호가 의자에서 일어서서 그에게 신분증을 보자는 말을 하자 그는 12팩의 맥주를 들고 뛰기 시작하였다.
역시 인호가 생각하였던 대로였다.
"Hey, stop there." (야, 거기서.)
인호는 고함을 치며 그 계산기 뒤를 돌아 뛰었다. 인호의 맘속에는 그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아무것도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문을 향해 뛰어나가며 인호는 뒤를 향해 고함쳤다.
"어머니, 카운터."
인호의 어머니는 뒤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다 인호의 목소리에 급하게 뛰어나왔다. 그녀는 인호의 뛰어가는 모습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금방 짐작했다.
"인호야, 쫓지 마."
인호는 어머니가 외치는 말을 귀로 들었고 잠시 움칫거렸지만, 행동은 반대였다. 자신이 거기에서 멈추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쏜살같이 가게를 나가 그놈이 도망간 길을 가늠해 보는데 인호보다 먼저 밖으로 나온 에릭이 놈이 도망친 방향을 손가락으로 지시해 주었다.
놈은 길을 건너 골목으로 꺾어지고 있었다.
인호는 가게 옆에 세워진 차로 뛰어들어 시동을 걸고 길을 가로질렀다.
놈이 돌아가는 골목에서 그도 회전하였다.
하지만 그놈은 보이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온몸을 휘감고 돌았다.
차를 세우고 내렸다. 골목에서 놀던 멕시칸 아이들이 그를 쳐다본다. 그의 가게에 자주 오던 아이들이다. 인호가 다가가자 그 중의 한 계집애가 그에게 눈짓을 한다. 공터의 부서져 가는 담장 뒤를 몰래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 앞에는 쓰러져 있는 자전거가 보였다. 작은 목소리로 도둑놈의 것이라고 말해 준다. 인호는 그 자전거 앞으로 다가가 자전거를 집어 들었다.
그때 그는 도둑놈이 다시 나타나지 못하리라 짐작하였다. 하지만 언제나 바램과 현실은 어긋나게 나타난다. 특히나 낯설고 서러운 초기 이민 생활에선 언제나 그러하였다. 인호가 자전거를 집어 세우자마자 건장하고 흉악하게 생긴 도둑은 담을 뛰어 다시 나타났다. 가슴이 철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이 이상하게 꼬여간다. 놈의 손에는 번득이는 잭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그놈의 눈은 긴장과 살기로 번들거렸다. 입가에 걸린 미소가 너는 새 발의 피도 아니라는 조소처럼 보였다.
"Hey, Chino, leave the bike there."
(어이, 중국 놈, 자전거 거기에 놔.)
인호는 겁이 났다. 온몸에 한기가 돌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왔다. 다리는 굳어져 갔다. 다시 바라보니, 그놈의 살갗은 햇볕에 그을려 짙은 갈색이다. 하얗고 연약해 보이는 자신의 팔뚝이 상대적으로 더욱 가냘파 보였다. 짧은 머리에 무스를 발라 반질거리는 그의 머리카락과, 아직도 학생처럼 긴 머리에 한쪽으로 단정히 빚은 자신의 머리털을 비교해도 자꾸만 자신이 없어졌다. 게다가 놈은 선글라스까지 끼었다. 선글라스는 때때로 사람을 용기있게 만든다는 것이 생각났다. 저놈은 분명 사람을 찌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할 거란 생각에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 불리하기만 하다. 인호는 자신이 왜 일찍 태권도를 배우지 않았나 후회하였다. 얼마 전 동생이 권총을 하나 사자는 것을 반대하였던 것 또한 후회하였다.
내가 죽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대학을 다니지 않았으면 덜 후회스러울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주 서서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인호는 그놈의 자전거를 놓지 않았다. 자전거만이 그놈과 인호를 가로막고 있는 벽이며 방패였다. 인호는 자신이 자전거를 놓는 순간 즉시로 그놈의 칼이 자신의 배를 뚫고 들어 올리란 두려움이 일었다. 아마도 저놈은 에릭이 오늘 아침 말한 대로 칼을 위로 추켜올릴 것이다. 죽는 것은 괜찮지만, 칼을 맞으면 무척 아플 것이다. 인호는 자전거를 돌려 가로막으며 자신 쪽으로 기울여 그놈이 자신에 다가오면 밀쳐낼 준비를 하였다.
놈은 칼을 좌우로 흔들며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저 칼에 맞아 죽을 것이다. 목을 찔릴 것이다. 아냐, 가슴을 찔리고 피를 흘릴 것이다. 죽는 기분은 어떨까? 이건 개죽음이다.'
인호의 머릿속에는 온갖 상념들이 떠올랐다. 많은 후회가 일어났고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식은땀이 흘렀고 얼굴은 창백해져 갔다.
주위에는 어느샌가 여러 아이와 몇몇 어른들이 모여서 구경하고 있었다. 모두 남미계열의 주민들이다. 그들의 몇몇은 인호의 가게 손님들이고 이곳에서 장사하며 안면을 익힌 이웃들이다. 하지만 지금 인호에겐 그들이 모두 다 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그들은 황색의 동양인보다는 같은 남미계 갱의 편을 들 것이다.
이런 불길한 생각은 역시 들어맞았다. 구경하는 이들 중 누구도 말리려 나서지도 않았고, 중재하려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이제는 뒤로 뺄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 내가 도망가면 내가 타고 온 차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혹여 자신이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더라도 인호는 이후에 자신의 제대로 바로 서서 상점을 운영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마음속에 이미 지고 있는 자신이 비겁하고 무기력한 인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 인호가 몰랐던 것은 그 젊은 갱이란 놈도 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몸뚱이만 건장한 이놈은 인호가 어쩌면 태권도인지 쿵후인지를 잘하는 놈일지도 모른다 생각을 했다. 주변에 몰린 남미계 아이 중의 몇몇이 저희끼리 주고받는 말에 인호가 태권도 유단자라는 말을 들었다.
이 초짜 깽은 오늘 정말 재수 없는 날이란 생각을 하였다. 잘못하면 저 중국 놈에게 줘 터지고 경찰서에 끌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땠던지 자전거를 저 중국 놈에게 빼앗겨선 안 되는데 하는 생각만 들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언제 경찰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걱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이렇게 사람이 몰려있으면 경찰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에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저 중국 놈은 자전거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긴장에 그의 등에도 식은땀이 흘렀다.
'Oh, mother fucker. All messed up.'
(젠장맞을, 망했구나.)
그때였다. 이런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사람 중에서 한 젊은이가 나섰다.
'아 페르난도.'
인호는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인호의 가게에 프리토레이 사의 감자튀김 칩을 배달하는 젊은이였다. 중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거기에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친구인데 평소에 말수가 적고 친절한 친구였다. 그가 인호의 가게로 배달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가 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이런 순간에 알게 되었다. 바로 그 믿음직한 페르난도가 나서 준 것이다.
'아 페르난도도 이 주변에 살고 있었구나.'
인호는 순간 긴 터널을 헤매다 어떤 환한 희망의 빛을 본 기분이었다. 그는 영어를 잘하는 페르난도가 경찰을 불러주기를 바랬다.
페르난도가 젊은 갱 놈에게 말했다.
"Hey, my fried. You'd better let him go. If you don't, I will be his side."
(헤이, 친구, 이 사람을 가게 해줘라. 그러지 않으면 난 이 사람 편이 될 거다.)
"Hey, man. He is still holding my bike."
(헤이, 친구, 그 놈이 아직도 내 자전거를 잡고 있잖아.)
아마도 그 도둑놈은 같은 남미계의 젊은이가 중국인처럼 보이는 동양인의 편을 들자 많이 위축된 것처럼 보였다.
"Fernando, he stole beers from my store."
(페르난도, 이놈이 우리 가게에서 맥주를 훔쳤어.)
인호는 페르난도에게 이렇게 말함으로써, 그가 도둑놈과 혹시 한 편이 될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인호가 이렇게 말하자 젊은 도둑놈은 페르난도가 저 중국 놈과 같이 덤벼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잖아도 불길하였는데 같은 남미계 젊은이까지 저 중국 놈과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Come on baby, come on. I will cut you in half."
(덤벼봐, 이 겁쟁이야. 반 토막으로 만들어 줄 테니.)
페르난도는 인호에게 눈짓으로 자전거를 놔 줄 것을 신호하였다. 인호는 혼자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페르난도가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주변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은 인호와 도둑놈이 도대체 언제 붙을까 하며 흥미진진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 중국 놈이 쿵푸나 태권으로 칼을 든 저 갱놈과 한판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하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들이다. 그들에겐 칼이 나타난 싸움판을 말리고 싶은 생각은 애당초 조금도 없었다. 잘못하다 다치면 건강 보험도 없는 그들은 어디에서 하소연도 못 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다른 국적의 사람들의 싸우는 것은 격투기를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기대에 어긋나게도 인호는 자전거에서 손을 놓았다. 바램과 실제는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는 머피의 법칙이 그들에게도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자전거가 땅바닥에 철퍼덕거리고 부딪치는 소리가 났는데 순간 인호의 가슴은 덜컥하였고 젊은 갱놈도 가슴이 덜컥해서 두 사람 다 동시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도둑놈은 조심스레 자전거로 다가서며 칼을 인호에게 한번 커다랗게 휘두르는 시늉을 하였다. 인호는 칼이 자신에게 날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움찔대며 다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놈은 칼을 든 오른손의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게 하여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리를 굽혀 왼쪽 손으로 자전거를 잡아 세웠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였지만, 놈도 떨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수있었다. 놈은 자전거를 끌고 뒤로 물러나선 후에 인호와 모두를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자전거를 타고 부리나케 도망갔다.
페르난도가 인호에게 다가와 어깨를 치며 말했다.
"You have had very tough experience in LA today. Why don't you go home and take a rest?"
(넌 오늘 엘에이에서 상당히 험한 경험을 했어. 집에 가서 좀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어.)
인호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는 페르난도에게 자신의 심정을 자세히 설명할 영어 실력도 없었고, 사실 그의 말에 변명처럼 대꾸를 한다는 것이 자신을 더욱 바보처럼 보일 것이란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인호는 그에게 짧게 고맙다고 말하고 얼른 차를 몰아 길 건너서 가게로 돌아왔다. 인호의 어머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가게 문 앞에서 서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경찰관이 서 있었다. 아들이 걱정이 된 그녀는 누군가를 시켜 경찰에 연락하였다.
경찰이 인호에게 당시의 상황에 관해 물었다. 인호는 생각나는 대로 설명을 해주었다.
"Mr.Jung, Let me give you a piece of advice. From now on, never, ever, chase the robber. It is not only dangerous but also it is not your job. That is ours. Do you understand?"
(미스터 정, 충고하나 하지요. 앞으로는 절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둑을 쫓지 마세요. 그건 위험할뿐더러 당신이 할 일이 아니요. 그건 우리들의 일이요. 알겠어요?)
"이 썩을 놈아, 쫓아가지 말라고 그랬잖아. 너 그러다 죽으면 어쩌려고?"
인호의 엄마도 한 마디 덧붙였다.
"엄마, 괜찮아, 들어가."
가게로 들어가는 인호의 눈에선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졌다. 장맛비에 홍수가 나서 마구 떠내려가던 돼지나 부서진 나무판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가는 물살에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르며 떠내려가는 그것들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이민 생활이란 것이 고철처럼 용광노에 들어가 다시 녹아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란 말이 진리였다. 지난 이십 수년간의 한국에서의 배웠던 것을 모두 지워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배우고 시작해야 하니 말이다. 한국의 지인들은 나의 이런 생활을 알까? 인호는 지금 자신이 한국 사람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닌 외계인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날 밤 인호는 오늘 일어난 일을 잊으려 또 한 병의 양주를 혼자서 비웠다. 한국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술을 마셨다. 하지만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이 잊혀지지 않았고 자꾸만 가슴에 새겨지듯 또렷이 복기가 되었다. 성공도 하지 못하였지만, 더 비겁해졌다는 생각이 들어 슬펐다.
며칠 전 TV에서 미로 속에서 헤매는 쥐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쥐를 실험하는 미로에는 열린 통로가 없었다. 쥐는 여기저기를 헤매다 마침내 정신 분열 증세를 보였다. 미로를 벗어나는 방법은 벽을 부수는 수 밖에 없고 쥐는 결코 벽을 부술 수 없는 것이다. 이젠 자신이 미로 속의 쥐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은 여느 때처럼 해법이 되지 못하였다. 단지 인호의 슬픔과 분노를 잠시 마비시켜 줄 뿐이었다.
다음날도 인호는 어제처럼 가게에 나와 일을 했다. 술이 아직도 깨지 않았다. 하루에 16시간, 일 년 365일 그는 이렇게 서서 일해야 한다. 맛없는 커피의 물을 올릴 때, 마약에 절은 페드로가 들어왔다. 놈의 눈은 풀려 있었다. 어디선가 밤새 마리화나를 한 모양이었다. 인호가 커피의 물을 붓는 것을 보고는 눈치를 보다 그놈은 도넛을 몇 개 집더니 튀었다. 커피를 만들면서도 인호의 시선은 벽 위의 볼록 거울로 향해 있어서 놈의 행동을 다 볼 수 있었다.
보았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귀찮았다.
'썩을 놈.'
그놈은 분명 마약 탓에 저 젊은 몸뚱이마저도 썩어 죽을 것이다.
오후가 되었다.
페드로가 다시 왔다. 오랫동안 가게를 경험하면서 알았는데 이 남미계 도둑놈들은 창피를 모른다는 것이다. 아침에 도둑질하고 다시 태연하게 가게에 들어오다니… . 그 놈의 옆에는 얼마 전에 멕시코에서 밀입국해서 넘어온 마리아가 있었다. 마리아는 아주 예쁜 계집애인데 영어를 아직 한마디도 못 했다. 이 동네에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데 길거리에서 방황하다 페드로를 만난 것 같았다. 저렇게 예쁜 애가 키도 작고 머리카락도 빠지기 시작하는 페드로를 따르다니 저 년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정도 갔다. 멕시코란 가난한 나라에서 리오데자네이로 강을 건너 온 나라가 꿈과는 많이 틀렸을 것이다. 대학을 나와도 요 모양 요꼴이라 생각하는 자신의 처지와 평행선을 걷는 동지애가 느껴져 한편 안스러웠다. 그러면서도 그 예쁜 얼굴과 몸매에 왜 그 모양이냐는 얼뜨기 같은 생각이 들어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자신과 어제의 그 도둑놈이 무엇이 다를 것인가 말이다. 우린 다 불쌍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이었다.
마리아를 다시금 자세히 쳐다보았다. 이 계집애의 눈도 많이 풀려 있었다. 페드로를 따라 약을 했음이 틀림없었다. 두 연놈은 아무 물건도 집지 않은 채 서성이며 인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인호는 그들이 무엇인가 훔치려 한다는 것을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미련한 것들아. 도둑질하려면 손님이 많은 바쁜 시간을 잡아야지, 이렇게 한가한 시간에 오다니.'
잠시 생각을 한 후 인호는 계산기를 돌아 나가서 호스티스 케이크를 몇 개 집어서 페드로와 마리아에게 주었다.
"When you are hungry, you just tell me that you are hungry. I will give you something to eat. Understand?"
(배고프면 나에게 배가 고프다고 말해라. 그럼 내가 뭔가 먹을 것을 줄게. 알았지?)
페드로는 약간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짓다 슬그머니 웃음을 지으며 "Thank you."라고 말하고 마리아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인호는 가게를 나서는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은 길을 건너 버스 정류장에 있는 벤치로 가서 거기에 앉았다. 그리곤 다정하게 케이크를 까서 먹는 것이었다. 무척 배가 고팠던 것 같았다. 음료수도 줄 그것을 하는 후회가 들었다. 공연히 생색내는 듯한 교훈 조의 말을 하다 미처 생각을 못 하였다. 저녁에 오면 음료수도 집어주자는 생각을 하였다.
저녁 시간은 언제나 바쁘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맥주도 사고, 간단한 식료잡화점 쇼핑도 하고 해서이다. 그런데 저녁때 페드로와 마리아가 다시 왔다. 아마도 두 연놈은 그 바쁜 시간을 노렸던 것 같다. 인호는 손님의 물건들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로 인호가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이용하여 마리아와 페드로는 살금살금 가게 문을 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약 먹고 배고픈 놈들이라 걸음걸이가 성치 않았다. 사건은 그래서 시작되었다. 페드로란 놈이 가게를 나서다 도어 레일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그러자 그놈의 점퍼 속에 숨겼던 과자와 캔들이 쏟아져 떨어졌다. 가게 바닥에 잔뜩 쏟아진 깡통을 보자 인호의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올랐다. 마리아가 그놈을 부축할 때 인호는 벌써 뛰어나가 문을 막고 두 연놈의 목덜밀 잡아챘다.
"Didn't I tell you I will give you something to eat if you ask me?"
(너희가 말하면 먹을 걸 준다고 내가 말했지?)
인호는 화가 무척 났다. 인호의 어머니가 계산대를 보는 동안 인호는 두 연놈의 귀싸대길 몇 차례 때렸다. 페드로는 반항도 하지 못하며 엉엉 울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sorry"를 연발했다. 마리아도 두 손으로 머릴 감싸고 팔로 얼굴을 가리고 겁에 질려 울며 스패니쉬로 뭐라고 잘못을 비는 것 같았다. 두 년놈의 얼굴을 보니 흘린 눈물과 얼굴에 먼지가 섞여 흉해 보였다.
'세수도 못 하고 다니는 썩을 연놈들.'
"인호야, 그냥 보내줘라.”
계산대 뒤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인호는 연놈들의 등을 손바닥으로 마구 두드렸다. 그 못난 놈들의 등을 두드릴 때 인호에게 격한 슬픔이 다가왔다. 참지 못하고 인호도 그놈들처럼 엉엉 울었다. 인호는 울면서 깡통과 호스티스 케이크를 집어 봉투에 넣었다.
"이 병신들아, 엉엉. 왜 그렇게 사니? 엉엉. 가란 말이다. 당장 꺼지란 말이다."
인호는 울면서 그놈들을 길거리로 내밀었다. 그리고 봉투도 밖으로 던져 주었다. 그 와중에도 페드로는 그것을 집었다. 그리고는 혹여 인호가 맘이 변해 다시 뭐라 할까 두려운지 서둘러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아마도 저 연놈들은 내일 아무 일이 없었던 양 다시 나타나리라.
인호가 우는 것을 본 어머니가 놀라셨다. 그녀는 계산기를 돌아 나와 인호의 등을 두드렸다.
"인호야, 진정해라. 이게 한두 번 본 일이 아니잖아?"
인호는 흐느끼며 훌쩍거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제와 오늘의 일을 겪으면서 그는 지금의 자신이 비관하는 처지가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란 것을 확연히 알게 되었다. 그가 어제와 오늘 경험한 것은 생활보다 자신에게 패배하여 스스로를 패자라 자인하는 인식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는 두려움과 비겁함에 스스로를 정의한 삶의 전쟁의 포로였다.
아침에 신문에서 읽은 기사가 생각났다. 며칠 전 브라질의 세계적인 관광지 리우데자네이루 해변에 때아닌 펭귄 2마리가 등장해 관광객과 주민들이 구경하기 위해 몰려드는 소동이 일어났다는 기사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아침 일찍 리우시 남서쪽 세페티바 지역의 해변 모래사장에 2마리의 펭귄이 기어 올라와 쉬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펭귄들은 다친 것 같지는 않았으나 상당히 지친 듯 모래사장 위에 드러누운 채 쉬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가가자 뒤뚱거리며 다시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생각해 보니 인호는 자신이 신세계를 꿈꾸며 떠난 펭귄과 같았다. 펭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자 허둥지둥 다시 바다로 뛰어드는 일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의 서랍을 열어 조니워커를 꺼내어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부엌에서 유리컵에 냉수를 가득 채워 뒤뜰로 나섰다. 찬물을 마시며 본 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선명한 밤이다. 그의 눈에 맺힌 눈물이 잠깐 반짝였던가?
첫댓글 중앙일보 신인 문학상 소설 당선글이죠.
송상옥 선생님이 선하신 👍